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지난달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5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 현장. /사회적경제연구원 사회적협동조합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부, 사회적경제 예산 삭감 멈춰야”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29일 정부에 “사회적경제 예산 삭감을 멈추고,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사회연대경제 활성화 결의안을 실천하라”고 요구했다. 연대회의는 2012년 설립된 조직으로, 현재 63개 관련 단체가 가입했으며 800만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연대회의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정부의 사회적경제 예산 삭감이 국제 흐름을 역행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UN은 최근 제77차 정기총회에서 기후위기 시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사회연대경제 활성화’를 결의했는데, 기획재정부는 내년 예산안 편성과정에서 3000억원 규모의 사회적기업 국고보조금 삭감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대회의는 협동조합 관련 예산 50% 축소,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예산 60% 삭감, 산림형 예비사회적기업 예산 전액 삭감 등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고 우려했다.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경제의 사회적 성과도 강조했다. 2021년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전 5년간 1809개 사회적기업이 새로 생겼으며 전체 노동자 중 고령자와 장애인, 경력단절여성 등 노동 취약계층의 고용이 60% 늘었다. 기업당 평균 매출은 2016년 15억8000만원에서 2020년 19억6000만원으로 증가했다. 연대회의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제공하는 복지 서비스를 통해 취약계층에 사회서비스가 제공되는 사회복지에 비해 사회적경제는 경제 주체와 시민이 함께 참여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사회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생산 효율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정부는 사회적경제의 성과와 파급력은 무시하고 3년간 71곳, 23억원의 사회적기업 부정수급을 예산 삭감의 근거로 거론하고 있다”며 “이는 사회적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프레임 씌우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3년간 사회적기업과 예비사회적기업 6000여 곳에 지원된 예산 5624억원 중 부정수급 예산은 0.4%, 부정수급한 기업은 1.1%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연대회의는 “정부는 사회적경제의 성과를 인정해 내년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폐광촌 토박이, 폐열차 숙소로 마을에 활기 불어넣다

[인터뷰] 엄영광 ‘석항트레인스테이 협동조합’ 대표 위탁 운영으로 시작… ‘주민 자립’ 이끌어올해부턴 주민 협동조합 만들어 직접 운영“재밌게 일하며 돈 버는 일자리 만들고파” ‘로컬 전성시대’다. 지역의 역사가 담긴 한옥, 조선소, 창고 등 오래된 공간을 개조해 만든 카페나 문화 공간으로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잘나가는’ 로컬 기업을 만든 사람은 대부분 서울이나 해외에서 커리어를 쌓고 지역으로 유입된 이른바 ‘턴(turn)족’이다. 지역에서 쭉 살아온 토박이들이 주도적으로 만들어낸 성공 사례는 많지 않다 강원도 영월군 석항리는 인구 160여 명이 거주하는 폐광 지역이다. 지난 2014년 설립된 ‘석항트레인스테이’는 영월군이 폐열차를 활용해 만든 숙박 시설로, 열차간 안에 머무르며 영월의 아름다운 자연을 체험할 수 있다. 2018년 사회적기업 오요리아시아가 위탁 운영하면서 지역 주민을 고용하기 시작했고, 올해부터는 아예 주민들이 직접 사업을 맡게 됐다. 석항리와 연상리 등 인근 지역 주민 9명이 ‘석항트레인스테이협동조합’을 꾸려 영월군에서 위탁 사업자 계약을 따냈다. 조합 대표는 2018년부터 석항트레인스테이 매니저로 일한 엄영광(31)씨. 이 지역 토박이다. 지난 3일 재개장을 앞두고 분주한 석항트레인스테이를 찾았다. 동네 꼬마, 마을 살릴 ‘대표님’ 되다 석항트레인스테이는 2009년 운행이 중지된 태백선 간이역인 석항역에 자리 잡고 있다. 더는 달리지 않는 열차 9량이 객실과 식당, 카페로 다시 태어났다. 폐광으로 마을이 쇠락하면서 여객 열차 운행이 중지된 곳을 열차 콘셉트 숙박 시설로 만든 것이다. 2018년 오요리아시아가 운영을 맡으면서 매월 1000만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외식 분야 사회적기업인 오요리아시아는 위탁 운영을 시작할 때부터 ‘주민 자립’을 목표로 내세웠다. 3년 차인 올해 3월 주민

