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선진국 英 비결… 정부와 NPO 협력에 있었다

 [Cover Story] 英 민관 협력 현장을 가다 (上)  자선단체·사회적기업 등에 영국 국민 절반이 활동 중 비영리단체 등 통합 지원하는 ‘제3섹터청’ 2006년 설립 기부 활성화 제도 만들고 관련 법안 개선 주도 역할 한국에서 비영리단체, 사회적기업 등 ‘제3섹터’는 정부로부터 홀대받는 영역이다. 행자부·외교부·복지부 등 부처별로 허가를 받아야만 비영리단체를 설립할 수 있고, 제3섹터를 전담하는 부처가 없어 세부 업무별로 권한과 책임이 쪼개져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관련 예산과 정책도 들쭉날쭉이다. 기부 선진국으로 꼽히는 영국은 어떨까. 영국의 자선단체는 총 17만개. 19만5000개의 사회적기업까지 합하면 제3섹터에 고용된 직원 수는 2382만명으로, 영국 국민의 절반(3100만명)이 관련 분야에서 활동한다. 제3섹터 전체 자산 규모는 약 318조원으로, 올해 한국 정부 예산(387조원과) 맞먹을 정도다. 이에 영국은 2006년 내각부 안에 자선단체·사회적기업·기업의 사회공헌·공익재단·자원봉사단체 등을 통합 지원하는 ‘제3섹터청(이하 OCS·The Office of Civil Society)’을 설립해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제3섹터와 금융을 연결하는 기관을 설립하거나, 각 자치구가 협력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지난 5월 말 서울시NPO지원센터와 동행한 ‘민관협력 및 시민사회 지원시스템’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영국 정부와 제3섹터간 최신 동향을 전한다.   편집자     “영국은 관대한 나라입니다. 국민의 75%가 한 달에 한 번씩 기부나 자선활동에 참여하고, 매년 ‘기부의 날’엔 1분에 60만 파운드(10억1035만원)씩 모금됩니다. 제3섹터를 지탱하는 힘이죠.” 영국 ‘제3섹터청(OCS)’은 런던시 재정경제부(HM Treasary) 빌딩에 있었다. 샘 지나두(Sam Jinadu) 제3섹터청 정부와이해관계자소통팀(Ministerial and Stakeholder Engagement Team) 담당자는 OCS를 “기부 문화 활성화를 위한 제도와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곳”으로 소개하면서 “지역 스포츠 프로그램에 기부하면 25% 세금 감면 혜택을

[서울숲마켓 D-2] 특별한 사람들이 만든 특별한 물건이 있습니다

제품의 가치는 ‘누가’ 만드냐에 달려있다. 기계보다는 ‘사람’의 손을 탄 ‘핸드메이드’ 제품이 비싼 이유도 그 때문이다. 5월 1일 열리는 서울숲마켓에는 ‘특별한 사람’들이 만드는 특별한 물건들이 있다. 제품 속에 담긴 그 스토리를 소개한다.  ◊인생의 겨울을 겪는 이들이 만드는 꽃, ‘꽃그리다봄’ 길거리에 꽃이 만개하면 완연한 봄을 느낀다.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꽃이 피어내는 과정은 실패 후 다시 일어서는 인간의 삶과도 비슷하다. 꽃을 통해 인생의 겨울을 겪는 사람들과 다시 봄을 찾아 나서고 싶다는 ‘꽃그리다봄’의 양순모(29) 대표를 만났다. ‘꽃그리다봄’은 단순한 꽃집이 아니다. 소외계층의 자활을 돕는 (예비)사회적기업이다. 쪽방촌 주민, 어르신, 경력 단절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기업의 주요 미션이다. 양 대표의 원래 꿈은  NGO 활동가였다. 영국으로 유학을 하러, 아프리카행 티켓까지 구입했지만, 국제 이슈와 관련한 실전 경험을 한국에서 쌓고 싶었다. 그런 생각으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사업이 됐다.  ‘꽃그리다봄’은 보통의 꽃집과 달리 온라인 판매에 중점을 둔다. 고정비를 절감해 , 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따뜻한 글귀가 적혀있는 ‘드라이플라워 액자’ 등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꽃그리다봄은 사회적기업임을 전면적으로 내세우지 않고 있어요. 제품으로 승부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자활 사업일수록 수익구조가 탄탄해야 해요. 소외 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며 돕는 것이 아니라 ‘동업’의 개념이거든요. 수익 구조가 탄탄할수록 더 많은 분들에게 더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고요.” 양 대표는 “5월 1일에 열리는 서울숲마켓에서 특별한 꽃다발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드라이플라워 액자와 카드, 다육식물, 장바구니형 꽃다발 등 다양한 상품을 선보인다. 또한 5월 중에는 네이버

