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경북 포항 영일만에 설치된 '포항 해상 CCS(이산화탄소 포집·저장) 설비'가 철거되고 있다. /연합뉴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포항 탄소저장 사업 중단… ‘기후기술 확보’ 역행 논란

경북 포항 앞바다에 설치된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시설이 지난달 27일 철거에 들어갔다. 2017년 첫 가동 이후 6년 만이다. CCS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땅속에 저장하는 기술로 대기 중에서 열을 방출하는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특히 탄소배출량이 많은 국가에선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데 핵심 기술로 꼽힌다. 포항 CCS 시설은 당시 세계에서 세 번째 소규모 실증 성공 사례로 화제를 모았고, 연간 5000만t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 문제의 발단은 2017년 11월 포항 지열발전소 가동에 따른 5.4 규모의 지진이다. 지진 발생을 우려한 주민들이 CCS 폐쇄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실증사업에 참여한 한국지구물리학회 등은 2019년 조사단을 꾸려 포항지진과 CCS 사업의 관련성이 없다고 밝혔지만, 포항 시민들은 여전히 철거를 요청했다. 결국 정부는 183억6000만원을 들인 설비를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CCS는 205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도까지 낮추기 위한 파리기후협정에서  약속 이행 방안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재생에너지 100%(RE100) 도입, 에너지 사용의 전기화(Electrification) 등 산업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편할 수 없는 현실적 문제로 인해 단계적으로 전환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시멘트 등 탄소를 배출량이 많은 제조업이 주를 이루고 있어 CCS가 해결책으로 2013년 처음 논의됐다. 그럼에도 CCS 기술은 아직까지 초기단계다. 지질 안정성 검증, 주민 수용 문제 등 고려사항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CCS 상용화에 성공한 국가는 미국, 호주, 캐나다 등 13개국이다. 미국에서는 1972년 발베르데 천연가스 발전소(Val Verde Natural Gas Power Plant)에서 활용하기 시작해 2021년 상용화에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위치한 풍력 발전단지 모습. /조선DB
[키워드 브리핑] 풍력발전 성패 좌우하는 ‘바람가뭄’

재생에너지 산업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기상 예측이다. 햇빛이나 바람 등 자연에너지원은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예측률이 높을 수록 발전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최근 유럽과 미국 등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국가에서는 풍력발전의 전력 손실을 유발하는 ‘바람가뭄(Wind drought)’을 예측하고 대응하는 일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바람가뭄이란 한 지역에 바람이 없거나 평소보다 풍속이 느려지는 기간이 장기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바람가뭄 발생 빈도가 증가하면 풍력 발전에 차질이 생겨 전력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바람가뭄은 특히 유럽 등 재생에너지 보급률이 높은 국가에서 매우 치명적이다. 지난해 유럽연합(EU)은 에너지 위기에 직면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은 것과 더불어 EU 회원국 중 풍력 발전 비율이 높은 국가의 경우 바람가뭄으로 인해 발전량이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영국은 바람가뭄에 효율적으로 대처한 국가다. 2021년 풍속이 전년 대비 15% 정도 느려져 전체 전력의 18%를 차지하던 풍력발전이 2%로 급감했지만, 영국 내 전력 수급엔 차질이 없었다. 기후변화를 예측하는 ‘기후변화 프로그램(UKCCP)’를 통해 태양광, 풍력 등 자연에너지원의 변동 흐름을 예측하고, 이에 맞는 발전 비중을 설정해 대응했기 때문이다. 국내는 아직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낮은 수준이지만 점차 확대 추세에 있다. 2020년 2.3% 수준에 그치던 재생에너지 비율은 2021년 6.5%, 지난해엔 8.3%로 증가했다. 또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는 태양광·풍력 비중도 현재 87대 13 수준에서 2030년까지 6대 4로 올려 풍력발전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
[모두의 칼럼] “비영리의 인건비는 ‘사업비’다” 법원 판결이 불러올 나비효과는?

