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 커피, 여성 농부의 손으로 다시 태어나다
Share on facebook
Share on twitter
Share on email
Share on print

[인터뷰] 안젤리끄 튜이센지 르완다 커피여성그룹 쿵가하라 의장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아름다운커피 경복궁점에서 만난 안젤리끄 튜이센지 쿵가하라 의장은 “여성 농부의 손으로 생산한 커피 첫 수출지인 한국과 인연을 맺게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신영 C영상미디어 기자

올해 초 아름다운커피는 르완다 여성 농부의 역량을 키우고 소득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뷔샤자 커피협동조합 내에 여성그룹 ‘쿵가하라(Kungahara)’를 결성했다. 쿵가하라는 ‘풍요로운 삶을 위하여’라는 뜻의 키냐르완다어다. 이들은 흔히 ‘남성의 작물’로 여겨지는 커피를 여성 농부의 손으로 직접 키우고 소비자에게 선보이기 위해 커피 생산의 전 과정을 섭렵했다. 최근 쿵가하라는 첫 결과물로 ‘여성의 커피(Coffee by women)’를 내놓고 첫 해외 수출지인 한국과 연을 맺었다. 지난 9일 서울에서 개최된 월드커피리더스포럼 연사로 나서기 위해 한국을 찾은 안젤리끄 튜이센지(28) 쿵가하라 의장은 “커피 애호가들의 가치 소비로 르완다 여성 농부들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커피협동조합 내에 별도의 여성그룹을 만든 이유는 뭔가?

“기존 커피 생산 구조는 남성 중심이다. 여성 농부는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받을 수 없다. 여성은 커피 재배와 수확 같은 낮은 임금의 역할만 수행하고, 가공과 테스팅 등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업무는 남성들이 독식하고 있다. 르완다에서 커피 재배 노동력의 약 70%를 여성이 맡고 있지만 높은 소득원은 모두 남성의 차지다. 여성그룹 결성은 그 구조를 깨기 위한 시도다.”

―여성농부가 차별받고 있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커피 한 잔이 소비자를 만나려면 씨 뿌리기부터 묘목 재배, 가지치기, 열매수확, 가공, 유통에 수출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는데 부가가치가 높은 업무는 남성들이 맡고 있고 또 당연한 듯 여긴다. 정부 차원의 역량강화 교육도 남성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여성들은 가공과 유통 업무에 대한 교육받을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다.”

―기득권인 남성 조합원들이 여성그룹 결성을 반대했을 것 같은데?

“뜻밖에 남성들도 쿵가하라 조직을 지지했다. 남성들 역시 커피 농사에 여성들이 집중적으로 투입되는데도 수입은 적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거다. 여성 농부의 수입이 늘어나면 가계 소득 자체가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독자적인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가장 큰 문제는 가공 시설이었다. 커피를 건조할 때 사용하는 드라잉베드를 구하는 것부터 일이었다. 저장 창고도 겨우 구했다. 처음에는 가공 인력도 부족했지만, 지금은 구성원 206명 모두 제역할을 해내는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르완다 정부는 스페셜티 커피 생산을 국가 전략으로 삼고 지원하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는 지역과 환경에 따라 특유의 맛과 향을 지닌 고급커피를 말한다.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의 10가지 항목 평가를 거쳐 8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커피 재배에 적합한 조건을 갖춘 쿵가하라는 올해 19톤의 스페셜티 원두를 생산했다. 이들 농장은 해발 1500~1900m 고지에 자리 잡고 있어 커피나무 생육에 알맞은 온도와 습도를 유지할 수 있다. 또 영양분이 풍부한 화산토 위에 농사짓고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올해 농사는 끝난 건가?

“르완다에서 11월은 우기다. 이 시기 농부들은 정부에 비료와 살충제 지급을 신청한다. 12월부터는 비료를 뿌리고 병충해를 잡고, 2월에서 6월까지 본격적인 수확과 가공이 이뤄진다. 커피열매는 초록색에서 주황색, 빨간색 순서로 변하는데 빨갛게 익었을 때 따야 한다. 일조량이나 습도 등에 따라 한 나무에서도 열매가 익는 속도가 제각각이고, 일일이 손으로 따기 때문에 수확기가 긴 편이다. 수확이 끝나면 가지치기 작업을 한다. 커피나무 관리는 원두의 품질과 직결되고 소득에도 영향을 준다.”

―소득은 전에 비해 높아졌나?

“아름다운커피와의 공정무역을 통해 커피 생산량 1kg당 0.44달러를 거래대금에 추가 지급받는다. 또 별도 규정이 마련된 건 아니지만 여성농부에게 쓸 수 있는 우먼스 프리미엄을 1kg당 0.5달러씩 지급받고 있다. 우리는 좋은 품질로 이에 보답하는 것이다.”

―우먼스 프리미엄?

“여성기금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기금을 적립해 여성농부들에게 돌려주는 건데, 매달 여성총회를 열어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투표로 선정하고 집행한다. 현재 기금 사용처는 크게 두 가지인데,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비와 건강보험비 지원이다. 특히 건강보험비는 1인당 한해 3000르완다프랑(약 4200원) 수준이다. 그런데 가족구성원이 모두 가입해야 하는 구조라 6인 이상 대가족은 가입을 꺼리게 되는데 이런 가정들에 기금을 지원하고 있다.”

―여성그룹을 꾸리고 나서 일어난 변화가 있다면?

“조합원의 가족 중에 영양실조 아동은 한 명도 없다. 여성의 경제력이 올라가면 아이들의 영양 상태도 좋아진다. 소득을 온전히 가정에 쓰는 거다. 그간 가계를 책임지던 일부 남성들은 소득을 유흥에 낭비하며 가정을 돌보지 않기도 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르완다로 돌아가면 동료에게 우리 그룹과 커피에 대한 관심을 전해줄 거다. 이러한 관심과 응원을 동력 삼아 여성의 문제 해결을 넘어 청년 일자리와 환경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싶다. 커피 한 잔을 마실 때마다 르완다에서 벌어지는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했으면 좋겠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관련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