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일자리 문제의 해법은?”…청년이 묻고, ‘정책’이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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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과 청년 기자 특별 대담

지난 21일 더나은미래가 마련한 ‘청년 일자리’ 대담에 참석하기 위해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과 청년 기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정해주·김수아 청년 기자, 이목희 부위원장, 고재민·정승훈 청년 기자. ⓒ장은주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2017년 대통령 취임 1호 업무 지시로 만들어진 ‘일자리위원회’는 일자리를 기획·발굴하고 부처 간 일자리 정책을 조정·점검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위원장은 대통령. 실무는 이목희(66) 부위원장이 맡고 있다. 일자리 창출의 핵심은 ‘청년’이다. 더나은미래는 청년 일자리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정부와 청년이 만나 소통하는 특별한 대담의 장을 마련했다. 더나은미래가 올 초 자체 선발한 청년 기자 중 4명(고재민·김수아·정승훈·정해주)을 이목희 부위원장과 직접 만나게 했다.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 일자리위원회에서 진행된 대담은 예정된 90분을 훌쩍 넘겨 120분가량 이어졌다. 청년 기자들은 취업의 문턱에서 피부로 느끼는 생각과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놨고, 이목희 부위원장은 일자리 정책에 대한 청년들의 지적과 궁금증에 시원하게 답했다.

“中企 기피할 곳 아냐… 강소기업 육성해 미스매치 해소할 것”

정해주=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가 출범한 지 2년이 됐는데, 정확한 역할과 권한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르는 국민이 많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요?

이목희=일자리위원회는 장관 11명 포함해서 민간위원까지 총 30명으로 구성됐습니다. 각 부처가 일자리 문제에 더 많은 정책을 발굴하게 하고, 부처별 협조를 원활하게 하는 게 저희 일이죠. 오는 2022년까지 4년간 민간 일자리 53만개 창출하는 게 일자리위원회의 목표입니다.

정승훈=청년들 입장에서 피부에 와 닿는 건 수치보다 세부 정책입니다. 취업 현장에서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악용하는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청년내일채움공제 지원금을 연봉에 합산해서 제시하는 기업이 있고, 초단시간 일자리인 ‘쪼개기 알바’도 성행합니다. 정부에서도 노력하고 있지만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청년들 입장에선 힘이 빠집니다.

이목희=어떤 제도라도 현장에 적용해보면 100% 취지대로 되지는 않습니다. 복지 제도에도 부정 수급이 발생하기 마련이잖아요? 문제는 ‘어떻게 최소화하느냐’인데, 우선 단속을 해야겠죠. 완벽하게 뿌리 뽑을 수는 없겠지만, 정책의 취지를 악용하는 사례는 반드시 단속하겠습니다. 물론 더 중요한 건 애초에 기업들이 정부 정책을 악용하지 않는 건데요. 조금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기업들도 알게 될 겁니다. 청년들에게 충분한 대우를 해야 유능한 인재를 얻을 수 있고, 그래야 기업의 미래가 있다는 걸.

고재민=정부가 내놓은 청년 일자리 정책을 살펴보면 중소기업 취업을 유도하는 내용이 많은데요. 앞서 언급된 청년내일채움공제나 청년추가고용장려금도 금전적 유인책이죠. 단순히 임금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청년들을 중소기업으로 끌어들이기보다 오랫동안 근속할 수 있는 조직을 늘리는 게 우선 아닐까요?

이목희=일본과 독일을 왜 산업강국이라고 합니까. 중소기업이, 협력업체가 강력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생산성이 너무 낮아요. 작업 환경도 너무 나쁘고…. 그래서 젊은 사람이 없어요. 현재 정부는 중소기업의 작업 환경 개선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일하려고 왔다가 ‘이런 환경에서는 못한다’며 떠나는 청년이 없게끔 말이에요. 또 하나,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종속된 구조에서는 변화를 모색하기 어렵거든요? 위원회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 협력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정책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중소기업 조직 문화도 빠른 속도로 변화할 수 있을 겁니다.

김수아=혹시 대학교 커뮤니티 사이트에 접속해 보신 적 있나요? 중소기업에 대한 악평이 자주 올라오거든요. 그러다 보니 중소기업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 자체가 너무 안 좋아요. 일자리 ‘미스매치’가 생기는 원인이기도 한데요. 이런 문제를 해소할 방안은 없을까요?

