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진
“문자통역을 넘어 청각장애인 삶의 질을 개선합니다”

[인터뷰] 박원진 에이유디(AUD) 이사장 코로나19 팬데믹 전만 해도 대학 내 청각장애인 학습권은 보장되는 편이었다. 일부 학교에선 자체적으로 대필 도우미 학생을 선발해 청각장애인 학생과 나란히 앉아 대필 화면을 함께 보는 것으로 청각장애인을 지원했다. 그러나 코로나 확산으로 대부분의 강의가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다.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강의엔 그 어떤 서비스도 지원되지 않는다. 청각장애인 학생들은 강의를 들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17일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서 만난 박원진 에이유디(AUD) 이사장은 “장애인만을 위한 서비스로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면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문자통역 서비스도 모두를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자통역이 유니버설 디자인이 되기까지 사회적협동조합 에이유디는 유니버설 문자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쉐어타이핑’를 제공한다. 문자통역사가 청각장애인 옆에서 같은 화면을 봐야만 했던 불편을 해소한 온·오프라인 서비스다. 특히 코로나 이후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기관 행사나 화상 회의 플랫폼 줌(zoom)에서 진행되는 강의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이를테면 화상회의 플랫폼상에서 자막 지원 기능이 없더라도 쉐어타이핑을 이용하면 속기 웹페이지와 회의 영상을 동시에 볼 수 있다. “기존 문자통역 서비스는 통역사들이 현장에 가야만 했어요. 오프라인 강의 같은 경우에는 청각장애인 학생과 대필 도우미가 나란히 앉아야만 했죠. 가까운 친구와 함께 수업을 들을 수도 없지요. 쉐어타이핑이라는 이 플랫폼 하나로 언제 어디서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았다는 사실이 중요한 거예요.” 문자통역은 직장에서도 활용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는 근로지원인 지원사업 중 하나로 청각장애인 근로자를 위한 문자통역을 에이유디에 위탁 운영하고 있다. 통역을 담당하는 문자통역사는 에이유디의 조합원이다.

장애인에 날개 달아주는 ‘기술’의 힘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디캠프 선릉센터에서 열린 ‘에이블테크 디파티(Able-tech D.PARTY)’ 현장. ‘기술’을 활용해 장애인의 일상 속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하는 스타트업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에이블테크란 장애인이 직면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보조 공학 기술을 포함, 사용자 접근성을 고려한 기술을 말한다. 서울시NPO지원센터와 디캠프가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는 에이블테크 산업 내 스타트업과 지원 기관, 투자자 간의 네트워킹을 위해 마련됐다.     ◇기술로 장애 장벽 낮추는 ‘에이블테크(Able-tech)’    참석한 에이블테크 기업 6곳은 AUD사회적협동조합, 토도웍스, 무의협동조합, 위에이블(we.able), 사운드플렉스 스튜디오, 설리번이다. AUD사회적협동조합은 청각 장애인의 의사소통과 사회 참여를 위한 문자 통역 및 자막 서비스 앱 ‘쉐어타이핑’을 제공한다. 문자 통역은 소리 정보를 실시간 자막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박원진 AUD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내년 1월 즈음엔 인공지능 ‘에이브릴’을 활용해 문자 통역사가 필요 없는 인공지능 문자 통역 서비스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토도웍스는 수동 휠체어에 장착해 사용하는 전동키트 ‘토도드라이브’를 개발, 수입 제품보다 저렴한 가격(176만원)에 보급하는 IT 소셜 벤처다. 정성환 토도웍스 본부장은 “스마트폰 앱으로 조이스틱을 무선 조종하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며 궁극적으로 자율주행까지 나아가려 한다”고 했다. 무의협동조합은 교통 약자를 위한 서울 지하철 환승 지도 제작 프로젝트로 잘 알려진 장애 인식 개선 콘텐츠 제작 회사다. 사운드플렉스 스튜디오는 시·청각 장애인을 위해 화면 해설, 자막 등이 탑재된 ‘배리어 프리(barrier-free)’ 콘텐츠를 기획·제작한다. 위에이블은 접근 가능한 여행지를 지도화하고,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한 미디어 스타트업을 준비 중이다. 벙어리장갑을 ‘엄지장갑’으로 바꿔 부르자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설리번은

‘장애’를 ‘기회’로… “꿈꾸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장애인 CEO 3人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송오용 대표 “우리 제품 덕에 시각장애인 사시 합격도” 김진현 대표 “드론으로 장애인에게 ‘희망의 날개’ 달아” 박원진 이사장 “청각장애인, 자막 있으면 배움 쉬워요” “내가 태어난 건 팔다리 없는 나만이 할 수 있는 그 무엇 때문이다.” 유명 베스트셀러 ‘오체불만족’의 저자 오토다케 히로타다씨의 말이다. ‘장애’를 자신만의 ‘기회’로 삼은 장애인 CEO들이 있다. 한국 시각장애인계의 ‘빌게이츠’라는 송오용 ㈜엑스비전테크놀로지 대표, 드론으로 방송계를 평정한 김진현 스카이블루버드 대표(1급 지체장애), 청각장애인으로 교육 환경을 바꾸기 위해 직접 나선 박원진 에이유디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30년 독학, 시각장애인용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 “제 컴퓨터는 30년째 꺼진 날이 없습니다. 컴퓨터만큼 재밌는 건 없으니까요(웃음). 앞이 안 보이는 저에게 컴퓨터는 세상 ‘전부’입니다.” 시각장애인용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 회사 ‘㈜엑스비전테크놀로지’를 14년째 운영 중인 송오용(44·시각장애 1급) 대표의 말이다. 지난 15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위치한 사무실을 찾았을 때 송 대표는 인기척도 알아채지 못한 채 컴퓨터에 몰두하고 있었다. 모니터는 까만 상태. 그는 헤드폰을 쓰고 스크린 리더(화면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프로그램) 설명에 집중해 키보드 위에서 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이런 신세계가 있나’ 싶더라고요.” 송 대표가 컴퓨터를 처음 접한 건 1986년 서울맹학교 중학부 때였다. ‘새로운 눈’을 뜬 것 같았다고 한다. “아홉 살 때 그네에서 떨어져 시력을 잃었죠. 다니던 학교, 놀던 친구들과 더 이상 어울릴 수 없게 됐어요. 서울맹학교로 전학 오고 외로운 유년기를 보냈는데, 컴퓨터는 가장 친한 친구가 돼주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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