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혁 교수의 CSR 전략-⑩] 기업경영의 절차적 공정성

한국이 세계 최강인 스포츠 종목은 무엇일까? 의심할 여지 없이 ‘양궁’이다. 1984년 LA올림픽 이후 지금까지 한국은 세계선수권을 포함한 각종 대회에서 금메달의 대부분을 쓸어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양궁이 이토록 경쟁력을 가지게 된 이유는 뭘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절차적 공정성(procedural justice)’을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선수 선발을 포함해 행정상의 절차에 공정성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절차적 공정성을 통해 의사결정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목표 달성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기업에서도 절차적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 채용과정에서의 불합리한 차별을 막기 위해 입사지원서에 출신 학교나 지역, 가족관계 등을 기재하지 못하게 하는 ‘블라인드(blind)’ 채용이 그 예다. 그렇게 입사를 해도 일명 ‘360도 평가’라 불리는 다면평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상급자뿐 아니라 동료, 부하직원, 내외부 고객의 평가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일반 회사원이 임원이 되는데 평균 24년이 소요된다. 하지만 이러한 절차적 공정성이 재벌총수의 자녀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100대 그룹 총수 일가 자녀는 평균 5년 만에 임원이 되는 ‘초고속 승진’을 기록하고 있다. 그룹 내 근무 경력이 전혀 없이 바로 임원이 되는 ‘신입사원 임원’도 있다. 젊은 나이에 임원이 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그런 예외적인 상황이 점차 관행으로 굳어지는 상황이 문제다. 취준생들에게 “쓸데없는 스펙을 쌓지 말고 제대로 실력을 키우라”고 조언하는 기성세대의 말이 허망하게 들리는 이유이다. 청소년들의 꿈은 재벌 2세가 되는 것인데 부모가 재벌이 아니어서 불행하다는

[정연주의 우리 옆집 난민] 작은 소음에도 폭격 공포 느끼는 마야… 전쟁의 상흔은 깊습니다.

[정연주의 우리 옆집 난민]  빛나는 졸업장과 예쁜 꽃다발을 들고 카메라 앞에 선 열네 살 소녀 마야(가명). 사진 속의 마야는 그 어느 때보다 눈이 빛나고 볼이 상기되어 있습니다. 4남매의 맏이로서 아픈 엄마를 도와 집안 살림과 어린 동생들 돌보는 일을 감당하는 마야는 얼마 전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았습니다. 낯선 땅에서 자신보다 어린 학급 친구들과 생활해야 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습니다. 마야네 가족은 시리아에서 왔습니다. 시리아는 내전으로 대부분의 지역이 파괴되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태이지요. 마야 역시 고향 마을에서 수업을 받던 도중, 학교 건물이 폭격을 맞아 도망쳐야 했습니다. 자동차 정비사였던 아빠가 한국에 출장 간 사이 시리아에서 내전이 일어났기 때문에, 귀국하면 정부군이든 반군이든 어느 쪽에 강제로 징집을 당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어느 편 군대에 소속되더라도 다른 편에서 마야 가족에게 보복을 하기 때문에 아버지는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야의 집이 폭격을 맞아 부서져 버립니다. 마야네 가족들은 외갓집으로 도망갔죠. 다행히 2013년 레바논의 한국 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아 마야와 엄마, 남동생은 아빠가 있는 한국에 올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 온 뒤로는 두 명의 동생이 태어나 대식구가 되었지요. 마야 가족들은 언제 폭격당할지 모르는 공포 대신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희망을 꿈꾸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야 가족에겐 고민이 있습니다. 피란길에 이어진 폭격과 총격들로 인해 아직도 마야와 남동생은 자그마한 소리에도 공포를 느낀다고 합니다. 지난해 마야는 치과 치료를 받다가 치료 기계 소음이 폭격처럼 느껴져 공황 상태가 찾아왔고,

