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기업 자원봉사 A-Z] ④ 환경‧지역‧일자리 살리는 ‘일석삼조’의 비결

경상남도자원봉사센터-한화테크윈 ‘재래시장에서 에코(eco)하기’

‘도심에서 버려지는 폐현수막을 재활용하는 의미 있는 자원봉사를 해볼 수 없을까.’

3만원에서 많게는 10만원을 들여 제작하지만, 한번 사용되곤 버려지는 현수막들. 문구가 인쇄돼 재활용도 불가능하고, 소각시엔 다이옥신 등 유독물질을 내뿜어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지난 2013년, 폐현수막을 활용한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고민하던 박혜나 경상남도 자원봉사센터 팀장은 아이디어 하나를 떠올렸다. 버려진 현수막으로 ‘에코백’을 만들어 재래시장 상인들이 사용하는 검은 비닐봉지를 대체하는 ‘친환경 캠페인’을 벌이는 것.

박 팀장은 이 아이디어로 이른바 ‘재래시장에서 에코(eco)하기’ 프로그램을 기획해 지역 기업 한화테크윈(당시 삼성테크윈)에 제안했다. 그 결과 약 5000개의 에코백을 제작, 관내 4개 재래시장에 배포했다. 타 지역이 벤치마킹하러 올 만큼 성공적인 지역 자원봉사 모델로 자리잡은 친환경 자원봉사 현장 속으로 들어가봤다.

직접 에코백을 꾸미고 있는 한화테크윈 임직원 가족봉사단 ⓒ경상남도자원봉사센터

 

◇기업, 학교, 자활센터, 자원봉사센터가 함께 사회문제 해결 나서

‘재래시장에서 에코하기’는 다양한 주체간 협력이 필수적인 프로그램이다. 현수막 수급부터 에코백 제작, 배포, 캠페인 진행 등 각 과정마다 많은 손길을 필요로하기 때문. 이를 위해 센터는 기업‧학교‧예술기관‧자활센터 등과 협약을 맺어 함께 하는 자원봉사를 기획했다. 박혜나 팀장은 “화려한 문화공연 현수막을 가진 경남도립미술관•창원성산아트홀 등 지역 예술기관에서 폐현수막을 수급하고, 자활센터 및 경력단절 여성들이 참여하는 협동조합과 연계해 에코백 5000개를 제작했다”며 “지역 중‧고등학교와 창원대•경상대•한국국제대 대학생들도 재능기부로 에코백 제작 및 리폼을 도왔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에 가장 큰 동력이 된 것은 한화테크윈의 임직원 가족 봉사단이었다. 한화테크윈은 지역 내 재래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에게 에코백을 직접 배포하고, 다량의 에코백을 제작하는데 필요한 인건비 등 재정적 측면도 지원했다. 에코백 제작 키트로 참여하는 핸즈 온(Hands on) 활동으로 임직원 가족들이 직접 에코백도 꾸몄다. 박혜나 팀장은 “기업이 바다와 천이 만나는 부근에 공장이 있어 해양 정화 활동 등 환경적 부분을 고민하고 있던 상태”라며 “이에 지속적으로 대규모 봉사를 해나갈 수 있는 한화테크윈과 2014년 협약을 맺어 자원 재사용은 물론,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고 재래시장 활성화도 돕는 활동을 함께하게 됐다”고 말했다.

‘만원의 행복’ 프로그램 중 전통시장 상품을 구매하고 있는 한화테크윈 가족 봉사단 ⓒ경상남도자원봉사센터

여러 주체의 협력으로 완성된 5000여개의 에코백은 2015년부터 16년까지 연 3~4회 경남 지역 재래시장에서 배포됐다. 센터 직원들과 한화테크윈 임직원 가족 봉사단이 점포 없이 장사하는 상인들을 한 명 한 명 찾아가 직접 에코백을 배포했다. 캠페인을 한 번 할 때마다 약 150명이 참여할 정도로 대규모 인력이 투입됐다. 박혜나 팀장은 “생계 유지가 어려운 어르신들이 비닐봉지 대신 에코백에 야채를 담아주니 이에 감동한 시민들이 한 번이라도 더 시장을 찾는 등 자연스레 재래시장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진석 한화테크윈 과장은 “에코백 배포뿐 아니라 시장 주차장에 텐트를 쳐서 시장을 찾는 어르신들을 위해 200-300인분의 점심식사를 제공하기도 했고, 메르스 때문에 손님이 없는 시장을 찾아가 손세정제와 에코백을 함께 나눠 주며 홍보를 하기도 했다”며 “‘만원의 행복’이란 프로그램을 만들어 임직원 가족봉사단에 인당 1만원씩 전통시장 상품권을 제공해 아이들과 재래시장을 이용하도록 했는데 임직원들과 상인회 모두 또 참여하고 싶다는 니즈가 높다”고 덧붙였다.

◇환경‧지역‧일자리 살리는 ‘일석삼조’ 봉사활동

‘재래시장에서 에코하기’는 환경과 지역 상권뿐 아니라 지역 내 일자리 문제 해결에도 기여했다. 경남광역자활센터, 진해지역자활센터 등 자활센터와 경력단절 여성들이 참여하는 손설담협동조합과 연계해 에코백 재단작업을 진행함으로써 저소득층 일자리 창출의 효과를 낸 것. 박혜나 팀장은 “자활센터 분들은 아무래도 일반 주부보다 열정이나 의지가 약한 편인데, 에코백 재단 작업을 꾸준히 하시면서 ‘휴대폰을 넣는 주머니를 달자’, ‘각이 진 모서리를 부드럽게 말아보자’ 등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시는 등 능동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뿌듯했다”고 말했다.

