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변이 사는 法] “폐쇄적 심사가 ‘가짜 난민’ 만들어…난민, 소수자 문제로 바라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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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변이 사는 法] 김연주 변호사


지난 17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김연주 변호사는 “난민 인권을 국민 인권과 대치시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사회적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공정하고 정확한 난민심사 제도를 마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신영 C영상미디어 기자

“정부는 난민 신청자를 ‘가짜 난민’이라는 프레임으로 바라봅니다. 법률 상담으로 만난 한 난민 신청자는 ‘내가 난민 신청을 했다는 이유로 한국 정부가 벌을 내리는 것 같다’며 고백하기도 했어요. 아시아 최초 난민법 시행국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김연주(33) 난민인권센터 변호사는 난민 신청자를 억압하는 오랜 관행들과 싸워왔다. 그가 난민 분야에 처음으로 발을 디딘 건 2013년. 공교롭게도 한국에 난민법이 도입된 해다. 난민을 보호하는 법과 제도가 마련됐지만, 정작 난민을 쫓아내는 불합리한 관행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올해로 7년째. 난민 분야 하나에만 집중해온 김연주 변호사는 최근 법조공익모임 나우에서 선정하는 ‘2019 청년 공익변호사 대상’을 받기도 했다.

정부가 만들어 낸 ‘가짜 난민’

“난민 관련 제도의 문제점은 난민 신청자들의 증언으로 발견되는 게 많아요. 이를테면 난민 인정 사유가 명백해 보이는 케이스인데 심사조차 받지 못할 때가 있어요. 이유를 알아보면 법무부 내부 지침이 바뀌었다는 답변만 돌아와요. 당사자들에게 명확히 설명해주는 것도 아니고요. 내부 지침은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소송을 통해 구제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선제 대응도 못 하죠.”

지난 17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김연주 변호사는 ‘난민 인정 심사의 투명성 문제’를 가장 먼저 꺼냈다. 지난 6월 난민인권센터는 ‘법무부 난민면접 조작사건 피해자 증언대회’를 열고 폐쇄적인 난민 심사 제도의 문제점을 세상에 알렸다. 김 변호사는 “난민 신청서에 당사자가 직접 쓴 내용과 난민심사관이 작성한 면접 조서가 터무니없이 달랐다”며 “고국의 박해를 피해 한국을 찾았다고 말했지만, 면접 조서에는 ‘한국에서 일하기 위해’라고 조작하는 식이었다”고 했다. 심지어 여성 난민 신청자의 성별이 남성으로 잘못 기재돼 있기도 했다. 정부가 ‘가짜 난민’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난민 면접을 담당하는 난민심사관은 사실상 난민 인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요. 그런데도 면접 조사는 외부 관리감독 없이 진행되고 있어요. 해당 사례는 2015~2016년 당시 일이라 구제받지 못하고 이미 본국으로 강제 송환당한 분도 있습니다.”

법적 근거 없이 이뤄지는 난민 인권침해 사례를 챙기는 일도 김 변호사의 몫이다. 최근 법무부는 동향조사라는 명목으로 난민 신청자에 대해 가택 침입, 통장 조회, 종교생활 조사 등을 진행했다. 뚜렷한 조사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난민 신청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대표적 사례”라며 “올 초엔 아랍권 출신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조사가 이뤄져 국가인권위 진정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비슷한 일은 또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해 제주에 들어온 예멘인 난민이 사회적으로 크게 주목받은 일을 하나의 계기로 삼는다. 그는 “그간 난민을 남의 나라 일로만 생각하다가 이제 ‘내 일’로 생각하기 시작한 사건”이라며 “찬반 의견이 크게 부딪치면서 갈등이 일어나고 있지만, 이 모두가 우리 사회가 난민을 받아들이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별과 불평등은 모든 소수자의 문제

법과 제도가 있더라도 정부 차원에서 제대로 운용할 의지가 없으면 아무 소용없다. 김연주 변호사는 대표적 사례로 공항에서 난민 인정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한 ‘출입국청 난민 신청 제도’를 지목했다. 난민법 제6조에는 외국인이 입국 심사를 받을 때 출입국항에서 난민 인정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 제도가 오히려 입국 기회를 사전에 막는 제도로 작동한다는 이유에서다. 김 변호사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심사를 위해 마련된 제도인데, 사전 심사로 전락했다”며 “여기서 불회부 처분을 받으면 이의 신청도 불가능해 고국으로 돌아갈 수도 국내에 들어올 수도 없는 처지가 된다”고 지적했다. 공항이나 항구에서 난민 심사 불회부 처분을 받으면 대개 소송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12월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왔다가 출국장에서 287일간 생활한 끝에 입국한 루렌도 가족이 대표적이다. 김 변호사는 “재판부의 입국 허가가 한국 생활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라며 “겨우 난민 인정 심사를 받을 기회를 부여받은 소수자일 뿐”이라고 했다.

김연주 변호사가 소수자 문제에 관심 갖기 시작한 건 대학 시절 장애인 야학에 참여하면서다.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성인 지체장애인을 대상으로 수업하는 자리였다. 그는 “당시 만났던 분들의 사연을 듣고서는 쉽게 그만둘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두 번 수업했는데, 경기도에서 지하철을 몇 번이나 갈아타고 오는 분이 많았어요. 저는 한두 시간 정도 짬 내면 되는 거지만, 그분들에게는 마음먹고 해야 할 일인 거죠. 그때부터 장애인 이동권이나 교육권 같은 소수자 인권 문제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어요.”

소수자에 대한 관심은 그를 난민 전문 공익변호사의 길로 이끌었다. 재단법인 동천에서 변호사로 첫발을 내디디면서 맡은 업무가 바로 난민 분야였다. 김 변호사는 “평소 이주민이나 난민을 만날 일이 없었기 때문에 공부하면서 해야 했다”며 “사실 그때만 하더라도 장애인 분야에서 활동하고 싶은 갈증이 있었는데, 본격적인 활동을 하면서 반차별과 평등이라는 가치가 어느 한 분야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난민을 소수자 문제로 인식해야 하며 국민 인권과 대치시켜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난민 문제에 공감할 수 있을까 고민해요. 법률을 통한 피해 구제 활동만 할 순 없거든요. 아직 명확한 답을 찾진 못했지만, 난민에 대한 대중의 오해를 풀고 접점을 만드는 일도 기획하려고 해요. 쉽진 않을 거예요. 다만 10년쯤 지나면 우리 사회가 난민과 그들의 상황을 더 많이 이해할 만큼 성숙해져 있지 않을까요.”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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