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정치 영역의 성별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 여성 공천할당제를 확대하라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인권위는 12일 “민주주의 사회에서 성평등의 핵심은 국가의 주요 정책과 제도에 관한 입법활동을 하는 의회에서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대표성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 비례대표 의석에 한해서만 의무적으로 시행되는 여성 공천할당제를 지역구의원과 광역·기초지방자치단체장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국회의장에게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의회의원 선거 후보자 추천 시 공천할당제를 비례대표 의석뿐 아니라 지역구 의석에도 의무화하되, 특정 성별이 전체의 60%를 초과하지 않도록 할 것 ▲광역 및 기초 지방자치단체장의 후보 공천 시 할당제를 적용하되 특정 성별이 전체의 60%를 초과하지 않도록 할 것 ▲선거를 통해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정당의 책무임을 천명하고 각 정당이 이를 실행하기 위한 근거 규정을 마련하도록 할 것 등을 권고했다.
각 정당 대표에게는 ▲공직선거 후보자 추천 시 여성의 동등한 참여를 보장하고, 이행방안을 당헌·당규에 명시할 것 ▲주요 당직자의 직급별 성별 현황을 파악해 통계를 공개할 것 ▲당직자와 당원을 대상으로 성인지 의회에 대해 교육할 것 ▲여성 정치인 발굴과 육성 방안을 마련할 것 등을 권고했다. 성인지 의회란, 남녀가 동등한 참여 권리를 가진다는 성평등 원칙에 기초해 구성, 운영되는 의회를 말한다.
제21대 국회의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9%다. 전 세계 평균 여성의원 비율(25.6%)에 못 미치며 세계 190국 중에서는 121위다(2021년 국제의회연맹 기준). 지역구 의원은 전체 253명 중 여성의원이 29명(11.5%)에 불과하다.
현행 공직선거법에서는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 비례대표 의석에 한해서만 “여성을 50% 이상 의무적으로 추천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지역구 의석에 대해서는 “전국 총수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만 규정한다. 광역·기초자치단체장의 경우 성별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한 공천 관련 규정이 없다.
인권위는 “이로 인해 지방자치단체장의 여성 후보 공천율은 매우 낮고, 역대 광역자치단체장 중 여성은 한 명도 없었으며 기초자치단체장 중 여성 비율도 3.5%에 불과해 여성의 과소대표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례대표 의석수가 지역구의 15%에 불과한 상황에서 비례대표 공천할당제만으로는 여성의원의 획기적인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선거보조금 같은 인센티브 방식도 효과가 크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정치 영역에서 남성과 여성의 실질적 참여와 평등 실현을 위해서는 현행 성별할당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