“비영리의 도전… 사회적경제로 영역 넓힌다”

[인터뷰] 현진영 굿네이버스글로벌임팩트 대표 25국 1100여 곳 협동조합 지원중현지 사회적기업 50곳 설립이 목표혁신적인 ‘K-NGO’ 전파해 나갈 것 “제3세계 취약 계층 아동들이 제대로 양육받고 성장하려면 궁극적으로 마을이 빈곤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당장 지원이 시급할 수도 있겠지만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접근 방법을 바꿨어요. 주민들로 구성된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을 설립하는 거죠. 국내 소셜벤처가 현지 사회적기업과 협력할 수 있게 지원하는 일도 합니다. 지역 주민에게는 혁신성을 주입하고, 소셜벤처엔 현지화 전략을 제공하는 거죠.” 지난 5일 서울 영등포 사무실에서 만난 현진영(50) 굿네이버스글로벌임팩트 대표는 “앞으로 진행될 사업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현재 글로벌임팩트가 지원하는 협동조합은 25국 1100곳이 넘는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조합원만 7만6000명에 이른다. 사업을 키워가는 사회적기업은 14곳. 올해부터는 제3세계에 진출할 소셜벤처에 임팩트투자도 진행할 예정이다. 비영리와 소셜벤처가 만났을 때 “현지 사회적기업의 운영 원칙은 명확합니다. 첫째, 현지 주민들과 함께해야 합니다. 둘째, 발생 수익 일부를 아동 결연이나 식수 위생 등 비영리 사업에 써야 합니다. 개발도상국의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게 국제 구호 사업을 더 단단하게 하는 근간이 되는 거죠.” 현진영 대표가 시행착오 끝에 찾아낸 현지 성공 열쇠는 바로 소셜벤처다. 그는 성장 궤도에 오른 현지 사회적기업에 투자를 요청하기 위해 해외 임팩트투자사의 문을 두드린 적이 있다. 투자사 10여 곳에 제안서를 보냈지만, 한 곳을 제외하곤 모두 거절당했다.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혁신성 미흡.’ 현 대표는 “제3세계 진출을 원하는 기술형 스타트업을 찾기 시작했다”면서 “사회적가치라는 방향성이 맞는 기업이라면 임팩트투자 유치뿐

[더나미 책꽂이] ‘기후위기, 과학이 말하다’, ‘협동의 재발견’ 외

기후위기, 과학이 말하다 2018년 인천 송도에서 열린 IPCC 총회에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가 발표됐다. 이 보고서는 40개국 과학자 91명이 전 세계 과학자들의 검토 의견 4만건을 받아 만들었다. 기후위기는 현실이고, 이에 과학자 97%가 동의한다는 선언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기후위기를 ‘거짓말’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대중들은 과학을 부정하는 음모론에 선동된다. 미국 조지메이슨대 기후변화커뮤니케이션센터 교수인 저자는 기후위기 회의론자들이 왜 기후위기를 부정하는지를 직관적인 그림과 함께 설명해준다. 그는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부정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들도 안고 가야 한다고 말한다. 고집불통 과학 부정론자와 대화하기 전에 읽어두면 좋을 책이다. 존 쿡 지음, 홍소정 옮김, 청송재, 1만9000원 협동의 재발견 노인이 혼자 사는 집에 전구가 나가면 누가 갈아줄까.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노인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일본에서는 이런 사소한 것도 ‘도와달라’고 할 수 있다. 전국적으로 형성된 소규모 협동조합 덕분이다. 일본의 노인 인구는 전체의 약 28%다. 노인 돌봄이 사회 문제로 대두될 무렵 소규모 협동조합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책은 작은 협동조합에선 도움을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 모두 행복해진다고 말한다. 고령 인구가 갈수록 늘고 있는 한국 사회에 어떤 대비가 필요한지 알려준다. 다나카 히데키 외 4명 지음, 세이프넷지원센터 국제팀 옮김, 쿱드림, 1만5000원 인류를 식량 위기에서 구할 음식의 모험가들 기후위기에 이어서 식량위기가 다가온다. 하지만 무력하게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저자는 식량이 사라지는 미래를 두려워하기보다 희망을 찾는 것을 택했다.