[2018 대한민국 지방자치단체 사회책임지수] ②경제·사회·환경 등 부문별 우수 광역단체

더나은미래·한국CSR연구소 공동기획  더나은미래가 한국CSR연구소와 공동으로 기획·발표한 ‘2018 대한민국 지방자치단체 사회책임지수’ 평가 결과, 경기가 16개 광역단체 중 종합 1위에 올랐다. 2위는 서울, 3위는 대전이 차지했고, 대구와 경남이 뒤를 이었다. 광역단체 사회책임지수의 경제 부문은 크게 ▲생산·소비·인구와 ▲고용·배려 항목을 평가했다. 항목별로 100점씩 총 200점 배점이다. 생산·소비·인구 항목의 주요 지표는 지역의 경제 규모를 보여주는 지역내 총생산(GRDP), 일인당 GRDP부터 가구당 순자산액, 개인소비, 주민등록인구, 인구밀도 등이 포함됐다. 고용·배려 항목에서는 실업률 뿐 아니라 청년고용률, 여성경제활동 참가율 등 상생 관련 지표를 반영했다. 경제 부문에서는 제주가 1위다. 제주는 200점 만점에 146.10점으로 16개 광역단체 중 1위를 기록했다. 생산·소비·인구 항목만 보면 5위(64.17점)에 그쳤지만, 고용·배려 항목에서 타 단체에 앞서(81.93점)를 받아 순위를 뒤집었다. 강원 역시 고용·배려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경제 부문 2위에 올랐다. 이어 경기, 대전 등 전통적인 대도시 지역들이 상위권에 올랐다. 반면 10위권 이하에는 영호남 광역단체들이 한꺼번에 몰린 모습이었다. 광역단체 사회책임지수의 사회 부문은 ▲건강(50) ▲교육·문화(80)▲구난·안전(70) ▲복지·주택(75) ▲사회성과(25)의 5개 항목(괄호안은 배점)을 봤다. 교육·문화 항목이 총 80점으로 항목 중 배점이 가장 컸다. 초·중·고교 학생수와 대학교 재학생수, 인구 10만명당 체육시설수, 지역 문화예산 등 지표가 포함된다. 이외에는 주택보급률과 노인 주거복지시설 현황, 119구급대 10분내 도착률, 인구 1000명당 의료기관 병상 수 등 지표를 봤다. 눈에 띄는 항목은 사회성과다. 지자체의 사회적가치 구현 수상실적, 지속가능발전대상 수상실적, 지속가능발전목표 수립계획 등이 평가지표다. 16개 광역단체 중에서는 서울이 1위였다. 2위인 충남과의 총점 차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본소득 실험’ 신호탄 불평등 해결될까 재정 부담만 늘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자체들이 기본소득 실험 신호탄을 쏘고 있다. 경기도는 올해부터 만 24세 경기도민에게 소득과 상관없이 100만원을 지역 화폐로 지급하는 ‘청년배당’을 시작한다. 전남 해남도 오는 3월부터 모든 농가에 매년 60만원을 지급하는 ‘농민수당’ 제도를 시행한다. 기본소득은 재산이나 소득 수준, 노동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조건 없이 지급하는 수당을 뜻한다. 국민 모두에게 동일한 금액의 생활비를 주는 ‘완전 기본소득’과 특정 세대나 계층, 지역에 지급하는 ‘부분 기본소득’으로 나뉜다. 청년배당과 농민수당은 부분 기본소득에 해당하는 셈이다. 경기도와 해남의 움직임에 정치권에서는 ‘기본소득 도입과 실효성’을 두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저성장 시대에 기본소득 도입은 필요하다는 입장과 예산 대비 효과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찬성 “일자리 부족 양극화 문제 대안 될 수 있어” 우선 찬성 측은 기본소득이 자본주의와 기술의 진보가 가져오는 불평등, 불안정성 문제에 해법이 될 수 있음을 주요 논거로 제시한다. 백승호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전일제 정규직 일자리가 줄어들고 시간제 비정규직 일자리가 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노동자의 수입이 불안정해질 뿐 아니라 근로자 중심이었던 기존 사회보장제도가 플랫폼 노동자와 같이 새로 등장한 계층을 포괄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플랫폼 노동자들은 자영업자로 분류돼 있기 때문에 다치거나 해고를 당해도 관련 산재보험이나 실업수당을 받을 수 없다. 구교준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여러 나라가 자본주의의 한계를 인정하고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일론 머스크, 마크 저커버그 등 친(親)자본주의 성향의 인물들도 기본소득 도입을

[정연주의 우리 옆집 난민] “이거” “네” 밖에 몰라도… 주와드의 유치원 생활은 행복하겠지요?

