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 동안 국내 100대 기업의 여성 사외이사 수가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체를 두고 보면, 여성 사외이사 비율은 15%에 불과했다.
22일 헤드헌팅 전문업체 유니코써치는 상장사 매출 기준 상위 100개 기업을 조사한 ‘2021 국내 100대 기업 사외이사 현황 분석’을 발표했다. 해당 기업들의 사외이사 수는 448명이었다. 이 중 여성은 전체의 15%에 해당하는 67명이었다. 지난해 35명보다 32명 늘어난 숫자다.
다수의 기업이 임기 만료 등으로 물러난 이사 자리에 여성을 새로 배치했다. 전체 사외이사 448명 중 119명은 올해 처음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이 중 42명(35.3%)이 여성이었다. 여성 사외이사를 가장 많이 둔 곳은 한국가스공사였다. 사외이사 8명 중 3명(37.5%)을 여성으로 채웠다. 삼성전자(33.3%)와 S-Oil(33.3%), 금호석유화학(28.6%), 한국전력공사(25%) 등은 2명의 여성 사외이사를 뒀다.
100대 기업 중 여성 사외이사가 한 명이라도 있는 곳은 60곳이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여성 사외이사를 둔 100대 기업은 30곳에 불과했으나 1년 사이에 2배로 늘었다. 내년 8월부터 시행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자산 총액이 2조원 넘는 기업은 이사회를 남성 또는 여성 한쪽 성별로만 채워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이사회가 남성만으로 구성돼 있었다면, 내년 8월부터는 여성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포함한 전체 이사회 구성원 중 여성 비율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전체 이사회 구성원 739명 중 여성은 70명(9.5%)이었다. 올해 미국 S&P500 지수 소속 기업의 이사회 내 여성 비율(30%)의 3분의 1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영국·프랑스·독일 상장기업 이사회의 여성 비율도 각각 34.3%, 43.3%, 25.2%로 우리나라 기업보다 높았다.
김혜양 유니코써치 대표는 “최근 ESG 경영 열풍과 내년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 등으로 재계에서 여성 사외이사를 영입하려는 열기가 뜨겁지만, 현장에서는 인재풀이 적어 문제가 되고 있다”며 “앞으로 민관 차원에서 우수한 여성 사외이사 인재를 육성하고 교육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