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밖 청소녀(女), 포용의 시선으로 바라봐주세요

사회적기업 ‘새날에오면’ 양혁주 사무국장 인터뷰 “가출 청소년이 아니에요. ‘가정 밖 청소년’입니다.” 사단법인 ‘새날에오면’은 만 14세부터 21세 길 위 여성 청소년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지난 8월 25일 서울 신림동에 있는 자립매장 ‘걸작카페’에서 만난 양혁주 새날에오면 사무국장은 “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난 아이들 대부분이 무너진 가정에서 탈출한 아이들”이라며 “스스로 집을 나왔다기 보다는 사실상 가정 밖으로 밀려난 아이들”이라고 했다. “건강한 가정에서 믿음과 사랑 속에 자라 자연스럽게 자립하고 주체적인 시민으로 성장하는 보통의 아이들과 달리 가정 밖 아이들은 사회적 배제부터 경험하게 됩니다. 사람 인(人)자의 두 획이 서로 기댄 모습인 것처럼, 아이들이 기댈 수 있는 좋은 어른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꾸준히 신뢰를 주는 어른이 있어야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립할 수 있습니다.” 새날에오면의 역사는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IMF 외환위기 당시 기업들이 도산하며 노동자들이 무너졌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가정이 붕괴됐다. 무너진 가정에 있던 아이들은 거리로 나왔고, 이들을 돕고 싶었던 당시 감리교 여성 목회자들이 1998년 국내외 후원을 받아 ‘새날을 여는 청소녀 쉼터’를 마련했다. “처음에는 쉼터에서 단순히 숙식만 제공했어요. 그러다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돼 ‘늘푸른 교육센터’를 만들었고, 사회 진출을 위한 실제적인 훈련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껴 지금의 자립매장 걸작카페를 설립하게 됐습니다.” 지난 5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새날에오면은 가정 밖 여성 청소년들의 사회적 진출을 위한 ‘베이스캠프’ 역할을 담당한다. ▲고졸검정고시 ▲인문학 교육 ▲심리상담지원 ▲바리스타 교육 ▲제빵 수업

우리 제품 살 필요 없어요…안 쓰는 게 정답입니다

생분해되는 일회용품 만드는 소셜벤처 ‘리와인드’ 김은정 대표 인터뷰 가지고 다니던 텀블러를 깜빡 잊고 나왔을 때, 어쩔수 없이 일회용품을 쓸 수밖에 없을 때. 플라스틱 제품이 아닌 다른 친환경적인 대안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2019년 설립된 소셜벤처 ‘리와인드’는 이런 고민에 빠진 사람들에게 ‘생분해되는 일회용 테이크아웃 용품’이라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리와인드는 생산자의 책임을 다하고자 제품의 제조·유통, 소비, 수거까지의 전 과정(Life Cycle) 선순환 사이클을 추구합니다. 현재 일회용 테이크아웃 용품을 생산·유통하고 있어요. 향후 사용한 제품을 수거해 다시 소중한 자원으로 리와인드시키는 선순환 플랫폼을 구축해 나갈 예정입니다.” 지난 8월 25일 서울 강남에 있는 소셜벤처허브에서 김은정 리와인드 대표를 만났다. 제조·유통, 소비, 수거를 통한 선순환 사이클 실현 리와인드는 그들이 목표하는 선순환 사이클을 세 단계에 걸쳐 실현하고 있다. 첫 단계는 ‘제조·유통’ 단계다. 생분해 테이크아웃 용품 브랜드 ‘아이엠그리너’ 제품을 전국의 호텔, 레스토랑, 카페 등 600여곳에 납품한다. 플라스틱 일회용 컵을 대체하는 PLA 아이스컵과 나무를 베지 않는 사탕수수 종이컵, 밀짚으로 만든 도시락 등 식음료 용기를 주로 제작하고 유통한다. 선순환을 이루기 위한 두번째 단계는 ‘소비’다. 리와인드는 환경문제에 관심 있는 카페와 푸드트럭을 지원하는 멤버십 ‘그린카페’를 운영한다. 매장 내에서는 일회용 식기를 사용하지 않고, 테이크아웃 시에는 생분해 가능한 용품을 사용하며, 개인 컵 사용을 권장하는 등 환경적인 실천에 참여하는 카페들이 가입돼 있다. 김 대표는 “제품을 납품하는 600여곳 가운데 160여개가 그린카페”라고 설명했다. 마지막 세번째 단계는