늦은 밤. 동료들의 전화 통화, 타이핑 소리가 이어진다. 학교에서 부당한 처분을 받은 발달장애 학생에 대한 구제 사건, 외국인보호소에 수 개월째 구금된 난민에 관한 사건, 북송된 어머니와의 친생자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탈북민 자녀 사건…. ‘공익변호사’들은 소송의 결과를 예측하지 않는다. 이기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마음 뿐이다. 이런 간절함으로 재판을 하고, 서면을 쓰고 관계자를 설득하는 노력들이 사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비영리의 활동가, 연구자들도 마찬가지다. 성폭력 피해를 당한 여성을 상담하고, 구제받을 길을 함께 찾고,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기획하는 일은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에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된다. 문제는 이들에 대한 인건비가 사업비가 아닌 단순 운영비로 치부돼 법적 규제 대상이 되곤 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도 같은 경우였다. 주무관청은 ‘공익법인의 상근임직원의 인건비는 운용소득의 20% 이내로 제한되어야 한다’는 내부 기준을 이유로 들며 독립운동가와 친일 역사를 규명하는 공익사단법인의 연구자 직원 정수 승인을 거부했다. 연구원 인건비 지급을 위한 기부회원들의 기부금 사용도 동결시켜 기부금이 쌓여 있음에도 임금을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이 수개월째 이어졌다. 결국 연구자들은 소속을 바꿀 수밖에 없었고 수십 년간의 쌓아온 연구소의 연구 기능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공익법인은 주무관청을 설득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였으나 소용이 없었다. 결국 처분을 다투는 행정 소송을 진행했고, 1년여 기간을 다툰 끝에 지난 12월 법원은 공익법인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다. 주무관청의 상근임직원 정수승인신청 반려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이 확정된 것이다. 주무관청은 행정기관 내부의 사무처리 기준에 따라

[진실의 방] 9·11 테러를 막은 사람

미국의 어느 상원의원이 비행기를 탔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항공기 기장이 있는 조종실 안으로 다른 승무원들이 너무 쉽게 드나든다는 점이었다. 안전상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그는 즉시 법안을 발의했다. 기장이 조종실 안에서 문을 열어줘야 바깥에 있는 사람이 들어갈 수 있게 일종의 잠금장치를 항공기마다 장착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항공사들은 난색을 표했다. 이런 장치를 모든 비행기에 설치하려면 일단 비용이 많이 들고 항공기 무게가 늘어나 연료도 더 많이 든다는 설명이었다. 법안을 낸 의원이 잠금장치 회사와 관련이 있다는 루머가 돌기 시작했다. 누명까지 써가며 그는 어렵게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모든 미국 항공기와 미국 땅을 밟는 외국 항공기들이 잠금장치를 장착하게 됐고, 그 덕에 알카에다가 항공기를 납치해 벌인 ‘9·11 테러’는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 일도 없었기 때문에 의원을 칭찬하는 사람도 없었다. 미국 경제학자 나심 탈레브가 쓴 ‘블랙 스완’이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다.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위험 상황에 대비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어떤 대접과 평가를 받는지, 가상의 이야기를 통해 생각해보게 한다. 우리 주변에도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직업으로 하는 사람도 있지만, 돈 한 푼 안 받고 자기 시간을 내서 하는 사람들도 있다. 적십자 자원봉사자들이 하는 ‘예찰’ 활동이 대표적이다. 태풍이 오거나 비가 많이 내릴 거라는 기상 예보가 뜨면 전국의 적십자 재난상황실로 그 지역 자원봉사자들이 예찰을 나가기 위해 모여든다. 자주 침수되는 지역, 문제가 생길 만한 지역을 미리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각) G20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키워드 브리핑] “선진국이 개도국 탈석탄 돕는다”… 정의로운 에너지전환 파트너십(JETP)

