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마을기업 위드카페 인터뷰
대구 동성로, 북적이는 젊은이들로 활기 넘치는 이 곳에 일요일에는 문을 닫는 카페가 있다. 대구 지역 내 청년의료인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 ‘위드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위드카페‘ 이야기다. 6년 째, 매주 일요일이면 일반 손님을 받는 대신 지역 내 외국인 노동자들을 만나러 현장으로 나선다. 매주 둘째 주 일요일에는 아예 카페 공간이 ‘무료 진료소’가 된다. 검진에서 진료, 치료에서 처방까지, 한 공간에서 모두 이뤄진다. 이런 카페가 만들어지게 된 배경은 뭐였을까. 터가 비싼 도심에서 7년간 카페를 운영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더나은미래 이소영 청년기자가 위드카페에서 임영락(37∙사진) 사무국장을 인터뷰했다.
◇지역 내 ‘역할’을 고민하다
10여년 전, 10명의 의학∙간호학을 전공하는 청년들이 모였다. 함께 모여 철학 책을 읽었다. ‘지역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가 고민이었다. 그러던 중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2004년, 대구 불로동에서 5세의 어린이가 장롱 속에서 영양실조로 숨진 채로 발견된 것. “경제적으로 성장기를 달리던 한국에서 굶어 죽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모두가 충격을 받았어요. 같은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사회적 책임감을 느꼈고요.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자로 했습니다.”
10여명 청년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았다. 최소 출자금을 100만원으로 정했지만, 형편에 따라 100만원 이상 내는 이들도, 적게 낸 이들도 있었다. 2008년 겨울, 이 돈을 자본금 삼아 계명대 동산병원 맞은 편에 ‘사랑의 줄잇기’라는 카페를 열었다. 위드 카페의 전신이었다. 경상비를 뺀 전 액을 지역아동센터에 기부하고, 국제 NGO 컴패션에도 지정 기부를 했다.
지역 아이들도 직접 찾아 나섰다. 계명대 의대∙간호대 친구들까지 끌어들여 학교 밖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무료 과외도 나갔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공간도 필요해 보였다. “원래는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도 만들려고 했어요. 그런데 이 친구들 이야기가 ‘자기들이 나고 자란 가난한 동네를 벗어나보고 싶다’며 시내로 나가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아이들이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을 시내에 만들자. 벌어들인 수익으로는 지역에서 더욱 필요한 일을 하자.’
2010년 4월, 대구 서쪽 끝에 있던 ‘사랑의 줄잇기’ 카페가 대구 시내 중심가인 동성로로 옮겨왔다. ‘위드 카페(With Café)’라는 새로운 이름도 붙였다. 지역 내 어렵고 소외되고 외로운 이들과 함께(with) 하겠다는 약속이었다. 그간 만나왔던 학교 밖 아이들이 붙여 준 이름이다.
◇가진 기술을 지역과 나누다
“2010년에 우연히 인권운동 하시는 분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으면서 대구 지역 내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체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때는 시간이 지나서, 예전 전공생으로 만난 친구들이 다들 의사·간호사로 현업에서 뛸 때였거든요. 우리가 가진 재능으로 이들을 돕기로 같이 정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무료 진료를 시작했다. 매월 둘째 주 일요일엔 카페가 진료소가 되고, 다른 주에는 지역 내 외국인 노동자 센터로 직접 찾아 나선다. 뜻에 공감해 동참하는 이들도 늘어나면서 이제는 의료봉사를 하는 이들만도 30명 이상이다. 계명대 선∙후배를 주축으로, 경북대·대구 한의대 등 지역 내 의료 종사자들이 여러 선∙후배 네트워크를 통해 찾아왔다. ‘위드 카페’가 지역 내 의료인들이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거점으로 자리한 셈. 젊은 사람들이 좋은 일을 한다며 인근 시내 병원에서는 3000만원 상당의 초음파 기계를 기부하기도 했다. 카페에서 난 수익으로는 약을 구매한다. 검진에서 진료, 치료, 약 처방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가 무료로 이뤄진다.