예술인들이 작품 활동으로 수익 내고 생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게 꿈

예술로 소셜 임팩트 만드는 ‘얼킨’ 이성동 대표 인터뷰 “친구 졸업 전시에 방문했다가 학생들의 졸업 작품과 습작들이 대량으로 버려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폐기물로 버려지는 캔버스도 아쉬웠고, 청소년 시기부터 예술가를 꿈꾸며 달려왔던 사람들이 생계 때문에 꿈을 접고 다른 업으로 옮겨가는 모습도 안타까웠습니다.” 버려지는 캔버스, 그리고 예술인의 열악한 창작환경. ‘얼킨’은 두 가지 문제의식에서 탄생한 소셜패션브랜드다. 지난 8월 20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얼킨 사무실에서 만난 이성동 대표는 “처음에는 미대생과 신진 회화 작가들의 작품이 버려지는 문제에 주목했지만, 결국은 이 문제가 예술인의 열악한 창작 환경과 맞닿아 있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예술인에게 좀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얼킨을 만들었다”고 했다. 폐기된 회화작품으로 만든 업사이클링 제품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8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1년 동안 예술인이 창작활동으로 벌어들이는 개인소득은 연평균 1281만원이었다. 월평균 106만원가량 버는 셈이다. 설문 결과 ‘수입 없음’이라고 대답한 사람들이 28.8%로 가장 많았다. “특히 미술분야의 경우 시장의 대부분을 중견, 원로작가들이 차지하고 있어 신진 작가들은 투잡(Two Job)을 병행하는 등 경제적으로 취약했습니다. 판매되지 못한 작가들의 작품은 시간이 지나면 결국 폐기되는 상황이었어요.” 얼킨은 버려지는 신진 회화작가들과 미대생들의 작품을 수거하거나 구매해 업사이클링 가방과 의류, 액세서리로 만들어낸다. 업사이클링 제품 외에도 신진 회화작가들과 지속적으로 협업하며 이들의 작품이 프린팅된 티셔츠와 에코백 등을 만든다. 판매 수익에서 작가들에게 로열티를 제공해 소득을 증대시키고, 더 나은 환경에서 그림을 그리도록 돕는다. “신진 작가들의 경우 소득도 소득이지만, 무엇보다

같은 목숨의 무게를 지닌 이들, 무연고자의 죽음…

비영리단체 ‘나눔과나눔’의 무연고자 장례 자원봉사를 가다 지난 8월 21일 서울시립승화원에서 두 사람의 장례식이 열렸다. 간소한 제물을 올리고 향을 피우고 국화를 놓는 장면은 여느 장례식과 같았다. 다만 장례를 치르는 이들이 고인의 가족이나 친구가 아닌 자원봉사자들이라는 점이 달랐다.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연고자가 없는 이들을 기리는 무연고 장례식은 자원봉사자의 손길이 필요하다. 기자는 이날 자원봉사자 신분으로 모르는 이의 상주를 맡아 위패를 모셨다. 지난 2015년부터 서울시내 공영 장례를 지원한 비영리민간단체 나눔과나눔 활동가들이 봉사자들을 맞이했다. 가족이 아니라도 할 수 있게 된 ‘마지막 인사’ 이날 공영 장례식장에는 봉사자 3명과 나눔과나눔 활동가 2명이 함께했다. 기자는 고인의 위패를 들고 화장 절차를 지켜봤다. 영정사진 없이 위패만 든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낯선 시선이 느껴졌다. 박진옥 나눔과나눔 이사는 “이런 장례조차 최근에 가능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뿌리깊은 가족주의 장례문화 때문에 지난해까지만 해도 법률상 가족이 아니면 장례를 주관할 권한이 없었다”면서 “올해 보건복지부가 ‘시신·유골을 사실상 관리하는 자’도 장례를 치를 수 있게 지침을 바꾸면서 친족이 아닌 사실혼 관계나 친구·이웃 등 생전 고인을 돌본 이들도 장례를 치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고인과 가까이 지냈지만 법적으로 가족이 아니어서 장례를 치를 자격이 없었던 사람들이 누구보다 이런 변화를 반겼다. 하지만 법률상 가족이 아닌 사람이 장례를 주관할 권한은 고인의 사후에야 인정되기 때문에 장례가 지나치게 늦어진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사후 신청서를 내고 절차를 밟다 보니 장례를 치르기까지는 더 오랜

