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
[기업과 사회] 공급망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RE100은 재생에너지로만 전력을 조달하겠다는 기업들의 글로벌 이니셔티브다. 자발적 운동이며 캠페인이다. 재생에너지로만 전력을 쓰도록 강제하는 법률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등이 가입했다. 재생에너지 비율이 낮고 가격이 비싼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왜 RE100에 가입하는 것일까? 무엇보다 글로벌 공급망의 거센 요구 때문이다. 2020년 7월 애플은 ‘2030년까지 10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놀라운 것은 자체 비즈니스뿐 아니라 공급망과 제품 생애주기 전반에서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협력업체에 RE100 달성을 강력히 요구했다. 애플의 CEO 팀 쿡은 “거대한 변화를 만들어 내는 연못 안의 물결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원료 채취부터 폐기까지 제품의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환경적인 영향을 따지는 세상이 됐다. 전 생애주기 평가(Life Cycle Assessments)와 제품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을 추적하는 것이다. RE100은 재생에너지의 수요를 만들어 에너지 시장과 산업을 바꾸고, 국가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급망을 통한 변화는 환경문제만이 아니다. 우리가 먹는 초콜릿에 아동의 눈물이 담겨 있다면? 2021년 미국 워싱턴DC 법원에는 코코아 농장의 아동노동 소송이 제기됐다. 원고는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노동자들, 피고는 네슬레, 허쉬, 카길 등 식품회사들이었다. 원고들은 16세 이전부터 코코아 농장에 끌려가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일했는데, 피고들이 자신의 공급망이며 영향력이 지배적인 이들 농장에서 일어난 아동착취를 묵인하고 이득을 취했다고 주장했다. 2022년 6월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피고 회사와 그들이 일한 농장 사이에 ‘추적 가능한 연결’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네슬레는 소송이 진행되는 2022년 1월, 코코아 농장의 아동노동을 없애기 위한 획기적인

다니엘 클라이어 ESG북(ESG Book) 최고경영자(CEO)는 "기존에 선진국 위주로 석유화학, 화석연료 사용을 지양하던 ‘ESG 1.0’ 시대에서 ‘ESG 2.0’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며 “ESG 2.0 시대에는 대규모 공급망을 둔 아시아 지역의 지속가능한 활동이 중요해지며, 국가뿐 아니라 기업들은 전사적 규모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경영 활동을 이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BDO성현회계법인
“스코프3 의무공시 임박… 공급망 全과정 탄소데이터 측정하려면”

“기업의 가치사슬 전반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을 측정하는 ‘스코프3(Scope3) 시대’가 왔습니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와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에서 기업의 탄소 직접배출량인 ‘스코프1’, 에너지 사용에 따른 ‘스코프2’를 넘어 기업 활동 전체의 탄소발생량(스코프3) 측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물류나 제품 사용·폐기에 이르는 공급망 곳곳의 탄소배출량 데이터 확보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2021년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발간한 국내 상장기업 200여 곳 중 38%만 스코프3를 공시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더 미룰 수는 없습니다.” 정준희 대구대학교 회계학과 교수는 23일 ‘제1회 ESG 글로벌 스탠다드 컨퍼런스’에서 국내 스코프3 공시 현황을 발표했다.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이번 컨퍼런스는 국내 기업의 ESG 공시·평가 현황을 살피고, 스코프3 측정과 공급망 관리 솔루션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CDP한국위원회가 주최하고, BDO 성현회계법인과 한국회계학회가 공동주관했다. 행사에는 금융기관을 비롯해 기업 ESG 관계자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정준희 교수는 ‘공급망 관리와 스코프3 평가’를 주제로 진행된 세션에서 “국내 수출기업의 52.2%는 미흡한 공급망 관리로 해외 국가들과의 계약이 파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공급망 관리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국제사회에서 매우 중요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스위스 기후 컨설팅 회사 ‘사우스폴(South Pole)’의 아지트 파드비드리 기후전략팀 부책임자는 ‘공급망 관리와 스코프3 회계·보고의 극복방안’을 주제로 무대에 섰다. “고품질의 공급망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 기업은 기존 사업을 탄소배출량에 따라 재분류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각 카테고리에 맞는 자원을 동원해 지속적으로 탄소배출량을 모니터링하고 집계해야 합니다. 또 하청업체와 파트너사에 자사의 친환경 정책·기조를 사전에 알려줘야 합니다. 협력사들이 동일한 기준으로 탄소배출량을 측정할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
[기업과 사회] 기업의 공급망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2010년 네슬레는 오랑우탄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그린피스가 네슬레 광고를 패러디한 영상을 공개하면서다. 영상에는 어느 회사원이 네슬레 초콜릿을 꺼내 먹는데 다름 아닌 오랑우탄 손가락이었다. 그린피스는 네슬레의 초콜릿 원료인 팜유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오랑우탄 서식지인 열대우림이 파괴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네슬레는 억울했다. 네슬레와 팜유 공급계약을 체결한 회사도 아니고 공급망의 말단 농장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네슬레는 먼저 해당 동영상의 삭제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청구는 받아들여졌지만 영상은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을 사게 되고 여론은 더 나빠졌다. 기업은 공급망의 환경파괴나 인권침해에 대해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할까? 1차 협력사가 아닌 말단의 공급망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할까? 법률상으로 보면 네슬레는 아무런 책임이 없었다. 스스로 한 행위도 아니고, 아무런 계약관계도 없는 농장의 산림 벌채를 교사하거나 방조한 바 없었다. 직접 계약관계가 없는 말단 공급망의 불법행위에 대해 연대책임을 묻는 법률도 없었다. 그러나 네슬레에 대한 시민사회 및 소비자들의 비난은 거셌다. 결국 네슬레는 해당 업체와의 거래를 중단하고, 10년 안에 산림 벌채가 없는 공급망을 만들며, 2015년까지 100% 지속가능한 팜유를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속가능한 팜유란 생산과정에서 환경 파괴와 인권 침해가 없는 팜유를 말한다. 네슬레는 ‘법적 책임’은 없지만 ‘사회적 책임’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공급망의 첫 단계부터 상품이 생산돼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전체 사슬에서 기업의 책임은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기업의 공급망 관리에 대한 사회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사회적 책임은 시장과 사회가 책임을 묻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외면하고, 투자자들이 투자를 하려 들지

