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는 인류에게 많은 시련을 주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궤멸적인 피해를 본 산업 중 하나가 여행·관광 산업이다. 2019년 전 세계 GDP의 10.4%를 차지하던 여행·관광 산업은 2020년 5.5%로 약 49.1%(약 4조5000억달러)나 감소했고, 관련 일자리도 18.5%가량 감소했다. 정부의 긴급 보조금을 가장 많이 수혈받은 업계 중 하나였는데도 이 정도라면 실제 여행·관광 업체 종사자들이 느낄 고통은 얼마큼인지 상상하기 힘들다. ‘무착륙 비행’이라는, 기후변화 시대에 상상하기 어려운 고탄소 배출 상품이 인기를 끈 것도 결국 이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리라. 예상보다 장기화되는 코로나에 해외여행 욕구가 커진 고객들과, 당장 현금이 없어 피가 마르는 관광 업계와 항공 업계의 수요가 맞아 도착지도 없이 면세점 쇼핑과 비행만 하는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은 이래저래 씁쓸하다. 설령 갈 곳이 없어도 훌쩍 떠나고 싶은 욕구를 지닌 인류가,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 점점 발목이 묶일 미래에는 어떻게 될까. 여행이 지속 가능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장거리를 이동하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여행 산업을 위한 비영리 민간단체 ‘서스테이너블 트래블 인터내셔널(Sustainable Travel International)’에 따르면 관광 산업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8%를 차지하며, 그중 절반이 이동 수단에 의한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이전까지 중국, 인도 등 최근 경제 성장이 가파른 국가의 해외여행 수요가 폭증하고, 저가 항공들이 대거 생겨나면서 1990년 5억t 수준의 항공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18년 10억4000만t이 돼 두 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온실가스 배출을 차치하더라도 관광은 해당 지역에 큰 사회적, 환경적 부담을 준다. 수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