주요 선진국이 15일(현지 시각)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인도네시아 탈석탄 지원 계획을 담은 ‘정의로운 에너지전환 파트너십(JETP·Just Energy Transition Partnership)’에 서명했다. 참여한 국가는 미국과 일본, 캐나다, 유럽 6개국 등 총 9국이다. 향후 3~5년간 공공과 민간 부문에서 각 100억 달러씩 조달해 총 200억 달러(약 26조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JETP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전환을 재정적, 기술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결성한 네트워크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개도국의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구 온도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억제하려면 개도국을 온실가스 감축 대열에 합류시켜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석탄 발전 비중이 높은 개도국의 에너지산업 구조를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면서 출범했다. JETP는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영국과 EU, 미국 독일, 프랑스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지원하기로 했다. 3~5년 동안 총 85억 달러(약 11조원)를 투입한다. 정의로운 전환에는 지역주민의 일자리와 생계를 보호하는 방안도 포함된다. 탈석탄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와 지역사회 보호, 광산 부지 용도 변경, 양질의 녹색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술 혁신 등을 마련한다. 지난 6월에는 G7 국가가 동참을 선언했다. 개도국 중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인도, 세네갈이 추가 지원 대상 국가로 결정됐다. G20에서 인도네시아와의 협약이 성사되면서 인도네시아는 기존 목표 시기보다 10년 앞당겨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로 했다. 다만 인도네시아는 지형 특성상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설치하는 것이 쉽지 않아 난관이 예상된다. 아직 협상이 진행

[진실의 방] 나는 열 살에 죽었다

내 이름은 이사벨(Isabel). 아프리카 남동부의 작은 나라 ‘말라위’에서 태어난 여자 아이다. 내가 태어났을 때 우리 가족의 하루 수입은 1.5달러였다. 하루 한 끼 식사만 가능할 정도로 가난했고 제대로 된 집도 없었다. 여동생이 둘 태어났고, 남동생도 하나 태어났다. 우리 가족은 항상 굶주렸다. 나는 친구들에 비해 똑똑한 편이었지만 영양실조 때문에 허약했고 자주 아팠다. 결국 8살에 학교를 그만뒀다. 셋째 여동생은 6살이 되던 해에 감염병에 걸려 죽었다. 나는 동생이 눈을 감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봐야 했다. 한국을 방문한 파라그 만키카(Parag Mankeekar) 박사를 인터뷰했다. 그는 ‘리얼라이브즈(RealLives)’라는 시뮬레이션 게임을 만든 인도의 사회적기업가다. 게임 사이트에 접속해 ‘랜덤 인생 살아보기’ 버튼을 클릭하면 아기 울음소리와 함께 나이가 ‘0세’로 설정된 아바타가 생성된다. 출생 국가, 도시, 성별 등은 무작위로 정해진다. 선진국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날지, 아프리카 최빈국의 시골마을에서 태어날지는 알 수 없다. 유엔(UN)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이 발표한 100여 개 통계 데이터를 기반으로 게임을 제작했기 때문에 전 세계 각국의 삶을 사실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플레이어는 그 나라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겪는 문제나 갈등에 대해 직접 판단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의 선택이나 의지로는 통제할 수 없는 상황들이 게임 안에서 자꾸만 벌어진다. 치안이 불안한 나라에서 태어난 경우엔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친구들로부터 ‘마약을 하자’는 제안을 받기 시작한다. 거절해도 제안은 계속된다. 제안을 받아들일 때까지 말이다. 지진이나 홍수 등 자연재난이 잦은 나라에서 태어나면 죽을 때까지 그

제주 서귀포시의 풍력·태양광 발전 시설. /조선DB
[키워드 브리핑] ‘RE100’ 확산 방안으로 떠오르는 ‘CF100’