[정연주의 우리 옆집 난민] “엄마! 나 유치원 가서 친구들이랑 어떻게 놀지? 애들은 내 말 못 알아듣고, 나는 애들 말을 못 알아듣는데….” 2016년생 주와드는 요새 날마다 엄마에게 묻습니다. 주와드는 올해 충주 대림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입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원래 서울 장한평 인근에서 생활해왔던 주와드네는 지난해 아빠가 충주의 대형 폐차장에 일자리를 얻으며 이곳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얼마 전 주와드네가 새로 이사한 집을 방문했습니다. 주와드는 우리에게 형 하디의 유치원 졸업 앨범을 한참 보여줬습니다. “이거” “네” 주와드는 두 단어만으로 열심히 형 사진을 설명했습니다. 통통한 볼살이 붙은 얼굴이 세상 진지해서 모두 한참을 웃었습니다. 유치원 생활에 대한 기대와 흥분, 걱정으로 가득 찬 주와드는 형의 모습이 꽤 자랑스러웠나 봅니다. 주와드의 형 하디는 아랍 이주민 자녀가 많이 다니는 서울 군자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서 학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가족 구성원 중에서 한국어를 가장 잘 구사합니다. 충주에서도 하디는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했습니다. 형이 즐겁게 유치원 생활을 하는 동안 늘 집에만 있어야 했던 주와드도 드디어 유치원에 가게 된 것입니다. 주와드도 형 하디처럼 잘 해내겠지요? 주와드네가 이런 소소한 행복을 누리기까지 쉽지 않은 여정을 거쳤습니다. 주와드의 아빠는 시리아 내전 상황에서 강제 군대 징집을 피해 아내와 어린 하디를 데리고 한국에 왔습니다. 난민 신청 후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고 살던 중, 막내 주와드가 태어났습니다. 주와드의 아빠는 “네 명의 아내, 자녀만 20여 명을 둔 아버지를 닮고 싶지 않다”면서 “소중한 두 아이에게 누구보다

[진실의 방] 이제는 증명해야 할 때

싫어하는 것들에 대해 이상한 호기심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내가 왜 그것을, 혹은 그 사람을 그렇게 싫어했을까. 비슷한 맥락에서 얼마 전, 학창 시절 끔찍이도 싫어했던 ‘수학’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펼쳐 든 게 ‘위대한 수학’이라는 책이었죠. 모르고 살기엔 진짜 억울한 50가지 수학 아이디어가 담겼다고 소개된 책이었는데, 그중에서도 ‘증명’에 관한 장(章)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증명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엄청난 노력과 실수 끝에 얻게 된다. 증명을 내놓기 위한 몸부림이야말로 수학자들 삶의 중심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성공적인 증명은 확립된 이론을 추측이나 좋은 고안으로부터 가려내려는 수학자의 ‘진품 인증’ 도장이나 마찬가지다. 증명에서 추구하는 특성은 엄격함과 투명함이며, 그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우아함이다.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통찰력이 들어간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사람이 살아가는 게 증명 과정과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자신이 무심코 내뱉는 무수한 명제를 증명하고자 살아가는 건 아닐까. ‘진품 명품’까진 아니더라도, 인생의 끝에서 적어도 자신이 모조품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몸부림치는 것일까. 증명에 대한 이런저런 쓸데없는 상념을 떠올리던 가운데 ‘도시 재생 뉴딜 사업’에 50조원을 투입한다는 정부 발표를 보았습니다. 잘못하면 어마어마한 예산이 들어간 정부의 사업이 짝퉁 소리를 듣게 되진 않을까 걱정이 되더군요. 2014년부터 본격화한 도시 재생 사업에 이미 수천억원이 쓰였지만 국민 반응은 싸늘합니다. 젠트리피케이션 등 여러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면서 도시 재생이란 단어부터가 부정적 이미지를 갖게 됐습니다. 오죽하면 ‘한꺼번에 내쫓으면 재개발, 한 명씩 쫓아내면

[이희숙 변호사의 모두의 법] 성범죄 피해자는 평생 괴로운데… 음란물 사이트 운영자엔 솜방망이 처벌?