동물과 사람이 더불어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듭니다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평범한 사람들과 전문 의료인이 함께 모여 만든 사회적협동조합입니다. 지금은 2200여 명의 조합원과 수의사 선생님과 함께 하고 있어요. 믿을 수 있는 동물병원을 만들고, 사람과 동물이 더불어 건강하게 살아가는 삶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조합 창립 7주년, 동물병원 개원 5주년을 맞은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이하 ‘우리동생’)이 최근 서울에 청담 2호점을 개원했다. 신뢰할 수 있는 동물병원을 만들고자 했던 조합원들의 열정은 동물병원 개원으로 이어졌고, 이제는 지역 커뮤니티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지난 8월 25일 마포구에 있는 성산 1호점에서 김현주 우리동생 이사를 인터뷰했다. ─우리동생과 다른 일반 동물병원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무엇보다도 2200명의 주인이 있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죠(웃음). 보통 병원을 개원할 때 수의사 선생님이 대출을 받거나 자기 돈을 투자하는데, 저희는 병원에 필요한 장비를 살 때 조합원들이 같이 돈을 모아요. 대출이 필요하면 조합 명의로 대출을 받고 같이 상환해요. 덕분에 수의사 선생님은 질 좋은 의료에 매진할 수 있죠. 조합원들은 손님이 아니라 병원을 함께 운영하는 사람이 되는 거고요. 조합원이 함께 소모임을 만들어 봉사활동도 하고 같이 공부도 해요.” ─청담 2호점을 개원한 이유가 있을까요? “사람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전국에 25곳이 있어요. 연합회를 통해 같이 고민도 하고 의견도 나누고 의사 선생님과도 연대하죠. 그런데 동물의료 사회적협동조합은 저희가 최초이고 유일해서 외롭더라고요.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고요. 그래서 확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2호점을 만들게 됐어요.” ─조합원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대부분 동물건강과 동물복지에 관심이 많아요. 많은

새벽이, 먹기위해 길러지는 가축이 아닌 하나의 생명

국내 첫 ‘생추어리’ 일일봉사 체험기 생추어리(sanctuary)는 보호구역, 피난처라는 뜻이다. 미국의 동물권 활동가 진 바우어가 도축장, 공장식 농장에서 구해낸 동물들을 위한 공간을 생추어리라고 명명한 이후 동물들을 위한 안식처라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생추어리의 생명들은 축산동물로서 인간에 의해 삶이 강제로 중단되는 위기에서 벗어나 죽기 전까지 자신의 삶을 계속해 나간다. 우리나라에도 생추어리가 있다. 한 살이 갓 지난 돼지 ‘새벽이’가 거주하는 국내 최초 ‘새벽이생추어리’다. 새벽이는 지난해 7월 경기 화성의 한 돼지농가에서 태어났다. 동물권단체 DxE(Direct Action Everywhere) 코리아가 오물과 쓰레기로 뒤덮힌 농장에서 새벽이를 구출했다. 생후 6개월이면 도축을 당할 운명이었지만, 이제는 돼지의 수명(10~15년)을 채우게 됐다. 지난 8월 19일 오후 3시, 새벽이생추어리 일일봉사를 위해 경기도 모처로 향했다. 새벽이생추어리 일일봉사 겸 취재 허가 이후 받은 안내 문자에는 “생추어리의 공간을 외부에 발설하지 말아달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SNS 상에서 댓글과 DM으로 생추어리에 위해를 가하겠다는 협박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안내 문자를 따라 도착한 곳은 인적이 드문 한적한 시골이었다. 2명의 자원봉사자가 먼저 도착해있었다. “더우시죠? 물 좀 드세요.” 생추어리 활동가의 추천으로 봉사에 참여하게 됐다는 쌩칠(활동명·20)이 기자에게 물을 권했다. 나름 베테랑격인 쌩칠의 안내에 따라 짐을 내려두고 운동화를 장화로 갈아신었다. 새벽이생추어리 SNS를 통해 정기봉사 신청을 한 자원봉사자들은 택배 확인, 냉장고 정리, 새벽이 산책, 생추어리 청소, 식사 준비 등을 맡게 된다. 일일 봉사자였던 기자가 처음 맡게 된 일은 김치냉장고에서 꺼낸 싱싱한 오이를 새벽이에게 건네며 인사하는 일이었다.

