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블록
13일 서울 중구 덕수궁 정문에 설치된 가림막 앞에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이 망가진 채 나뒹굴고 있다. /최지은 기자
공사로 없어진 점자블록… 관계 기관은 책임 떠넘기기

지난 13일 서울 중구 덕수궁 정문 앞. 공사가 한창인 정문 바닥에 시각장애인 보행을 돕는 점자블록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청테이프로 고정해둔 점자블록이 행인들 발에 채이면서, 미관을 해치고 통행을 방해하는 애물단지가 됐다. 덕수궁 정문 공사가 시작된 건 2021년 5월이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에서 발주, 감독하는 공사로 조선시대에 존재했던 월대를 다시 설치하는 작업이다. 공사 부지를 둘러싼 가림막도 이때 세웠다. 이로 인해 보도를 가로지르는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 일부가 가림막 안쪽에 놓이게 됐다. 시각장애인이 점자블록을 따라가다 보면 사람 키를 훌쩍 넘는 가벽에 부딪히는 구조가 됐다. 공사 부지를 우회하는 점자블록은 올해 초 마련됐다. 이마저도 청테이프로 고정한 미봉책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점자블록 조각이 떨어져 나갔다. 이 상태로 한 달 넘게 방치되던 점자블록은 지난 14일에야 복구됐다. 공사를 시작한 지 1년 9개월 만에 바닥에 고정된 점자블록이 마련된 것이다. 점자블록 관리 부실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점자블록이 중간에 뚝 끊기거나 깨진 경우, 아예 설치되지 않은 장소가 여전히 많아 시각장애인들은 불편을 호소한다. 이번과 같이 보도 상황에 변경이 발생한 경우에는 관리 공백이 더욱 커진다. 공사를 시작하거나, 불법 천막이라도 설치된 경우에는 기관 간에 ‘책임 떠넘기기’가 일어난다. 책임 공방 속에서 시각장애인들은 무방비로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현행법상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에서 공사를 진행하는 경우 보조 보행로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 제25조 제1항에는 ‘인공구조물이나 물건, 그 밖의 시설을 신설·개축·변경 또는 제거하거나 그 밖의 목적으로

유지 관리가 잘못된 점형 블록./보건복지부 제공
“시각장애인 지자체 접근 어렵다” 전국 청사 시설 60% 기준 미달

국내 지방자치단체 청사 대부분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점자블록 등 시각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점자 안내 시설의 미설치율은 52.9%에 달했다. 보건복지부는 25일 이 같은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각 지자체에 시정 명령을 내렸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지난달 전국 도·시·군·구 업무청사의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총 278개 청사, 6021개 조사 대상 항목 중 세부 기준에 따라 올바르게 설치된 비율(적정설치율)은 38.8%였다. 올바르지 않게 설치된 시설 비율(부적정설치율)은 38.8%, 미설치율은 23.8%였다. 조사는 ▲매개시설(출입구 접근로 정비, 출입구 단차 제거 등) ▲내부시설(문·복도·승강기·에스컬레이터 사용 편의) ▲위생시설(화장실) ▲안내시설(점자블록, 경보·피난 설비) ▲비치용품(점자 업무 안내 책자, 8배율 이상 확대경) 등으로 구분해 시행됐다. 이 중 위생시설의 적정설치율이 15.1%로 가장 열악했다. 다음은 안내시설(26.7%), 비치용품(33.1%), 매개시설(47.9%), 내부시설(48.7%) 순으로 미흡했다. 특히 주요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인 점자블록, 점자 표지판, 점자 안내판 등의 적정설치율은 28.1%로 매우 낮았다. 미설치율도 52.9%로 높게 나타나 개선이 필요한 상태였다. 지역별로는 충북 소재 청사의 적정설치율이 31.9%로 17개 지역 중 가장 낮았다. 경북 소재 청사도 미설치율이 35.5%로 가장 높아 열악한 상태였다. 울산광역시 소재 청사는 부적정설치율이 44.4%에 달했다. 연합회 측은 이에 대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방법과 지침에 대한 숙지와 준수가 요망된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잘못 설치된 편의시설은 올바르게 설치하도록 조치하고, 미설치된 곳은 조속히 설치할 수 있도록 25일 전국 지자체에 시정명령을 했다”고 밝혔다. 시정명령을 받은 지자체는 올해 상반기까지 조치한 후 결과를