[이희숙 변호사의 모두의 법] 지난 9일 17년간 각종 성범죄의 온상이 돼온 100만 회원 음란물 공유 사이트 소라넷 운영자 A씨에 대한 1심 판결이 있었다. 소라넷은 해외 서버 운영, 주소 변경 등으로 수사망을 피해 왔지만 10만 청원 운동, 미국과 네덜란드 등지에서의 해외 공조 추격전 끝에 2016년 서버를 폐쇄했다. 그동안 소라넷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는 헤아릴 수 없다. 1심 판결이 적시한 사실만 봐도 사이트 내에 ‘중년남과 애기들의 놀이터-파파러브 카페’란 이름으로 아동의 성기 사진 파일 등이 게시됐고, ‘나의 남친 게시판’에는 95개의 아동·청소년 음란물이 올라왔다. 근친상간을 암시하는 ‘근친 고백 게시판’ 등에는 655개 아동·청소년 음란물이 게시됐는데, 운영자는 이를 우수 카페로 지정해 관리하기까지 했다. 이 외에도 사이트에 게시된 소위 음란한 영상이 무려 8만7354개에 달했다. 몰래 촬영된 개인의 신체가 100만명 앞에서 유희의 대상이 되는 데 따른 피해를 생각해보라. 아동·청소년이 사이버 공간에서 성적 착취의 대상이 되고, 한번 영상이 유포되면 사실상 회수는 불가능하며, 평생 피해에 시달려야 한다. 불법 촬영물을 삭제해주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DSO)’에 의하면 불법 유포된 영상은 지워내도 하루 이틀 지나면 좀비처럼 다시 올라온다고 한다. 1심 판결 또한 피고인에 대한 양형을 정하며 소라넷의 존재가 우리 사회에 유형적·무형적으로 끼친 해악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번 1심 판결은 A씨에게 징역 4년, 8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14억여원의 추징을 선고했다. 일전에 먼저 체포돼 처벌을 받은 공동 운영자 B씨는 벌금 500만원 형에 그쳤다.

[2018 대한민국 지방자치단체 사회책임지수] ①지자체 사회책임 얼마나 준비됐나 점수 내보니

더나은미래· 한국CSR연구소 공동기획 지자체에 사회적가치 바람이 불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기관과 사회적가치 실현을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면서 지자체의 사회책임 이행 수준과 역량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준비가 잘된 곳은 어디일까. 더나은미래와 한국CSR연구소가 공동으로 기획한 ‘2018 대한민국 지방자치단체 사회책임지수’ 평가 결과, 경기가 광역단체 중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서울, 3위는 대전이었고, 대구와 경남이 뒤를 이었다. 기초단체 중에서는 종로구(서울), 부평구(인천), 수원시(경기), 원주시(강원), 전주시(전북) 등이 광역별 1위를 기록했다. 지자체 사회책임지수는 세종특별자치시를 제외한 전국 16개 광역단체와 226개 기초단체를 대상으로 평가했다. 평가 기준은 지속가능성 및 사회책임 평가 틀 중에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TBL(경제·사회·환경 성과) 또는 ESG(환경·사회·거버넌스)의 성과 측정 모델을 준용했다. ▲경제 ▲사회 ▲환경 ▲재정·거버넌스의 네 부문을 평가했고, 광역단체는 14항목 208지표를, 기초단체는 12항목 107지표를 활용했다. 데이터는 통계청, 행정안전부, 지방재정365 등에 공개된 공신력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산출했다. ‘지자체 사회책임지수 평가위원회’는 더나은미래를 포함해 ISO26000 전문가포럼, 지속가능경영재단,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등 네 기관으로 구성됐다. ◇대도시·영남권 우세… 지역 간 사회책임 격차 존재해 광역단체 중에서는 경기가 총점 653.37점(1000점 만점)으로 사회책임지수가 가장 높았다. 재정·거버넌스 부문에서는 1위를 기록했고, 경제 부문과 환경 부문에서도 각각 3·4위로 상위권이었다. 지난해 재정자립도가 69.9%로 전국 평균(53.4%)을 상회했고, 지역의 경제 규모를 보여주는 지역내총생산(GRDP)은 1723조원으로 광역단체 중 가장 높았다. 도내에서는 수원시, 부천시, 오산시 등이 높은 점수를 얻었다. 서울은 사회 부문 점수에서 타 지자체를 웃돌아 2위(645.78점)에 올랐다. 특히 사회적가치 구현 실적 등을 평가한 사회성과 항목 점수가

