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만5000㎞ 달려… 사회적기업의 희망을 만나다

임팩트 투자 전문가·인권 변호사 부부 1년간 만난 세계 20개국의 사회적기업가 100명 “기업 생태계, 나라마다 달랐지만 ‘개인적 동기’ 모두 가지고 있어 케냐의 공정거래·남아공 무료 대학… 지원 많아진 것에서 가능성 찾았죠” 1년 동안 아시아에서 아프리카까지 3만5000㎞를 돌며 세계 20개국 사회적기업가 100명을 만난 부부가 있다. 스타트업 기업의 성장을 돕는 ‘임팩트 투자(재무적 수익뿐 아니라 사회·환경적 가치를 고려해 투자)’ 전문가 스티븐 리(Steven Lee·37)씨와 유엔난민기구(UNHCR) 인권변호사 머라이어(Marije Mellegers·34)가 그 주인공이다. 2013년 4월 28일 동해항에서 시작한 여정은 러시아, 몽골을 거쳐 아프리카 최남단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마무리됐다. 1t짜리 트럭 지붕을 개조해 텐트를 부착하고, 비포장 도로에도 견딜 수 있는 강력한 바퀴를 장착했다. 대부분의 숙박 일정은 오토캠핑장 혹은 자연 속. 세계은행(World Bank), 국제금융공사(IFC) 등 국제기구나 각 나라에서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협회의 추천을 받아 방문할 곳을 선정했고, 인터뷰한 사회적 기업가로부터 추천을 받기도 했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를 막론하고 흔히 찾을 수 있는 사회적기업 모델은 ‘재활용 가게’였다. 하지만 사회적기업 생태계는 나라마다 달랐다. 아랍권에서는 ‘가난한 사람에겐 일보단 돈을 주는 것이 낫다’는 통념이 지배적이었고, 중앙아시아 국가 상당수는 독재 정치에 익숙해진 탓인지 ‘사회문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사람들이 답을 못하곤 했다. 케냐는 10년 전부터 이미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나라지만, 장벽은 여전했다. “비즈니스 인큐베이팅이 끝나고 사업자금을 찾으라고 하면 아주 쉽게 찾아요. 보조금(grant)이 대단히 많기 때문이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놔도 다시 보조금으로 돌아가는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기업가 정신이 중요한 이유다. 사회적기업가 100명에게서 발견된 공통

매달 15곳 돌아도 상법만 따지다 돌아와… 공공기관·사회적기업, 동행 가능한가

공공기관과 거래하는 사회적기업의 사정 작년 공공기관의 사회적기업 제품 구매율 0.68% 기업이 직접 공공기관 찾아가도 형식적인 대응만… 구매담당 공무원에 인센티브·의무교육 강화해야 ‘0.68%’. 지난 한 해 국가기관, 지자체, 공기업 등 공공기관에서 사회적기업 제품을 구매한 비율이다. 지난달 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3년 공공기관의 사회적 기업 제품 구매 실적’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총구매액은 2632억원으로 지난 2012년(1916억원)보다 37.3% 증가했지만 여전히 공공기관 경영평가 권고 기준(3%)을 크게 밑돈다. 대부분의 사회적기업에 판로 개척이 케케묵은 난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공공기관들의 더욱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된다. 이에 ‘더나은미래’는 지난해 공공기관과 거래 실적이 있는 사회적기업들에게 공공거래에 대한 ‘속내’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문 닫기 일보 직전에 살아났죠.” 광진구 구의동에 위치한 정립전자. 중증 장애인 160명이 일하는 사회적기업으로, ‘LED(Light Emitting Diode·발광다이오드)’ 등 전기·전자 제품을 생산한다. 2008년 경영이 악화돼 폐업 위기에 놓였지만, 현재는 안정 궤도에 들어섰다. 작년 매출은 약 230억원. 2009년과 비교하면 10배가 넘는다. 정립전자는 공기업들의 도움을 발판으로 올라섰다. 김현국 정립전자 대표는 “한국남부발전이 제품 개발비를 지원했고, 다른 발전사들도 꾸준히 제품을 구매해줘 경영에 안정성을 얻었다”고 했다. 사회적기업 중 유일하게 자사 브랜드 PC를 납품하는 ‘레드스톤 시스템’은 작년 매출 78억 중 90% 정도가 공공기관과의 거래 실적이다. 박치영 레드스톤 시스템 대표는 “지자체, 관공서, 공기업들을 찾아 전국을 돌며 얻어낸 성과”라며 “민간 시장을 뚫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보고, 회사 설립 단계부터 공공기관을 주 타깃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는 작년 11월, 서울시로부터 서울 중랑구의 ‘시립중랑노인전문요양’을 위탁받았다.

