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안 좋아도… ‘사회공헌’ 안 줄이겠다는 기업들
Share on facebook
Share on twitter
Share on print

[2020년 10대 그룹 사회공헌 전망]

기업 모두 사회공헌 예산 유지·확대
“사회적가치 중요”…사회적경제 조직에 주목
신규 사업으로 ‘복지 사각지대’ 발굴 

올해 최악의 실적 부진을 겪은 국내 기업들이 내년도 사회공헌 예산만큼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더나은미래가 국내 매출 상위 10대 그룹을 대상으로 ‘2020년 사회공헌 전망’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모두 경영 실적과 무관하게 예산을 유지 혹은 확대하겠다고 답했다. 10대 그룹 가운데 현대자동차와 농협을 제외한 삼성, SK, LG, 롯데, 포스코, 한화, GS, 현대중공업 등 나머지 8개 기업은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난 상황이다. 조사에 응하지 않은 삼성을 제외한 현대차, SK, LG, 롯데, 포스코, 한화, GS, 현대중공업 등 8곳은 사회공헌 예산을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응답했다. 농협은 유일하게 예산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 현황 공시에서 매출 상위 10위에 든 그룹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온라인 설문과 기업 실무진 전화 인터뷰를 병행했다.

기업들, 전반적 실적 악화에도 사회공헌 예산은 ‘유지’

지난달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2019 주요 기업의 사회적가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들이 사회공헌에 지출한 비용은 2조6060억원 규모였다. 최근 5년간 통계를 살펴보면 사회공헌 지출 규모는 대내외 경제 상황이나 기업 실적에 영향을 받아왔다. 특히 올해는 미·중 무역 분쟁과 글로벌 수출 감소 등으로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내년도 사회공헌 예산도 전반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기도 했다.

더나은미래가 지난달 27일부터 열흘에 걸쳐 10대 그룹을 대상으로 사회공헌 전망을 조사한 결과, 국내 기업들은 실적과 관계없이 내년 사회공헌 예산을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업의 사회적책임이 점점 강조되는 상황에서 경영 실적에 따라 사회공헌 예산을 줄이는 것은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사 기업 가운데 농협은 내년 사회공헌 예산을 올해보다 확대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1월 지역사회공헌부를 신설해 지역·법인별로 분산된 사회공헌 활동을 체계화하고,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에 속도를 올렸다. 함한진 농협중앙회 지역사회공헌부 차장은 “내년에는 취약 계층이 많은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대학생 멘토링 교육, 범농협 노블사회공헌 봉사단 전국 운영 등 신규 사업을 준비 중”이라며 “계열사마다 대표 사업으로 내세울 만한 프로그램을 하나씩 선정해 사업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들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대부분 기업이 기존 사업을 지속하면서 신규 사업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재호 현대자동차그룹 사회문화팀 부장은 “단기 사업이 아니라 ‘긴 호흡’으로 갈 수 있는 중장기 지원 사업에 집중하자는 게 그룹 사회공헌의 기조라서 내년도 사업 내용도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며 “장기적 지원을 통해 더 큰 사회적 임팩트를 만들어 내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특히 지난해 고용노동부와 협약을 통해 2023년까지 사회적기업 150곳을 육성하고 1250명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로 한 중장기 지원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명행 SK수펙스추구협의회 부장은 “사회적경제 생태계 활성화에 집중하는 차원에서 올해 5월 개최한 ‘소셜밸류커넥트(SOVAC)’를 내년에도 개최할 계획”이라며 “사회적기업이 만들어내는 성과를 측정해 개별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사회성과인센티브’ 등도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주요 사회공헌 대상으로 ‘사회적경제 조직’ 지목

이번 조사에서는 사회적기업이나 소셜벤처 등 ‘사회적경제 조직’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업들은 내년도 사회공헌 사업의 주요 대상을 묻는 문항에서 ‘사회적경제 조직'(6곳·이하 중복 응답)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아동·청소년(5곳), 사회 일반(4곳), 환경(4곳), 다문화 가정(3곳), 여성(2곳), 장애인(2곳)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들은 “사회적기업이나 소셜벤처 지원은 사회적가치를 극대화하는 방법 중 하나”라며 “기존에도 사회적경제 조직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었지만 최근 들어 더 관심을 갖는 분위기”라고 입을 모았다.

사회공헌 관심 분야를 묻는 문항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현대차, SK는 ‘사회적경제 조직 지원’을 향후 추진 분야의 최우선순위로 꼽았다. LG, 한화, GS 역시 우선순위 3위 안에 포함했다. 사회적경제 조직을 지원하면 사회문제 해결과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는 것, 사회적경제 조직이 자립에 성공할 경우 자체적으로 지속 가능한 사회공헌 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 등을 이유로 들었다.

올해 기업들이 내놓은 메시지에는 유독 ‘사회적가치’가 자주 언급됐다. 최태원 SK 회장은 ‘사회적가치’ 전도사로 불릴 만큼 참석하는 자리마다 기업의 사회적가치 추구 필요성을 강조했다. 포스코는 지난 1일 “사회적가치를 생산하는 사회적경제 조직에 대한 구매 우대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기업들의 움직임은 문재인 정부의 사회적경제 활성화 조치와도 궤를 같이한다. 최근 청와대는 대통령정책실 내에 사회적경제를 통한 사회서비스 활성화 TF를 꾸려 부처 간 협업은 물론 민간과 소통 창구 마련에 나섰다.

내년도 ‘신규’ 사회공헌 프로그램은 정부 복지제도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를 중심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 설문에서 2020년 신설 예정 프로그램을 묻는 문항에서는 현대차, SK, LG, 한화, GS, 농협 등 6곳이 ‘3개 이상’으로 답했다. 롯데와 포스코는 2개, 현대중공업은 1개 프로그램을 새롭게 준비 중이다. 김상일 한화사회봉사단 부장은 “업(業)의 특성을 기반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것도 하나의 추세”라며 “비즈니스 연계 사업 등 각자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기존 프로그램을 내실화하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만큼 단순히 프로그램 수나 규모로만 평가하긴 어렵다”고 했다. 한 그룹 관계자는 “사회공헌 전략으로 하나의 큰 방향을 설정하고 움직이는 기업은 잘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나머지는 못하는 것처럼 평가받는 점이 아쉽다”며 “오랜 방식이라도 유능한 비영리단체와 꾸준히 복지 공백을 채우는 사업들에도 주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관련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