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일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는 총 7561명이다. 이 가운데 만 39세 이하 청년은 729명. 전체의 9.5%다. 2018년 지방선거(7%)와 비교하면 청년 후보 비율이 소폭 증가하기는 했지만, 전체 인구에서 만 18~39세가 차지하는 비율(28%)에 비하면 여전히 낮다. 청년이 상대적으로 도전하기에 부담이 적은 기초의원(지역구) 후보도 전체 4426명 중 446명(10%)에 불과하다.
대선을 기점으로 정치권에서는 ‘청년정치’ 확대를 약속했다. 정치에 처음 도전하는 청년은 기성 정치인에 비해 공천을 받는 데 필요한 정보나 요령이 부족하다. 자신의 정책 비전을 알릴 기회도 적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 같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청년의 정치 진입 문턱을 낮추기 위한 새로운 시도가 벌어지고 있다.
정치 신인에게 ‘검증받을 기회’를
경기 과천·의왕·안양 | 더불어민주당
경기 과천·의왕과 안양 지역구에서는 공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인지도가 낮은 정치 신인 예비후보자도 자신의 공약과 비전을 알리고 객관적인 검증을 받을 수 있었다. 강득구(안양 만안), 민병덕(안양 동안갑), 이재정(안양 동안을), 이소영(의왕·과천) 의원이 지난 4월부터 지방선거공동기획단을 구성하고 절차를 마련했다.
4월 초에는 예비후보자를 대상으로 공천 기준을 안내했다. 4월 10·11일에는 지역구별로 정책토론회를 진행했다. 지방선거공동기획단에 따르면 기초·광역의원 출마 예정자를 검증하기 위한 공개적인 정책토론회가 열린 것은 우리나라 정당 역사상 처음이다. 예비후보자들은 정견을 발표하고 주요 쟁점에 대해 토론했다. 당원과 전문가, 지역 주민 앞에서 공통 질문과 돌발 질문, 후보자 간 질문, 외부검증단과 당원검증단 질문에 답했다.
강득구 의원실은 “토론회를 통해 후보의 기본적인 역량과 자질, 지역 현안에 대한 관심, 민생 현안을 풀어갈 수 있는 문제해결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외부전문가와 권리당원은 정량적·정성적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를 경기도당 공천관리위원회에 제출해 공천 면접에서 판단 근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 예비후보자 소개 동영상과 카드뉴스 콘텐츠를 지역구 국회의원 유튜브·블로그에 업로드하는 등 기성 정치인 인지도를 활용해 정치 신인도 적극적으로 홍보할 기회를 제공했다. 지역구 기초의원의 경우 의왕·과천 지역구에서는 25%, 안양은 50%가 만 40세 미만 청년이다. 과천에서는 박주리(37) 후보, 의왕에서는 한채훈(31) 후보, 안양에서는 곽동윤(28)·김도현(35)·이동훈(30)·장명희(36)·채진기(31) 후보가 출마한다.
‘진짜 인재’ 가려내는 공천 기준
서울 도봉갑 | 국민의힘
서울 도봉갑 지역구에서도 지난 10월 출마 희망자에게 공천 기준을 미리 알리는 자리를 마련했다. 공정하고, 당에 꼭 필요한 인재를 공천하기 위한 여러 항목을 제시했다. ▲당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당원을 얼마나 가입시킬 것인지 ▲SNS 활동 계획 등이었다. 공천 심사 과정에서는 당 변화 계획에 대한 프로젝트 파일을 받아 정성 평가했다. 세부적인 평가 기준도 다시 설정했다. 젊은 세대가 모이는 조직에서 얼마나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지, 어떤 직책을 맡고 있는지, 당을 얼마나 소개하는지 등 정량적, 정성적 요소를 섞어 기준을 만들었다. SNS 활동은 단순히 게시글 수를 세는 데서 나아가 지역 주민이 얼마나 팔로우하는지, 게시 빈도, 게시글 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했다. 국민의힘에서 실시한 PPAT 점수도 참고했다.
김재섭 도봉갑 당협위원장은 “청년이 아이디어가 좋기 때문에 새롭게 정한 기준에는 청년이 걸맞은 경우가 많았다”며 “기존처럼 당 활동을 많이 하는 당원을 포섭하는 방식으로는 이번에 공천을 받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봉갑 지역구에서는 지역구 기초의원 4명 중 2명이 40세 미만이다. 이호석(32)·황수빈(33) 후보가 출마한다.
공천 처음인 신인 위한 ‘집중 교육’
경북 경주 | 더불어민주당
경북 경주에서는 예비후보등록 예정자를 대상으로 ‘공천 집중 교육’을 했다. 청년뿐 아니라 전체 예정자를 대상으로 했지만, 공천 과정을 경험한 적이 없는 청년에게 특히 도움이 됐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제작한 공천 안내 책자를 가지고 공천에서 받을 수 있는 가산·감산 기준, 절대 공천을 받을 수 없는 전과는 무엇인지, 면접 팁 등을 안내했다.
만 18세로 경북 최연소인 김경주 후보는 “정치 신인은 면접 경험이 없으니까 실수를 할 수도 있고 어떤 답변을 준비해야 할지도 막막한데, 이번 교육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정다은 지역위원장은 “청년은 정치 경험도, 네트워크도, 정보도 없어서 맨땅에 헤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당내 정보를 오픈하면 기성세대만큼은 아니라도 그들과 견줄 수 있을 정도의 정보는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설명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경주에서는 지역구 기초의원 6명 중 2명(33.3%)이 청년이다. 김경주(19)씨와 손한나(34)씨가 공천을 받았다.
열정 있는 인재를 찾습니다… ‘현수막 공모’
전남 순천 | 국민의힘
전남 순천은 국민의힘 당세가 센 지역이 아니다. 공천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도 부족해서 지역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출마 자체가 목적인 사람이 공천을 받고는 했다. 이번에는 공천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고 정치 신인을 발굴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순천 시내 곳곳에 ‘출마 희망자 공개 모집’ 현수막을 내걸었다. 7명이 지원했다.
천하람 당협위원장은 정치 경력이나 조직력, 학력, 재산 등을 우선으로 고려하지 않고, 면담을 통해 능력과 인품, 도덕성 등을 확인했다. 천 위원장은 “자격도 안 되는데 출마하려는 사람을 걷어내고 참신하고 열정 있는 사람 위주로 선발하고자 했다”며 “결과적으로 청년이 많이 선발됐다”고 말했다. 이어 “순천은 특히 국민의힘에게는 선거가 쉬운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자기만의 스토리와 능력으로 활동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중점적으로 살폈다”고 말했다. 순천에서는 지역구 기초의원 후보 2명 모두 청년이다. 오태민(21)·육상욱(30) 후보가 출마한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