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여성센터
[2018 新 복지 사각지대] “거리에서도 숨어 살아야 하는 이들” ① 여성노숙인 편

지난달 9일 서울 영등포역, 역사 화장실에서 까만 벙거지 모자를 푹 눌러쓴 여성 노숙인을 만났다. 땀 냄새로 범벅된 악취가 코를 자극했고, 수레에는 신문지, 박스, 옷가지로 보이는 천들과 술병이 가득 담겨있었다. 화장실에서 나온 그는 우산을 펴고 역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실내에서 왜 우산을 펴고 있는지 묻자, 그는 “사람들이 무서워 몸을 가리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기자가 다가가 말을 이어가려고 하자, 이내 자리를 정리하고 재빨리 떠났다. 우리 사회의 여성 노숙인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전체 노숙인(1만1340명, 거리 및 시설 노숙인 포함) 중 남성 노숙인은 8335명(73.5%), 여성 노숙인은 2929명(25.8%)으로 추정된다(보건복지부, 2016년도 노숙인 실태조사). 여성 노숙인이 남성에 비해 한참 수는 적지만, 노숙인 4명 중 1명 꼴이다. 전문가들은 “여성 노숙인 실태 조사가 과소 추정돼 적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 지적한다.  2016년 당시 국내 최초로 실시한 전국 노숙인 실태조사를 총괄했던 이태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원, 광장, 역 부근 등 공개된 장소에 머무는 남성 노숙인과 달리 여성 노숙인은 성적 및 신체적 위협을 피해 숨어 지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공중화장실 및 장애인 화장실, 교회 예배장소, 기도원, 패스트푸드점, PC방 등 공개된 장소가 아닌 곳을 선호한다는 것. 이태진 연구위원은 “여성 노숙인의 특성에 대한 이해없이 실태조사를 실시해 실제 숫자보다 적게 집계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폭력, 성폭행… 위험에 노출된 여성 노숙인들의 힘겨운 거리 생활  여성 노숙인은 남성 노숙인보다 폭력과 성폭행, 금품갈취, 협박 등 각종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

‘복지 사각지대’ 여성 지원 사업.. 국내 기업이 보이지 않는다

  안옥선(가명·57)씨는 여성 노숙인 임대주택 시설의 행복 전도사다. 늘 웃는 얼굴로 사회복지사와 이웃을 대한다. 하지만 그가 웃음을 찾기까진 수년이 걸렸다. 가정 폭력에 시달리다 이혼 후 집을 나온 그는 20년 전부터 방황을 시작했다. 고된 삶 때문에 정신 질환까지 발병해 거리 생활을 했다. 노숙인 시설, 정신장애인 시설을 전전했지만 갑작스레 찾아오는 공황장애를 홀로 견디기가 고통스러웠다. 그랬던 안씨가 달라졌다.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챙기는 여유도 생겼고, 오랜 기간 인연을 끊고 지냈던 자녀들과의 관계도 좋아졌다. 최근엔 임대주택을 나와 가족과 함께 살기 시작했다. 그동안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복지 사각지대 최전선, 여성 노숙인 돕는 기업 안씨의 행복은 ‘집’에서 시작됐다. 이랜드복지재단이 2016년 11월 정신 질환을 가진 여성 노숙인을 위한 5200여 만원 규모의 임대주택 지원 사업을 시작한 덕분이다. 임대 보증금을 지원받아 주택에 입주한 그는 매일 사회복지사를 만났다. 상담은 물론 생활 관리도 받았다. 노숙을 하며 불규칙한 수면과 불균형한 영양으로 낮아진 면역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 옥상 텃밭에서 채소를 가꾸며 마음 치유도 하고, 1층에 마련된 커뮤니티 공간에선 함께 입주한 이들과 친목도 나눴다. 상태가 호전되자 안씨는 자신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찾아나섰다. 매일 오후 그녀는 정신장애인 사회복지시설에서 자원봉사를 한다. 그 외 시간엔 공공근로를 통해 돈을 모으고 정식 취업도 준비한다. 안씨를 포함, 정신 질환을 안고 거리를 전전하던 여성 17명이 함께 살고 있다. 병원이나 시설 등 다소 강제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자율적이면서도 편안한

더나은미래 특별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