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기간에 억만장자는 30시간마다 1명 탄생했다. 반면 올해는 코로나19 여파와 식량 가격 상승 등으로 최대 2억6300만명이 새롭게 극빈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새 억만장자 탄생 시간과 맞먹는 33시간마다 극빈층 100만명이 발생하는 셈이다.
23일 옥스팜은 ‘고통으로 얻는 이익(Profiting from Pain)’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오는 26일까지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을 앞두고 각국 정부와 기업의 행동을 촉구하기 위해 발간됐다.
전 세계에는 현재 2668명의 억만장자가 있다. 이들은 코로나19가 발발한 2020년보다 3조7800억 달러(4795조6860억원) 증가한 12조7000억 달러(1만6112조원)를 소유하고 있다. 세계 GDP의 13.9%에 달한다. 2000년 4.4%에서 3배 증가한 수치다.
특히 에너지·식품·제약 등 독점이 쉬운 기업은 기록적인 수익을 올렸다. 식품·에너지 분야 억만장자의 자산은 지난 2년 동안 4530억 달러(574조9929억원) 증가했다. 이틀에 10억 달러(1조2693억원)씩 증가한 셈이다. 5대 에너지회사(BP, Shell, TotalEnergies, Exxon, Chevron)는 1초당 2600달러(33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식품 분야에서는 코로나 발발 이후 지금까지 62명의 새로운 억만장자가 탄생했다.
세계 10대 부자는 하위 40%인 31억명보다 더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근로자 임금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하위 50%에 속하는 근로자가 상위 1%의 1년 소득을 벌기 위해서는 112년 동안 일해야 한다. 코로나19로 고용이 불안해지고 가정 내 돌봄 노동의 필요성이 증가하면서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 해 지역에서는 여성 40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옥스팜은 이대로라면 최대 2억6300명이 극빈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극빈층은 세계은행 기준 하루에 1.9달러(2412원) 미만으로 생활하는 사람이다.
가브리엘라 부커 옥스팜 인터내셔널 총재는 “팬데믹으로 인한 식량 및 에너지 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억만장자들에게는 소위 ‘잭폿’과도 같았다”면서 “반면 극심한 빈곤에 대한 수십 년의 진전은 역행했고, 수백만 명이 단순히 생존하는 데 드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옥스팜은 각국 정부가 당장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억만장자들이 팬데믹으로 얻는 막대한 수익에 일회성 세금을 매겨 식품·에너지 비용 상승과 팬데믹으로 타격을 입은 사람을 지원할 것 ▲모든 산업 분야에서 대기업이 팬데믹으로 얻는 막대한 폭리를 상쇄하기 위해 90%의 초과 이득세를 임시로 도입할 것 ▲영구 부유세를 도입해 극도의 부와 독점력, 슈퍼 리치의 막대한 탄소 배출량을 억제할 것 등이다.
보고서는 “백만장자에게 연간 재산세를 2%, 억만장자에게 5%를 부과한다면 연간 2조5200억 달러를 거둘 수 있다”며 “이 금액으로 전 세계 23억 명을 빈곤에서 구하고 충분한 백신을 생산하며, 저소득·중하위 소득 국가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 의료와 사회적 보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