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미영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장
[사회혁신발언대] 자원봉사의 뉴노멀, 그리고 안녕캠페인

누구랄 것 없이 인류의 미래를 입에 올리는 세상이 됐다. 변화는 빨라졌고, 미래는 당겨졌다. 과거와 현재의 추세에서 벗어난 미래를 보여주는 것, 즉 전망(展望)이 어려우니만큼 그에 대한 분석과 예견이 넘쳐난다. 역사적으로 인류는 취약점을 보완하며 위기를 극복해왔고, 특히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미래를 구상하는 데 딱히 부족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근본적이고 만성적인 현재의 위기는 단순히 시스템 일부를 보완하는 것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보다는 시스템 자체와 그것이 존재하는 가정에 의문을 던지고 변화를 꾀하는 새로운 사고가 요구된다. 이제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가치에 눈을 돌릴 때다. 기후위기, 양극화, 저출생, 사회적 고립 등 더 불안한 미래사회를 예측하는 단어는 차고 넘친다. 변화를 꾀하지 않으면 그냥 살던 대로 사는 수밖에 없는데 이는 참 암울하지 않은가? 전대미문의 팬데믹이 강고해 보이던 성장주의 근대적 시공간에 균열을 내고 있다. 경제학자 파르타 다스굽타(Partha Dasgupta)는 성장사회에서 벗어나 ‘자연자본과 개인의 건강이 훼손되지 않는 성장, 즉 미래세대의 웰빙까지 고려하는 것이 미래사회의 전략’이라며 성숙사회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숙사회는 국가, 그리고 경제성장 중심에서 벗어나 개인과 지역의 자율과 분권, 다원 가치로 전환, 사회적 약자를 우선하는 따뜻한 공동체로 표현될 수 있겠다. 전통적으로 자원봉사는 빈곤 심화를 주요한 사회문제로 보고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활동에 주력해왔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자원봉사의 패러다임을 다양한 사회문제의 해결에 기여하는 자발적이고 창조적인 시민운동으로 서서히 전환하면서 새로운 시도와 실천을 통해 스스로 변화를 가속하고 있다. 자원봉사를 통한 미래사회의 구상, 즉 새로운

아나스타샤 샤포발 굿네이버스 우크라이나 긴급구호 자원활동가
[사회혁신발언대] 누구도 난민이 되고 싶은 사람은 없다

지난 2월 24일 아침, 음악 수업이 있어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르비우(Lviv)로 향하던 중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갑작스런 분쟁 발생으로 수업이 취소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2월 중순부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분쟁 가능성은 주요 뉴스 중 하나였다. 당시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은 ‘설마 21세기에 무슨 전쟁이 일어날까’하며 단순 루머일 뿐이라 생각했다. 믿을 수 없게도, 현실로 마주한 분쟁의 현실은 참담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불안감이 몰려왔다. 바로 전날까지도 나는 선생님을 꿈꾸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하지만 분쟁 발생 직후 아이들에게 영어와 음악을 가르치고 싶다는 꿈도,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은 소망도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말았다. 내가 살고 있던 이즈마일(Izmail) 지역에서 20km 떨어진 군 시설이 폭격 되면서 가족들은 서둘러 짐을 쌌다. 20여 년의 추억이 담긴 고향을 떠나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언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두려웠다. 평소엔 루마니아 국경까지 2시간 거리였지만, 밀려드는 피란민 행렬로 10시간 만에 루마니아에 도착했다. 낯선 땅 루마니아에서의 첫 달은 고비였다. 무작정 우크라이나를 벗어나긴 했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했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매일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독일, 스위스 등 다른 나라로 뿔뿔이 흩어진 친구들이 그리웠고, 매일 연주하던 피아노가 생각났다. 이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가족, 친척과 함께 안전한 공간에 머무는 것뿐이었다.    루마니아에서 지내며 한국에서 시작된 NGO(비영리기구) 굿네이버스의 지원을 받게 됐다. 이를 계기로 자원활동가로 함께 할 기회를 얻게 됐다. 같은 어려움을 겪은 우크라이나인을 위로할

