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강원 산불 한 달, 마지막 구호팀 철수하던 날 “벌써 가?” 허봉선(75) 할머니의 얼굴에는 서운함이 가득했다. 오른손에는 포도 주스, 왼손에는 쌀과자가 들렸다. 작은 이별 선물이었다. “선생님들 덕에 살 수 있었어. 나중에 동해 오면 꼭 연락해!” 지난 8일 강원 동해 지역의 산불 이재민을 돕던 마지막 구호팀이 철수했다. 구호팀이 동해에 들어온 지 33일 만이었다. 동해안을 덮친 초대형 산불이 발생한 지 한 달 지났다. 지난달 4일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은 거센 바람을 타고 이튿날 동해 시내로까지 번졌다. 특히 동해 지역은 시내 곳곳에 불길이 번져 73가구가 집을 잃었다. 당시 이재민 45가구는 친척이나 지인의 집으로 이동했고, 나머지 28가구는 묵호역 인근의 임시거주시설로 대피했다. 더프라미스·메디피스 등 비영리 민간단체 12곳은 임시거주시설에 머무는 주민을 돕기 위해 ‘산불 피해 합동대응팀’을 꾸려 사고 초기부터 현장에 머물렀다. 한 달 남짓 동해 이재민과 함께 울고 웃던 마지막 구호팀이 철수하던 지난 8일 기자가 동행했다. 구호팀 머문 416호, 주민들의 ‘마을회관’ 구호팀의 마지막 날은 이른 아침부터 시작됐다. 팀원들은 임시거주시설 인근 숙박업소에 머물고 있었다. 오전 7시 30분. 숙소 로비에 팀원 8명이 모였다. 임시거주시설까지는 차로 5분가량 걸렸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창 밖에 펼쳐진 논밭만 바라볼 뿐이었다. 동해 임시거주시설은 국가철도공단에서 운영하는 망상수련원에 마련됐다. 동해 주요 관광지인 묵호항에서 5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산불 발생 직후 28가구가 있었지만, 하나 둘 떠나고 이젠 17가구가 남아 있었다. 임시거주시설은 필로티(pilo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