[최태욱 기자의 ‘○○’] 한 달에 한 번, 비밀 상자를 열면 공정무역 상품이 주르르~

사회적기업 10곳 참여 ‘맺음꾸러미상자’ 매달 메뉴 조합 바뀌어 여는 재미 쏠쏠 지난 16일 강북구 번동의 한 골목길이 부산스럽다. 이영섭(39·온라인 유통업)씨의 사무실 이삿날이다. 이씨는 남겨진 책상, 의자, 소형 냉장고 등을 자활 공동체 ‘민들레가게’에 기증했다. “아깝잖아요. 주변에 이런 거 처분한다는 사람 만나면 꼭 얘기해줍니다.” 이씨가 트럭에 실리는 의자를 보며 말했다. 김지연 민들레가게 총괄팀장은 “신청하면 직접 수거하러 가는데, 하루 평균 3~5건 정도 된다”고 했다. 강북구에 이 같은 활동을 하는 업체는 민들레가게, 아름다운가게, 살림 등 7곳. 매장 수로 20여곳이나 된다. 지난해 이들이 뜻을 모았다. ‘강북자원순환네트워크’라는 협의체를 결성하고 ‘공공박스'(http://oobox.kr) 캠페인을 시작했다. 홈페이지에 온라인 기증 신청을 하면 요일별로 정해진 업체가 수거한다. 판매 수익금은 소외 이웃에게 연결한다. 이날 영섭씨의 손때가 묻은 물품들은 강북구 인수동 산자락에 있는 물류센터로 옮겨졌다. 30여평 공간 가장 안쪽엔 파란색 상자가 산처럼 쌓여 있다. ‘여름잠’에 들어간 겨울옷들이다. 복도에는 ‘출하 대기’ 중인 상자들이 가득했다. 오는 주말 강북자원순환네트워크가 주최하는 자선 바자회로 향할 예정이다. 옷 대신 ‘설렘’이 담긴 상자도 있다.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맺음사업단’의 도시형 꾸러미 상자다. “사회적기업이나 공정무역 제품들을 한 상자에 담아 기업에 장기 회원제 방식으로 납품하면 어떨까 생각했죠.” 임상엽 맺음사업단 매니저의 설명이다. 지난 5월 첫 번째 거래가 성사됐다. 오는 12월까지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에 꾸러미 상자를 납품하게 된 것. 이혜원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 구매팀장은 “매주 월요일 임직원 250여명에게 간단한 아침을 대접하는 ‘위클리스낵’이란 행사를 하는데, 주로 대기업

