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타고 올레길부터 백두산까지, 누구나 즐기는 ‘無장애 여행’

“난생처음 떠나는 해외여행은 막연한 두려움과 긴장감 그 자체였습니다. 저와 같은 중증장애인은 집 밖으로 잠시 외출하는 일조차 쉽지 않거든요. 특히 해외여행에는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비행기를 타고 중국 땅에 처음 도착했을 때의 기분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근육 장애가 있는 손모(45·서울 노원구)씨는 최근 중국 여행을 다녀왔다. 그가 해외여행에 나설 수 있었던 건 여행 내내 장애에 대한 이해가 높은 가이드가 함께했고,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저상버스가 동원됐기 때문이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도 손쉽게 여행할 수 있는 ‘무(無)장애 여행’이 뜨고 있다. ‘무장애 여행’은 장애인을 비롯한 영·유아 가족, 임산부, 노약자 등 이른바 ‘교통 약자’가 불편함 없이 여행할 수 있도록 이동성과 접근성을 높여 여행 문턱을 크게 낮춘 것을 말한다. 여행 장벽을 없앴다는 의미로 ‘배리어프리(Barrier-free) 여행’이라고도 부른다. ◇“누구나 여행을 떠날 자유가 있다” 장애인들의 여행 수요가 늘어나면서 무장애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단체들이 늘고 있다. 사회복지법인 한벗재단은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리프트 버스를 동원하고, 여행 코스도 턱이 없는 곳으로만 짠다. 숙소 역시 휠체어 이동에 제약이 없는 호텔로 잡는다. 시각·청각·지체·지적 장애 등 다양한 장애 유형을 가진 사람들이 편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비영리 목적의 투어 프로그램이다. 제주시에 있는 예비사회적기업 ‘두리함께’는 이동 약자를 위한 차별 없는 여행, 쉬운 여행을 테마로 지난 2015년부터 지적·지체 장애인을 위한 여행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100곳이 넘는 현장 답사를 통해 구성한 ‘휠체어 제주 올레길’이 인기다. 두리함께를 통해 제주를 찾은 사람은 지난 2015년에는

평범한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는 방법 ‘전자 민주주의’

[인터뷰] 글로벌 전자 청원 기업 ‘Change.org’의 이지민 팀장 멀게만 느껴졌던 ‘전자 민주주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하루에도 수십 건의 청원이 쏟아진다. 이중 청와대가 직접 답변할 수 있는 조건이 되는 20만명의 서명을 받은 청원은 모두 51개. 특히 청소년 범죄와 관련하여 소년법 개정을 요구한 청원은 두 차례에 걸쳐 각각 조국 수석과 김상곤 前 사회부총리가 답변하면서 형사 미성년자를 14세에서 13세로 낮추겠다는 발의로 이어지게 했다. 2007년 미국에서 시작한 글로벌 전자 청원 사회적기업 ‘Change.org’도 전자 민주주의 시대를 이끌고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전자 청원을 받고 청원 대상자(정책담당자)에게 전달한다. 현재 196개국의 시민 약 2억4000만명이 Change.org를 이용하고 있다. Change.org의 홈페이지에 지난 한 달 동안 6만5000여 개의 청원서가 게시됐고, 매일 10~12개의 청원이 성공하고 있다. Change.org의 목표는 ‘모든 사람이 언제 어디서든 자신이 원하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 지난 9월 18일 인터넷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Change.org의 사용자 안전 및 성공팀(User Safety Team & Success) 이지민(32) 안전 팀장에게 전자 청원이 어떤 방식으로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사회 변화는 자신의 문제를 공유하는 것에서 시작 ─Change.org에 대해 소개해 달라. “Change.org는 세계에서 가장 큰 전자청원 플랫폼으로, 시간과 공간에 상관없이 누구나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곳이다. 개인의 문제를 공유해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제공한다. 누구나 우리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다른 사람이 올린 청원을 보고 지지하거나 청원을 올릴 수

“젊은 국악인들이 우뚝 설 수 있도록 응원하겠습니다”