울산지법 “소명 기회 없이 사회적기업 인증 취소하면 무효”

사회적기업이 국고보조금을 빼돌린 사실이 명백하더라도 소명 기회 없이 인증을 취소한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지난 17일 울산지법 행정1부(정재우 부장판사)는 A 협동조합이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을 상대로 제기한 ‘사회적기업 인증 취소 처분 및 제재부가금 부과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인증 사회적기업 A협동조합 운영자는 허위로 근로계약서 등 서류를 지자체에 제출해 일자리창출사업 지원금 8700만원을 챙긴 혐의로 재판을 받아 지난해 벌금 500만원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A 협동조합의 사회적기업 인증을 취소하고 제재부과금 4억3000만원가량을 부과했다. 이에 불복한 A 협동조합은 “고용노동부가 의견 청취 절차 없이 인증을 취소했고, 제재부과금 역시 근로자들이 실제 근무한 기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단정적으로 산정했다”며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인증을 취소하고 제재부과금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A 협동조합 측에 사전 통지를 하지 않았고, 의견 청취를 하지 않았던 것이 절차상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인증 취소와 제재금 부과는 정당한 절차를 밟아 결정해야 한다”면서 “보조금을 불법으로 받은 사실이 명백해도 소명 기회를 주는 게 불필요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사회적기업계 의견은 엇갈리는 상황이다. 경상도의 한 지역에서 장애인 고용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B씨는 “부당 수급이 명백한 경우 즉시 조치해야 진정성 있는 사회적기업을 골라낼 수 있다”면서 “당장은 힘들어도 그래야 사회적기업이 존중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반면 서울에서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C씨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과 규제는 경직된 경우가 많아, 일부 제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협동조합, 외부 투자 가능한 ‘우선출자제’ 도입

비조합원, 배당은 받지만 의결·선거권 없어 “자금 부족 문제 해결” vs. “협동조합 정신 위배” 지난 1일부터 협동조합에 비조합원의 투자가 가능해졌다. ‘우선출자’를 허용하는 협동조합기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다. 우선출자는 이익잉여금을 조합원보다 우선해서 배당받을 수 있는 권리로 주식회사의 우선주와 비슷한 개념이다. 배당은 받지만 조합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의결권과 선거권을 갖지 못한다. 협동조합 업계에서는 우선출자 제도 도입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자금 조달의 어려움이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외부 투자자 유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조합원 자격 대신 배당 수익만을 얻는 투자자가 유입되면 ‘협동조합의 정신’이 훼손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부분의 협동조합들은 만성적인 자금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조합원 출자금은 협동조합기본법상 ‘자본’으로 인정받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부채로 취급받는다. 금융권에서는 출자금을 조합원 탈퇴로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돈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또 공동으로 소유하는 협동조합의 특성을 자금 회수가 어려운 원인으로 보기 때문에 대출 승인이 쉽지 않고, 대출 한도도 주식회사보다 적다. 강민수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장은 “협동조합이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내부적으로 조합원 출자와 외부적으로 금융권 대출밖에 없는데 모두 현실적인 한계가 있고, 이를 우선출자제 도입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는 우선출자가 ‘1인 1표’로 운영되는 협동조합 정신에 위배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영리단체 소속의 한 변호사는 “협동조합은 주식회사와 달리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기본인데, 협동조합 설립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부 투자자가 유입돼 자금 회수 등 우회적인