협동조합 창업교육 해주고 임직원엔 3%대 금리 대출… 진화하는 신협

지역 주민 신뢰 얻으려 다시 변하는 신협 협동조합 특례보증·1신협1협동조합 추진 신규조합 자금 부족 문제는 과제로 지적 “70년대 시골은 춘궁기를 버티기 위해 쌀을 빌렸죠. 50%의 고리(高利)였어요. 모두가 가난해졌죠. 그래서 동네 청년 24명이 800원씩(당시 8만원 정도의 가치) 거둬 제일 어려운 사람 먼저 빌려줬어요.” 1977년 4월 정식 인가를 받은 전남 ‘보성신협’이 탄생한 배경이다. 당시 기틀을 다졌던 이는 임정빈 현 동작신협 이사장. 임 이사장의 설명은 이어졌다. “점점 사람이 모이니 이자도 모였죠. 마을 사람들과 상의해 동네 화장실을 개량하고, 우수한 돼지 종자를 들여왔어요. 돼지가 많아져 파리가 들끓자 마을 소독도 했죠. 학생들이 통학하는 강가엔 다리를 놨고요. 이게 신협입니다. 다 함께 행복해지는 거죠.” 우리나라에 신용협동조합(이하 신협)이 생긴 건 1960년 5월 미국 메리가브리엘라 수녀가 만든 ‘성가신협’이 처음이다. 국내 최초의 민간 주도 비영리 금융협동조합이었다. 주주 이익이 아닌 상호 이익을 위한다는 게 은행과 달랐다. 1972년엔 신협특별법도 제정됐다. 현재 전국 935개의 신협이 580만명의 조합원과 57조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 4위, 아시아에선 가장 큰 규모다. 소상공인, 저신용 근로자, 지역 주민들이 주고객이다. 5년째 신협을 이용한다는 구자숙(62·서울 동작구)씨는 “(은행에 비해) 소액 대출이나 예금 문의를 훨씬 편하게 할 수 있고, 봄철 기생충 약이나 김장철 소금 같은 것들을 공동구매 해주기도 한다”고 했다. 법 제정 이후 규모가 커지긴 했지만 수많은 신협이 난립하면서 문제도 생겼다. 일부 임원들의 ‘돈놀이’ 창구가 되거나 ‘이율’만 좇는 조합원들도 늘었다. 본래 가치를 잃으니 경영도

눈 안보이면 춤출 수 없단 생각, 뒤집으니 희망이 보였다

명상舞 알리는 기업 ‘춤추는 헬렌켈러’ 눈감고 추는 즉흥무, 시각 장애인에 딱 장벽 뛰어넘는 다양한 직업 발굴이 목표 지난 11일 저녁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교회 세미나실. 단소, 꽹과리 등 국악으로 어우러진 한국의 가락이 나지막이 울려 퍼졌다. “하나, 둘, 셋.” 검은 옷을 입은 한 남자는 손을 두어 번 휘젓고, 빠르게 한 바퀴 턴을 했다. 그가 옆 여자의 어깨를 살짝 터치하며 순서를 알렸다. 머리를 곱게 묶은 여자는 오른손을 위로 둥그렇게 올리고, 바닥에서 살포시 뛰었다. 발레 동작과 비슷했다. 즉흥적인 몸짓이지만 음악과 묘하게 분위기가 맞았다. 두 남녀는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 시종일관 눈을 감고 있었다. 유창호(23·시각장애 3급), 최희정(39·시각장애 1급)씨는 시각장애인 댄서다. ‘보이지 않는데 춤을 출 수 있을까.’ 예비 사회적기업인 ‘춤추는 헬렌켈러’는 시각장애인들에게 ‘명상무(舞)’를 보급하는 단체다. 이날 연습에 매진하던 시각장애인 5명도 이달 말 ‘세종과 지화, 춤을 추다!’ 공연을 앞둔 명상무 수련생들이다. 명상무는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되 음악이나 연주에 맞추어 자신의 내면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춤이다. 정형화된 안무가 아닌 즉흥무 성격이 강하다. 이 때문에 정안인(正眼人)들도 명상무를 출 때 눈에 까만 두건을 두른다. 시각장애인에게 명상무가 ‘잘 맞는 옷’인 이유다. 정찬후(43) 춤추는 헬렌켈러 대표는 명상무가 “맹인이 명인(名人)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년 넘게 호흡 명상과 명상무를 지도해온 정찬후 대표가 ‘시각장애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2009년 그는 석가탄신일 기념 공연에 참가했다가 시각장애인 자녀를 둔 한 어머니를 만났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시민 장터’ 서울 곳곳에 활짝 피었습니다