불법 외국인 노동자에게 왜 무료 진료를 해 주느냐, 부정적인 눈초리도 종종 받았다. 불법을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것. 임 사무국장은 “의료인으로서 어디까지나 보편적인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접근한다”고 했다.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들은 처음에 4년 10개월간 고용허가를 받고 옵니다. 그런데 브로커들한테 내는 수수료가 워낙 높다 보니 그 돈을 갚기까지도 오래 걸려요. 돈 갚고 나서 돈을 벌어서 돌아가려면 체류하는 기간이 길어지게 되죠. 비자가 만료된 이후에는 감기 진료만 받아도 5만원이 넘어요. 중증 치료는 더 힘들고요. 저희가 가진 기술로 되갚을 길 없는 사람을 돕는 게 저희의 제 1원칙입니다. 도움을 준다기 보다는 이 곳에서 머무는 동안 ‘좋은 이웃’이 되고자 하는 거죠.”
실제로 ‘위드카페’는 지역의 소외된 모두와 함께한다. 번 수익의 일부는 지역 아이들을 위해 부스러기 나눔센터와 지역아동센터에 기부하고, 청년 대학생을 위한 학교 외 교육기관 ‘모두의학교’에도 지정 기부한다. 이 곳에서 14개월을 일하고 교육받으며 ‘정규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던 탈북자도 있었다. 열심히 벌어서 탈탈 털어 기부하고, 있는 기술은 몸으로 뛰며 나누는 셈.
◇ ‘가치’를 위해 경영은 지속가능하게
서울의 ‘명동’과도 같다는 대구 동성로. ‘비싼 임대료’로 악명 높은 이곳에서 6년간 카페를 유지하는 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장사가 제일 어려웠어요(웃음). 임대료가 매년 올라요. 월세와 관리비로만 나가는 금액이 매월 상당하거든요. 그래도 결국은 돈을 벌어서, 그 돈으로 가치를 내고자 하는 거잖아요. 좋은 일 한다는 걸 상품화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맛 집이 맛있어야 하듯이 카페는 커피가 맛있어야 된다는 신념이 있었습니다.”
위드카페는 대구 청년들 사이에서 ‘스터디 카페’로 더 유명하다. 널찍한 공간에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 같은 건물 내 독서실과 학원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학생들에게 문턱 낮은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이제는 시민사회단체 세미나나 강연, 기자회견 장소로도 자리매김했다. 안철수 의원이 정치 출마선언을 할 때도, 쿠바 혁명가 체 게바라의 딸이 방한했을 때에도 ‘위드카페’가 배경이 됐다. 일요일엔 교회에 공간을 대여하고, 헌금으로 카페 공간 운영비를 받았다. 2014년에는 행정안전부 마을기업으로도 지정 받았다. 마을기업 사업은 정부가 2년에 걸쳐 최대 8000만원을 지원해 준다. 재정적으로 자립을 한 기업에는 금전적 지원 대신 경영컨설팅, 홍보, 판로 지원 등을 제공한다. 위드카페는 지난해 4월부터는 손익분기점도 넘어섰다. 안정적인 자립 기반을 다진 셈이다.
◇함께하는 공간을 넘어 ‘의료협동조합’으로
‘사랑의 줄잇기’ 카페에서 시작한 활동이 올해로 8년째, 이들은 함께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의료협동조합)’을 준비중인 것. 의료협동조합은 지역 주민들이 직접 돈(출자금)을 모아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병원 운영비는 주민들이 모은 돈으로 충당한다. 의사는 보통 치료 외에 평소 생활습관을 분석해 주민에게 필요한 건강 관리법을 알려 주고 다양한 건강강좌, 예방교육을 실시한다. 의사가 정기적으로 가정방문을 해서 가족 전체를 묶어 몸 상태를 체크하기도 하고,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아서 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취약계층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후 치료보다는 예방을 강조하고, 공동체 안에서 건강을 관리해나가는 것. 현재 한국에 있는 의료협동조합은 총 20곳이다. 최소 조합원 500명 이상에 자본금도 1억원이 넘어야 하는 등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았다.
“저희의 목표는 지역에서 좋은 이웃이 되는 거예요. 저희 협동조합이 의료인들로 구성되어 있으니, 저희가 가진 기술을 잘 활용해서 지역 내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을 돕자는 것이고요. 지금까지 그랬듯 저희가 해야 할 일이 하나씩 들어오고, 기회의 문도 하나씩 열리리라 생각합니다. 지역 내 저희의 역할을 감당하면서, 돈보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만드는데 힘을 보탤 겁니다.”
이소영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