기업의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 정착을 위해 무탄소 에너지 운동인 ‘CF100’을 먼저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내에서 주목받고 있다. CF100은 ‘무탄소(Carbon Free) 100%’의 줄임말로, ‘유엔 에너지'(UN Energy)와 유엔 산하 ‘지속가능에너지기구(SE4ALL) 등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국제 캠페인이다. 재생에너지를 포함해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원자력발전과 연료전지 등으로 에너지 공급을 전환하는 RE100보다 더 포괄적인 개념이다. 유엔 에너지(UN Energy)에 따르면 정식 명칭은 ‘24/7 무탄소 에너지 콤팩트(24/7 Carbon free Energy Compact·24/7 CFE)’다. 24시간, 일주일 내내 탄소를 쓰지 않는 에너지원으로 전기를 공급한다는 뜻이다. 현재 24/7 CFE에는 총 91곳 단체가 이름을 올렸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IT기업뿐 아니라 스코틀랜드·아이슬란드 정부, 원자력연구소(NEI) 등 각 정부와 협회도 동참하고 있다. 지난 2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탄소중립 미래를 위한 RE100 국제 컨퍼런스’에서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국가별 재생에너지 가격이 다른 점을 고려해 실시간 사용전력의 무탄소화를 목표로 하는 CF100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RE100 이행이 어려운 이유로는 국내 재생에너지 보급 여건이 제한적이고, 재생에너지 구매와 투자 비용이 높다는 점이 꼽혔다. 이날 열린 컨퍼런스는 산업통상자원부가 국가별 RE100 이행 현황을 공유하고 탄소중립에 국내 기업들이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국제 캠페인 RE100을 주도하는 더클라이밋그룹(The Climate Group)과 글로벌 탄소정보공개 이니셔티브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관계자는 이날 한국 기업들의 RE100 이행 수준을 높이기 위해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CF100과 RE100에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효진 한국전기통신기술연구조합

인도 아삼의 한 마을이 홍수로 물에 잠긴 모습. /AP 연합뉴스
[키워드 브리핑] 선진국·글로벌 기업, 기후정의 실현하라

기후변화로 개발도상국에 재난이 잇따르자 선진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에 ‘기후 정의(Climate Justice)’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기후 정의란 선진국과 글로벌 기업이 지구온난화 유발에 주요한 영향을 끼쳤지만, 이에 따른 고통은 개도국과 취약 계층에 집중된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취지에서 제시된 개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에 따르면 1990~2019년 G20 국가가 배출한 온실가스 누적량은 939Gt(기가톤)에 달한다. 같은 시기 개도국 섬나라 38국이 배출한 온실가스는 8.02Gt에 불과했다. 하지만 적도 부근 개도국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이 더 빈번하다. 파키스탄은 지난 6월 발생한 홍수로 400억달러(약 57조원) 규모의 피해를 보았다. 이달 16일 나이지리아에서는 대홍수로 600명 이상 사망하고, 수재민이 130만명 발생했다.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기후 위기에 취약한 개도국 20곳의 재무장관이 결성한 협의체 ‘V20(Vulnerable Twenty Group)’는 지난 18일(현지 시각) 주요 선진국에 기후 위기 대응 계획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기후 기금 조달을 위해 각국 정부가 석유·가스 기업에 ‘횡재세(초과이윤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 달 6~11일 예정된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7)’도 개도국인 이집트에서 개최되는 만큼, 기후 정의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황원규 더나은미래 기자 wonq@chosun.com

장애인 단체와 공익 변호사들은 휠체어나 유아차를 타는 사람도 모든 건물에 제한 없이 접근할 권리를 요구하는 '1층이 있는 삶' 소송을 5년째 이어오고 있다. 휠체어는 문턱 높이가 3㎝만 돼도 지나기 어렵다. /조선DB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작은 가게는 휠체어 경사로 설치 의무 없다”는 법원

