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목재를 태워 에너지를 생산하는 ‘산림 바이오매스’ 사용을 감축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바이오매스를 신재생에너지로 분류하는 국내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기후솔루션은 19일 “유럽의회가 산림 바이오매스에 대한 보조금을 제한하고, 단계적 감축을 단행하는 내용이 포함된 ‘재생에너지지침 개정안(RED III)’을 지난 14일(현지 시각) 총회에서 최종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RED III는 유럽의 재생에너지 정책을 결정하는 최상위법으로,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법’에 해당한다.
이번 결정은 지난 5월 유럽의회 환경위원회가 채택한 권고안을 기초로 한다. 환경위원회는 유럽 내 바이오매스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1차 목질계 바이오매스(PWB)’에 대한 정의를 신설하고, PWB 사용을 제한하기로 결의했다. PWB는 숲에서 벌채된 원목, 자연적으로 발생한 나뭇가지 등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미이용 산림 바이오매스’의 개념이 PWB와 비슷하다.
이번 개정 지침에서는 ▲PWB를 EU의 재생에너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고 ▲2017~2022년 평균 이용량에 상한을 두고 단계적 감축에 들어가며 ▲‘단계적 사용 원칙’에 따라 고부가가치의 장수명 상품으로 사용될 수 없는 목재만 바이오매스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단 병충해·화재 피해목, 도로 정비를 위해 불가피하게 벤 나무 등은 생물다양성을 보호하는 선에서 예외로 한다.
바이오매스는 친환경에너지로 주목받았지만, 환경단체들은 실제 온실가스 발생량이 적지 않다며 철회를 주장해왔다. 기후솔루션은 “바이오매스의 원단위 온실가스 배출량은 석탄보다 높고, 새로 심은 나무가 자라 배출된 탄소를 흡수하는 데는 최소 수십 년에서 100년 이상 걸린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밝혀졌다”며 “단시간에 배출된 온실가스가 즉시 기후변화를 가속해 10년도 채 남지 않은 탄소 예산을 더욱 빨리 소진한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사무소는 지난 7일 바이오매스와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이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을 저감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한국 재생에너지 법제에는 바이오에너지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기준이 없어 산립 바이오매스에 과도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바이오매스 확대를 핵심 산림 정책으로 추진하면서 바이오매스에 태양광, 풍력보다도 높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부여했다. 온실가스 감축 의무나 모두 베기 같은 파괴적인 벌채 방식에 대한 제한은 없다. 미이용 산림 바이오매스 이용량은 지난 3년 동안 4배 가까이 증가해 80만t(톤)을 넘었으며, 정부는 2050년까지 이를 300만t으로 늘릴 계획이다.
송한새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EU의 산림 바이오매스 보조금 제한과 단계적 감축은 대규모 바이오매스가 기후변화를 악화하고 산림파괴를 일으킨다는 과학적 사실과 각계의 우려를 인정해 정부가 지침을 개정한 중요한 사례”라며 “개정안의 예외 조항이나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점 등 한계는 있지만, 유럽 각국이 가장 파괴적인 연료부터 퇴출해야 한다는 데 우선 동의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적 지속가능성이 결여된 한국의 바이오매스 발전이 산림을 태우는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비판받지 않으려면 정부가 나서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