[인터뷰] 국악음반 제작하는 소셜벤처 ‘레이블소설’의 설현주 대표 국악인의 99%는 평생 자기 이름으로 된 음반 한 장 내지 못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간한 ‘2015 예술인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악인들의 평균 예술 활동 수입은 1163만원. 응답자의 29.1%는 ‘개인 수입 중 예술활동 수입이 전혀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설현주(33) 레이블소설(小雪) 대표는 ‘돈 안 되는’ 국악계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6월 국악을 전문으로 다루는 기획사를 설립, 음반 제작과 공연 기획으로 젊은 국악인들을 지원하고 있다. ◇4개월 만에 국악음반 22장…제작·녹음 비용 외엔 모두 무료 “젊은 국악인들이 마주한 현실은 암울합니다. 단순히 우리 전통음악을 보존하고 계승하는 역할을 넘어 국악인 스스로 자립해야 합니다. 국악계 내부에서도 정부 기금에만 의존해 공연하는 지금의 상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요.” 설현주 대표도 국악인이다. 대학 3학년 때 서울국악관현악단에 들어가 타악 수석을 수료한 뒤, 2007년부터는 국내 최초의 민간국악단 ‘락음 국악단’의 창단 멤버로 활약했다. 이후 10년간 휴일도 없이 공연하며 단무장까지 역임하다가 올해 초 악단을 떠났다. 그는 “국악이 대중에게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레이블 사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요즘에는 음악을 멜론이나 벅스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듣잖아요. 국악도 그래야죠. 멜론에도 국악 차트가 있어요. 음원이 적을 뿐이죠. 음반 작업을 통해 국악이 대중과 가까워질 수 있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제 갓 5개월. 레이블소설은 지난 6월14일 첫 음반 발매를 시작으로 설립 130일 만에 무려 22장의 앨범을 제작했다. 한 해 프로모션 일정도 벌써 꽉 찼다. 설 대표는 “매주

‘영상으로 세상을 담다’…청세담 9기 수료생 졸업 영상

청세담 9기, 영상팀 수료생 졸업 영상 소셜 에디터 양성 프로그램 ‘청세담(청년, 세상을 담다)’ 9기 청년기자들이 카메라를 들었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공익 분야 이슈를 저마다의 관점으로 프레임에 담았다. 지난 6개월간 전국을 누비며 활동한 영상팀 9명의 졸업작품을 소개한다. 갑자기 분위기 사회문제 -대학생, 3일간 사회문제를 덕질해보았다 지구온난화, 인권문제, 아프리카 기아. 우리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할 지구적 과제다.너도나도 바쁜 현대인, 특히 과제와 시험에 치이는 대학생들에게 사회문제 해결은 내 삶의 영역이라고 느끼기 어렵다. 이 영상에서는 대학생들이 3일간 시선을 조금 바꿔 일상생활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해보려 시도한다. 장애인이 운영하는 옷가게에서 쇼핑하고, 공정무역 마스크 팩을 써보고, 일회용 컵과 빨대를 쓰지 않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셔본다. 이러한 실험을 하며 나의 삶과 사회문제의 관계에 대해 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게 됐을까? 신유경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9기)   플라스틱 줄이는 어떤 하루 #zerowastelifestyle 매일 엄청난 양이 생산되는 플라스틱 일회용품. 우리는 그동안 한 번 쓰고 쉽게 버리는 편리함에 길들었다. 지난 4월에 일어난 ‘재활용 쓰레기 대란’과 8월부터 카페에서 시행된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규제’ 등을 거치면서 ‘일회용품 줄이기’는 내일로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올랐다. 이 영상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zero was-te lifestyle)을 보여준다. 전통시장에서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알맹 프로젝트’, 포장재 없이 식료품을 파는 가게 ‘더 피커’, 동네 카페들이 단합해 일회용품 없는 일주일을 실험했던 ‘유어보틀위크’ 등 플라스틱을 줄이는 하루의 발자취를 따라갈 수 있다. 김예령 더나은미래