권영실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
[사회혁신발언대] 난민법 제정 10주년, 투명한 난민심사제도 마련해야

오늘(20일)은 대한민국이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한 뒤 10번째 맞는 ‘세계 난민의 날’이다. 특히 올해는 한국이 난민협약에 가입한 지 30주년 되는 해다. 이는 난민이라는 새로운 사회구성원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기 시작한 지 30년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난민은 우리 사회에서 가려진 존재이자 온전히 정착하지 못한 주변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정부는 작년 말 난민법 개정안을 발의하여 난민인정자와 인도적 체류자에게 취업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들에게 취업활동을 허가만 하였을 뿐, 언어와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생계를 유지하도록 적극적으로 돕는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난민법은 난민에게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인도적 체류자에게도 난민에 준하는 처우를 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법과 실무의 괴리와 이주민에 대한 차별적인 개별 법령으로 인해 이들이 마주하는 한국의 현실은 여전히 녹록하지 않다. 지난해 난민도 공공주택에 입주할 자격이 있다고 판시한 법원의 판결에도 국토교통부는 여전히 이를 허용하고 있지 않다. 인도적 체류자는 취업할 수 있는 분야가 실질적으로 단순노무직에 한정되어 있다. 귀화도 불가능하다. 소득·재산과 무관하게 매달 부과되는 높은 건강보험료를 감당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취업지원 외에 난민과 인도적 체류자의 처우에 개선할 부분이 산적해 있음에도 정부의 난민법 개정안의 초점은 난민인정 재신청자에 대한 적격심사 제도 도입에 있다. 난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받은 사람 등이 다시 난민인정 신청을 하고자 하면 적격심사를 거치도록 하고, 중대한 사정 변경을 입증하지 못하면

이종현 AVPN한국대표부 총괄대표
[사회혁신발언대] 100세 인생, 새로운 길을 여는 ‘제론테크놀로지’

21세기 디지털 기술은 사회 전반에 걸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학생들은 가상현실 · 증강현실 기술을 통해 보다 생생하게 역사, 미술 등을 배울 수 있고, 기업들은 기존 경영 방식을 바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은 우리의 일상을 파고들고 있지만, 변화하는 디지털 기술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운 노년층은 때때로 불편함을 넘어 공포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심각성을 감안해 UN은 2021년 10월 세계 노인의 날 주제로 ‘모두를 위한 디지털 형평성(Digital Equity for All Ages)’을 선정하기도 했다. 제론테크놀로지(Gerontechnology)는 노년층의 디지털 형평성 증진을 위해 등장한 개념이다. 제론테크놀로지는 ‘노인학(Gerontology)’과 ‘기술(Technology)’ 두 단어의 복합어로, 노년층이 편안하고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도록 그들에게 최적화시킨 기술을 의미한다. 고령화가 심화하는 범지구적 현상을 과학 기술을 활용해 해결하고자 하는 게 목표다. 예를 들어,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인공지능 돌봄, 원격진료, 위급상황 시 도움 요청 연계 등 스마트 리빙 서비스를 통해서 노년층의 고립을 예방하고 일상생활을 돕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제론테크놀로지는 단일 분야의 연구에서 여러 과학 분야와 융합하여 하나의 기술을 개발하고자 노력했고 이는 1989년 국제제론테크놀로지학회(ISG)의 설립으로 이어졌다. ISG는 30여 년간 노년층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자 노력하면서, 노년층이 육체적 · 정신적으로 안정되는 것을 넘어서 소비와 여가생활까지 자유롭게 누리는 것을 목적으로 연구를 추진 중이다. 이러한 전 세계적인 노력이 올 10월, 대구에서 제론테크놀로지 세계대회로 다시 한번 꽃피울 예정이다. ‘2022년 제론테크놀로지 세계대회’는 국제제론테크놀로지학회가 주최하는 국제학술대회(ISG 2022)와 실버산업전문가포럼이 주최하는

