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울산지법 “소명 기회 없이 사회적기업 인증 취소하면 무효”

사회적기업이 국고보조금을 빼돌린 사실이 명백하더라도 소명 기회 없이 인증을 취소한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지난 17일 울산지법 행정1부(정재우 부장판사)는 A 협동조합이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을 상대로 제기한 ‘사회적기업 인증 취소 처분 및 제재부가금 부과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인증 사회적기업 A협동조합 운영자는 허위로 근로계약서 등 서류를 지자체에 제출해 일자리창출사업 지원금 8700만원을 챙긴 혐의로 재판을 받아 지난해 벌금 500만원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A 협동조합의 사회적기업 인증을 취소하고 제재부과금 4억3000만원가량을 부과했다.

이에 불복한 A 협동조합은 “고용노동부가 의견 청취 절차 없이 인증을 취소했고, 제재부과금 역시 근로자들이 실제 근무한 기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단정적으로 산정했다”며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인증을 취소하고 제재부과금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A 협동조합 측에 사전 통지를 하지 않았고, 의견 청취를 하지 않았던 것이 절차상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인증 취소와 제재금 부과는 정당한 절차를 밟아 결정해야 한다”면서 “보조금을 불법으로 받은 사실이 명백해도 소명 기회를 주는 게 불필요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사회적기업계 의견은 엇갈리는 상황이다. 경상도의 한 지역에서 장애인 고용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B씨는 “부당 수급이 명백한 경우 즉시 조치해야 진정성 있는 사회적기업을 골라낼 수 있다”면서 “당장은 힘들어도 그래야 사회적기업이 존중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반면 서울에서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C씨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과 규제는 경직된 경우가 많아, 일부 제재 사실만으로 해당 기업이 사회적기업 취지에 맞지 않는 기업인지 즉시 판단하기는 어렵다”라며 “해명 기회를 주고 인증 취소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판결 내용에 공감한다”고 했다.

박선하 더나은미래 기자 son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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