동물과 사람이 더불어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듭니다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평범한 사람들과 전문 의료인이 함께 모여 만든 사회적협동조합입니다. 지금은 2200여 명의 조합원과 수의사 선생님과 함께 하고 있어요. 믿을 수 있는 동물병원을 만들고, 사람과 동물이 더불어 건강하게 살아가는 삶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조합 창립 7주년, 동물병원 개원 5주년을 맞은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이하 ‘우리동생’)이 최근 서울에 청담 2호점을 개원했다. 신뢰할 수 있는 동물병원을 만들고자 했던 조합원들의 열정은 동물병원 개원으로 이어졌고, 이제는 지역 커뮤니티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지난 8월 25일 마포구에 있는 성산 1호점에서 김현주 우리동생 이사를 인터뷰했다. ─우리동생과 다른 일반 동물병원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무엇보다도 2200명의 주인이 있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죠(웃음). 보통 병원을 개원할 때 수의사 선생님이 대출을 받거나 자기 돈을 투자하는데, 저희는 병원에 필요한 장비를 살 때 조합원들이 같이 돈을 모아요. 대출이 필요하면 조합 명의로 대출을 받고 같이 상환해요. 덕분에 수의사 선생님은 질 좋은 의료에 매진할 수 있죠. 조합원들은 손님이 아니라 병원을 함께 운영하는 사람이 되는 거고요. 조합원이 함께 소모임을 만들어 봉사활동도 하고 같이 공부도 해요.” ─청담 2호점을 개원한 이유가 있을까요? “사람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전국에 25곳이 있어요. 연합회를 통해 같이 고민도 하고 의견도 나누고 의사 선생님과도 연대하죠. 그런데 동물의료 사회적협동조합은 저희가 최초이고 유일해서 외롭더라고요.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고요. 그래서 확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2호점을 만들게 됐어요.” ─조합원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대부분 동물건강과 동물복지에 관심이 많아요. 많은

폭우로 상처 입은 구례… ‘주민의 힘’으로 일어서다

구례 수해 현장 ‘공동체 중심 재난 대응’ “우리 도서관을 자원봉사 쉼터로 쓰면 어떨까요?” “어르신들이 선풍기도 없이 바닥에 비닐 깔고 지내신다는데 도울 방법을 찾읍시다.” 심각한 수해를 입은 전남 구례가 주민들의 힘으로 다시 일어서고 있다. 인구 2만5000여 명이 사는 구례가 폭우로 물에 잠기자 주민들은 공공보다 빠른 속도로 대응을 시작했다. 각자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후원금이나 물품을 모아 나누고, 마을도서관은 자신들의 공간을 자원봉사자용 쉼터로 내놨다. 생활협동조합은 더 조직적으로 피해 상황 파악을 진행했다. 다양한 주민 조직들이 초반 재난 대응 시기부터 지금까지 서로 안부를 묻고 일손을 보태며 지역을 일구고 있다. 주민이 주축이 된 대응팀, 공공보다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지난달 7일부터 이틀간 쏟아진 500㎜ 물 폭탄에 구례가 직격탄을 맞았다. 구례군에 따르면 수해 피해액만 1200억원으로 추정된다. 피해 직후 2주가량 매일 20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들어 큰 도움을 줬지만, 겪어본 적 없는 큰 물난리에 자원봉사자 관리까지 겹치면서 군청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아이쿱생협이 먼저 나섰다. 지난 2017년 포항·경주 지진을 겪으며 생협 조합원 중심으로 ‘재난대응위원회’를 꾸렸던 아이쿱은 당시 획득한 노하우를 발휘했다. 구례섬지아이쿱생협 관계자들은 현장 복구를 위해 해야 하는 일부터 파악하기 시작했다. 대피소에 거주하는 이재민들의 목욕과 식사 지원, 필요 물품 등을 구례군청에 전달하기도 했다. 아이쿱과 협력하는 비영리단체 에이팟코리아도 주민들이 요구하는 물품들을 정리해 자원봉사센터나 다른 비영리단체와 공유했다. 구례에 기반을 둔 주민 조직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구례군 사람들의 문화 거점인 산보고책보고(산책) 마을도서관은 즉시 자신들의 공간을

[공변이 사는 法] “사회적경제 조직 위한 ‘법률적 판’ 깔아주는 일이 제 사명이죠”