국가 상대 손배 2심“설치 대상 범위 설정차별이라 볼 수 없어” 지난 6일 서울고등법원 재판정에 출석한 지체장애인 김명학(64)씨는 판결을 듣는 순간 마음이 내려앉았다. 이날은 김씨가 “모든 사람에게 ‘1층이 있는 삶’을 보장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차별구제청구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 선고기일이었다. ‘1층이 있는 삶’이란 휠체어나 유아차를 타는 사람이 어떤 건물이라도 제한 없이 접근할 권리를 요구하는 활동이다. 원고 측은 일정 면적 이하 시설에 장애인 접근성 보장 의무를 면제하는 정부의 ‘장애인 등 편의법’ 시행령이 기본권을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허탈해서 웃음이 납디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또 싸워야죠. 안 싸우면 안 들어주는 걸요.” 현행법에 따르면 50㎡(약 15평) 미만 민간 사업장은 이동 약자를 위한 편의 시설 설치 의무가 없다. 2020년 기준 전국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민간 사업체 243만2631곳 중 50㎡ 미만인 곳은 96만2542곳이다. 이는 전체의 39.5%로, 10곳 중 4곳이 장애인 접근권 보장 의무에서 면제된 셈이다. 소송은 4년 전 시작됐다. 김씨 혼자만의 싸움은 아니었다. 장애인 단체, 공익 변호사들이 함께 나섰다. 장애인뿐 아니라 노인, 유아차를 끄는 부모도 원고로 함께했다. 피고는 대표적인 생활 편의 시설인 투썸플레이스(카페)·호텔신라(숙박업)·GS리테일(편의점),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였다. 2020년 2월에는 호텔신라와 투썸플레이스가 조정을 받아들여 시설 개선을 약속했다. 이의신청을 했던 GS리테일도 올해 2월 법원 판결을 수용해 관련 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끝내 대한민국 정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회적 비용’을 접근권 제한의 근거로 들었다. 이번 판결문에서 “국가가 편의

맹그로브 군락이 바다 위로 솟아 있다. /조선DB
[키워드 브리핑] 탄소 저장 블루카본, 발굴·보존 경쟁 치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해법으로 ‘블루카본(Blue Carbon)’이 주목받고 있다. 블루카본은 갯벌이나 해조류, 염생식물, 맹그로브숲 등 연안에 서식하는 식물 등 해양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를 의미한다. 해양 생태계는 육지 생태계보다 뛰어난 탄소 저장 능력을 갖추고 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맹그로브의 탄소 저장 능력은 1헥타르당 3767tCO₂eq로 열대우림(800tCO₂eq)보다 약 4.7배 높다. 또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속도도 맹그로브가 열대우림보다 최대 50배 빠르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지난 2019년 발표한 ‘해양·빙권 특별보고서’를 통해 블루카본을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공식 인정했다. 미국과 호주는 온실가스 통계를 산출할 때 블루카본을 포함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적으로도 블루카본 발굴·보존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의 갯벌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될 정도로 중요 자원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블루카본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IPCC의 온실가스 배출·흡수량 지침을 살펴보면, 해양 부문 탄소 흡수원으로는 잘피림, 염습지, 맹그로브숲 등을 규정하고 있다. 한국의 갯벌은 식물이 살지 않는 비식생이 전체의 약 98%를 차지한다. 지난해 기준 국내 갯벌 2492㎢ 중 IPCC의 탄소 흡수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염습지 면적은 35㎢로 전체의 1.4%에 불과하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국내 비식생 갯벌의 블루카본 능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원규 더나은미래 기자

