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센터
관리 대신 ‘신뢰’를 건네자, 여성 자립청년은 스스로 길을 냈다

한국여성재단 WFM, 여성 자립준비청년 특화 첫 모델…교차 취약성 고려한 맞춤형 설계 증빙 없는 지원금·안전한 커뮤니티, ‘관계적 자립’ 이끌어 지난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여성재단 회의실. 보호 종료 이후 홀로서기를 이어온 자립준비청년 이하나(26)씨가 천천히 마이크를 잡았다. “다른 곳에서는 제 경험을 편하게 꺼낼 수 없었는데, 여기에서는 여성으로서 겪은 트라우마까지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제 모습을 봤어요.” 그의 말에 테이블에 앉은 청년들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하나씨는 한국여성재단과 샤넬코리아가 운영하는 ‘2024 We are Future Makers(이하 WFM)’ 프로그램을 마친 수료생이다. 이날 모인 청년들은 “WFM의 핵심은 신뢰”라며, 처음으로 ‘안전한 관계의 기반’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WFM은 단순한 경제적 지원을 넘어, 자립을 준비하는 여성 청년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교류하고 스스로를 이해하며 진로와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자립지원금 500만원과 함께 10회 워크숍, 멘토링, 직업 현장 방문 등을 제공한다. 2022년 시작 이후 올해까지 114명이 수료했으며, 샤넬코리아가 후원하고 하자센터·진저티프로젝트가 협력기관으로 함께한다. ◇ 안전한 커뮤니티가 만드는 ‘관계적 자립’ 최근 몇 년 사이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정책과 지원이 늘었지만, 여성 자립준비청년의 교차적 어려움에 특화된 프로그램은 WFM 이전까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국제 학술지 ‘아동·청소년 사회복지 저널(Child and Adolescent Social Work Journal)’은 올해 논문에서 여성 보호종료청년이 성적 학대나 임신 등 성적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2022년 ‘Children and Youth Services Review(아동·청소년 복지 서비스 학술지)’도 여성 보호종료아동이 남성보다 심리·정서적 문제에 더 취약하다고 밝혔다. 여성 보호종료청년을 별도로 접근해야 하는

교과서가 아닌 게임으로 배우는 사회

하자센터 토요진로학교 ‘게임을 통해 보는 세상’           머리를 맞댄 11명은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계약직, 정규직, 최저임금 등 노동 관련 단어들이 쏟아져나온다. 한참동안 논의가 끝나질 않자, 중재자가 나선다. “서로 필요한 것을 먼저 이야기해볼까요?” 그제서야 한 명씩 차례대로 우선순위를 정해나간다. 정책회의, 포럼에서나 볼 법한 광경. 지난 5월 27일, 영등포 하자센터(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에서 운영하는 ‘2017 토요진로학교’에 참가한 청소년들의 모습이다.   ◇직업 체험이 아닌 공동체 가치를 배우는 ‘토요진로학교’     이날 게임에 참여한 이들은 한성여자중학교 학생 11명. 이들은 교과서가 아닌 게임으로 민주주의와 정치활동을 체험했다. ‘2017 토요진로학교’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 ‘게임을 통해 보는 세상, 게임학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민주적인 방식으로 법안을 발의하고 채택하면서 변화시키는 게임이다. 지난 5월부터 진행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소년 수는 50여명에 달한다. 하자센터는 연세대학교가 서울시로부터 수탁 운영하고 있는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공식명칭)다. 청소년 진로 활동 지원이 주요 사업이고, 게임학교는 ‘토요진로학교’의 프로그램 중 하나다. 하자센터의 진로교육 프로그램은 직업이나 직종 체험 교육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사회적기업 등 사회적 경제 주체, 지역 공동체, 교육 관련 단체 등과 협력해 지속가능한 삶과 공동체 가치를 공유하는 교육 개발을 목표로 한다. 게임학교에서 진행하는 ‘헬조선 리셋 게임’은 월간잉여 편집장 최서윤씨가 개발한 ‘수저 게임’을 청소년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한 게임이다. 수저게임은 ‘헬조선’, ‘노오력’ 등 현실을 자조하는 청년들이 활발한 정치와 토론, 연대의 가능성을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개발된 게임이다. 게임 개발에 참여한 김지빈 하자센터 담당자는 “청소년들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홍대 앞 건강 집밥… 문 닫는 이유는?