한국 학생들과 북한 학생들이 함께 어우러져 나무 심는 그날까지

[인터뷰] 김명전 한국숲사랑청소년단 이사장 “나무 한 그루는 사람 4명이 하루 동안 숨 쉴 수 있는 산소를 공급합니다. 더운 여름철에는 하루 평균 에어컨 10대를 7시간 가동하는 효과가 있고, 연간 미세먼지 35.7g을 흡수하죠. 그런데 이런 나무를 키우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립니다. 나무의 성장에는 비약이 없거든요.” 김명전(63) 한국숲사랑청소년단 이사장이 나지막이 말했다. 그는 작은 묘목을 튼튼하고 키 큰 나무로 키우듯 한국숲사랑청소년단을 지켜왔다. 올해로 설립 30년을 맞은 한국숲사랑청소년단은 창립 이후 지금까지 74만명의 ‘숲 지킴이’ 대원을 배출했다.   ◇30년 전 홀로 뿌린 씨앗, 74만명 ‘숲 지킴이’로 결실 김명전 이사장은 지난 30년간 수많은 조직을 거쳐왔다. KBS 프로듀서, 청와대 비서관, 한영회계법인 부회장, GOOD TV 대표이사 등 명함이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오직 ‘숲사랑청소년단 이사장’이라는 직함만은 변함없이 그대로다. 그가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기로 마음먹은 건 우연한 계기였다. KBS 프로듀서 시절, 독일 출장길에서 마주한 베를린의 도시 숲을 보고 결심이 섰다. “독일은 19세기 비스마르크 시대부터 나무를 심고 숲을 가꿨다고 해요. 베를린의 아름다운 숲은 100년 노력의 결과였죠. 당시 서울과 비교하면 완전 다른 세상이었죠. 서울에서는 흰 와이셔츠를 입고 출근하면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팔목이나 목 부분이 새카매졌어요. 지금은 상상이 안 되겠지만 그 정도로 공해가 심했어요.” 김 이사장은 “대한민국은 빠른 속도로 산업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환경을 보호하는 속도보다 훼손하는 속도가 빨랐다”며 “그 간극을 메우는 역할을 민간에서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명전 이사장은 30대 초반인 사회 초년생 시절 숲사랑청소년단을 만들었다. 그는 “무언가를 시작하는데 조건을 달면 결국 못하게 된다”면서 “일단 첫발을

“소록도병원, 자원봉사자들의 힘으로 굴러갑니다”

국립소록도병원 자원봉사 직접 해보니 지난 8월 13일, 서울에서 버스로 5시간을 달려 전라남도 고흥군 끄트머리에 있는 작은 섬 소록도에 닿았다. 섬 이곳저곳에서는 에메랄드 빛깔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가이드를 따라다니는 단체 관광객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나병 환자촌’이란 인식 때문에 ‘절대 발을 들여놓아선 안 되는 곳’으로 여겨졌던 소록도가 정부와 시민사회의 노력으로 달라지고 있다. 한센병(나병의 올바른 표현)에 대한 오해가 풀리고, 2009년 육지와 섬을 잇는 소록대교가 개통되면서 사람들과 한층 가까워졌다. 소록도와 인근 지역 사람들에게 해마다 늘어나는 관광객은 반가운 존재다. 섬에 활기를 불어넣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소록도를 찾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국립소록도병원에는 한센병 후유증으로 손발 끝이 수축해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이들이 의료진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밥을 먹고, 옷을 입고, 목욕을 하는 일상생활을 누군가 곁에서 도와줘야 하기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절실한 상황이다. 기자는 4박 5일간 국립소록도병원 자원봉사에 참여하며 환자들과 의료진,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를 취재했다.   ◇새벽 5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정신없이 흘러가는 봉사자의 하루 소록도병원 자원봉사자의 하루는 새벽 5시에 시작된다. 가로등 하나만 켜져 있는 바깥은 아직 한밤중. 자원봉사자들은 조끼만 더듬더듬 꿰입고 숙소인 자원봉사회관을 나서 배정된 병동으로 향한다. 일어나지 않은 ‘원생’(소록도병원에선 ‘환자’ 대신 ‘원생’이란 표현을 쓴다)을 깨우고 이불과 베갯잇을 새것으로 갈아주는 것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다. 그 사이 원생들의 아침식사가 준비된다. 일반 식단, 갈아서 나온 식단, 당뇨를 위해 조절된 식단 등

