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이재혁 교수의 CSR 전략-④] 우리 회사는 CSR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우리 회사는 CSR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픽사베이
ⓒ픽사베이

조상들이 남긴 최초의 메시지는 무슨 내용일까. 인류 역사에 대한 통찰을 담아낸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Yuval Harari)에 따르면, 기원전 3400~3000년경 우르크의 행정문서가 적혀 있는 점토판에는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이름이 담겨있다. 점토판에 “쿠심이 37개월에 걸쳐 보리 2만9086자루를 받았다고 서명했다”는 내용이 명백히 담겨있는 것. 유발 하라리가 언급한 것처럼,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이름이 예언자나 시인, 위대한 정복자가 아니라 회계사의 것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통계·수치의 역사는 오늘날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국가의 재정부터 개인의 삶의 질까지 많은 것이 수치를 통해 표현되고있다. 심지어는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은반 위에서 펼치는 퍼포먼스의 감동까지, 소수점 두번째 자리까지 세밀하게 평가하는 기술 점수와 예술 점수의 합으로 수치화시키고 있다. 

기업을 연구하는 학문 분야인 경영학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실증연구를 수행하는 경우에는 개념의 계량화 즉 조작적 정의가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종업원을 대상으로 직무만족도와 회사에 대한 충성도의 관계를 실증분석하기 위해서는, 설문조사나 2차 자료를 활용해 ‘직무만족도’, ‘회사에 대한 충성도’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수치로 바꾸어야 한다. 이렇듯 추상적인 개념을 수치로 측정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한다. 수치로 표현하기 어려운 개념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하나의 개념이 여러가지로 방법으로 측정될 수 있는 경우,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겪으면서 결국은 관련 연구 더 나아가서는 경영학이 점차 발전해 나가게 된다. 측정 및 평가 방법의 개선을 통해 더욱 정확한 결론의 도출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주로 사용하는 핵심성과지표(Key performance indicator: KPI)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오랜 기간 많은 기업들이 매출과 같은 경제적 지표에 초점을 맞춰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측정하려는 경향이 이어져왔다. 하지만,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양극화 등의 환경적·사회적 문제들이 더욱 심각해지면서, 기업의 핵심적 성과를 매출 증가와 같은 양적 증가로만 측정하는 것에 대한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기업들의 CSR(기업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와 환경에 대한 영향에 대해 기업이 투명하고 윤리적인 방법으로 책임을 지는 것) 활동 성과를 적절히 측정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다. ISO26000을 기준으로 CSR활동 성과를 ESG 프레임워크, 즉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세 영역으로 평가할 수 있다. 기업의 경제적 가치는 물론 사회 전반의 이익을 위해 환경적,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해, 발전의 지속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 CSR의 핵심가치이기 때문이다.

CSR 평가기관인 IGI(InnoInno Global Institute)는 2015년부터 한국•중국•일본 및 아세안 5개국의 대학 및 언론사가 함께 참여한 아시아 CSR 랭킹위원회를 통해, 아시아 상위 기업들의 CSR 활동 성과를 평가(Asia CSR Ranking)하고 있다. 2016년에는 아시아 각국의 시가총액 상위 기업(한국 50위, 중국 30위, 일본 30위, 아세안 10위) 중 아시아 타국에 자회사 1개 이상 설립한 기업을 대상으로, 해당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 외부 자료를 CSR의 국제 표준인 ISO26000을 기준으로 ESG세 영역별, 12개 항목, 40개 세부항목, 139개 지표를 통해 평가했다.

ⓒI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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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평가결과는 다음과 같이 활용될 수 있다. 첫째, ‘현황 파악’의 기초로 활용될 수 있다. 우리 회사 CSR 활동의 강점 및 약점을 영역별, 항목별 등으로 구분하여 좀더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현황 공유’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우리회사 CSR활동에 대한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기업내외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좀더 용이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비교 평가’의 토대가 될 수 있다. 평가결과가 계속 축적되면서 과거 CSR 활동 성과 등 ‘내부 비교’ 및 경쟁사 대비 자사의 CSR 활동 성과를 비롯한 ‘외부 비교’를 통해 우리 회사 CSR활동의 현황을 상대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이러한 과정을 통해 결국 ‘CSR 전략의 개선’이 가능해질 것이다. 우리 회사 CSR 활동의 현재 상황 파악 및 향후 주안점의 도출을 통해, CSR 전략의 수정 및 보완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최고의 경영학 사상가로 평가받는 피터 드러커 (Peter Drucker)는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하거나 개선할 수 없다고 강조하였다. 우리 회사가 CSR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CSR에 대한 개념적 이해뿐만 아니라 수치화된 우리 회사 CSR활동 성과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2001년 9월부터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고려대학교에서 학사 및 석사학위, 미국 Ohio State University 에서 경영학 박사학위 (Ph.D.)를 취득했고, San Jose State University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고려대학교 사회적기업센터 소장, 고려대학교 중남미연구소 위원, KOTRA 글로벌CSR사업 심의위원, 한국국제경영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전략학회 부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CSR 및 글로벌 관련 이슈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위하여 IGI (Inno Global Institute)의 대표를 맡고 있다. 중국 내 다국적 기업과 중국기업들을 대상으로 CSR Ranking을 조사 분석하여 그 결과를 경제지에 2001년부터 매년 발표했다. 2015년부터는 평가대상 기업을 한국, 일본, 중국 및 주요 아세안국가의 대기업들로 확대하여 그 랭킹을 발표하고 있다.
CSR 및 지속가능성에 관한 저서로는 “The Role of corporate sustainability in Asian development: A case study hand-book”(2017년)”, “Green leadership in China: Management strategies from China's most responsible companies”(2014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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