“국내 대기업 62%, 협력사 ESG 평가한다”
“국내 대기업 62%, 협력사 ESG 평가한다”

국내 대기업 10곳 중 6곳이 협력사를 대상으로 ESG 정기평가를 시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14일 발표한 ‘자산기준 30대 그룹 공급망 ESG 관리 현황조사’에 따르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는 75개사 중 47개사(62.7%)가 협력회사의 ESG를 평가하고 있다. 협력사ESG 평가를 시행 중인 47개사 중 31개사는 신규 등록을 희망하는 예비 협력사를 상대로 ‘사전 ESG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협력사의 ESG 리스크를 사전에 파악하고 위험요소가 발견되면 시정조치를 요구하기 위해서다. 전경련은 “ESG 평가는 대부분 협력회사의 자가진단, 평가업체의 현장점검·실사, 위험도 판별, 우수업체 인센티브 부여나 고위험군 개선조치·제재 절차를 통해 진행된다”고 했다. 협력사 ESG 평가 통계를 공개한 기업 수는 18곳이다. 이들이 2020년 기준 ESG 평가를 시행한 협력업체 수는 1만3975곳에 이른다. 이 중 개선 요청을 받고 시정 조치를 완료한 업체는 1197개사였다. 현대엔지니어링의 ‘2020년 협력사 지속가능성 평과 결과’에 따르면, 94개사가 중대 결격 사유 발생으로 등록 취소됐다. 이번 현황조사에서 ‘협력회사 행동규범’을 제정하고 협력회사가 준수하도록 한 기업은 75개사 중 44개사(58.7%)였다. 주요 항목으로는 ▲인권·노동 ▲안전·보건 ▲환경 ▲기업윤리 ▲경영시스템 등 다섯 가지로 구성됐다. 전경련은 “특히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SK텔레콤, ㈜SK 등은 계약서 내에 협력회사 행동규범 준수의무를 명시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같은 조사에서 75개사 중 45개사(60.0%)는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ESG 경영 컨설팅과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답했다. LG유플러스는 녹색경영 도입을 희망하는 협력사에 컨설팅을 무상 지원하고, 포스코는 제철소 상주 103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방문 컨설팅을 통한 수시 지원 활동을 진행한다. 이상윤 전경련 커뮤니케이션본부장은 “ESG는 아직

113년간 청각문제 해결 외길…덴마크 CSR 선두기업의 중심엔 ‘사람 최우선’ 철학

세계 1위 청각솔루션그룹 ‘윌리엄디만트 그룹’ 소렌 넬슨 회장 인터뷰      세계 1위 청각솔루션그룹 윌리엄디만트(William Demant)의 경영 이념이다. ‘사람’을 최우선으로 하고, 고객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비즈니스 전략을 구현해온 윌리엄디만트는 2016년 매출 2조616억원 달성, 전 세계 30개국에서 1만2000명이 일하는 글로벌 선두 기업이다. 보청기·인공와우·진단장비 및 개인통신기기 등을 연구 개발 및 판매, 오티콘(Oticon)·버나폰(Bernafon)·소닉이노베이션(SONIC)·메이코(MAICO) 등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7일 한국에 첫 방문한 소렌 넬슨(Søren Nielsen) 윌리엄디만트그룹 회장을 만나, 113년간 비즈니스를 통해 청력 손실이라는 사회문제를 해결해온 덴마크 혁신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전략을 들었다. 소렌 넬슨 회장은 인턴으로 입사해 통합사업팀(Business Unit team) 리더,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거쳐 2017년 4월 CEO로 취임했다. –인턴으로 시작해 회장이 되기까지 20년간 함께해온 윌리엄디만트는 어떤 기업인가. “당시 윌리엄디만트그룹이 연구·개발하던 보청기 기술은 불가능에 가까운 고난도 과학이었다. 엔지니어로서 사회·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품을 만들고 싶지 않았던 내게 이곳은 최고의 회사였다. 윌리엄디만트는 기술 개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사회 이슈를 해결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실현하고 있더라. 창립자 한스 디만트(Hans Demant)는 청각장애를 가진 아내를 위해 청력 솔루션 회사를 설립했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 되자는 그의 비전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비영리법인 ‘오티콘재단(Oticon foundation)’이 윌리엄디만트그룹의 최대주주이자 최상층에 있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거버넌스(Governance)가 주는 장점은 무엇인가. “창립자 한스 디만트는 1957년 자신이 가진 모든 주식을 기부해 오티콘재단을 설립했다. ‘청각 문제를 해결한다’는 비전을 지속가능한 모델로 실현하려면 비영리 구조가 적합하다고 판단한