코로나 이후 갈 곳 잃은 ‘학교 밖 청소년’… 사회적 편견, 교육 소외 이중고

학교 밖 청소년이 코로나 여파로 갈 곳을 잃었다. 지난 8월 수도권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면서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서비스가 모두 중단됐기 때문이다. 학교 밖 청소년은 초·중·고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을 뜻한다. 교육부는 비대면 온라인 수업으로 학생들의 교육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제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학교 밖 청소년들의 교육 소외는 채워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 사태에 두 번 우는 ‘학교 밖 청소년’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학교 밖 청소년 수는 지난해 기준 약 39만명으로 추산된다. 청소년들이 학교 대신 찾던 주민센터나 시립도서관, 청소년기관 등은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 장기 휴관에 들어갔다. 못다한 학업을 이어가거나 직업 훈련을 받던 청소년들의 교육 공백은 장기화되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해 필요한 시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다만 학교 안 청소년들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관할이지만, 학교 울타리를 벗어난 청소년의 경우 여성가족부 소관이다. 여성가족부는 전국 218개 꿈드림센터를 통해 학교 밖 청소년의 학업과 직업 등을 책임지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 사태로 센터가 장기 휴관에 들어가면서 청소년들이 그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마포구 꿈드림센터의 경우, 지난 5월 이틀만 재개관한 뒤 다시 코로나 확진자 수가 늘면서 휴관에 들어갔다.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검정고시는 온라인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꿈드림센터 대부분은 8월 중순 코로나 재확산 이후 단계적 개관 계획마저 모두 무산된 상황이다. 오산시 꿈드림센터

보호소 머무는 유기동물 전년比 6배 증가… 코로나로 발길 ‘뚝’

“혼자서 200마리가 넘는 아이들을 씻기고 먹이느라 힘듭니다. 그래도 코로나19가 퍼지기 전에는 봉사활동 오는 분들이 계셨는데. 지금은 혼자 다해요. 이것들도 다 생명인데, 어쩌겠습니까. 한번 버려진 아이들을 어디로 보내겠어요. 제가 끝까지 키워야죠.” 대구시 수성구의 유기견 보호소 ‘영자네’에서는 최영자(72)씨 홀로 200여 마리의 유기견을 보살핀다. 도움의 손길은 끊긴 지 오래다.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 2월 이후 6개월 넘게 봉사자들은 보호소를 찾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피해는 유기동물들도 피하지 못했다. 전국 유기동물 보호소에는 갈 곳을 잃고 헤매는 동물들이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8월말 기준으로 전국 보호소에 머무는 유기동물은 1만4030마리다. 전년 동기 2428마리에 비해 6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입양된 유기동물 수는 2만5096마리로, 전년 대비 1847마리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8월 전국에서 접수된 유기동물 수는 9만253마리에 이른다. 해마다 버려지는 반려동물은 매년 10만 마리를 훌쩍 넘지만, 보호소의 여건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사정이 더 어려워졌다. 특히 유기견보호소 영자네처럼 안락사가 없는 곳일 경우 비용과 일손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안락사는 안 시켜요. 다 귀한 생명인데, 어쩌다 버려져 갈 곳도 없는 애들을 누가 돌봐주겠어요. 시에서 운영하는 보호소에 가보면 개들이 그 좁은 데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있어요. 다들 보름 내로 입양 안 되면 안락사 되는 애들이에요. 눈물 나서 그 모습 못 봐요. 불쌍해서. 그렇게는 못해요.” 최씨의 보호소는 사설 보호소다.