이목희=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꺼리지 않도록 하는 건 정부와 기업인의 책무라고 생각해요. 물론 다른 나라에도 대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유독 심해요. 우리 청년들이 별나서 그런 게 아닙니다. 해외에 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갭이 그만큼 큰 거죠. 오래된 일이지만, 괜찮은 중소기업 다니던 한 청년이 처우가 더 나쁜 대기업으로 이직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장가가려고요”라고 답해요. 씁쓸한 일이죠. 큰 조직에서는 정말로 탁월한 능력을 보이지 못하면 자칫 톱니바퀴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어요. 반면에 미래 비전이 있는 중소기업에서 일하면서 얻는 성취와 보람은 남다를 겁니다. 자신의 업무가 회사의 일에서 어떤 성과로 이어지는지 훨씬 더 잘 보이니까요. 중소기업이 기피할 대상만은 아니란 얘깁니다.

ⓒ장은주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중고 신입’ 현상, 한국판 ‘아우스빌둥’ 확대로 해결해야

정해주=요즘 청년들 사이에서 큰 이슈 중 하나가 ‘중고 신입’입니다. 대부분의 청년은 경력 없는 학생들인데, 막상 취업 시장에 나가보면 다른 곳에서 경력을 쌓은 ‘중고 신입’이 많아요. 갓 학교를 졸업한 청년들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고, 기업에서도 경력 있는 신입을 선호하는 분위기예요. 취업 문턱이 점점 올라가는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목희=이 문제는 기업과 학교 두 가지 측면으로 설명해 볼게요. 먼저 기업이 신입사원을 채용해서 교육 훈련만 잘하면 경력사원보다 훨씬 나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그럴 준비가 안 됐어요. 또 하나는 학교. 오늘날 대학은 현장에서 요구하는 인력을 내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대학이 기능인을 양성하는 곳은 아니지만, 산업 현장과 멀어진 건 사실입니다. 독일에 ‘아우스빌둥’이라는 게 있어요. 우리로 치면 직업훈련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정부가 민간에 위탁 줘서 직업훈련 제도를 운용합니다. 반면 독일은 경영계가 직접 운영해요. 베를린상공회의소는 20억유로(약 2조6500억원)를 투자해서 청년들 직업훈련을 시킵니다. 자기들이 필요한 것은 자기들이 투자하는 거죠.

김수아=사실 제가 독어독문학과라서 아우스빌둥 제도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국내에도 일부 자동차 제조업에 아우스빌둥 제도를 도입했고, 최근 정부가 이 제도를 확대한다고 해서 기뻤는데요. 제도 자체가 이공계 위주의 기술 교육으로 이뤄지고 있어서, 인문계열 청년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것 같아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목희=’인재 양성’이라는 명목으로 진행되는 정부 사업이 총 30개가 넘습니다. 그런데 나아가는 방향이 제각각이에요. 우선 이러한 사업들을 하나로 합쳐서 불필요한 건 줄이거나 없애고 필요한 건 넣을 생각입니다. 만약 아우스빌둥에 대한 인문계열 청년들의 요구가 있으면 얼마든지 새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고재민=말씀처럼 청년과 정부의 소통이 원활하다면 해법은 금방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청년 입장에서는 막상 어떤 루트로 의견을 전달하고 소통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위원회에서는 청년들의 의견을 어떻게 수렴하고 있나요?

이목희=일자리위원회를 구성하는 30명 위원 가운데 청년대표가 있습니다.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의 대표인데, 청년들 의견을 모아 위원회에 전달하죠. 위원회 내부적으로는 ‘청년TF’를 따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청년 단체 대표, 노사 단체 대표, 전문가, 정부 부처 관계자 등 15명 규모로 꾸려 청년 관련 정책을 고민하고 개발합니다.

‘좋은 일자리’조건은? ‘적정 임금’ ‘안전한 환경’ ‘미래 비전’

정승훈=청년 구직자에게는 저마다 생각하는 ‘좋은 일자리’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부위원장이 생각하는 ‘좋은 일자리’는 뭔가요?

이목희=좋고 나쁨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죠. 그렇기 때문에 ‘좋은 일자리’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인정할 수 있는 비교적 객관적인 조건이 있어야 할 겁니다. 저는 우선 다섯 가지로 생각합니다. 첫째, 적정 임금. 고임금이 아닙니다. 둘째, 적정 노동시간. 셋째, 안전한 근무 환경. 넷째, 일자리의 안정성. 마지막으로 미래 비전입니다. 이 조건들을 많이 갖출수록 ‘좋은 일자리’라고 생각해요.