“지난 5년 감사했습니다.” 지난달 7일, 페이스북으로 ‘카페 슬로비(Café Slobbie)’의 영업 종료 소식이 퍼졌다. 카페 슬로비는 패스트푸드 일변도인 서울 홍대 앞에서 ‘건강한 집밥’을 표방해온 식당이다. 1세대 외식 사회적기업인 ‘오요리’가 문을 연 두 번째 식당이기도 하다. 그만큼 상징성이 높은 곳이어서, 폐업 소식은 화제가 됐다. 지난달 18일 영등포구 하자센터에서 만난 카페 슬로비 한영미 대표는 “지난해부터 변화를 감지해왔지만, 더 이상 버티는 것이 능사는 아니겠다는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혹시 임대료가 올라 밀려난 것이냐”는 질문에 “그게 다는 아니다”고 답했다. 2011년 홍대 카페 슬로비를 연 이후, 2013년에는 도시락 전문점 성북 카페 슬로비를 오픈, 제주에는 영 셰프(청소년 요리사)들이 거주하며 실전에 투입되는 제주 슬로비까지 공격적으로 확장했다. 연매출이 10억에 이를 정도였다. 하지만 슬로비도 지난해 한국을 강타한 메르스를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줄면서, 단체 도시락 주문도 끊겨버린 것. 전년 대비 매출이 반 토막 났다. 설상가상으로 홍대 슬로비는 상권 변화에 맞서야 했다. “단골손님을 만들기 위해 그동안 베란다에 텃밭도 만들고, 식당 한편에 에코숍도 열어 사회적기업 제품을 판매해왔다. 환경을 생각하는 의미에서 ‘빈 그릇 운동’도 진행했다. 이런 메시지에 반응하던 충성 고객들이 언제부터인가 안 보였다. 알고 보니, 홍대 임대료가 비싸 사무실이 망원이나 상수동 쪽으로 이전한 고객이 많았다.”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근처는 사무실 공간 대신, 글로벌 SPA 브랜드인 자라, H&M 매장부터 이랜드그룹의 복합 외식 매장까지 생기는 등 최근 몇 년 새 탈바꿈했다. 20~30대 소비자와 중국

‘창의적인 청개구리’ 키운다

한국 암웨이 사회공헌활동 서울시·하자센터·연세대 협력 아동 위한 창의 교육으로 ‘창의페스타’·’마임’ 프로그램 등 진행 “창의력은 차별화된 생각 심는 새싹… 더 나은 삶 꿈꾸게 하는 최고의 선물” ‘음소거’ 한 TV화면 같았다. 연단 위에 선 강선미(47)씨도, 무대를 바라보는 30여명의 청중도 소리 없이 말하고, 경청했다. 지난 20일 밤, 종로3가에 있는 수화카페 ‘미미끄’에 모인 이들은 모두 선천성 청각장애인이다. “용수철은 꾸불꾸불하지만 계속 따라가다 보면, 끝에 닿을 수 있어요. 우리도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인내심을 가지면 목표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강씨가 격정적으로 수화를 했다. 한국암웨이 사업 10년차인 그녀는 매주 이곳에서 사업에 관심 있는 청각장애인들에게 교육을 한다. 그녀의 수입은 대기업 임원 연봉 수준으로, 곧 국내에는 2000명밖에 없는 상위레벨에 진입한다. 15년 전, 강씨는 남편과 이혼하고 휴대폰 조립공장에 다니며 혼자 딸을 키웠다. 딸에게 재능기부를 하던 첼로 선생님 소개를 받고서 사업에 뛰어들었다. 강씨는 “사업과 제품 소개를 하러 본사에서 4명이 오셨는데, 한 분이 글로 쓰다가 지치면 다음 분이 이어서 쓰는 식으로 제품을 아는 데만 대단히 많은 시간이 걸렸다”며 “주변의 모든 사람이 ‘농아인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사람들과의 관계가 거듭될수록 자신감이 쌓여갔다”고 말한다. 10년 만에 강씨의 그룹은 청각장애인 사업자 전국망이 됐다. “예전에는 ‘난 아무것도 못할 거야’라는 생각뿐이었는데, 사업을 통해 나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아동 창의력 증진에 민·관·산·학이 힘을 모으다 강씨와 같은 한국암웨이 사업자들이 모은 기금 10억원을 바탕으로 올해 ‘생각하는 청개구리’ 사업이 시작됐다. 일부 영재를 위한

더나은미래 특별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