“예술이 주는 치유의 힘을 믿습니다”

“282북스의 ‘282’는 나뭇잎을 가리키는 ‘이파리’에서 따왔어요. 저는 사람들이 숲에서 많은 치유와 쉼을 얻는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숲을 이루기 위해선 나뭇잎 하나하나가 모여야 하잖아요. 282북스가 나무의 큰 줄기를 세워두면, 사람들이 가진 이야기는 나뭇잎이 돼요. 282북스의 역할은 숲을 조성하고 공간을 제공해주면서 사람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는 거죠.” 282북스는 조금 특별한 출판사다. 단순히 글을 모아 책을 내는 게 아니라, 예술활동을 통해 사회에서 목소리가 작은 소수자를 사회 안으로 끄집어내고, 이 내용을 책에 담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서울 선유동 소셜캠퍼스온 영등포점에서 만난 강미선 대표는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달하고, 그 과정에서 출판에 참여한 사람들이 치유를 경험하길 바란다”고 했다. 출판으로 사람들의 마음 치유한다 282북스는 출판사이지만 출판만 하지는 않는다. 치유 활동 당사자와 함께 연기·그림 등 치유 활동을 진행하고 나서야 이 내용을 담은 책이 출판된다. 출판은 활동의 결과 보고서가 되는 셈이다. 한 프로젝트에 쏟는 시간만 평균 6개월. 강 대표가 가장 주목하는 주제는 ‘혐오와 차별’이다. 그는 “예술 활동을 통해 당사자의 마음을 녹여내고, 이를 드러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혐오를 없애는 게 목표”라고 했다. 대표 프로젝트로는 지난해 서울시 후원으로 진행한 ‘도시의 문장들; 귀천’ 등 프로젝트가 있다. 도시의문장들은 ‘직업엔 귀천이 없다’는 내용을 알리기 위해 감정노동자가 직접 참여하는 낭독 공연을 진행했다. 직업 특성상 스트레스가 많은 감정노동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낼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강 대표는 “자신의 속마음을 담은 연극을 통해 많은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있는 이야기… 공동체 라디오가 담는다

“공동체 라디오는 한 마디로 ‘원래 시민 것이던 전파를 시민에게 돌려주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원래 전파의 주인은 시민이고 그걸 국가가 방송 사업자들에게 임대해 주는데, 이 과정에서 시민의 작은 목소리가 묻히게 되잖아요. 그래서 주류 방송에서 다루지 못하는 작은 목소리를 전하는 저희 같은 방송이 태어난 겁니다.” 서울 성산동에 자리 잡은 마포 FM은 서울 마포구와 서대문구 일부에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공동체 라디오’다. 지난 2005년 전국에서 네 번째로 세워졌다. 공동체 라디오는 지역 공동체가 운영하는 라디오 방송국으로, 인종·계층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방송국을 말한다. 마포 FM 역시 홍대 인근 예술가나 지역 활동가들과 함께 기성 언론이 다루지 않는 이주민, 한부모, 비혼 가정 등의 이야기를 다룬다. 지난달 20일 마포FM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난 장지웅 마포FM PD는 “공동체 라디오는 ‘라디오’ 자체보다 ‘공동체’를 중시하는 방송”이라고 했다. “지역 사회 소수자를 포함한 주민들의 목소리를 키우는 활동을 하는데 그 플랫폼이 라디오인 거죠. 원래 시민이 가졌어야 할 ‘마이크’를 시민과 지역 공동체에 돌려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성 소수자, 비혼, 한부모…이 사회에 우리도 살고 있다’ 알리는 방송국 공동체 라디오의 장점은 ‘지역에 사는 누구의 목소리도 소외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류 미디어에서 주로 다루는 기업이나 거대 정치인 소식보다는 ‘지역에 예전부터 지금까지 발언권을 갖지 못했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주로 다룬다. 성소수자, 청소년, 장애인, 지역사회 활동가 등의 목소리를 전면에 내세우는 프로그램이 많다. 대표 프로그램은 레즈비언 프로그램 ‘L 양장점’, 60대 이상 주민을 위한