정해주=제 생각도 비슷해요. 여기서 한 가지 덧붙이자면 ‘성장 가능성’을 들고 싶어요. 요즘 청년 세대는 평생 직장 개념이 없어요. 한 직장에 오래 있기보다 성장할 수 있는 조직에서 배우고, 또 다른 곳으로 옮겨 일하려고 해요. 그런 점에서 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조직이 바로 ‘좋은 일자리’가 아닐까 싶어요.

정승훈=저 같은 경우는 현실적인 측면이 큽니다. 우선 저축 가능한 수준의 급여가 나와야 하고요. 기본적인 복지가 제공돼야 합니다. 청년들이 회사에 엄청난 걸 기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촘촘한 복지제도는 임금에 대한 강박을 줄이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이목희=복지 이야기가 나왔으니,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현재 국가사업으로 추진 중인 ‘광주형 일자리’는 기본임금을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하는 대신 정부와 지자체가 사회적 소득을 제공하는 식으로 운영됩니다. 지자체가 주거를 지원하고, 교통비도 지급해요. 아동 수당도 따로 챙겨줘요. 이것처럼 일자리와 복지제도가 한데 맞물린 걸 ‘소셜인컴’이라고 하는데, 이런 걸 앞으로 점점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김수아=제가 생각하는 ‘좋은 일자리’는 출산과 육아 때문에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에요. 그간 육아와 경력 사이에서 고민하는 많은 직장인 선배를 자주 봐왔거든요.

고재민=비슷한 맥락인데, 일부 조직에서는 채용 과정부터 차별적인 문화가 작동하는 것 같아요. 구직자들은 실제 면접장에서 성차별을 목격하거든요. 이런 문제부터 해결돼야 ‘좋은 일자리’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목희=우선 여성의 육아휴직 사용 비율이 과거에 비해 많이 늘었습니다. 남성 육아휴직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고요. 좋은 일이죠. 더 나아가서 남성의 육아휴직을 의무화해야 합니다. 이게 현실화되면 세상은 더 많이 바뀔 거예요. 채용 과정의 성차별 문제는 공공기관부터 해결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합격자 성비만 공개하던 것을 서류와 면접 모두 공개토록 했고, 면접관 구성에서 한쪽 성별이 60%를 초과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금융기관도 여기에 동참시켰어요. 처음엔 금융기관 쪽에서 ‘당장 시행하기 어렵다’고 해요. 내가 그때 정말 화를 냈거든요. 금융기관은 민간 영역이지만 공적 역할이 크지 않냐고요. 제 성화에 금융기관도 결국 수용했습니다.

정해주=사실 구직자 사이에서는 ‘좋은 일자리’에 대한 정보 자체가 부족하다고 느껴요. 양적인 정보가 아니라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질적인 정보를 얻기는 어렵거든요.

이목희=작년 10월 정부에서 취업정보 사이트 ‘온라인청년센터’를 개설했습니다. 청년정책, 청년공간을 한데 모았고 상담코너도 마련돼 있습니다. 하루 평균 2만5000명이 방문하고 있어요.

정승훈=고용노동부에서 운용하는 ‘워크넷’이나 ‘온라인청년센터’를 들어가보면 취업 정보가 잘 정리된 편이에요. 다만 중소기업에 대한 불신을 깰 정도의 정보는 아직 제공되지 않는다는 거예요. 취업 정보에 노동부가 인증한 ‘청년친화기업’들을 따로 표시하고 있지만 근무 여건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고재민=취업 문턱에 서 있는 청년들은 정부 정책에 기대를 걸면서도, 한편으로는 과연 우리의 뜻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을까 우려하기도 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불안한 시기를 보내는 청년들을 위해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이목희=취업에 어려움 겪는 청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고용시장이 점차 나아지고 있고, 올 하반기나 내년 초가 되면 국민 대다수가 ‘해결의 가닥은 잡았다’고 평가할 것으로 봅니다. 청년 여러분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귀 기울이겠습니다. 아이디어가 있으면 언제든 얘기해주세요.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여러분이 하는 모든 제안과 질문에 대답하겠습니다. 만나자고 하면 무조건 만나주겠습니다. 그게 내가 할 일이니까요. 약속합니다.

 

[진행=김시원 더나은미래 편집장]

[정리=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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