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에 울려 퍼진 “레디, 액션”… 혹시 아나요? ‘제2의 봉준호’가 여기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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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네이버스·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 ‘무주산골 영화캠프’

10여 명으로 시작한 무주 학생영상동아리
초·중·고 40명, 단편영화 찍을 만큼 성장해
시나리오·촬영 직접… 전북영화제 은상 수상

드림하이 프로젝트서 카메라 등 장비 지원
지역 현직 영화인들은 교육에 팔 걷어붙여

김수광군은 고 3이다. 방과 후 또래들이 입시학원으로 향할 때 수광군은 시외버스터미널로 간다. 대전에 가서 연기를 배우기 위해서다. 2시간의 배우 수업을 위해 매일 전북 무주와 대전을 오갔다. 이동하는 데만 왕복 3시간. 그래도 꿈이 있어서 행복하다. 처음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한 건 지난 2018년 영상동아리에 들면서다. 무주 초·중·고 4개교 학생 40명으로 구성된 ‘무주학생연합 영상동아리 DVD’는 지역 학생들이 무주군을 배경으로 단편영화를 제작하는 활동을 한다. 배우, 연출, 스크립터, 미술, 카메라, 동시녹음, 시나리오까지 영화 제작의 전 과정을 학생들이 직접 도맡는다. 초보 티를 조금은 벗어 던진 지난해에는 단편영화 두 편을 내놨다.

무주산골영화캠프
무주학생연합 영상동아리 학생들이 무주 호롱불마을을 배경으로 한 단편영화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 ⓒ굿네이버스

‘제2의 봉준호’ 꿈꾸는 무주 아이들

무주군은 인구 2만4303명의 소도시다. 지난 2013년 인구 2만5398명을 기점으로 매년 인구가 감소하는 소멸위기 지역이다. 문화자원도 부족하다. 영상동아리를 만들기 전만 해도 학교는 물론 지역사회에서 영화에 대해 배울 기회가 없었다. 학생들이 배우, 영화감독, 시나리오 작가 등 저마다 꿈을 키우게 된 계기가 바로 이 영상동아리다.

지난 한 해는 몽땅 영화 제작에 쏟아부었다. 학생들은 4월부터 단편영화 구상을 시작했다. 직접 작성한 여러 시나리오를 놓고 회의를 거듭하며 시나리오를 다듬어나갔다. 지난한 회의를 거쳐 두 개의 작품을 선정했고, 팀을 나눴다. 각자 역할을 정하고 무주군 여러 마을을 돌아다니며 촬영 장소도 섭외했다.

본격적인 촬영은 지난 6월 4박 5일 일정으로 열린 ‘무주산골 영화캠프’에서 이뤄졌다. 시각장애로 학교생활 등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주변의 도움을 받아 함께 성장하는 작품 ‘특별한 나’, 타 지역에서 무주로 전학 온 학생이 낯선 학교와 일상에서 부딪히는 갈등을 극복하는 과정을 담은 작품 ‘학교 가는 길에’ 촬영이 시작됐다. 러닝타임은 각각 10분. 캠프가 열린 무주 호롱불마을이 주 촬영지였다. 낮에 촬영하고 밤에는 편집본을 공유하며 영화를 완성해갔다. 영화 관계자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촬영 중에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의 조민호 감독이 현장을 찾아 연출을 지도했고, 김선영 배우도 영화캠프를 방문해 연기 지도와 진로 상담을 했다.

학생들은 지난 8월 개최된 ‘2019 무주청소년영화제’에서 완성된 작품 두 편을 공개했다. 무주고 김재준군이 연출한 ‘학교 가는 길에’는 지난해 11월 열린 전북청소년영화제에도 출품돼 은상을 받았다. 2019 전북사랑영상공모전에서 청소년부 대상을 받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영화캠프에 함께한 무주고 이영주 교사는 “중고등부 10여 명으로 출발한 영상동아리가 이번 캠프를 계기로 영화제에 나설 정도로 성장했다”며 “앞으로 영화캠프를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이어갈 방안을 마을교육공동체와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아이들의 성장에는 한계가 없다

굿네이버스와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은 문화 소외지역 청소년을 지원하는 ‘드림하이-미래성장 프로젝트’를 통해 무주 학생들을 지원했다. 학생 지도를 위해서는 무주마을교육협동조합이 나섰다. 나승인 무주마을교육공동체 공동대표는 “초등학교 4학년 아이에게서 시나리오의 기본 아이디어가 나오고 하루가 다르게 연기력과 촬영 능력이 발전하는 걸 지켜보면서 아이들의 성장에는 한계가 없다는 걸 발견했다”고 했다.

무주 학생들의 영화 제작 소식을 들은 지역사회도 힘을 보탰다. 현재 영상동아리 학생들은 완주공동체미디어센터와 전북독립영화협회의 도움을 받아 현직 영화인들로부터 교육받고 있다. 지자체와 교육지원청에서도 농어촌교육특구 사업, 청소년 특기적성교육 지원사업을 통해 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영상동아리에서 연출을 맡은 김재준군은 “무주 지역처럼 시골은 도시에 비해 전문적인 영상 제작 교육을 받는 게 쉽지 않은데,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영화 공부를 계속할 수 있게 됐다”며 “농어촌지역 학생들의 발전을 위해 문화 소외지역에 더 많은 지원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은 매번 장비를 대여해 촬영을 진행하는 무주산골 영화캠프 참여 학생들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카메라, 메모리카드, 조명세트 등 총 1300만원 상당의 촬영 장비를 추가 지원했다. 무주 학생들의 영화에 대한 열정을 확인한 전북 무주교육지원청은 영화 관련 특성화고등학교 설립을 추진 중이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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