기업 사내 변호사서 공익변호사 길로 현재 사회적경제 조직 법률지원 전담 사회적기업 구성원도 법률 이해 필요 협동조합 정체성에 맞는 법 만들어야 공익변호사도 용기가 필요하다. 법률적 구제가 어려운 의뢰인이 몰리는 데다 인력 부족으로 몸과 마음이 지칠 때도 많다. 도움을 요청하는 모든 사람에게 손길을 내밀 수는 없다. 21일 서울 서대문구 두루 사무실에서 만난 김용진(36) 변호사는 깡마른 체격에 눈 밑 다크서클이 짙었다. 그는 대기업 사내 변호사로 일하다 사직서를 내고 지난 2015년 공익사단법인 두루에 합류했다. 법무법인 지평이 공익 법률 활동을 목적으로 두루를 설립한 이듬해다. 김 변호사는 “처음엔 하고 싶은 일을 신나게 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지금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며 웃었다. 구성원들 법률적 이해 있으면 비용·시간 줄일 수 있어 “두루 초창기에는 전문 분야랄 것 없이 영역을 넘나드는 일을 많이 했어요. 사내변으로는 절대 맡을 일 없었던 난민 사건을 수행했을 때 공익변호사 일이 녹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죠. 종교적 박해를 피해 한국에 온 파키스탄 사람들이었는데, 교회를 다닌다는 이유로 거리에서 구타를 당하고 그 일이 지역 일간지에 실리기도 했는데 난민 입증에 결국 실패했거든요. 난민 분야는 여전히 증명 책임의 문턱이 높습니다.” 김 변호사는 몇 해간 다양한 공익 분야를 경험했고, 지금은 사회적경제 조직 법률 지원을 전담하고 있다. 그는 “사회적기업, 소셜벤처, 협동조합 등이 ‘사회적경제’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이지만 조직의 성격을 따져보면 정말 다르고 발생하는 법률 이슈도 제각각”이라고 했다.

마을 공동체 꾸려 양봉·양돈 협동조합 운영…’주민 참여’로 빈곤 벗어나다

[더나은미래·굿네이버스 공동기획] 새마을제로헝거커뮤니티 식량 지원 대신 사업 분야별 ‘주민자치회’ 구성 마을신용조합 설립해 장사 밑천 대출 받기도 댐·빗물 저장 탱크 등 지역 공동 자산도 확보 사업 성과 증명… 결식 횟수 줄고 소득 높아져 “탄자니아의 ‘치볼리’라는 마을을 찾았을 때입니다. 주민들과 마주앉아 개발 사업 이야기를 꺼내려는데 연신 고맙다는 거예요. 사업은 시작도 안 했는데 말이죠. 처음 보는 외지인에게 의지할 만큼 절박한 상황이었던 거죠.” 허남운 굿네이버스 케냐 대표(前 탄자니아 대표)는 치볼리 주민과의 첫 만남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탄자니아 도도마주(州)의 참위노 구(區)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국제개발협력사업을 이끌었다. 치볼리는 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세 마을 중 하나다. 마을 주민 스스로 ‘지도상에 없는 마을’이라고 소개할 만큼 소외된 지역이었다. 인구는 1만7000명. 주민 9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낮은 수준의 농업 기술과 극심한 가뭄으로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굿네이버스가 유엔세계식량계획(WFP)과 함께 탄자니아에서 진행한 ‘새마을제로헝거커뮤니티(SZHC)’는 기존의 국제개발협력과는 방식 면에서 큰 차이가 있었다. 단순 물품 지원이나 식량 지원 형식이 아니라 ‘주민 참여’를 통해 지역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게 사업의 핵심이었다. 허남운 지부장은 “사업 초기부터 농업, 시설 개발, 교육·훈련 등 분야별로 ‘주민자치위원회’를 꾸려 주민이 직접 사업을 꾸려나가도록 했다”며 “주민들이 만든 마을 공동체가 자산을 소유하고 시설을 운영하며 소득을 높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주민자치회는 사업 내용에 따라 다양하게 구성된다. 식량 분야에서만 양봉, 참깨 농장, 양돈 등 업종에 따라 여러 조직을 만들었다. 또 마을신용조합(VSLA)을 설립해