정일선 굿네이버스 탄자니아 대표
[사회혁신발언대] ‘우리의 지구, 우리의 건강’은 지켜질 수 있을까

아프리카 최대의 담수호인 빅토리아 호수는 ‘신이 내린 선물’로 불렸다. 생태계의 보고(寶庫)로 꼽힐 정도로 생물 다양성을 자랑했고, 지역 주민에게는 생계를 유지하는 삶의 터전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호수는 재앙으로 변해갔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이 주요 원인이었다. 최근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조사 결과, 고유종의 76%가 멸종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획량이 많이 감소하면서 호수에 의존해 생활하던 주민들의 삶도 더욱 고단해졌다. 기후변화로 빅토리아 호수는 기생충 번식에 좋은 환경이 됐다. 오염된 식수는 설사, 구토 등의 수인성 질병을 유발했다. 보건의료, 식수위생 인프라가 부족한 탓에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했다. 특히 토양매개성 기생충, 주혈흡충, 사상충증 등의 소외열대질환(Neglected Tropical Diseases, NTDs) 감염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장애나 사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탄자니아에 속한 빅토리아호수 남부의 코메(Kome) 섬도 소외열대질환으로 고통받는 곳 중 하나다. 굿네이버스는 2009년부터 코메 섬의 아이들과 지역주민들의 의료 지원을 위한 소외열대질환 관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1년에는 보다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를 위해 소외열대질환 클리닉을 개소했다. 지난 2020년부터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을 받아 민관협력사업의 하나로, 한국건강관리협회와 3년간 20억원 규모의 ‘탄자니아 코메 섬 보건환경 개선을 통한 초등학생 건강증진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코메 섬 내 초등학교 12곳의 아동을 대상으로 영양실조와 빈혈 유병률을 낮추기 위한 급식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구충약, 복합 미량 영양소를 지원했다. 일상생활 속에서 기생충 감염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보건인식개선 교육도 병행했다. 학교와 지역사회의 우물과 화장실을 신축 또는 개보수해 안전한 식수위생시설 인프라 구축에도 힘썼다.

임성규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농어촌정책팀장
[사회혁신발언대] 청년과 농촌, 생명의 순환 고리를 잇다

언제부터인가 농촌이라는 단어와 청년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서로 반대 방향으로 멀어지는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리는 사람이 많았다. 농촌은 식물과 동물을 키워내는 일을 하는 곳이자 풍요로운 삶의 보금자리로서 생명력이 가득한 장소이다. 청년은 몸과 마음이 한창 성장하거나 무르익은 시기의 사람으로 절정에 달한 생명력을 품은 사람이다. 어떻게 보면 아름다운 생명력을 내포하고 있어 공통점이 많은 두 단어인데, 오늘날 우리 사회는 농촌과 청년이 가까이 있는 광경이 오히려 낯설다. 이러한 가운데 농촌으로 들어오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최근 5년간 약 1만3000명의 사람이 도시에서 살다가 농촌(산촌과 어촌을 포함해서)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이렇게 농촌으로 들어온 사람들의 수는 2019년까지 약 46만3000 명에 이른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들 중 약 50%가 40세 미만이라는 것이다. 인구감소로 농촌 소멸의 우려가 종종 거론되는 상황에서 젊은 층의 농촌 유입이 늘어나는 것은 그 자체로도 긍정적인 느낌이다. 그런데 이러한 추세가 나타났기 때문에 만족하고 말 것인가? 우리의 청년들이 농촌에서 온몸으로 부딪혀 가며 일궈낸 삶의 양식은 기성세대가 농촌에서 삶을 생각할 때 막연히 떠올리는 모습과 다른 부분이 많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농촌으로 간 30대 이하 청년층의 수는 2019년 기준으로 약 22만4000명이다. 이들 중 약 8만2000명은 동반 가족이고, 나머지 약 14만2000명이 생업에 종사하고 있다. 농촌에서 살며 일을 하는 청년의 숫자가 약 14만2000명인 셈인데, 이들 중 농업 종사는 0.9%, 어업 종사는 0.1%에 불과하다. 나머지 99%는 다른 일을 하고 있다. 농사를 짓는 청년도