[도시재생, 길을 묻다] 지역민을 1순위로 둔 군산…’찾기 좋은 곳’ 이전에, ‘살기 좋은 곳’ 만들었다

[도시재생, 길을 묻다] ①군산은 어떻게 성공했나 정부가 2021년까지 진행되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에 50조원의 대규모 예산을 쏟아붓는다. 도시재생은 쇠락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재정비 사업으로, 대규모 토목 사업으로 상징되는 재개발·재건축과는 성격이 다르다. 그럼에도 도시재생 사업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냉담하기만 하다. 도시재생 진행 과정에서 드러난 예산 낭비, 젠트리피케이션 등의 문제가 여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제각각 진행되던 도시재생 사업에 국비가 투입된 건 지난 2014년이다. 이후 도시재생특별법이 마련되면서 ‘도시재생 선도지역’ 13곳에 4년간 2700억원이 투입됐다. 이어 2016년에는 ‘도시재생 일반지역’ 33곳을 선정해 31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7년에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의 시범사업지 68곳이 선정됐다. 지난해 사업지 99곳이 추가됐고, 올해는 100곳이 새롭게 지정된다. 더나은미래는 공식적으로 사업이 종료된 ‘도시재생 선도지역’을 중심으로 사례를 분석한 뒤 다양한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도시재생 사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진단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도시재생의 본질은 주민 참여입니다. 건물이 들어서고 골목만 깨끗해지면 뭐하나요? 지역에 사는 사람들 마음에 들어야죠. 아무리 관광객들이 유입된다고 해도 24시간 365일 그곳에 발붙이고 생활하는 주민들이야말로 우선순위 1번입니다.” 전북 군산의 도시재생 사업 현장을 이끄는 이길영 군산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이 말하는 성공 비결은 단순했다. 군산은 대표적인 도시재생 성공 사례로 꼽힌다. 지난 2014년 당시 월명·해신·중앙동 일대 원도심의 상가 공실은 140개에 이르렀지만, 이제는 거의 공실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지역 활성화에 성공했다. 도시재생 핵심은 주민…지역민 의견 없으면 ‘예견된 실패’ 군산의 도시재생 성공의 중심에는 ‘주민협의체’가 있다. 주민협의체는

[알립니다] 소셜에디터스쿨 ‘청년, 세상을 담다’ 10기 수강생 모집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현대해상, 서울사회적경제네트워크가 공익 분야 콘텐츠 전문 소셜 에디터(Social Editor) 양성 프로그램인 ‘청년, 세상을 담다’(이하 청세담) 10기 수강생을 모집한다. 2014년에 첫발을 내디딘 청세담은 청년 ‘소셜 에디터(social editor·공익 콘텐츠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이다. 기자, PD, 사회적기업가, 비영리단체 활동가 등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공익 분야를 탐색할 기회를 제공하고 취재와 영상 제작 등 실무 경험을 쌓도록 돕는다. 청세담은 지난 5년간 수료생 260여 명을 배출하며 우리 사회 곳곳에 ‘공익 DNA’를 퍼뜨려 왔다. 수료생들은 주요 언론사를 비롯해 대기업, 소셜 벤처 등 영리와 비영리를 넘나드는 다양한 분야로 진출해 활동 중이다. 청세담 수강생들은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기자들에게 아이템 찾기, 기획 기사 쓰기 등 저널리즘 강의를 듣게 된다. 공익 분야 전문가들에게 CSR 트렌드, 임팩트 투자와 모금, 비영리단체 현장 이야기 등을 들을 시간도 마련된다. 이번 청세담 10기 프로그램은 ‘공익취재팀’과 ‘영상제작팀’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지원자는 원하는 팀을 선택해 지원서를 제출해야 한다. 커리큘럼 중반부터는 팀별로 프로그램이 달라진다. 공익취재팀은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기자들의 멘토링을 받게 되며, 영상제작팀은 콘텐츠 전문 제작 PD의 멘토링을 받는다. 참가자들은 졸업 과제로 공익 기사 또는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제출해야 한다. 출석과 과제 점수를 종합 평가해 우수 수료자를 선정한다. 지원 기간은 다음 달 17일까지이며, 청세담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서를 받는다. 서류 전형과 면접 전형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다문화 가정, 탈북 청소년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는 서류 심사 시 우대한다. ■대상 –만 19세 이상~29세