지속가능경영의 선두 기업, 파타고니아 릭 리지웨이 부사장 심층 인터뷰

릭 리지웨이(Rick Ridgeway) 파타고니아 부사장이 말하는 지속가능경영 전략  “필요하지 않다면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ket unless you need it).” 2011년 미국 최대 세일 기간인 ‘블랙프라이데이’에 뉴욕타임즈에 실린 친환경 아웃도어 기업 파타고니아(Patagonia)의 광고 문구다. 지난해엔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당일 발생하는 매출 전액을 환경단체에 기부하는 ‘지구를 위한 100%’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 미션이자, ‘환경보호를 위해 비즈니스를 활용한다’고 당당히 말하는 기업. 그럼에도 전세계에서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더나은미래는 ‘릭 리지웨이(Rick Ridgeway)’ 지속가능경영 부사장(Vice President of Public Engagement)을 직접 만나 파타고니아의 책임경영 비결과 노하우를 심층 인터뷰했다. 미국의 대표 산악인이자 환경운동가이며, 지속가능의류협회 창립회장을 역임하고 파타고니아의 책임경영을 총괄해온 그는 “CSR을 비용이라 여기는 건 매우 어리석은 생각”이라며 ‘기업이 지속가능경영을 하면 좋은 이유 7가지’를 공개했다. 또한 ▲회사의 비전·미션을 비즈니스 전략에 적용하는 방법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제품을 만드는 노하우 전사 차원의 책임경영을 위해 지속가능경영(Sustainability)팀을 해체한 이유와 성과 ▲파타고니아의 사회적가치와 책임경영 측정도구와 방법 ▲협력업체의 공급망 공시 시스템 개발 과정과 효과성 등을 공개했다. 릭 부사장의 인터뷰 원문과 파타고니아의 지속가능경영 심층 분석 콘텐츠는 더나은미래가 10월 중순 첫 발간하는 ‘Better Future+CSR 트렌드리포트 vol1.’에서 만나볼 수 있다.

새 정부, CSR 향방은? 돈 버는 과정, 일하는 방식 바꿔야 비즈니스 혁신 일어난다

최근 대기업 지속가능경영팀(사회공헌·CSR)은 두 가지 키워드에 꽂혀 있다. 바로 ‘사회혁신’과 ‘가치 경영’. 청와대에 사회혁신수석이 신설된 데다가 19대 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3개 법안에 ‘사회적 가치 실현’이란 문구가 수없이 등장하기 때문. 사회적 가치 실현을 공공기관 평가에 반영하고, 사회적 경제 조직 활성화 및 기업의 사회적 책임 촉진이 핵심 내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새 정부의 비전에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전략을 일치시키는 전략적 조정(Adjustment)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새정부 출범, CSR 향방은 어떻게 될까? 우선 사회 혁신의 정의를 기업에 맞게 명확히 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동수 한국생산성본부 센터장은 “그동안 기업의 사회 혁신이 수익을 창출하는 동시에 사회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CSV(공유 가치 창출)에 함몰돼 실패를 거듭했다”며 “새 정부가 요구하는 것은 특정 이슈나 주제가 아니라 기존의 관행, 지배구조, 협력업체와의 관계 설정 등 기업이 일하는 방식 자체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라고 강조했다. 유명훈 코리아CSR 대표는 “자본주의의 핵심은 돈을 버는 방식 및 과정에 CSR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제품 설계, 기획, 제조, 마케팅, 판매, 폐기물 처리, 재활용 등 공급망(Value Chain) 전반에서 인권·환경·상생·안전·불평등 해소 등 지속 가능 경영을 실현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혁신”이라고 말했다. ◇CSR 키워드는 ‘투명성’과 ‘커뮤니케이션’ 지난 3월 23일 기업의 투명성 향방을 좌우할 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민병두(더불어민주당), 이언주(국민의당), 홍일표·정우택(자유한국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합해 통과시킨 것. 이는 기업의 윤리 경영, 환경, 지배 구조, 인권 등 사회적 책임에

더나은미래 특별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