환경과 지역, 일자리를 살리는 ‘일석삼조’의 봉사 활동은 타 지역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박혜나 팀장은 “경남 지역의 남해, 고성 등 지방에 찾아가 미니박람회를 열어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소개했는데, 학교 동아리, 밀양 자원봉사센터는 이를 벤치마킹해 실제로 지역에 에코백을 배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재래시장에서 에코하기’ 활동에 나선 한화테크윈 가족 봉사단 ⓒ경상남도자원봉사센터

4년 넘게 기업과 센터의 긴밀한 협력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센터와 한화테크윈 담당자는 “하루에 한 번 통화할 정도로 친밀한 신뢰 관계”라고 입을 모은다. 김진석 과장은 “‘재래시장에서 에코하기’는 2016년초 끝났지만, 여전히 센터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며 같은 회사 팀처럼 가깝게 소통한다”며 “수시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프로그램을 함께 논의하고 센터가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해줘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박혜나 팀장도 “SNS로 긴밀하게 일상적으로 소통한 것이 원활한 프로그램 진행과 추후 확장에도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기업 자원봉사 파트너십, 이렇게 해보세요>
-박혜나 경남자원봉사센터 팀장 & 김진석 한화테크윈 과장의 TIP

Q1. 지역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요?

“TV, 지역신문 등 언론매체를 통해 이슈화 되는 사회 이슈와 지역 문제를 꼼꼼하게 살펴봤습니다. 자원봉사 활성화를 위해 주민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신선한 활동 거리를 고안하려고 애썼죠. 평소에 지역 기관 네트워크를 통해서 각 사회 영역별 정보 교류를 꾸준히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박혜나 팀장)

Q2.기업 측면에서 센터와 연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회사 그룹 내에서 정한 사회공헌 테마는 ‘환경’이었습니다. 센터가 회사 사회공헌 테마에 맞는 아이템을 제안해준 것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센터와 함께 한 지 벌써 4~5년입니다. 타 기관이 제안하는 프로그램 대부분이 그저 홍보성에 그치는 경우도 있는데 경남 자원봉사센터는 정말 좋은 아이템이 많았습니다. 센터가 좋은 아이템을 줬고, 저희를 믿고 잘 따라준 덕분에 긴밀한 연계가 가능했습니다.” (김진석 과장)

Q3. 활동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경화시장에 봉사를 갔을 때 7세, 9세 딸이 있는 임직원 가족이 할머니하고 굉장히 오랜 시간 앉아서 이야기하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날 에코백과 함께 수박화채도 배달했는데, 할머니가 나중에 손에 종이로 둘둘 말린 뭔가를 가지고 오셔서 여자아이를 찾으셨어요. 손주 같다며 2000원짜리 붕어빵을 사오셔서 건네주시더라고요. 그 임직원 가족이 원래 김해에 사는데, 그 이후로 진해까지 40여분을 경화시장 장날마다 찾아간다고 합니다. 할머니가 파는 고구마줄기와 오이도 사오고, 혹시나 할머니가 안 나오시면 어디 아프신 건 아닌지 걱정하며 안부도 묻고요.” (박혜나 팀장)

Q4. 기업과 센터가 연계한 봉사활동으로 기업에 긍정적 변화가 있었다면?

“환경을 주제로 직원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주말 봉사를 제안하면서 한화테크윈 내부의 변화가 있었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직원들이 시설 기관에 가서 목욕봉사나 환경정화 활동 등 단순 봉사를 했다면 이제는 그 활동들이 가족으로까지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해요. 기업 봉사 활동 자체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박혜나 팀장)

박혜나 팀장의 ‘기업-자원봉사센터’ 협력을 위한 팁

1. 지역 내 사회문제에 주목하세요

2. 그 기업 비전과 목적에 주목하세요

3. 소재가 신선해야 합니다

다른 곳에서 했던, 누구나 하는 프로그램을 제안해서는 기업이 절대 호기심을 가지지 않죠. “우리가 처음 하는 것인데 같이 해보자, 한다면 이런 효과가 있을 것이다”처럼 효과성도 같이 어필이 된다면 좋습니다. 더불어 몇 명이 참여하는게 아니라 모든 임직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꼭지들을 만든 게 유효했다고 봅니다.

4. 긴밀하게 소통하세요

처음부터 지원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만 기업을 연계했다면, 이렇게 끈끈하게 유지해오기 힘들었을 겁니다. 저뿐 아니라 센터 직원 10명 모두 기업 내 담당자와 거리낌없이 소통합니다. 센터 직원 전체와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 형성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서 더 기업이 신뢰할 수 있고, ‘이곳과 하면 잘 될 것 같다’는 믿음을 주는거죠.

5. 다양한 홍보 채널을 확보하세요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기업의 이미지가 어떻게 시민들에게 알려지는지 여부는 기업의 참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러한 부분을 제대로 어필해야 합니다. 라디오와 TV, 보도자료부터 소식지, 월간지 등 다른 기관에 발행되는 지역 내 프로그램 소개하는 부분 등 다양한 채널 통해 많이 홍보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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