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16일(토)

매출, 투자 유치, 사회적 가치 창출… 소셜벤처 65% “올해 성장했다”

매출, 투자 유치, 사회적 가치 창출… 소셜벤처 65% “올해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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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나은미래·루트임팩트 공동기획
2020년 소셜벤처 리포트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체인지메이커 육성·지원 기관인 루트임팩트와 함께 지난 2일부터 일주일간 ’2020 소셜벤처 리포트’라는 이름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코로나19가 덮친 가운데 대규모 임팩트투자 자금이 풀리고 정부와 지자체는 소셜벤처 키우기에 나서는 등 다사다난했던 올해 소셜벤처 생태계를 돌아보기 위해 마련한 설문조사다. 에누마, 그로잉맘, 동구밭 등 다양한 업종과 분야의 소셜벤처 65곳이 참여했다.


응답한 소셜벤처 과반 “올해 성장했다”

설문에 응한 소셜벤처 중 과반수인 65.6% 기업은 올해 자신들이 ‘성장했다’고 답했다. ‘전년과 비슷했다’고 답한 곳은 14.1% ‘다소 주춤했다’고 답한 곳은 20.3%였다. 응답 기업 중 약 80%가 ‘예년보다 나쁘지는 않았다’고 답한 셈이다. 성장을 이룬 분야를 묻는 질문에는 회사마다 다르게 답했다. 성장했다고 답한 기업 43곳 가운데 15곳(23.4%)은 ‘매출’ 분야 성장이 두드러졌다고 답했다. 그 외 ▲연구 개발(17.2%) ▲사회적 가치 창출(15.6%) ▲투자 유치(12.5%) ▲인지도, 마케팅(10.9%) ▲조직 문화(7.8%) ▲인재 유입(4.7%) 등에서 성장했다고 답했다.

매출 분야에서 성장했다고 밝힌 소셜벤처 대부분은 온라인 교육·돌봄 등 코로나19로 관심도가 높아진 업종이었다. 비대면 교육 기업인 에누마(아동용 교육 앱)와 퓨쳐스콜레(비대면 교육), 굿인포메이션(교육 교재 출판)은 “올해 비대면 교육 수요가 증가하면서 매출이 늘었다”고 답했다. 그로잉맘(온라인 육아 상담)과 째깍악어(시간제 돌봄)도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늘고 투자를 유치했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직접 수혜를 보진 않았지만 장애인·주거·기후위기 등 사회적으로 중요성을 인정받은 분야를 다루는 기업에선 투자 유치 기회를 얻었다는 답이 많았다. MGRV(공유 주거), 코액터스(청각장애인 기사 운행하는 택시)는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루트에너지(재생에너지 분야 핀테크)는 “매출이 80% 늘었다”고 답했고, 동구밭(친환경 세제·발달장애인 고용)도 “코로나19로 비누나 세정제 수요가 늘어난 데다 친환경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매출이 대폭 증가했다”고 했다.

매출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거나 다소 주춤했지만,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발판을 다진 해였다고 평가한 곳도 있었다. 바라임팩트(폐기물 자원순환)는 “매출은 전년과 비슷했지만, 목표로 했던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다”고 했다. 어뮤즈(장애인 여행)는 “여행업이 둔화하면서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하진 못했지만 새로운 장애인 관광지를 다수 개척했다”고 밝혔다. 유쓰망고(청소년 체인지메이커 육성)는 “새로운 온라인 기반 콘텐츠를 개발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임팩트투자사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의 이덕준 대표는 “소셜벤처의 경우 당장 매출이 증가하지 않았더라도 사회적 가치 창출이 잘 이뤄지면 성장했다고 평가한다”면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중요한 사업 목적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사업 초기 단계인 스타트업이 많기 때문에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투자 유치, 인재 유입, 조직 문화 정립, 인지도 확대 등에서 성과가 있었다면 그해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발 빠르게 온라인 전환을 이뤄내 매출 성장을 이뤘다고 답한 곳도 있다. 트리플래닛(나무 심기)이 대표적이다. 트리플래닛은 “코로나19 이전엔 사람들에게 오프라인 이벤트로 활동을 알렸는데, 올해 ‘랜선 나무심기’ 등 온라인 프로그램으로 전환해 매출과 사회적 가치 모두 성장했다”고 말했다. 씨닷(사회혁신 국제 네트워크 조성)은 “주력 사업 모델이던 오프라인 행사가 줄었지만, 온라인으로 전환해 행사를 다수 진행했고, 사회 혁신 관련 연구·학습 플랫폼 구현으로 사업 모델을 전환했다”고 했다.

