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숙 변호사의 모두의 법] 성범죄 피해자는 평생 괴로운데… 음란물 사이트 운영자엔 솜방망이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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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숙 변호사의 모두의 법]

지난 9일 17년간 각종 성범죄의 온상이 돼온 100만 회원 음란물 공유 사이트 소라넷 운영자 A씨에 대한 1심 판결이 있었다. 소라넷은 해외 서버 운영, 주소 변경 등으로 수사망을 피해 왔지만 10만 청원 운동, 미국과 네덜란드 등지에서의 해외 공조 추격전 끝에 2016년 서버를 폐쇄했다.

그동안 소라넷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는 헤아릴 수 없다. 1심 판결이 적시한 사실만 봐도 사이트 내에 ‘중년남과 애기들의 놀이터-파파러브 카페’란 이름으로 아동의 성기 사진 파일 등이 게시됐고, ‘나의 남친 게시판’에는 95개의 아동·청소년 음란물이 올라왔다. 근친상간을 암시하는 ‘근친 고백 게시판’ 등에는 655개 아동·청소년 음란물이 게시됐는데, 운영자는 이를 우수 카페로 지정해 관리하기까지 했다. 이 외에도 사이트에 게시된 소위 음란한 영상이 무려 8만7354개에 달했다.

몰래 촬영된 개인의 신체가 100만명 앞에서 유희의 대상이 되는 데 따른 피해를 생각해보라. 아동·청소년이 사이버 공간에서 성적 착취의 대상이 되고, 한번 영상이 유포되면 사실상 회수는 불가능하며, 평생 피해에 시달려야 한다. 불법 촬영물을 삭제해주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DSO)’에 의하면 불법 유포된 영상은 지워내도 하루 이틀 지나면 좀비처럼 다시 올라온다고 한다. 1심 판결 또한 피고인에 대한 양형을 정하며 소라넷의 존재가 우리 사회에 유형적·무형적으로 끼친 해악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번 1심 판결은 A씨에게 징역 4년, 8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14억여원의 추징을 선고했다. 일전에 먼저 체포돼 처벌을 받은 공동 운영자 B씨는 벌금 500만원 형에 그쳤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영리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전시한 자에게는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 하지만 소라넷 운영자들은 직접 영상을 게시하지는 않았다는 이유로 형을 감경받았다.

영상을 직접 올리면 무거운 처벌을 받을까? 지난 2014년 140회나 무작위로 몰래 카메라로 신체를 촬영하고, 여성 피해자의 신체 사진을 11회 소라넷에 게시한 자는 집행유예를 받았다. 청소년에게 신체 촬영을 요구해 153건의 음란물을 제작하고, 소라넷에서 위 영상을 배포한 자 역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불법 음란물 사이트 운영자와 촬영 공유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음란물을 유포하다 잡혀도 처벌 수위가 높지 않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줄 수 있어 우려스럽다. 소라넷 폐쇄 이후 유사 홈페이지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것을 봐도 음란물 공유 사이트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은 아직 모자라다. 음란물 유포로 인한 피해자는 아무리 지워도 새로 올라오는 영상 때문에 마치 종신형을 받은 느낌이라 한다. 처벌이 능사는 아닐지라도 피해자들은 그 외에 달리 취할 방법이 없기에 강력한 규제에 기댈 수밖에 없는 심정이다.

소라넷 서버는 문을 닫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소라넷 운영을 주도한 다섯 명 가운데 해외 영주권자인 3명은 수사망을 피해 있다. 이 와중에도 유사한 사이트는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종신형을 받은 듯한 피해자의 울분, 인터넷 공간에서 100만 성인이 우리 아이들에게 가한 집단적 가해가 더는 반복되지 않도록 끝까지 가봤으면 한다. 법원이 소라넷이 피해자와 사회에 미친 해악이 어떤 것인지 사회에 엄정히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

 

공동기획: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재단법인 동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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