지난달 20일, ‘서울시민장터협의회’가 출범했다. 길게는 10년, 짧게는 1년가량 서울 시내 곳곳에서 장터를 열고 있는 일상예술창작센터, 쌈지농부, 방물단, 마을공동체 ‘품애’ 등 15곳의 민간단체가 모인 것이다. 이들의 핵심 키워드는 ‘지역 활성화’와 ‘대안문화 제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장(場)’을 열면서, 지역문화를 새롭게 만들어보겠다는 의미다. 민간단체들은 함께 협동조합을 만들거나, 사회적기업끼리 파트너를 맺으면서 장터의 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민장터협의회 공동대표인 천재박(35) 쌈지농부 실장은 “작년부턴 지역 곳곳에서 장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면서 “그동안 장터 운영에 관한 법령도 마련되지 않아 장소 문제·지자체와의 관계 등 행정적인 어려움을 겪었는데 ‘시민장터’를 지향하는 사람들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개선안을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김영등(46) 일상예술창작센터 대표는 “한때 ‘아나바다 알뜰장터’ 시장이 인기를 끈 적이 있었지만 공감대가 확산되지 못해 금방 사라지고 말았다”면서 “장터가 우리 사회의 건강한 문화로 깊숙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앞장설 것”이라고 했다. 색다른 장터의 중심에 뛰어든 이들은 사회적기업·협동조합에 빠진 청년이 대다수다. 21세기판 도심 명물 장터 현장을 찾아, 그 의미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계단서 펼쳐지는 이색장터 ‘이태원 계단장’ “차 지나갑니다. 비켜주세요!” 지난달 31일 토요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이태원 우사단 마을의 이색장터 ‘계단장’ 오픈 30분 전, 스태프들의 외침이 귀를 때렸다. 장터 개장을 준비하는 차들이 오고 가는 사이, 이미 줄은 10m가량 늘어서 있었다.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이면, 서울의 유일한 이슬람 사원 뒤쪽 60여개 계단은 ‘장터’가 된다. 이름하여 ‘계단장(場)’이다. 계단의 폭은 성인 10명이 나란히 서면 꽉 찰 정도. 가운데에

사회 구석에 관심 돌리니 길이 열렸다

청년, 사회적기업에 뛰어들다 국제 구호서 소외된 남미의 빈곤에 관심 이면지 재활용 노트 선물·수공예품 판매 예술가와 대중을 서로 잇는 다리 역할 페스티벌·소액 예술품 마켓 개최 비빔밥 홍보 위해 세계 돌며 시식행사 장차 서구 식습관 문제 해결이 목표 “청년들아, ‘재미없게’ 돈 벌지 말고 세계를 변화시키는 ‘재밌는 일’에 나서라.” 사회적기업가의 대부(大父)인 무하마드 유누스의 일침이다(무하마드 유누스는 그라민 은행을 세워, 방글라데시 빈민들을 위한 무담보 소액대출 운동을 펼친 공로로 2006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인물이다). 청년 실업자 100만명 시대에 이렇게 ‘재밌게 돈 버는’ 일에 뛰어든 청년 사회적기업가 3인방을 만났다. 이들은 카이스트 경영대학 사회적기업 MBA 과정에 재학 중인 대학원생이기도 하다. ☞ “수공예품 판매로 남미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겠다” ―’어도네이션’ 고귀현 대표 고귀현(28)씨는 2012년 초, 남미로 홀연 배낭여행을 떠났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법학’을 전공하며 진로 고민은 커져갔고, 오랫동안 사귀었던 여자친구와도 이별한 직후였다. “인생의 답을 얻겠다”며 떠난 여행지에서 고씨의 눈에 들어온 것은 구걸하는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먹을 것을 사기 위해 엄마가 만든 수공예 제품을 팔기도 했다. 고씨는 “여행자로서 관광지를 즐겼지만, 그 땅의 주인인 현지인들의 현실은 녹록지 않아 죄의식이 느껴졌다”고 했다. 3개월의 힐링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우연히 참석한 행사에서 사회적기업가(시지온 김미균 대표, 트리플래닛 김형수 대표, 프리메드 강지원 대표)의 강연을 들었다. 사회를 바꾸는 전혀 다른 방식을 알게 됐다. 게다가 발표자들은 고씨와 거의 동갑내기였다. 도전이 됐다. 이틀 후 바로 실행에 옮겼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주최하는 소셜벤처 대회가 단기