‘문제아’들이 뭘 하겠냐고요? 울타리 안서 의기투합하니 ‘싹’ 보이네요

“일자리도 주고, 기술도 가르쳤죠. 10년 넘게 정말 별짓 다 했는데도 모조리 실패했어요. 기존 방식으로는 아이들을 변화시킬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패스메이커(pathmaker)’가 돼야 했습니다.” 위기 청소년 보호기관 ‘세상을 품은 아이들'(세품아)을 이끄는 명성진(51) 목사가 위기 청소년 자립을 위한 실험을 시작했다. 열쇠말은 창업이다. ‘문제아’로 낙인이 찍힌 청소년들이 협동조합을 운영하면서 사회에 안착하게 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세품아 그룹홈에 사는 17~19세 청소년 7명 전원은 두 팀으로 나뉘어 내년 6월을 목표로 창업을 준비 중이다. ◇’물먹은 솜’ 같던 아이들이 “꼭 성공하고 싶어요” “만날 알바만 했어요. 돈은 필요하니까 억지로요. 이제는 달라요. 일하는 게 진짜 재밌어요.” 지난달 31일 경기 부천 세품아 사무실에서 만난 A(18)군이 말했다. A군은 B(19)·C(18)·D(17)군과 함께 ‘앤뎁’이라는 협동조합을 만들고 있다. 너무 왜소하거나 너무 덩치가 커서 기성복을 입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맞춤 의류를 판매할 계획이다. 일할 기회가 적은 청년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E(19)·F(19)·G(17)군은 ‘캠프화이야’라는 사회적협동조합 설립 준비에 한창이다. ‘일회용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캠핑’을 내세운 캠핑 장비 대여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과거 6호 처분을 받고 세품아에 왔다. 우리나라 소년법은 ‘죄를 범한 소년’에 대한 10단계 처분을 명시한다. 1~5호 처분을 받으면 집으로 돌려 보내지만, 8~10호 처분을 받으면 소년원에 송치된다. 6호 처분은 소년원에 갈 만큼 죄가 무겁지는 않지만, 귀가해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위기 청소년들에게 내려진다. 부모에게서 버림받거나, 학대당하거나, 가정이 공중분해 돼 의지할 곳 없는 상황에서 ‘비행 청소년’ 딱지가 붙은

[도시재생, 길을 묻다] 마을의 가려운 곳 긁어줘야, 지역이 살아남는다

[도시재생, 길을 묻다] ④소셜벤처·협동조합이 도시를 재생한다 ‘정부 지원이 끊기고 나면 그다음엔 어떡해야 하나….’ 최근 전국적으로 도시재생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동시에 사업 종료 이후를 걱정하는 활동가와 주민이 늘고 있다. 정부 보조금이 투입되는 3~4년 내에 지역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지역 활동가들은 “정부가 영원히 보조금을 지급할 수도 없고, 또 그걸 바라지도 않는다”면서 “지속 가능한 도시재생을 위해서는 행정기관의 손이 닿지 못하는 곳까지 맡을 수 있는 지역 기반의 사회적기업·소셜벤처·협동조합이 뿌리내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역 콘텐츠 발굴하는 사회적기업…마을과 마을을 잇다 사회적기업 ‘인디053’은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문화예술 단체다. 이들은 지역 쇠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을 이야기와 개인의 다양한 역사 등을 발굴해 콘텐츠로 만들어낸다. 할머니들에게 한글을 깨치게 하고, 이를 문학 콘텐츠로 연결하는 식이다. 칠곡에서는 할머니 400여 명이 문해 교육을 받고 있다. 평균 연령 78세. 뒤늦게 글을 깨친 할머니들은 직접 쓴 시는 지난 2015년 ‘시가 뭐고’라는 이름으로 출간돼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다. 또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는 빨래터 노래를 채록해 마을 연극단 무대에 올리기도 한다. 마을마다 차별화된 콘텐츠는 마을 공동체 활동의 기반으로 작용한다. 이창원 인디053 대표는 “현재 칠곡의 인문학 마을 25곳 가운데 9곳이 아파트 마을”이라며 “농촌 어르신들은 아파트 마을 주민에게 텃밭을 내놓으시고, 아파트 마을 주민들은 농산물을 직거래로 구입하면서 서로 교류한다”고 말했다. 효율적인 도시재생 사업을 위해 ‘행정의 무관심’을 주문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윤주선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지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