‘사회적기업’이 창출한 가치… 경제적 인센티브로 돌려받았다

SK그룹의 사회성과 인센티브 프로젝트 1년, 뚜껑 열어보니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사회성과 인센티브(Social Progress Credit)’ 프로젝트가 1년 만에 베일을 드러냈다. ‘사회성과 인센티브’란 사회적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에 비례해 경제적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으로, 최태원 회장이 지난 10년간 사회적기업을 정리하며 옥중에서 펴낸 책 ‘새로운 모색, 사회적기업’에서 제안한 개념이다. 2015년 4월 출범한 ‘사회성과 인센티브 추진단’은 지난 20일, 서울 종로에 있는 사회적기업 ‘허리우드 실버영화관’에서 정부, 사회적기업 관계자, SK그룹 경영진 등과 함께 ‘사회성과 인센티브 1주년 기념행사 및 학술좌담회’를 열었다.   사회성과 인센티브(SPC)의 핵심은 사회적 가치를 화폐 단위로 ‘계량화’하겠다는 것. SK 측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44곳의 사회적기업은 지난 1년간 모두 약 104억원의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44곳은 지난해 매출 740억원 외에 104억원의 사회적 가치를 추가적으로 만들어낸 것. SK는 사회성과 104억원의 25% 수준인 26억여원을 인센티브로 지급했다. “가장 많은 사회적 가치를 낸 사회적기업은 어느 곳이냐”고 묻자 SK 관계자는 “성과에 따라 사회적기업을 줄 세우지 않는 것이 방침이라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최태원 회장의 저서에서 “가장 높은 등급에 해당하는 사회적기업가에게는 명예의 전당에 올려주거나 일정 수준 이상의 포인트를 쌓으면 명예로운 시민상을 수여하는 등의 방식을 고려한다”는 등 각 기업가에게 차등적 명예를 부여하겠다는 아이디어와는 사뭇 달라졌다.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측정했을까. SK 관계자는 “학계, 사회적기업가, 사회적기업 지원 기관 등 이해 관계자와 함께 사회성과 측정 방법을 개발했다”면서 “추진단에서는 사회적 가치 측정 지표가 범용할 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홍대 앞 건강 집밥… 문 닫는 이유는?