소셜벤처 상표권 수난 잇따라

한국갭이어, 상표권 침해 금지 소송 휘말려 법적 구제책 강화·면밀한 예방교육도 필요 “청년들이 방학이나 학기 중 견문을 넓힐 수 있도록 봉사, 여행, 인턴십 프로그램 연계 활동을 2년 넘게 진행해 왔는데, 법적인 문제로 회사 이름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니까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더라고요.”(안시준 한국갭이어 대표) 최근 한국갭이어의 상표 출원이 좌초될 위기에 있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페이스북을 통해 알려졌다. ‘갭이어’는 학업을 잠시 중단하고 봉사·인턴십·여행 등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설정하는 시간으로, 유럽을 비롯한 미국 세계 명문대에서는 입학과 동시에 갭이어를 권장하는 서문을 보낸다. 2012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한국갭이어는 작년 12월 특허청에 ‘한국갭이어’와 ‘Korea Gapyear’ 상표를 출원했다. 그런데 글로벌 의류브랜드 갭(GAP)이 “대중들이 ‘갭’ 단어를 중심으로 한국갭이어를 인식하기 때문에 갭의 상표와 유사하며, 갭이어의 지정 서비스업 또한 갭의 사업과 겹치기 때문에 상표권 등록을 해서는 안 된다”며 이의 신청을 한 것이다. 다급해진 안 대표는 공공 변리사 몇몇을 만나 자문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니 출원을 포기하는 것이 어떻겠느냐”였다. 이런 사연이 페이스북을 통해 알려지면서 몇몇 법조인이 무상 자문을 해주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현재 한국갭이어는 갭의 주장을 반박하는 서류를 제출한 뒤 추가 대응을 기다리고 있다. 안 대표는 “티셔츠를 판매하는 갭과 글로벌 청년 인턴십 프로그램인 갭이어는 전혀 다른 사업 영역”이라며 “미국·영국·일본 등에서도 ‘갭이어’라는 명칭은 보통명사처럼 사용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늘어난 소셜벤처,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이 상표권 문제로 곳곳에서 홍역을

사회적기업은 디자인 중요성 느끼고 디자이너는 또 다른 길 경험해 “모두 윈윈”

‘스프링’ 프로그램 도입한 디자인 회사 슬로워크 임의균 대표 1년 2번, 디자인 전공 대학생 선발해 비영리단체·사회적기업 활동 참여 ‘비영리단체와 디자이너, 모두 윈윈(win-win)할 순 없을까.’ 디자인 회사 ‘슬로워크’가 지난해부터 도입한 ‘스프링’ 프로그램의 아이디어다. 스프링은 슬로워크가 1년에 두 번, 디자인 전공 대학생을 선발하는 ‘예비 디자이너 인큐베이팅’ 프로젝트다. 선발된 학생들은 두 달 동안 슬로워크 인턴으로 활동하며 디자인 실무를 경험하고, 이후 두 달은 파견단체(비영리단체·사회적기업 등)의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4개월간 급여는 슬로워크가 부담한다. 조성도(사진 오른쪽·31) 슬로워크 디렉터는 “비영리단체·사회적기업엔 조직 내부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는 기회이고, 디자인 전공생들은 친환경·사회적 디자인이라는 ‘제3의 길’을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기 스프링 프로그램에 선발돼 ‘열린옷장'(잘 입지 않는 정장을 가진 사회 선배들과 면접용 정장이 필요한 청년 구직자들을 연결하는 공유기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던 이혜인(25)씨는 “사업 초기라 명함부터 소책자까지 다양한 디자인 작업을 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고, 김소령 열린옷장 공동대표는 “디자인적 사고를 바탕으로 사업을 기획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지금까지 6개 단체에 6명의 디자이너를 파견했고, 3기 ‘스프링’ 프로그램은 오는 6월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의 탄생은 10년이 넘는 비영리단체와의 파트너십에서 비롯됐다. 임의균(사진 왼쪽·38) 대표가 회사를 창업한 2002년, 첫 고객이 비영리단체였다. “아름다운재단에서 공익광고 CF를 만든다고 1500만원 정도 예산을 책정했어요. 사실 그 돈이면 40초짜리 영상물에 음원, 더빙작업만 하면 끝이에요. 거기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하니, 다른 스튜디오에서 퇴짜를 맞았나봐요. 제가 시민단체에서 디자인 작업도 했으니, 해줄 수 없겠냐고 찾아왔습니다.”(순수 회화를 전공했던