가장 큰 고민은 ‘오프라인 행사 중단’

코로나19로 인한 가장 큰 어려움을 묻는 항목에선 절반이 넘는 33곳의 소셜벤처가 ‘오프라인 행사 중단’(50.8%)을 꼽았다. 이어 ▲투자 분야 변동 등 시장 흐름 변화(29.2%) ▲출장 일정 변경(15.4%) ▲상품 수급 일정 변경(3.1%) ▲데모데이 등 투자 관련 일정 변경(1.5%) 순이었다.

빅웨이브(기후변화 대응 청년 네트워크)는 “청년들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조직이라 회원 간 모임이나 대면을 완전히 온라인으로 변경하기는 어려웠다”면서 “가능한 선에서 온오프라인 만남을 병행했다”고 했다. 피피엘(소셜벤처 컨설팅·인큐베이팅)은 “소셜벤처 육성 기업 특성상 멘토링 등 대면이 중요한 프로그램이 많아 온라인 전환 시 효과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특히 대면 활동이 매출과 직결되는 기업들의 고민이 깊었다. 어뮤즈는 “추구하는 임팩트 자체가 여행이 어려운 장애인도 즐겁고 편안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 온라인 전환을 결정하기 쉽지 않았다”고 답했다. 멘토리(농어촌 청소년 교육)는 “매출만 따지면 온라인 전환을 할 수도 있지만 교육이나 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농어촌 청소년에게 단순히 화상 강의만 제공하는 지금의 교육 분야 온라인 전환 방식에는 동의하기 어려웠다”면서 “기업의 매출 확대를 위한 온라인 전환이 아닌, 농어촌 학생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온라인 전환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활동 특성상 협력과 네트워킹이 중요한 측면이 있고, 핵심 사회적 가치가 대면을 통해서 창출되는 기업의 경우 매출이 떨어져도 온라인 전환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부분 기업은 가장 잘된 온라인 전환으로 ‘재택근무 도입’을 꼽았다. 학생독립만세(후불제 교육), 에누마, 퍼플스토어(반려동물 제품 판매) 등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유연 근무제나 재택근무제를 도입하고 있었고, 이를 도와줄 협업툴 사용에도 익숙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업무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조직 내 소통 단절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곳도 다수 있었다.

진저티프로젝트(조직 문화 연구)는 “새로 채용된 직원이 입사 직후 바로 재택을 해야 해서 조직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씨닷은 “재택근무 시 아이가 있는 직원들은 사실상 육아를 병행하게 되는데, 이로 인한 스트레스나 우울감 문제가 있었다”면서 “만나지 못하니 구성원이나 조직이 이 문제를 도와주기 어려웠다”고 했다.

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는 “소셜벤처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조직이라 직원 간 미션에 대한 공감대 형성 등 업무 성과 이외의 교감이 필요한데, 온라인 기반으로 이를 만들어가는 것이 장기적 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2021년 가장 필요한 지원을 묻는 항목에선 58.9% 소셜벤처가 ‘자금 지원’을 꼽았다. 이어 ▲인력 충원(27.7%) ▲네트워킹(4.6%) ▲전문가 자문(3.1%) ▲교육 지원(1%) 순으로 나타났다. 어뮤즈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을 하지만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소셜벤처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는 “소셜벤처 특성이나 성장 단계에 맞는 투융자 확대 등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현재 임팩트펀드 규모가 커졌음에도 시리즈A 등에 몰려 있어 가장 지원이 필요한 창업 극초기 단계 소셜벤처나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기업에 대한 맞춤형 지원, 연구개발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사회적가치에 초점을 맞춘 금융 확대가 꼭 필요하다”고 했다.

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는 “네트워크나 교육 기회 확대도 필요하다”고 했다. “소셜벤처 생태계의 목소리를 모아내고 소셜 섹터 간 협력을 통해 새로운 혁신을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네트워크의 장과 체인지메이커 대상 교육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박선하 더나은미래 기자 son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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