“지난 5년 감사했습니다.” 지난달 7일, 페이스북으로 ‘카페 슬로비(Café Slobbie)’의 영업 종료 소식이 퍼졌다. 카페 슬로비는 패스트푸드 일변도인 서울 홍대 앞에서 ‘건강한 집밥’을 표방해온 식당이다. 1세대 외식 사회적기업인 ‘오요리’가 문을 연 두 번째 식당이기도 하다. 그만큼 상징성이 높은 곳이어서, 폐업 소식은 화제가 됐다. 지난달 18일 영등포구 하자센터에서 만난 카페 슬로비 한영미 대표는 “지난해부터 변화를 감지해왔지만, 더 이상 버티는 것이 능사는 아니겠다는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혹시 임대료가 올라 밀려난 것이냐”는 질문에 “그게 다는 아니다”고 답했다. 2011년 홍대 카페 슬로비를 연 이후, 2013년에는 도시락 전문점 성북 카페 슬로비를 오픈, 제주에는 영 셰프(청소년 요리사)들이 거주하며 실전에 투입되는 제주 슬로비까지 공격적으로 확장했다. 연매출이 10억에 이를 정도였다. 하지만 슬로비도 지난해 한국을 강타한 메르스를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줄면서, 단체 도시락 주문도 끊겨버린 것. 전년 대비 매출이 반 토막 났다. 설상가상으로 홍대 슬로비는 상권 변화에 맞서야 했다. “단골손님을 만들기 위해 그동안 베란다에 텃밭도 만들고, 식당 한편에 에코숍도 열어 사회적기업 제품을 판매해왔다. 환경을 생각하는 의미에서 ‘빈 그릇 운동’도 진행했다. 이런 메시지에 반응하던 충성 고객들이 언제부터인가 안 보였다. 알고 보니, 홍대 임대료가 비싸 사무실이 망원이나 상수동 쪽으로 이전한 고객이 많았다.”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근처는 사무실 공간 대신, 글로벌 SPA 브랜드인 자라, H&M 매장부터 이랜드그룹의 복합 외식 매장까지 생기는 등 최근 몇 년 새 탈바꿈했다. 20~30대 소비자와 중국

국내 홈쇼핑 12조 시장… TOP 4의 ‘방송 기부’ 성적표는?

채널 통해 사회적기업·중소기업 판로 지원 GS·현대·롯데·CJ 홈쇼핑社 ‘방송 기부’ 분석 정부, 5년마다 재승인 심사 사회공헌 활동이 기업들 생존 결정할 수도 CSR부서 중심으로 기업 발굴·프로그램 기획… 방송 시간대·빈도는 주 1~2회부터 고정 편성 등 기업 따라 천차만별 12조1000억원. 예상되는 올해 홈쇼핑 시장 규모다(대한상공회의소 추정치). 업체별 순위 싸움도 치열하다. ‘업계 1위’를 탈환하기 위해 매출액, 취급액, 영업이익 등 다른 기준을 제시하며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TV홈쇼핑’이라는 유통 채널을 이용한 사회공헌 성적표는 어떨까. 더나은미래는 국내 TOP 4 홈쇼핑 업체의 ‘방송 기부’ 현황을 분석해봤다. 편집자 주   ◇단순 모금 방송에서 판로 지원까지, 홈쇼핑 업체 방송 기부 변천사 국내 홈쇼핑의 역사는 약 20년 전인 1995년 한국홈쇼핑(現 GS샵)과 39쇼핑(現 CJ오쇼핑)이 개국하며 시작됐다. 2001년에는 롯데홈쇼핑의 전신인 ㈜우리홈쇼핑과 현대홈쇼핑이 나란히 문을 열었다. 그렇다면 홈쇼핑 업체의 ‘방송 기부’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첫 스타트는 CJ오쇼핑이 끊었다. 2003년 ‘사랑 나눔 대바자회’와 손잡고 결식 아동 돕기 도시락 판매를 시작한 것. 도시락이 판매될 때마다 1000원씩 매칭해 월드비전에 기부하는 방식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이듬해 ‘사랑을 주문하세요’라는 정규 프로그램(토요일 저녁 5시 방송)으로 편성, 13년간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GS샵은 2006년부터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희귀 난치병 아동의 사연을 전하고 ARS 모금을 하는 ‘따뜻한 세상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2011년까지 131명의 아이들에게 11억8000만원이 지원됐다. 현대홈쇼핑은 2009년부터 ‘행복나눔기금’ 적립을 위한 방송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조성한 기금은 총 11억원. 롯데홈쇼핑은 2014년 9월부터 매월 하루를 ‘천사데이’로 지정해 당일 판매된 상품의