[진실의 방] ESG에도 설민석이 필요한가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네. 실소와 개탄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ESG 열풍을 틈타 ‘애매한 전문가’들이 등장한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정도가 더 심해졌다는 것이다. ESG와 관련된 분야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기존 발표 자료에 ‘라벨 갈이’만 해서 강의를 하고 다닌다는 이야기까진 그래도 괜찮았다. 다 밥그릇 싸움이지, 싶었다. 요즘은 전혀 다른 분야에 있던 사람들까지도 전문가 행세를 한다. 근본을 알 수 없는 민간 ESG 자격증도 양산되고 있다. ESG의 ‘찐 전문가’들을 만나보면 확실히 인사이트가 넘친다. ESG가 등장하기까지의 역사적 맥락, 자본시장의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않고서 환경, 사회공헌, 지속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ESG가 아니라고 말한다. 공부가 부족한 사람들이 얕은 지식으로 여기저기 강의를 하고 다니니 ESG에 대한 오해가 쌓이고 혼란이 가중되며 발전이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연극영화과 출신 한국사 강사 설민석이 한창 방송계를 주름잡을 때 역사 전문가들이 했던 지적과 비슷하다. 애매한 전문가, 가짜 전문가들이 늘어나는 건 싫지만 ESG 분야에 ‘스피커’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길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ESG를 아십니까’라고 물으면 열에 일고여덟은 ‘잘 모르겠다’고 하지 않을까. 관계자들끼리는 내가 맞고 네가 틀렸다고 하지만 그런 논쟁은 대중의 관심사가 아니다. 전문가들도 대중의 무관심에 대해 크게 아쉬워하지 않는다. 그냥 서로 관심이 없다. 가짜들 입장에서는 참 날뛰기 좋은 환경이다. 설민석은 역사 왜곡과 논문 표절로 물의를 일으킨 뒤 방송가에서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그가 한국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낸 것만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특유의

임재원 인수마을밥상 대표는 "모든 생명이 순환으로 이어져야 하듯이 음식을 소비하고 생산하는 것에도 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연 청년기자
“오늘 누구와 어떤 밥을 먹었나요?”… 사람과 자연을 살리는 마을밥상

[인터뷰] 임재원 인수마을밥상 대표 ‘이 밥이 어디에서 왔습니까? 우리는 온 생명 기운 깃든 밥상 앞에 앉아 있습니다. 천천히 온 마음으로 먹고 서로 살리는 밥으로 살겠습니다.’ 서울 강북구 인수동에 있는 마을공동체 ‘밝은누리’가 운영하는 식당 ‘인수마을밥상’에 걸려 있는 글귀다. 인수마을밥상은 25년 전 육아 품앗이로 아이들을 함께 키우던 마을 사람들이 돌아가며 식사를 준비하던 데서 시작됐다. 부모와 아이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이웃 주민들도 함께 어울려 밥을 나누던 중, 2010년 3월 한 청년이 마을밥상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그렇게 인수동 주민들과 북한산 등산객, 인근 공사장 작업자들에게도 열린 지금의 마을밥상이 됐다. 지난 7월 21일 만난 임재원(47) 인수마을밥상 대표는 “마을밥상은 단순히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모이는 곳이 아니라 서로 일상을 나누고 안부를 살피는 사랑방 같은 곳”이라고 했다. 연대와 순환, 마을밥상의 운영 비결 인수마을밥상은 평일 점심과 저녁마다 열린다. 한 끼 가격은 5500원. 차림은 현미잡곡밥과 김치를 기본으로 국과 반찬 2종류는 끼니마다 달라진다. 마을밥상에서 사용하는 식재료는 주로 생활협동조합을 통해 구한다. 농부들로부터 얻은 유기농 제철 채소도 쓰인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예전처럼 사람들이 한데 모여 밥을 먹진 않는다. 각자 챙겨온 그릇에 음식을 담아 집으로 가져간다. 이러한 상황에도 외부 지원금이나 후원 없이 자생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 달 치 식권을 미리 구매하는 ‘달밥’ 회원제와 급여를 받지 않고 일손을 보태는 ‘지킴이’ 문화 덕분이다. 꾸준히 달밥을 등록하는 사람과 단골 주민을 합쳐 한 끼 평균 80명이 마을밥상을 찾는다. 인건비를 받고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