“10일 공청회… 사회적경제원 만들어 통합적인 정책 펼치도록 지원할 예정”

새누리당 사회적경제특위 유승민 위원장 인터뷰 올해 1월 새누리당은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사회적경제특별위원회’를 발족했다. 특별위원회(이하 특위)는 유승민(3선) 위원장을 포함해 의원 18명 , 자문위원 19명, 4개 분과로 구성됐다. 지난달에는 여야 정당과 시민사회, 사회적경제 전문가 등이 모여 ‘전국사회적경제매니페스토실천협의회’를 출범, 새누리당에서는 유승민 의원,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신계륜 의원이 상임대표를 맡았다. 3일 오전 사회적경제언론인포럼(대표 김현대) 초청으로 유승민(사진) 새누리당 의원을 만났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제정한다고 밝혔다. 현재 진척 상황은 어떤가. “오는 10일 공청회를 연다. 정부 부처가 참여하지 않고, 특위에서 초안을 만들었다. 기재부는 협동조합, 안행부는 마을 기업, 고용노동부는 사회적기업 등 부처 간 칸막이 문제가 지적되고 있어서다. 사회적경제기본법에서는 ‘사회적경제원’을 만들어 통합적인 정책을 펼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총리실이 주도할 것인지 기재부가 주도할 것인지, 아니면 독립 청을 만들지는 고민 중이다. 우선 ‘사회적경제’ 개념을 법에 명시했고, 공공 구매, 사회적금융 등 주요 내용도 포함했다. 설립 목적과는 달리 영리만 추구하고 있는 농·수·축협과 신협, 새마을금고도 기본법 적용 대상으로 고려 중이다.”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한 움직임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새누리당이 생각하는 ‘사회적경제’의 개념이 궁금하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모든 경제활동을 말한다. 사회적경제 조직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지만, ‘경제’를 무시해서는 도저히 성공할 수 없다. A라는 가게가 아무리 좋은 사회적 가치를 말하더라도 매출이 ‘0’이면 무슨 의미가 있나. 이는 새누리당이 추구하는 ‘시장경제’와 맞닿아 있고, 더 강력하게 ‘사회적경제’를 추구할 이유도 된다. 경제활동은 우리 삶의 일부분이지 특정 당의 전유물이 아니다.” ―사회적경제 가능성을 무엇으로 보나. “우리나라는 급격한 경제성장도

NGO 활동가부터 기업 CFO까지… 지금은 “주주 자본주의 뛰어넘는 대안 모델 꿈꿉니다”