[Cover Story] ‘사회적기업가’ 김태원

악기 만드는 사회적기업 ‘폴제페토’ 운영… 기타리스트 김태원“노래 만들면 마음도 순수해져… 재능 기부는 나 자신 위한 것” 사회적기업 취지 듣자마자 결정수익금은 강원도 아이들 위한 공연·악기 지원 등에 사용… 음원·자서전 수익 기부도 활발아직 대중에겐 생소… 연예인 사회적기업가 많아지길 내 또다른 꿈은… 아들처럼 발달장애 겪는 사람들 평생 기댈 수 있는 학교 짓는 것 대한민국 3대 기타리스트 중 한 사람, ‘희야’ ‘비와 당신의 이야기’ ‘네버 엔딩 스토리(Never Ending Story)’ 등 수많은 명곡을 낳은 록밴드 ‘부활’의 리더,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웃음을 선사하는 ‘국민 할매’. 대중이 기억하는 김태원(51)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는 10여곡의 노래를 선물한 재능 기부자이자 발달장애 아이들을 위한 평생학교를 세우고 싶은 자선가, 동양인에게 꼭 맞게 제작된 악기를 아이들에게 선물하는 사회적기업 ‘폴제페토’의 대표이기도 하다. 지난 1월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김태원을 만나 우리가 미처 몰랐던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들에게 기회 주고파… 사회적기업 ‘폴제페토’ 설립 “‘꿈의 기타’를 만들고 싶었어요. 작은 공방을 세워서 2년쯤 운영했는데, 주변에서 ‘차라리 사회적기업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하더군요. 수익의 일정 부분을 사회에 환원하는 기업이라기에 나는 수익의 1%도 필요 없으니까 좋다고 했죠.”   2011년 김태원은 ‘폴제페토’라는 사회적기업을 만들었다. 자신의 세례명인 ‘폴’과 피노키오를 만든 할아버지인 ‘제페토’를 합친 이름이다. 제페토의 마음으로 동양인 체형에 맞는 기타를 제작한다는 뜻에서 그렇게 지었다. 고령으로 현업에서 은퇴한 현악기 장인 2명과 관악기 수리를 담당하는 장애인 근로자 1명을 포함해 총 5명이 근무하고 있는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올해

서비스하는 그들 모습 보면 당신의 편견, 바로 깨질 거예요

장애인 재활 숙박업소 ‘호텔엘린’ 제주공항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푸른색 빌딩 ‘호텔엘린’. 이 호텔은 일반적 호텔과 다르다. 사회적기업이자 국내 최초의 장애인 재활 숙박업소이기도 하다. 중증장애인직업재활시설인 ‘엘린’의 사업장인 호텔엘린에서 일하는 장애인은 13명. 또 다른 사업장인 청소 용역 업체 ‘엘린클린’의 37명까지 포함하면 장애인 50명이 일한다. 시각장애, 지체장애, 정신장애, 지적장애, 자폐성장애 등 장애 유형도 다양하다. ‘서비스 직종에서 장애인들이 일하는 게 가능할까.’ 이곳에서 만난 장애인들은 편견을 깨기에 충분했다. 비취색 원피스와 흰색 앞치마를 두른 양수민(가명·23·지적장애 1급)씨는 “침대 시트 가는 일이 제일 까다로워요” 하며 순식간에 침대를 고르게 매만졌다. 바쁘게 욕실로 발걸음을 옮기더니, 거울과 세면대, 바닥을 닦고 또 닦았다. “끝이에요?” 묻는 말에 “마무리요!” 크게 외치더니, 마른 걸레로 욕실 전체를 다시 닦고 휴지와 비품까지 꼼꼼히 확인한 후에야 “끝났다”고 나지막이 내뱉었다. 4년째 호텔엘린의 룸메이드로 일하는 수민씨는 “일하는 게 힘들지만 그래도 재미있다”며 말이 끝나자마자 다시 청소기를 잡았다. “보통 중증 장애인 직업 재활 하면 김치, 비누, 쿠키 만들기처럼 단순 임가공 업무를 많이 떠올려요. 직업의 다양성이 없죠. 그런데 장애인들도 비장애인처럼 하고 싶은 분야가 분명히 있거든요. 제주도라는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을 고민하다가 서비스업을 떠올렸습니다.” 한봉금 엘린 원장이 입을 열었다. 호텔엘린의 장애인 직원은 객실 및 복도 청소, 프런트 객실 예약 등을 담당하고 엘린클린 직원들은 대리석, 계단, 유리창 등 건물 청소와 관리를 담당한다. 고객들을 응대해야 하는 서비스업이다 보니 사업 초기에는 어려움도 컸다. “장애인들이 청소하고 관리한다고

