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법] “종교 활동 금지도 박해” 난민 심사 일관성 유지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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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탁건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

로마 제국의 초기 기독교인들은 박해 대상이었다. 황제 숭배를 거부하고 도시의 수호신을 경배하지 않아 기존 사회 질서에 위협이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이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을 공공연히 드러내지 않고 신앙을 숨겼다면 위해를 입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로마 지하 카타콤에서 몰래 ‘안전하게’ 예배를 드리던 초기 기독교인들은 ‘박해를 받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까?

2000년대 초반 미국의 한 난민 소송에서 법원은 초기 로마제국 기독교인들의 사례를 예로 들며 ‘종교의 자유’에는 ‘종교 활동의 자유’도 포함한다는 점을 다음과 같이 명쾌하게 제시한 바 있다. “초기 로마제국의 기독교인들이 숨어서 종교 생활을 했다면 사자 밥이 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로마제국이 기독교인을 박해하지 않았다거나, 자신의 종교를 숨기지 않은 기독교인이 합리적이지 못한 행동을 했다는 결론이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8월 한국 법원에서도 ‘종교 활동에 대한 자유’의 침해를 이유로 난민 지위를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난민의 손을 들어줬다는 사실만으로 반가운 결정이다. 작년 한 해만 1만6000명이 넘는 난민 신청자가 있었지만, 50여 명만 최종적으로 난민 인정을 받았다. 난민 인정률이 1%도 되지 않는 셈이다. 법원에서 난민 신청자의 승소가 가뭄에 콩 나듯 드물다는 점도 안타까운 일이다.

이 사건에서의 원고는 이슬람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이란 국적 난민 신청자였다. 법원은 이슬람교가 국교인 이란에서 기독교로의 개종은 ‘배교 행위’로 사형에까지 처해질 수 있는 범죄로 규정되어 있다는 사실과, 십자가를 착용하는 등의 공개적인 종교적 표현과 전도 행위 등도 정부 탄압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따라서 원고가 이란으로 돌아가게 될 경우 박해를 피하기 위해서는 공개적인 종교의식을 행할 수 없는데, 법원은 그 사실 자체가 박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내면의 신앙심에 반하여 기독교인임을 숨기고 생활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종교 활동의 자유를 포기하게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므로 그 자체로 박해에 해당한다”는 이번 법원의 판단은 법리적인 의미가 크다. 당연하게 들릴 수도 있는 이 논리가 항상 일관되게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거 법원은 ‘박해를 피하기 위해 자신의 종교를 숨기는 것’만으로는 난민 협약에서 말하는 박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이러한 해석은 매우 부당하다. 종교의 자유는 자신의 종교를 적극적으로 실천할 자유를 포함하며, 종교의 실천은 당연히 선교 활동을 포함한 신앙심의 외부적 표출까지 포함한다. 즉 ‘사자 밥’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숨어서만 예배를 드려야 한다면,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은 모든 사람의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며 여기에 ‘예배, 의식, 행사 및 선교에 의하여 그의 종교나 신념을 표명하는 자유’가 포함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도 당사자에게 중요한 종교 행위가 제약된다면 박해에 해당한다는 해석을 제시하고 있다. ‘종교의 자유는 종교 활동의 자유를 포함한다’는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해석을 제시한 이번 법원 결정이 사법부뿐만 아니라 1차 난민 심사 결정을 내리는 법무부에서도 일관되게 유지되기를 희망한다.

 

공동기획 |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재단법인 동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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