“졸업보다 창업 먼저”… 사회문제 해결에 나선 청년 대표들

대학 졸업장보다 사업자등록증을 먼저 받은 젊은 창업자들이 있다. 이들은 MZ세대답게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학생 때부터 사업을 시작했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 중이다. 지난 5월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19 소셜벤처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소셜벤처 771곳 가운데 30대 미만 창업자의 비율은 40%에 이른다. 이처럼 소셜벤처 업계에서 젊은 대표의 등장은 흔한 일이지만, 학부 시절 창업한 사례는 많지 않다.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산업계 전반에 큰 변화가 일어나면서 재조명 받는 주거·교육·의료지원 분야에서 활동 중인 청년 창업가 3명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당장의 수익을 기대하기보다 사회변화를 꿈꾸고 있다”고 했다. 청년과 장년을 잇는 주거 공유 소셜벤처 ‘허들링’ “학부 시절부터 사업을 준비했어요. 자연스럽게 주변에 있는 청년들이 겪는 문제에 집중했죠. 청년들은 집이 없어 지낼 데가 없고, 정작 집 있는 시니어들은 소득이 불안정하잖아요. 청년과 시니어를 홈쉐어링으로 연결한다면 서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죠.” 노시형(28) 허들링 대표는 주거빈곤층인 청년과 시니어를 연결하는 홈쉐어링 플랫폼을 지난해 선보였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하는 O2O 서비스로 중장년 호스트를 모집해 임대할 방을 소개하면, 조건에 맞는 대학생 게스트를 매칭하는 방식이다. 홈쉐어링은 한 집을 여러 세입자가 함께 쓰는 쉐어하우스와 다른 개념이다. 호스트와 게스트가 함께 거주하지만, 공간을 분리하고 입주 규칙을 정한다는 점에서 하숙과도 차이가 있다. 노시형 대표는 “단순히 돈을 버는 일보다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대학생들이 쾌적하고 안전한 주거 공간을 원하는데, 자식들을 출가시킨 중장년층의 집에는 방이 비어 있다는

호주제 폐지됐지만… ‘부성우선 원칙 거부’이유로는 성인 성본변경 안 된다?

30대 A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어머니 성을 따르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상담한 기관마다 “쉽지 않을 것”이라는 답을 들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A씨가 성을 바꾸겠다고 결심한 것이 ‘부성주의 반대’라는 신념 상 이유였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성을 바꾸는 ‘성본변경’은 법원의 허가를 받게 돼 있는데, 부모의 이혼 등 ‘일상생활의 현저한 어려움’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A씨는 “호주제가 폐지됐고, 분명히 판례엔 ‘정체성 문제’를 고려한다고 쓰여 있는데 왜 신념 상의 이유로는 어렵다고 하는지 답답하다”면서 “최근 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머니도 동참하게 돼 어머니의 성본 변경도 함께 신청 중인데, 둘이 함께 끝까지 밀고 나갈 것”이라고 했다. 호주제는 없지만, 엄마 성(姓) 따르려면 ‘불편 입증해라?’ 호주제가 폐지되면서 자녀가 당연히 아버지의 성을 따르도록 하는 ‘부성우선주의’ 원칙에도 틈이 생겼다. 트위터 등 SNS에서도 ‘부성주의 반대 이유로 어머니 성으로 바꾸고 싶다’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가부장제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법이 여전히 공고하기 때문이다. 민법 제781조 제6항에는 ‘자녀의 복리’를 위해서 성과 본을 바꿀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복리를 아버지의 성을 따르면 심각한 생활상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보여야 인정해준다. 서울가정법원관계자는 “성본변경을 한 경우와 하지 않은 경우를 비교해 변경을 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까지 주관적인 선호로 성을 바꾼 적은 없다”고도 했다. 사실상 부성주의 거부를 이유로 성을 바꾸려는 사람은 있지만, 허가된 적은 없다는 뜻이다. 성본변경 절차 자체가 여전히 가부장제의 틀 안에 있다는 지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