“사회적기업은 취약하다? 35개국서 러브콜, 53억 투자까지 받아”

사회적기업 최초 코스닥 상장 준비하는 제너럴바이오 1년 만에 손익분기점 달성 바이오 식품·화장품 등 분야 확장 미국·중남미·유럽 등 글로벌 수출 사회적기업 판로 개척 주도 유통회사 ‘지쿱’ 설립 사회적기업 최초로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곳으로 유명한 제너럴바이오. 지난해 12월 31일 이곳은 미래에셋벤처투자, L&S벤처캐피탈,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SJ투자파트너스 등 국내 대표 벤처캐피털로부터 53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사회적기업이 전문 벤처펀드로부터 투자받은 사례는 이곳이 처음이다. 지난해 6월에는 키움증권과 업무 협약도 체결, 1500억가량의 기업 가치액을 평가받았다. 2017년 상반기를 목표로 코스닥 상장을 준비한다는 제너럴바이오의 전북 완주군 사업 현장을 찾아가봤다. “여기 설비 투자액만 14억원이에요.” 지난달 찾은 사회적기업 제너럴바이오의 전북 완주군 연구소 반응실. 흰색 가운의 연구원들은 갈색 스포이드병을 손에 들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고부가가치 원료 개발을 이곳에서 해요. 친환경 세제 원료라든지, 건강 식품에 사용되는 원료들이요. 우리 회사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죠. 사람들이 연구소 장비 보면 ‘이걸 다 어떻게 했냐’고 물어요. 중소기업에서 이 정도 설비투자 과감하게 못하거든요.” 서정훈(42·작은 사진) 제너럴바이오 대표는 LG 계열사의 엔지니어 출신이다. 평생을 일벌레로 살다보니 아이가 천식으로 고생하는 걸 몰랐다.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이 필요했다. 2007년 회사를 그만두고 동료 한 명과 함께 먼저 완주로 내려왔다. “가족을 데리고 내려오려면 기반을 닦아놔야 했어요.” 1년간의 야전침대 생활 끝에 의약품 개발에 성공했다. 1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달성했다. ◇시골에서 피어난 글로벌 사회적기업의 꿈 “시골에 와서 편해지니깐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성당에 다니면서 봉사는 종종

[대한민국 사회문제 지도로 그리는 사회적 기업의 미래] ⑥·끝 정부와 사회적기업, 진짜 사회문제 해결하고 있을까?

