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딜로이트 글로벌에서 발표한 ‘밀레니얼 서베이 2020’ 결과에 따르면, MZ세대(밀레니얼과 Z세대)의 최대 관심사는 ‘환경보호’였다. MZ세대는 ‘가치 소비’의 일환으로 친환경 제품과 재활용 제품을 소비하는데, 그 기저에는 환경보호, 기후변화 대응, 평등, 정의 등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그들의 소신과 철학이 담겨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MZ세대는 사회적 신념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며, 자신들의 신념에 위배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행동을 취함으로써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현재와 미래의 핵심 소비자인 MZ세대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라도 기업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전 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펼치는 글로벌 기업들이 지속가능발전을 고려한 경영 목표를 앞다퉈 발표하고 실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은 1972년 로마클럽에서 발간한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이 보고서는 인구 증가와 경제성장이 이대로 지속될 경우 100년 안에 지구가 파괴적인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후 유엔은 제70차 총회에서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이행하기로 결의했다. 지속가능발전목표는 ▲기후변화, 환경오염 등 환경 문제 ▲빈곤, 성차별, 교육 격차 등 인류의 보편적 문제 ▲기술, 주거, 고용 등 경제·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하 ‘코이카’) 역시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국제개발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사람(People), 평화(Peace), 번영(Prosperity), 환경(Planet)의 ‘4P’를 핵심 가치로 선정하고 협력국의 빈곤 감소, 여성·아동·장애인의 인권 향상, 성 평등 실현 등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코이카가 추진하고 있는 그린뉴딜 ODA 역시 지속가능발전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코이카는 글로벌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달성에 기여하고자 기후변화 대응 사업을 지속해서 늘릴 계획이다. 국제기구와의 협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지난해 녹색기후기금(GCF·Green Climate Fund)과 협업해 피지 태양광 사업에 500만달러 재원을 유치했으며, GCF의 수탁인증기관이 되도록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 코이카의 녹색 손길이 닿고 있다. 코이카는 인도네시아와 동티모르 전력 소외 지역에 2024년까지 태양광 에너지를 보급하기로 했다. 태양광발전을 활용하여 보건, 생활용수 공급 등 기초 사회서비스 분야 중심으로 전력을 공급해 협력 대상국의 코로나19 단기적 대응에도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우간다에서는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농가를 돕고 있다. 태양광을 활용해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저탄소 농법을 도입해 지속 가능한 농가의 소득 창출 기반을 마련하는 사업을 2023년까지 진행한다.
코이카의 활동, 즉 국제개발협력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구촌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것이다. 코이카의 사업에 관심을 갖고 응원을 보내는 MZ세대가 늘고 있는 것도 어쩌면 그들이 국제개발협력을 일종의 ‘가치 소비’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비용을 들인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소비에 적기가 있듯 지속가능발전목표도 때를 놓치면 안 된다. 국제개발협력을 통한 지속가능발전은 최고의 가치 소비다. 1972년의 경고는 단지 경고에서 끝나야 하기에.
백숙희 KOICA 아프리카중동중남미본부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