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미래, 다문화 아이들
다문화 가정 멘토링을 지원하는 서울 강서구 화평교회의 오정은 사모가 아이들과 책읽기 수업을 하고 있다. /화평교회
[소외된 미래, 다문화 아이들] “공동체 만드는 밀착 멘토링, 전국으로 확대를”

총괄멘토·전문가·이웃멘토 참여하는‘삼각 멘토링’으로 다문화 가정 교류 이랜드재단, 현장 지원조직 돕는온라인 플랫폼 ‘에브리즈’ 7월 출범 최근 민간조직에서 다문화 가정의 어려움을 발굴하고 해결하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장기간 밀착 관리가 필요한 심리·정서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사례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공통점은 다문화 가족 구성원에게 친구이자 멘토를 연결한다는 것이다. 언제든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공동체를 형성하는 게 핵심이다. 포천하랑센터는 다문화 청소년에게 ‘또래 공동체’를 만들어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로 3년째다. 다문화 청소년 2명을 짝으로 연결하고, 여기에 성인 자원봉사자 1명이 동행해 매달 1~2회 만난다. 아이들이 가고 싶어하는 영화관이나 놀이동산 등을 찾아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돕는다. 박승호 포천하랑센터장은 “학교에서 위축돼 있던 아이들이 또래와 즐거운 활동을 함께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고민을 나누고 유대를 쌓게 된다”며 “프로그램을 진행하다보면 아이들이 점차 집에 머무는 시간보다 센터에 나와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더 길어지는 걸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만큼이나 다문화 가정의 부부에게도 친구는 필요하다. 중국에서 온 결혼이주여성 A(35)씨에게는 언제든 도움을 요청할 한국인 부부가 있다. 매주 아이들과 함께 만나 식사도 하는 가족같은 사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남편 없이 홀로 두 아이를 키우면서 우울증에 빠져있었다. 정부 지원금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했고,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았다. 외로움을 잊기 위해 매일 술을 마실 정도였다. 이른바 ‘멘토 부부’를 만난 이후에는 삶이 달라졌다. 한국어도 배우고, 학생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치는 봉사도 한다. 주변 친구들에게 종종 중국 요리를 대접하기도 한다. 변화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30일 서울 구로구 가족센터를 방문해 '공동육아나눔터'에 참여한 가족들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소외된 미래, 다문화 아이들] 엄마의 우울감, 자녀의 심리문제로 이어져

한국 생활 10년 넘어도 적응 못해가족 전 구성원 대상 통합 지원 필요부모 우울감-자녀 방임 악순환 끊어야 “아이들도 알아요. 엄마가 행복하지 않다는 걸. 엄마 스트레스는 자녀에게 전달됩니다. 경제적으로 쪼들리는데 새로운 문화에 적응은 어렵고, 고향은 더 그리워지고…. 그런 상황에서 아이를 웃으면서 대할 수 있을까요?”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이모(32)씨는 캄보디아 출신 결혼이주여성 A씨를 2021년 4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년 8개월 동안 상담했다. A씨는 스무살이었던 2009년 한국 남성과 결혼해 딸 둘을 낳았다. 남편은 10년 넘게 변변한 수입이 없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웠지만 한국어가 미숙한 A씨가 직접 돈을 벌 방법도 없었다. 말을 제대로 못한다는 구실로 시댁의 구박까지 이어졌다. A씨는 줄곧 우울감에 시달렸다. 3년 전에는 환청이 들리기 시작했다. 시도때도 없이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흥분과 우울이 번갈아 나타나는 양극성 장애도 생겼다. A씨 상태가 불안정해지자 자녀들까지 이상 행동을 보였다.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다니던 아이들에게 불안장애 증상이 나타났다. 다른 사람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또래와도 어울리지 못했다. 얼마 후에는 언어장애 판정도 받았다. 이씨는 “평소 상담 때는 ‘모성애가 없나’ 싶을 정도로 A씨는 자녀 이야기에 무심했는데, 아이가 장애 판정을 받았을 때는 목놓아 울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결혼이주는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화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국내 다문화 가구 수는 34만6017가구로 추정된다. 5년 전에 비해 20% 가량 증가한 수치다. 20여 년간 유입된 결혼이주여성들의 한국 체류 기간은 점차 길어지고 있다. 결혼이민자와 귀화자 가운데 한국 생활 10년이 넘은 비율은

[소외된 미래, 다문화 아이들]
[소외된 미래, 다문화 아이들] 은둔 청소년, 문제는 무너진 심리

다문화 청소년 5명 중 1명 우울감 호소사회적 관계 단절한 청소년 발굴이 과제 올해 고3인 A양은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인이다. 한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또래와 조금 다른 외모를 가졌다. 이국적인 외모는 학교에서 늘 놀림거리였다. 속 터놓을 곳이 필요했지만 주변에 사람은 없었다. 사춘기를 겪을 때도 어머니는 바빴다. 낮에는 식당에서 설거지를 했고, 밤에는 방직공장에 나가 철야 작업을 했다. 주말에도 식당에 나가 돈을 벌었다. 몇 해 전에는 이혼한 어머니를 따라 새 가족을 만났다. 동생도 3명이 더 생겼다. 새 아버지와 어색한 관계는 나아질 기미가 안 보였다. 결국 일이 터졌다. 학교에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교실 물건을 마구 집어던졌다. 그나마 이야기 나누던 친구들도 점점 멀어졌다. A양은 어느 순간부터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말을 하지 않았다. 학교도 나가지 않았다. 그렇게 8개월을 집에서만 지냈다. A양의 사례는 보기 드문 특별한 일이 아니다.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 가정 청소년들은 학교를 그만두거나 아예 바깥 출입을 하지 않는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1년 한해에만 전국 초중고 다문화 학생 1312명이 학업을 중단했다. 국내 다문화 가정 학생 수는 지난해 기준 16만8645명. 지난 2012년 4만6954명에서 10년새 3.5배 늘었다. 같은 기간 전국 학생 수는 673만명에서 535만명으로 약 20% 줄었다. 현장 관계자들은 “학령 인구 감소에도 다문화 가정 학생은 급증하는 추세인데,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된 수준을 넘어 상담이나 치료가 필요한 다문화 청소년이 급속도로 늘었다”고 말한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