2024년 3월 29일(금)

[코이카 CTS S-day] 개도국서 성공한 비결은? 후배 스타트업이 묻고 선배들이 답했다

코이카 CTS 성과공유회 패널토론 진행
개도국 진출한 스타트업 성공사례 공유

개발도상국에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던 기업의 1년간 성과를 공유하고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한 ‘CTS S-Day IMPACT CHAPTER’가 경기 광명 IVEX 스튜디오에서 22일 열렸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하 코이카)이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개발도상국 진출을 희망하는 스타트업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오후엔 CTS 프로그램의 지원으로 성장한 선배 기업의 사례를 공유하는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참여 기업은 ▲노을(탈중앙화된 질병 진단 검사 플랫폼) ▲에누마(디지털 학습도구로 저소득국가 아동 학습권 보장) ▲케이오에이(몽골 현지 노동자들의 협동조합 형성 지원과 친환경 캐시미어 생산) ▲닷(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기기 개발) 등 4곳이다.

패널토론은 각 기업에 궁금한 점을 사전에 받아 이를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안정권 노을 CSO(최고지속가능경영책임자), 김현주 에누마 디렉터, 최아름 닷 디렉터, 유동주 케이오에이 대표가 토론자로 나섰다. 모더레이터는 김혜원 코이카 기업협력사업실 과장이 맡았다.

22일 경기 광명 IVEX 스튜디오에서 열린 ‘CTS S-day 임팩트 챕터’에서 코이카 CTS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한 선배 기업 4곳 관계자들의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엠와이소셜컴퍼니
22일 경기 광명 IVEX 스튜디오에서 열린 ‘CTS S-day 임팩트 챕터’에서 코이카 CTS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한 선배 기업 4곳 관계자들의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엠와이소셜컴퍼니

-개발도상국 시장의 특성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최아름=가격 문제가 가장 컸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기기를 300달러라는 정말 저렴한 가격으로 낮췄지만, 개발도상국 시장에 보급하려니 쉽지 않았다. 현지 노동자의 월급이 3달러 남짓이다보니 값비싼 제품이 된 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현지 정부와 협약을 맺고, 해당 국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사회공헌 사업을 이끌어냈다. 이런 일들이 2~3년간 쌓이면서 유의미한 성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안정권=노을의 질병 검사 기기는 의료기기로 분류된다. 그러다 보니 제품개발부터 성능평가, 등록까지 관련 규제가 너무 많았다. 7년차인데도 여전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보니 주변에서 사업이 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말라리아 종식과 같이 우리가 해결하려는 사회문제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끊기지 않는다면 시장은 반드시 형성된다.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정권 노을 최고지속가능경영책임자는 "내부 이해관계자들과 투명히 소통하는 것이 데스밸리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엠와이소셜컴퍼니
안정권 노을 최고지속가능경영책임자는 “내부 이해관계자들과 투명히 소통하는 것이 데스밸리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엠와이소셜컴퍼니

-스타트업이 겪는 ‘데스밸리’를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유동주=데스밸리를 극복하기 위해선 스타트업의 미션과 비전이 해당 국가에 적합한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개발도상국에서 사업을 진행할 때 굉장히 녹록지 않다. 실패도 있었다. 초기에 몽골에서 나무 식재사업을 했는대 잘 안됐다. 몽골은 유목민 비중이 매우 높아 정주민이 거의 없다는 생각을 당시에는 못했다. 이후 기업의 미션과 비전을 현지에 적합하게 맞춰 나가 지금의 케이오에이가 있는 것 같다.

김현주=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아동 교육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코로나가 막 발생했다. 해외에 보급을 못 하니 수익이 나질 않았다. 그때 큰 도전이자 결심을 했다. 각 정부에 무상으로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했다. 이후 코로나가 잠잠해지며 반응이 왔다. 54개국에 329개 기관이 유료서비스를 신청했다. 단기적으로 볼 때는 수익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열쇠다.

안정권=보통 운영 3년차에 접어든 스타트업이 데스밸리를 겪는다고 한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에 진출한 스타트업은 하루하루가 데스밸리다. 저희는 여전히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다. 의료분야가 굉장히 보수적이고, 개발도상국은 보건 안전에 대해 매우 폐쇄적이다. 정부에 문을 두드려도 운영할 여건이 안돼 보급이 어려웠다. 이때 해법으로 바텀업(Bottom-Up) 전략을 세웠다. 여지껏 수행했던 다양한 레퍼런스 자료를 모아 우리 사업의 성과를 입증해줄 곳을 찾았다. 그 결과 질병청과 보급사업으로 시작해 현재는 말라리아 진단기 보급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CTS 프로그램 지원을 준비하는 스타트업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유동주=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하는 데에는 많은 자본이 든다. 저희는 친환경 방식으로 생산된 캐시미어 원료를 어떻게 하면 완제품으로 개발될 수 있을까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었다. 그때 CTS 프로그램을 만났다. 금전적 지원이 뒷받침되니까 기술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그 결과 3D 프린트 기술을 이용해 캐시미어 자투리가 남지 않는 기술을 만들었고, 의류폐기물을 만들지 않는 데 주력할 수 있었다.

김현주=임팩트 성과와 재무적 성과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든다. 처음 인류를 위한 기술 개발 대회인 엑스프라이즈(XPRIZE)에서 우승할 때만 해도 좋은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증명했으니 자연스럽게 확산될 것이라는 행복한 꿈을 꿨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무형의 컨텐츠가 보급되고 확산되려면 하드웨어, 커뮤니티 등 전체 시스템이 완성돼야 한다. CTS는 그 과정에서 여러 단체와 커뮤니티를 소개해주는 등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결국 현재는 인도네시아 200여 학교에서 1만여 명의 학생의 학습을 지원했다.

최아름=처음 저소득 국가에 현지조사를 나갔을 때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코이카의 CTS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당시 저희 기업엔 외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저뿐이어서 혼자 출장을 가게 됐다. 막막했다. 국가마다 준비해야하는 문서도 다르고, 공문의 형식도 달라 혼란스러웠다. 그때 현지 코이카 해외사무소의 문을 두드렸다. 코이카 해외사무소와 함께 서류를 준비하는 등의 도움을 받았다. 개발도상국 진출을 희망하는 스타트업은 주저하지 말고 CTS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길 바란다.

광명=황원규 더나은미래 기자 wonq@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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