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정연주의 우리 옆집 난민] 작은 소음에도 폭격 공포 느끼는 마야… 전쟁의 상흔은 깊습니다.

[정연주의 우리 옆집 난민] 

마야의 초등학교 졸업장. ⓒ정연주

빛나는 졸업장과 예쁜 꽃다발을 들고 카메라 앞에 선 열네 살 소녀 마야(가명). 사진 속의 마야는 그 어느 때보다 눈이 빛나고 볼이 상기되어 있습니다. 4남매의 맏이로서 아픈 엄마를 도와 집안 살림과 어린 동생들 돌보는 일을 감당하는 마야는 얼마 전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았습니다. 낯선 땅에서 자신보다 어린 학급 친구들과 생활해야 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습니다.

마야네 가족은 시리아에서 왔습니다. 시리아는 내전으로 대부분의 지역이 파괴되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태이지요. 마야 역시 고향 마을에서 수업을 받던 도중, 학교 건물이 폭격을 맞아 도망쳐야 했습니다. 자동차 정비사였던 아빠가 한국에 출장 간 사이 시리아에서 내전이 일어났기 때문에, 귀국하면 정부군이든 반군이든 어느 쪽에 강제로 징집을 당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어느 편 군대에 소속되더라도 다른 편에서 마야 가족에게 보복을 하기 때문에 아버지는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야의 집이 폭격을 맞아 부서져 버립니다. 마야네 가족들은 외갓집으로 도망갔죠. 다행히 2013년 레바논의 한국 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아 마야와 엄마, 남동생은 아빠가 있는 한국에 올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 온 뒤로는 두 명의 동생이 태어나 대식구가 되었지요. 마야 가족들은 언제 폭격당할지 모르는 공포 대신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희망을 꿈꾸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야 가족에겐 고민이 있습니다. 피란길에 이어진 폭격과 총격들로 인해 아직도 마야와 남동생은 자그마한 소리에도 공포를 느낀다고 합니다. 지난해 마야는 치과 치료를 받다가 치료 기계 소음이 폭격처럼 느껴져 공황 상태가 찾아왔고, 급기야 치료를 중단해야 했습니다.

경제 상황도 고민입니다. 4남매를 키우기 위해 아버지가 온갖 궂은 일을 하고 있지만 경제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철이 일찍 든 맏이 마야는 고생하는 아빠를 생각해 칠판 글씨가 안 보일 정도로 시력이 나빠졌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연히 마야의 시력 상태를 확인하게 돼 저와 함께 안경을 맞추고 오는 길에도 “공부할 수 있도록 해주시는 부모님께 감사한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 한쪽이 아려왔습니다.

이제 곧 마야는 새 교복을 입고 시작할 중학교 생활을 하게 됩니다. 속 깊은 마야는 어머니가 걱정하지 않도록 지금처럼 집안일도 열심히 하고 공부도 잘 해내고 싶어 하지요. 그래서 요즘엔 초등학교 시절 부족했던 교과목을 따로 공부하며 보충학습을 하고 있다고 해요. 착하고 예쁜 마야가 중학교에서 친구들과 행복한 학창시절을 보내기를, 또 자신의 꿈을 찾고 이룰 수 있기를 기도해봅니다.

 

[정연주 희망의마을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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