[미래지도 프로젝트] (6·끝) 정부 예산은 과연 국민이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사회문제에 쓰이고 있을까. 사회적기업은 국민이 심각하다고 느끼는 사회문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을까.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사회적기업연구소(소장 서재혁), 연세대 공공문제연구소 정부와기업연구센터(센터장 장용석)가 함께 ‘대한민국 사회문제 지도로 그리는 사회적기업의 미래(이하 미래지도)’ 프로젝트 진행 결과, 정부 예산-사회문제 간 미스매치(불일치) 현상이 매우 큰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정부 예산은 국민이 진정 바라는 사회문제 해결에 쓰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이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사회문제 ‘톱3’는 안전 위협(77.6%), 소득 및 주거 불안(14.33%), 노동 불안정(5.23%)이었다. 반면, 현 정부에서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한 분야는 교육 불평등(27.1%·약 51조9556억원)으로 나타났고, 세월호 이후 급증한 안전 위협 예산(26.6%·약 50조9743억원)과 보육·정신건강·일, 가정 불균형 심화 등을 일컫는 ‘삶의 질 저하’ 예산(20%·약 38조4378억원)이 그 뒤를 이었다. 이는 2013~2014년 정부의 평균 예산 약 307조 중에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쓰인 평균 194조9050억원(기획재정부 재정통계)을 신(新)사회문제에 따라 재분류해 차등 분석한 결과다.(국민 인식의 경우, 2012~2014년 조선일보·한겨레·매일경제 종합면 1~4면에 실린 기사 빅데이터 3만1808건 및 트위터·네이버블로그·다음아고라 등 온라인 6개 채널에 최근 1년간 게시된 477만531건을 분석한 결과다.) 정부의 예산 투입 현황은 전문가가 우선순위로 꼽은 사회문제와도 불일치했다. ‘더나은미래’가 안전·가계 부채·부동산·비정규직·청년 일자리·통일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50명을 심층 인터뷰하면서 해결이 시급한 사회문제를 순서대로 3가지를 꼽아달라는 질문을 던지자 ‘노동 불안정(78점)·소득 및 주거 불안(69점)·안전 위협(54점)’이 꼽혔다(우선순위에 따라 1~3점 차등 배점). 일반 국민과 전문가가 꼽은 사회문제는 우선순위는 다르지만, 톱3 항목이 모두 같았다. 반면

[대한민국 사회문제 지도로 그리는 사회적 기업의 미래] ⑤ 統一로 맞잡은 손… 서로에게 더욱 집중할 때

미래 지도 프로젝트 (5) 전문가 12인의 대한민국 통일 진단 남북 관계, 상호 신뢰 쌓기 위해… 선교류 늘리고 경제 지원 늘어나야 탈북자 교육·취업 지원 시급해 사회적기업 경험, 통일 후 자립 도울 것 통일 여론이 뜨겁다. 현 정부는 ‘통일 대박’을 위한 구상 및 정책들을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고, 국민의 55.9%는 ‘통일이 남한에 이익이 된다’고 답할 만큼(2014 통일의식조사·서울대 평화통일연구원) 통일을 향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이에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사회적기업연구소, 연세대 공공문제연구소 정부와기업연구센터와 함께 진행하는 ‘미래 지도 프로젝트(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와 사회적기업 간의 미스매치를 살펴보는 기획)’ 다섯째 순서로 통일 전문가 12인을 만나 현안과 대안을 찾고, 사회적기업의 역할을 심층 진단했다. 편집자 주   더나은미래가 통일을 위해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이슈를 꼽아달란 질문을 던지자, 전문가 12인 모두 “접촉면이 넓어져야 변화가 시작된다”면서 남북 교류 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넓은 의미의 통일은 북한을 바로 아는 것”이라면서 “남북 교류를 증대해 상호 신뢰를 쌓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4년 한 해 동안 5·24 조치의 효과와 필요성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했지만, 올해 비무장지대 ‘목함 지뢰’ 사건 전후로 남북 관계가 냉탕과 온탕을 수없이 오갔기 때문.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은 “정부가 지난 7년간 대북 지원은 물론 문화·예술·체육 교류까지 막아놓은 상황이라 남북 간 이질감이 커지고 있다”면서 “통일 문제를 이념 갈등, 정치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태가 더 이상 벌어지면 안된다”고 꼬집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 간 합의사항

