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월 대선 관련 언론 보도에 여성·장애인·이주민에 대한 혐오표현이 약 3500건 담긴 것으로 조사됐다.
18일 국가인권위원회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를 활용해 54개 신문·방송사의 정치인 발언 보도 현황을 점검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여성 혐오표현을 담은 보도는 3351건, 장애인 39건, 이주민 96건이었다. 대부분 이들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과 편견에 근거한 정치인 발언을 비판 없이 인용했다. 혐오표현의 문제점을 지적한 기사는 10건 이하였다. 인권위는 “정치인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선거기간에 가장 집약적으로 혐오표현이 나타나고는 한다”며 “정치인의 혐오표현은 대상자에게 더욱 직접적인 효과를 발휘하고 급속히 재생산되며, 사회적 파급력도 크다”고 지적했다.
여성 이슈와 관련해서는 ‘페미니즘’이라는 단어 자체에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지 않음에도, 정치인이 여성을 혐오하는 맥락에서 인용한 것을 그대로 보도했다. 여성가족부 관련 사안을 희화하거나 조롱하는 정치인 발언도 추가 설명 없이 전달했다. 청각장애인을 비하하는 단어인 ‘벙어리’도 무분별하게 사용됐다. 특정 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경우를 벙어리에 비유하는 식이었다.
이주민은 사회에 무임승차하는 존재로 그려졌다. 이주민도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등 사회구성원으로서 의무를 행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 ‘숟가락 얻는다’”는 정치인 발언을 비판 없이 전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혐오 발언을 추가 설명 없이 그대로 인용해 보도하는 것은 (혐오적 시각에) 동조한 것과 같다”며 “이 같은 기사는 오히려 혐오를 확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성명을 통해 “혐오표현은 대상 집단 구성원의 인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공론의 장을 왜곡해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포용사회로의 통합을 저해한다”며 “정치인은 이런 혐오표현을 제어하고 대응할 사회적 책임이 더욱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는 6월 1일 치르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과 후보자, 선거운동원, 시민들이 선거 과정에서 혐오표현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이번 선거를 민주주의의 기본가치가 실현되는 공론장으로 만들 수 있도록 함께 해달라”고 요청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