[인터뷰] 임팩트 투자회사 D3쥬빌리 이덕준 대표 임팩트 투자란 재무적 수익뿐만 아니라 사회·환경적 가치까지 따지는 투자 방식美 사회적자본시장 Socap 콘퍼런스 돈과 가치를 함께 고민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 놀라 이덕준(49·오른쪽 사진)씨는 80년대엔 빈민운동 활동가로, 90년대엔 외국계 투자은행에서, 2000년대엔 G마켓을 나스닥에 상장시킨 재무이사(CFO)로 활약한 인물이다. 이씨는 2011년 임팩트 투자기관 ‘D3쥬빌리’를 설립, 국내외 투자처를 발굴하고 있다.(임팩트 투자란 재무적 수익뿐만 아니라 사회·환경적 가치까지 따지는 투자방식이다). 다채로운 이력의 그가 ‘임팩트 투자’의 선봉장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이씨의 본격적인 사회생활은 NGO에서 시작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간사로 일하며 활동가의 꿈을 꿨지만 이내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것. 그는 한국신용평가정보에 취업, 기업을 분석하는 업무를 4년간 맡았다. 이후 영국 런던정경대학(LSE)으로 1년간 유학길을 떠났고, 영국계 자산운용사 슈로드, 시티은행, 크레딧스위스(CSFB) 등 외국계 투자은행에서 7년 반가량 일하며 자본주의의 첨단을 맛보았다. 이씨는 “투자은행에서 상무까지 올랐지만 평생 이 일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인생의 전환점은 2005년 당시 중소 규모 벤처였던 G마켓과의 만남을 통해 시작됐다. G마켓은 성장세였지만 아직 손실이 나고 있었다. 그는 “중소 상인이 비즈니스를 수월하게 풀어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사업 모델이 좋았다”면서 “특히 이익이 나기 전부터 ‘후원쇼핑’이란 서비스를 론칭, 고객이 해당 상품을 구입하면 일정 금액이 기부금으로 적립되는 모델을 만들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후원쇼핑은 판매자가 상품 등록 시 후원상품으로 설정하면 G마켓은 상품 전시 점수에 인센티브를 적용해 노출 우선권을

아이 위해 시작한 천연제품 제작 지금은 소외 계층을 위해 만들죠

천연화장품 사회적기업 ‘티트리’ 손혜선 대표 아토피 앓은 둘째 위해 천연 화장품 만들기 시작 효과 소문나자 강의 인기 다문화 여성 등 소외계층 천연제품 강사로 양성 5년간 1000여명 거쳐가 수익금, 소외계층 돕는 데 써 두 아이를 키우던 평범한 주부가 ‘사람’을 키우는 기업을 세웠다. 경기도형 예비사회적기업 ‘㈜티트리(TeaTree·이하 티트리)’를 이끄는 손혜선 대표 이야기다. 티트리는 탈학교 청소년, 장애아동 부모, 다문화 여성, 경력 단절 여성 등 소외 계층을 전문 강사로 양성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지난 5년간 1000여명이 교육을 받았고, 그중 300여명이 현재 문화센터, 예술교육지원센터, 사회복지기관 등에서 전문 강사로 활동 중이다. 티트리를 통해 ‘천연 비누·천연 화장품 전문가’ 자격증을 얻고, 경력을 쌓은 덕분이다. 손 대표 역시 10년 전 문화센터 강사로서 사회생활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녀의 첫 강의는 ‘아토피를 이겨내는 로션 만들기’. “작은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심한 아토피를 앓았어요. 병원에서 ‘평생 머리카락이 나지 않을 수 있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때부터 국내외 전문 서적, 관련 사이트를 뒤지면서 아이에게 맞는 샴푸, 로션, 비누 등을 천연재료로 직접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옷도 직접 면으로 제작해서 입혔죠. 4년쯤 지나자 아이가 눈에 띄게 회복됐고, 변화를 지켜본 지인들이 강의를 부탁했습니다. 감잎차와 올리브 오일을 섞은 에센스, 포화죽염수(알로에+죽염+물) 등 실제로 효과가 높았던 사례들을 공유했죠.” 일주일 내내 강의를 다닐 정도로 요청이 늘자, 2005년 손 대표는 ‘티트리’란 이름으로 개인사업자 등록을 냈다. 2009년엔 ‘천연비누&천연화장품 만들기 협회’를 개설, 교육청으로부터 민간 자격증 발급이 가능한 전문 학원 허가를 얻었다. 최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