권미영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장
[사회혁신발언대] 자원봉사의 변화적응적 도전

전 인류가 바이러스와의 전투를 펼친 지난 두 해 동안 우리나라의 자원봉사현장 또한 치열하고 준엄했다. 자원봉사자들은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까닭은 불신과 배제가 아닌 연대와 협력의 힘임을 실증했다. 위기에 처한 공동체를 살리기 위해 헌신적인 활동을 펼친 자원봉사자들은 물리적 거리두기가 사회적 거리감으로, 개인의 고립으로 고착되지 않도록 필요한 곳에 손을 내밀어 우리 사회에 안전한 온기를 보강하였다. 그리고 이제 ‘자원봉사 일상’으로의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자원봉사를 둘러싼 사회환경은 변했고,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필요한 변화를 촉진해야 한다. 그동안 새롭고 다양한 비대면의 활동과 개인의 참여를 촉진하는 접근방식이 개발되었으며 비대면 자원봉사가 활성화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대면봉사를 대체할 수는 없다. 자원봉사현장을 다시 정비하고, 안전한 활동현장을 지키기 위한 준비는 누구랄 것 없이 우리 모두의 과업이 되었다. 지난 7월, 촛불재단 자원봉사 콘퍼런스에서는 불확실성과 도전으로 가득한 현재 상황에 맞서 ‘영감얻기’ ‘배우기’ ‘행동하기’(Inspire, Learn, Act)로 자원봉사의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는 제안을 하였다. 격변하는 어려운 시기일수록 돌봄을 요구하는 곳은 많아지고,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는 넓어지기 마련이다. 국경의 구분 없이 시민의 자원봉사활동을 격려하고, 차세대의 시민의식을 높이는 주요한 통로로서 자원봉사를 일상화해야 할 이유다. 바이러스 시기를 거치면서 더욱더 곤경에 빠진 사회적 약자 돌봄활동, 벌어진 학습격차를 줄이기 위한 학습지원활동, 지역사회문제를 발굴하고 이를 시민참여로 해결하기 위한 안녕캠페인의 활성화, 보다 근본적인 기후위기 대응 등이 중요한 과제로 자원봉사시민 앞에 있다. 위드 코로나 시기, 자원봉사의 전환을 도모하며 두 가지의 접근방법을 제안하려

[사회혁신발언대] 농촌의 희망, 청년여성 농업인

기후위기로 인해 농업·농촌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특히 탄소중립을 위한 식품체계의 변화가 요구되는 전환의 시대에는 농업·농촌으로 청년 여성을 부르고 있다. 청년기본법상 청년은 만 19~35세 미만이다. 농식품부가 정책 대상으로 삼는 청년은 만 19~39세 미만으로 조금 더 폭넓다. 실제 농촌마을 현장에 가보면 청년은 50대까지 포괄하고 있다. 통계로 따지면 농촌의 청년인구는 전체 농가인구의 약 9%인 20만2000명(여성 8만9000명)이고, 농업경영체에 등록된 여성청년은 6만6000명 중 2만2000명이다. 청년여성농업인은 절대적으로 희소하다. 이러한 희소성은 청년여성들에게 기회이기도 하지만 어려움이기도 하다. 그간 청년농업인 지원정책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청년농업인들의 초기 정착을 위한 청년정착지원금(3년, 100만원 내외)과 정착 이후 기반조성을 위한 청년후계농 제도, 농지임대나 보금자리 주택, 청년농업인 창업지원 등 다양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청년여성들에게 녹녹하지 않다. 청년여성농업인들의 좌충우돌 정착기를 들어보면 의견은 공통적이다. 마을에서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고, 여성이기 때문에 정책지원 과정에서도 농사의 지속성에 대한 의심을 받는다. 심지어 정책지원을 받아도 땅이나 집을 구할 때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기피해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나홀로 귀촌한 여성청년들은 사회의 패배자로 의심받거나 결혼하면 지역을 떠날 사람 또는 중매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주거에 대한 안전 역시 이들에게는 큰 고민이다. 또한 결혼, 자녀양육 등 생애주기에 따른 생활여건 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청년여성농업인은 농촌을 선택하는 계기도 다양하고 그들이 갖고 있는 재능 또한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그들은 농산물을 음식과 연계하거나, 공예나 예술로 만들기도 하고, 농민의 삶 그 자체를 컨텐츠로 보급하기도

