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어울림 마당

‘에이유디와 함께 소통이 흐르는 밤, 2017 가을’ 현장을 가다

행사장 한편에 앉을 자리도 없이 사람이 가득 차 있었다. ‘코다’(CODA·Children of Deaf Adult)를 주제로 한 ‘주제별 토크’ 행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코다는 청각장애를 가진 ‘농인(聾人)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를 말한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  

농아인 제가 결혼한 후 아이를 낳았을 때, 아이가 사춘기가 되면 겪을 우울감을 어떻게 해소해줘야 할까요?
 

참가자 이상현(24)씨가 평소 관심이 많았던 코다에 관해 물었다. 연사로 나선 이현화 국립국어원 특수언어진흥과 주무관은 코다로서의 경험을 사례로 들며 유쾌한 답변을 내놨다. “부모님이 아이를 이해해주고, 다른 코다와 많이 만날 수 있게 해줘야 해요.”

지난 4일, SK서린빌딩에서 사회적협동조합 ‘에이유디’가 주최하는 ‘소통이 흐르는 밤’ 행사장 모습이다. 올해로 4회를 맞이한 이 행사는 의사소통의 어려움에서 비롯된 청각장애인의 소극적 사회 참여 및 제한된 네트워크를 어떻게 풀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에이유디 사회적협동조합 박원진 이사장은 “이번 행사는 현재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청각장애인들의 이야기를 함께 공유함으로써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소통, 나눔, 협동’의 가치를 실현하려는 에이유디만의 비전이 녹아 나왔다”고 전했다.

‘주제별 Talk’ 강연. 실시간 문자통역과 수화통역이 진행되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에이유디

3회 행사 때만 해도 밤에만 프로그램이 진행됐지만, 올해는 낮 프로그램도 이뤄지는 등 보다 풍성해졌다. 현장에서는 문자통역과 수화통역을 모두 제공해 청각장애인에게 편의를 제공했다. 오후 2시부터 진행된 낮 프로그램은 ‘주제별 토크’와 소통 부스로 구성됐다. 주제별 토크 행사에는 청각장애인 부모와 자녀, 사회적 기업 ‘열린 책장’ 대표와 디자이너, IT 개발자, 공무원 등이 연사로 섰다. 소통 부스에는 배리어프리(barrier-free·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이 함께 제공되는 버전)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비영리단체 ‘사운드플렉스’, 청각장애인의 캘리그라피 교육을 진행하는 ‘청아한’ 등이 참여했다.

캘리그라피 작업을 하고 있는 ‘청아한’ 작가들. ⓒ에이유디

부스에 참가한 ‘사운드플렉스’ 강내영(39) 대표는 베리어프리 콘텐츠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를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고 했다.

“한 기술 선생님이 수업 참고용 유튜브 영상에 자막이 없어서 불편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는 ‘사운드플렉스’ 앱을 이용해 자막을 삽입하는 방법을 배워 갔어요. 이 앱이 시·청각장애인의 일상에 도움이 됐으면 했는데, 교육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 더 좋았습니다.”

강연 연사 3인과 사회자. 왼쪽부터 에이유디 박원진 이사장, 바리스타 윤혜령 씨, 사회자 김장섭 씨, 특수교사 배성규 씨. ⓒ에이유디

이날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 밤 프로그램은 ‘준 브라더스’의 마술공연과 ‘청울림’ 난타 공연으로 무대를 열었다. 문화예술 공연에 이어 청각장애인 연사 3명이 강연을 이어갔다. 첫 번째로 연사로 선 에이유디 박원진 이사장은 인공지능을 이용한 문자통역 서비스에 대해 강연했다. LG 유플러스 광고와 KBS 강연 ‘100℃ 등에 출연한 바리스타 윤혜령(32)씨는 한국에서 청각장애인으로서의 산다는 것을 주제로 이야기했고, 서울정인학교 특수교사 배성규(37)씨는 작품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로 이해한 ‘철든다는 것’의 철학적 의미를 전했다.

강연장을 메운 사람들. ⓒ에이유디

참가자들은 저녁 늦은 시간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함께 했다. ‘소리는 보는 통로(소보로)’ 윤지현(22) 대표는 “문자통역 서비스 개발자로서, 청각장애인이 겪는 불편을 더 잘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소보로는 청각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위한 서비스로, 음성 인식을 이용한 실시간 문자통역 및 의사소통 솔루션을 제공한다.  

또 다른 참가자 김명아(35)씨는 “삶의 어려움을 견디고 헤쳐 나가기 위한 지혜를 얻는 시간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청각장애인들은 지역사회에서 비슷한 처지의 사람을 만날 기회가 적거든요. 장애로 인해 겪는 어려움을 혼자만 느끼는 것으로 생각하다가, 이런 자리에 와서 나만 겪었던 것이 아니구나, 청각장애인 선후배들이 다들 겪었다는 생각에 더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하고.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네트워킹을 하면서 동지애도 생기는 것 같고. 서로 힘이 되는 측면이 있어요. (김명아·35)

이번 행사는 SK주식회사, 서울시 협동조합지원센터, 신협사회공헌재단, 해피브릿지협동조합, 아이쿱협동조합지원센터, 같이가치 with kakao 직접·참여 기부자 3360여 명의 후원으로 개최됐다.

변우리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8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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