[Cover Story] 14% 실업률 허덕이던 캐나다… ‘사회적경제’에서 해답을 찾다

[Cover Story] 年매출 17조원, 퀘백주 GDP 8% 책임지는 사회적경제협의체 ‘샹티에’ 낸시 님탄 대표 초창기 은행·대기업이 1달러 투자하면 州가 1달러 투자하는 ‘RISQ’ 기금 조성 20년간 400여 사회적기업에 무담보 대출, 90% 생존율… 1달러당 사회·경제효과 9달 7000개 기업·단체, 12만명 직원 가입… 2013년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 이끌어 캐나다 퀘백주는 인구(800만)보다 협동조합 조합원 수(880만)가 더 많은 도시다. 사회적경제(협동조합·사회적기업) 종사자 수는 15만명 이상, 조직은 7000개가 넘는다. 이들의 연간 매출 규모는 150억달러(약 17조원), 퀘백주 국내총생산(GDP)의 8%에 이른다. 지난 4일, ‘2015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 운영위원회 및 국제세미나’ 참석차 방한한 퀘백의 사회적경제 대모(代母) 낸시 님탄(64·사진) 여사를 서울 성수동 소셜벤처 골목에서 만났다. 그녀는 퀘백의 실업률이 14%까지 치솟았던 1995년, ‘빵과 장미의 행진’이라는 여성 노동자들의 대규모 거리 시위를 이끈 인물. 이를 기점으로 퀘백주의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NGO 등이 연대한 사회적경제 협의체 ‘샹티에(Chantier)’의 수장을 맡고 있다. ―퀘백주에서는 여전히 ‘사회적경제’ 시스템이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나. “1995년 당시 캐나다는 경제 위기를 겪고 있었고, 14%가 넘는 실업률로 살기 어려웠다. 1996년 퀘백 주정부와 협력해 지역 경제의 대안을 ‘사회적경제’에서 찾기로 한 것이 그 시작이다. 현재 샹티에에 참여하는 단체 및 기업의 수는 7000개, 참여 직원은 12만명이 넘는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퀘백의 사회적경제 움직임은 여전히 역동적이다. 특히 지난 3년간은 앱(애플리케이션), 게임 등 IT로 사회적기업을 창업하려는 청년이 많아졌다. 몬트리올시의 문화 행사, 서비스 등을 집단 지성으로 만들어가는 개방형 시민달력(Open Calendar) 앱을 만들거나, 폭설이 내렸을 때 실시간 교통

[더 나은 미래 논단] 사회적 기업, 뭉쳐야 산다

결혼 이주 여성들이 주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는 ‘카페오아시아’라는 사회적협동조합은 서울과 인천, 광주를 비롯해 경기도 광주와 여주, 광명, 분당 등에서 직영점 4개를 포함해 조합카페 26개를 운영하고 있다. 3년 전 설립 당시 결혼 이주 여성이나 탈북 주민, 장애인 등 취약 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할 목적으로 운영되던 사회적 카페 10개가 모였다. 소규모 카페들이 골목 상권에서 ‘혼자’ 생존해 일자리를 지켜내기 쉽지 않다는 것에 인식을 같이했다. 그리고 혼자일 때는 하기 힘들었던 원두 및 부자재의 공동 구매를 통한 원가 절감, 공동 마케팅 및 메뉴 개발, 공공기관 점포 유치 등의 사업을 전개해 왔다. 카페오아시아는 연대와 네트워크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설립 당시와 비교해 조합카페 점포 숫자와 취약계층 고용 인원이 40%가량 늘었다. 또 적은 비용의 창업 지원을 통해 카페 창업과 운영 모델 확산이 가능해졌고, 공공기관 카페 입점도 훨씬 용이해졌으며, 타 사회적 기업의 제품 구매도 늘어났다. 아직은 넘어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지만, 네트워크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형성하기 시작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태생적으로 자원이 부족한 신생·소규모 기업들이 불확실한 시장 환경에서 살아남고 지속적인 성장을 한다는 것은 무척 어렵다. 네트워크는 단일 기업으로는 얻지 못할 경험, 지식 및 자원에 접근할 가능성을 높인다. 실제 네트워크가 기업 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많이 보고되고 있으며,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 환경 속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케 하는 중요한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도 네트워크 연구가 활발해지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