[사회혁신발언대] 가치 소비와 국제개발협력

지난해 딜로이트 글로벌에서 발표한 ‘밀레니얼 서베이 2020’ 결과에 따르면, MZ세대(밀레니얼과 Z세대)의 최대 관심사는 ‘환경보호’였다. MZ세대는 ‘가치 소비’의 일환으로 친환경 제품과 재활용 제품을 소비하는데, 그 기저에는 환경보호, 기후변화 대응, 평등, 정의 등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그들의 소신과 철학이 담겨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MZ세대는 사회적 신념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며, 자신들의 신념에 위배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행동을 취함으로써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현재와 미래의 핵심 소비자인 MZ세대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라도 기업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전 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펼치는 글로벌 기업들이 지속가능발전을 고려한 경영 목표를 앞다퉈 발표하고 실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은 1972년 로마클럽에서 발간한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이 보고서는 인구 증가와 경제성장이 이대로 지속될 경우 100년 안에 지구가 파괴적인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후 유엔은 제70차 총회에서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이행하기로 결의했다. 지속가능발전목표는 ▲기후변화, 환경오염 등 환경 문제 ▲빈곤, 성차별, 교육 격차 등 인류의 보편적 문제 ▲기술, 주거, 고용 등 경제·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하 ‘코이카’) 역시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국제개발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사람(People), 평화(Peace), 번영(Prosperity), 환경(Planet)의 ‘4P’를 핵심 가치로 선정하고 협력국의 빈곤 감소, 여성·아동·장애인의 인권 향상, 성 평등 실현 등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코이카가 추진하고 있는 그린뉴딜 ODA 역시 지속가능발전 목표를

[사회혁신발언대] 베트남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들에게

올해로 12년째 베트남 하노이에 살고 있다. 처음엔 한국 단체 소속된 국제개발협력 활동가로 파견됐고, 베트남에 정착한 이후엔 여러 한국 기관들의 지원사업 프로젝트 매니저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하노이의 사회적경제 생태계에 발을 딛게 되었고, 훌륭한 현지 사회적기업가들과 인연을 맺게 됐다. 동료를 넘어 친구가 된 이들은 베트남에서 하는 나의 여러 활동을 함께 해주고 도와주는 든든한 ‘백’이 됐다. 그리고 지금은 현지 활동가들과 함께 교육, 예술, 장애, 여성, 환경 등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다양한 ‘작당 모의’를 해오고 있다. 한국 기업의 베트남 진출을 도와달라는 의뢰를 받을 때가 종종 있다. 물론 그중엔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진심으로 베트남 사회에 기여하려는 훌륭한 기업도 있지만, 아쉽게도 베트남 현지 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 기획을 갖고 오는 곳도 많다. 그런 사람들 대부분 기금을 따내기 위한 일회성 사업을 마치고는 한국으로 돌아갔다. 문제는 이런 ‘문제적 기업’ 가운데 스스로를 ‘사회적기업’으로 칭하는 기업들도 많다는 것이다. 이들은 베트남 사회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없고, 현지 문제 해결에 기여를 하지 못하는데도 이들은 자신을 사회적기업으로 당당하게 소개한다. 이들이 내건 사업 목표에 ‘베트남의 취약계층과 함께한다’가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 말하는 취약계층이라는 단어는 베트남 사회의 다양한 사람들을 포괄한다는 것이다. 장애인, 소외 지역에 사는 청소년, 한국에서 돌아온 귀환 결혼 이주 여성, 한국인 핏줄이지만 버려진 아이들, 농어촌 빈곤층, 성별, 지역, 직업 등에 따라 각자의 특수성을 가진 사람들이 ‘취약계층’이라는 한 단어로 뭉뚱그려진다. 현장의 정확한 문제 파악이나