6명의 NGO 활동가들이 땅만 보고 걷는 이유

‘무중력팀’, 시각장애인 보행권 개선 프로젝트   “오는 길에 또 한 건 신고했어.” “땅만 보고 걸었구만.” 이상한 대화를 하는 이들의 정체는 NGO에서 10년 이상 일해 온 중간관리자들. 이른바 ‘무중력팀’ 멤버들이다. 중력을 거스르는 힘처럼 시각장애인들의 보행권을 가로막는 장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모인 이들이다. ‘아산나눔재단 프론티어 아카데미’ 팀별 활동을 계기로 뭉친 6명의 멤버들은 지난 5월부터 ‘시각장애인 보행권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17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서울본부에서 무중력 팀원 4명을 만났다. 이창신(48) 홀트 일산복지타운 사회복지사, 김경화(41) 한국여성재단 나눔기획팀 팀장, 송민영(38)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후원자마케팅 팀장, 이상엽(38)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사랑온라인팀 팀장이 주인공이다. 그들은 왜 이 프로젝트에 뛰어들었을까.   ◇서울시 불편신고 앱에 접수된 ‘노원구 월계 2동 보도블록’ “20년 전, 제가 살던 일산에서 잘못된 보도블록 문제가 큰 반향을 일으켰음에도 지금까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만약 교통표지판이 잘못 설치된 채 바뀌지 않았다면 전국적으로 난리가 났을 겁니다.” 이창신 사회복지사는 무중력팀이 ‘시각장애인 보행권 개선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무중력 팀은 잘못 설치된 점자블록을 시민들이 직접 행자부와 서울시 앱에 신고하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서울시에서 발견한 점자블록은 ‘서울시 스마트 불편신고’ 앱에, 서울시 외 전 지역에 있는 잘못된 점자블록은 행정자치부의 ‘생활불편신고’ 앱에 알리도록 한다. 이상엽 팀장은 서울 노원구 월계 2동에 있는 잘못된 점자블록을 서울시 앱에 신고했던 경험을 계기로 앱에 신고하는 방법을 떠올리게 됐다고 한다. 그는 “잘못 설치된 점자블록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그걸 휴대폰으로 찍어 서울시

색 벗겨진 블록 빛 반사된 점자 그들도 보인다

저시력 장애인문제 빛과 색은 볼 수 있는데 ‘전맹’에만 맞춰진 제도 국내 정책 개선 시급해 “고령화 시대 접어들어 저시력 인구 더 늘 것” “부실 공사야, 부실 공사.” 승객을 기다리던 백발 모범택시 기사가 검은 보도블록을 가리키며 말했다. “거기 갈라지고, 올라온 데 보이지? 거기서는 사람이 많이 넘어져요.” 서울역사 앞 버스환승센터 인근 도로. 노란색 칠이 벗겨진 점자블록(시각 장애인의 보행 안전을 위한 요철이 있는 바닥)이 검은 속살을 지저분하게 드러냈고, 지진이 난 듯 갈라져 올라온 곳도 있었다. 남대문을 넘어 서울시청 쪽으로 향하는 길 곳곳에도 노란 칠이 벗겨진 검은 점자블록을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서울시가 지난 2008년부터 ‘디자인 서울’ 사업으로 차별화된 거리를 만들면서 생긴 것이다. 도시 미관을 이유로, 노란색이어야 하는 시각 장애인용 점자블록을 개성 있는 색으로 꾸민 것이 시초. 시각 장애인들의 항의가 거세자 노란색을 덧칠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벗겨지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역사 인근 보도를 비롯해, 명동이나 강남역 주변이 이런 블록이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저시력 장애인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부터 시작 왜 이런 해프닝이 벌어졌을까. 미영순 한국저시력인연합회 회장은 “정책과 제도를 만드는 사람들이 시각 장애인은 모두 시력이 아예 없는 ‘전맹(全盲)’뿐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국내 등록 시각 장애인 중 전맹 비율은 12%대에 지나지 않는다. “저시력 장애인들이 장애인으로 등록하기를 꺼리는 특성까지 고려하면 전맹 비율은 6% 정도로 떨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맹학교 출신의 한 시각 장애인은 “시각 장애인 하면 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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