“폐업 원하는 개 농장 주인들을 돕습니다”

개 농장 폐쇄 지원하는 국제 동물권 옹호 단체 ‘HSI코리아’ 지난 10월 4일 오후 1시 인천공항 화물터미널. 말라뮤트 믹스견 피터(가명)는 지난 석 달간 자신을 돌봐준 이모, 삼촌들과 작별인사를 나눴다. 피터는 이날 오후 3시 30분 비행기를 타고 캐나다로 갔다. 같이 자란 15마리 개도 함께 떠났다. 피터를 비롯한 16마리의 개는 모두 국제 동물권 옹호 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 코리아(Humane Society International Korea, 이하 HSI 코리아)’에 의해 경기도 남양주의 한 개 농장에서 구조됐다. 캐나다에 도착하면 HSI 캐나다의 보호소에서 새로운 가족을 만나게 된다. 피터가 있던 개 농장은 HSI 코리아가 2015년부터 진행 중인 개 농장 폐쇄 프로젝트의 열세 번째 대상지다. 피터네 농장 주인 이종민(71)씨는 30여년간 신문 배급소를 운영하다 은퇴하고서 12년 전 노후대책으로 이 개 농장을 인수했다. 처음엔 돈이 좀 됐다. 하지만 갈수록 개고기 수요는 줄어들고 ‘고깃값’이 떨어져 적자가 났다. 이씨는 “이제는 개고기 먹는 사람보다 안 먹는 사람이 훨씬 더 많지 않으냐”며 “여름 한 철 장사인데 그것마저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개들도 잘 팔리지 않는 판국에, 사료 대신 식당에서 ‘짬밥(음식물 쓰레기)’를 얻어다 먹이는 게 불법이 되자 농장 운영이 더 어려워졌다. 200마리가 넘는 개들을 먹일 사료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각종 과태료까지 내고 나면 이씨 손에 떨어지는 게 거의 없었다. 이씨는 “답답했던 찰나에 이 사람들(HSI)이 농장 폐쇄를 도와줄 수 있다고 해서 반가웠다”고 했다. 캐나다로 간 17마리를 시작으로,

무너지는 그룹홈…정부 지원 절실해

#1. A 씨(21·여)는 일곱 살 때부터 작년까지 그룹홈에 살았다. 그룹홈은 보호가 필요한 아동 5~7명이 관리자 2~3명과 함께 일반 가정집에서 생활하는 주거 형태다. 대규모 양육시설이 아닌 가정집에서 가족적인 분위기를 느끼며 생활할 수 있다는 게 그룹홈의 가장 큰 특징이다. A씨는 무려 14년 동안 이곳에서 생활하며 그룹홈 식구들을 둘도 없는 ‘가족’처럼 느끼며 자랐다. 가족이라 생각했기에 복지사가 손찌검을 해도 ‘사랑의 매’라고 여기며 자신을 설득했다. 사사건건 꼬투리를 잡고 욕설을 하며 나무라도 꾹 참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A씨의 마음속 상처는 깊어졌고, 결국 복지사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했다. 제소된 복지사가 다른 그룹홈으로 옮겨가는 것으로 사건은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A씨는 더 큰 상처를 입었다. 그룹홈에서 “제일 큰 언니로서 동생들에게 모범이 되지 못했다”며 A씨를 쫓아낸 것. A씨는 “폭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후의 선택을 한 것인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며 망연자실했다. 이후 다른 그룹홈에 입소했지만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다른 거처를 알아보던 끝에 숙식이 제공되는 골프장 부속 레스토랑을 찾아 현재 그곳에서 1년째 일하고 있다. A씨는 “그래도 여전히 내가 가족이라 할 수 있는 건 그룹홈 식구들뿐”이라고 했다. “인권위 제소 말고 다른 방법이 있었더라면, 하고 후회하곤 해요. 결국 유일한 가족마저 잃게 됐으니….” #2. B씨(20·남)는 7년을 그룹홈에서 보내고 올 1월 그룹홈 퇴소 의무 나이인 만 19세가 돼 독립했다. 7년간 B씨는 그룹홈에 들어왔다 크고 작은 사고를 내 다른 그룹홈으로 보내지는 친구들을 여럿 봐왔다. 복지사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