[사회혁신발언대] 생협 공제가 필요한 이유

‘공제(共濟)’는 생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상부상조 정신으로 움직이는 경제적 공동 보장제도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공업화·도시화에 따라 보험제도가 성장했지만, 임금노동자나 소농민의 가입률은 낮고 계약액도 적었다. 이내 사회 계층 간 보험 보급의 격차가 나타났다. 이에 대응해 사회적·경제적으로 소외된 계층을 중심으로 생겨난 게 공제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에는 공제조합법(Code de la mutualité)이 있다. 의료비 자기 부담을 보전하는 형태의 의료 공제다. 일본에는 협동조합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이 공제 사업을 하고 있다. 스페인의 ‘라군 아로’는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이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로 분류되면서 사회보장제도에서 제외되자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 이처럼 공제 사업은 부족한 의료 보장을 채우거나 사회보장 제도에서 소외된 프리랜서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공제 사업이 발전해왔다. 한국에도 노동자나 일반 시민이 주도하는 공제가 필요하지만, 법 제도의 미비로 공제 조직이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 그 이유를 따져본다면 공제와 보험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이해 부족이 가장 크다. 공제는 보험과 다른 개념이다. 조합원의 상호부조를 기반으로 하는 공제는 조합원이 소유하며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반면 보험은 계약자가 아닌 주주가 소유하며 영리 목적이다. 이 때문에 공제는 조합원의 수요를 반영해서 상품을 설계할 수 있고 모집 중개인을 두지 않기 때문에 운영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도덕적 해이를 예방할 수도 있다. 또 조합원을 위한 공동의 이익만이 아니라 지역 사회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 최근 한국 사회는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플랫폼노동 등 불안정한 노동형태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대상으로 한 사회보장제도는 미흡하다는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
[사회혁신발언대] 사회적협동조합의 지정기부금 추천 ‘적신호’

얼마 전 한 사회적협동조합이 지정기부금단체 추천 마감일을 이틀 앞두고 추천이 불가능하다는 주무관청의 연락을 받았다. 지난해 지정기부금 기간 만료로 재지정을 신청한 것인데, 이렇게 되면 올해 받은 기부금에 대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기부자들은 경비처리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고, 조합은 받은 기부금에 대해 증여세를 내야 한다. 이미 사용한 기부금을 돌려줄 수도 없으니 그야말로 존폐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대체 어떤 이유 때문이었을까. 사회적협동조합이 지정기부금 단체가 되기 위해서는 정관의 내용상 협동조합기본법 제93조 제1항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사업(지역사회 문제 해결, 사회서비스 사업, 취약계층 일자리 사업) 중 하나를 수행해야 한다. 민법상 비영리법인은 공익성 요건으로 수입을 공익 목적으로 사용하고 사업 수혜자가 불특정 다수일 것만 요구한 것에 비해, 사회적협동조합은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사업만 그 대상으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협동조합기본법은 위 세 가지 사업 외에도 국가·지방자치단체로부터 위탁받은 사업(제4호), 그 밖에 공익증진에 이바지하는 사업(제5호)을 사회적협동조합의 주 사업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위 사례는 사회적협동조합의 주사업 유형 구분이 제5호로 돼 있다는 이유로 주무관청에서 지정기부금단체 추천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제5호 사업은 제1호~제3호에 포섭되지는 않지만 공익성이 인정되는 다양한 사업을 포괄하기 위한 규정이다. 제5호 사업으로 인가를 받았다면 공익증진에 이바지하는 사업으로 인정받은 것인데, 위 사업을 지정기부금대상에서 제외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규제는 이렇게 경직돼 있고, 급변하는 사회는 창의성과 혁신을 요구하니 사회적협동조합의 길은 점점 험난해진다. 주무관청의 해석과 달리 법인세법시행령은 사회적협동조합이 제1호~제3호 사업을 ‘주 사업’으로 할 것으로 한정하고 있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