‘뭉쳐야 산다’ 소규모 출판사들의 이유 있는 연대

1인 출판사를 비롯한 소규모 출판사가 늘고 있다. 1인 출판사는 직원 5인 이하인 사업장(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기준)을 가리킨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출판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1인 출판사들이 2013년 3730곳에서 2016년 4938곳으로 늘었다. 출판업계 관계자들은 저비용으로 창업할 수 있다는 것을 소규모 출판의 증가 요인으로 꼽는다. 큰 사무실도 필요 없고 전자책 플랫폼을 활용하면 초기 자본도 많이 들지 않아 창업이 늘고 있는 것일 뿐, 수요나 매출과는 큰 관련이 없으며 여전히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소규모 출판사들이 ‘연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신들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연대의 힘으로 경영적 고민을 덜고 소규모 출판을 위한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 지난 9월 한 달간 소규모 출판사들의 연대 움직임을 심층취재했다. ◇지속가능한 출판 위해 뭉친 소규모 출판사들 “1인 출판사 붐은 2015년에 있었습니다. 지금은 독립출판이 인기죠. 새로운 형태가 주목받지만 조금 지나면 관심은 시들해지고 맙니다. 출판계 자체가 불황인 데다, 소형 출판사를 위한 환경은 더욱 열악하기 때문이죠. 작은 문제부터 구조적 문제까지 해결하려면 연대가 필요합니다.” 지난 9월 2일 합정역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옥균(50) 1인출판협동조합 마포 대표가 전한 말이다. 1인출판협동조합은 1인 출판사들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기 위해 2013년 설립된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서울시 마을기업으로 시작해 지원 자금을 받았다.1인출판협동조합의 활동은 크게 두 가지다. 1인 출판사들에게 당장의 도움을 줄 수 있는 것, 그리고 출판유통시스템 개선 활동이다. 박옥균 대표는 “일부 성공 신화 강의는 현실과 괴리가 크다”라며 “공동으로 종이를

“어린이집 평가인증 제도, 교사 업무량만 늘릴 뿐 실효성 없어”

보육교사 280여명 대상 온라인 설문 결과 “평가인증을 준비할 때는 밤샘 근무는 물론, 주말 출근이 다반사입니다. 서류 작업에 지친 몸으로 근무하다 보니 아이들에게 미안할 때도 많습니다. 학부모들도 평가인증 기간에 교사들이 무리하는 걸 알고 혹여나 아이들을 돌보는 데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불안해하기도 합니다. 평가인증, 대체 이거 누구를 위한 건가요?” 최근 연이은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으로 ‘어린이집 평가인증 제도’를 의무화하는 움직임이 진행되는 가운데, 일선 보육교사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어린이집 평가인증 전면 의무화를 담은 영유아보육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으며, 보건복지부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평가인증은 어린이집의 질적 수준 관리를 위해 보건복지부가 지난 2005년부터 시행하는 제도. 평가인증 점수(100점 만점)에 따라 개별 어린이집의 교재교구비와 환경지원금 등 지원액이 산정된다. 2017년 기준 전체 어린이집의 81.1%(3만2630개소)가 인증을 유지하고 있을 만큼 보편적 제도다. 보육 현장에서는 정작 평가 인증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거세다. 보육교사들은 평가인증이 “제대로 된 평가 지표가 되지 못하며, 오히려 보육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기자가 지난 9월 24일부터 9월 30일까지 보육교사 커뮤니티 ‘지혜쌤의 최강 유아교육 자료실’에서 보육교사 28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76.2%(215명)가 평가인증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한 76.9%(218명)는 평가인증이 보육서비스의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보육교사 99%가 “평가인증 위해 야간근무” 설문에 답한 보육교사들은 평가인증의 가장 큰 문제점을 ‘교사의 업무량 증대(65.2%)’로 꼽았다. ‘평가인증 준비 동안 근로시간을 초과한

“합성섬유 덜 입고 새 옷 덜 사는 것도 ‘윤리적 패션’입니다”

윤리적 패션 토크 콘서트 ‘어떻게 입을 것인가’ 현장을 가다 ‘윤리적 패션’은 2000년대 초반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던 디자이너들이 가죽 대신 식물성 섬유를 사용한 패션을 선보이고 업사이클링 제품을 내놓으며 등장했다. 오늘날에는 세계 패션계에서 가장 ‘핫’한 콘셉트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대형 브랜드들이 하나 둘 윤리적 패션에 동참하면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떠올랐다. 이런 흐름엔 이유가 있다. 패션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UN기후변화협약(UNFCCC)에 따르면, 세계 패션 산업이 매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은 12억 톤(t)에 이른다. 화물 운송을 포함한 항공·해운업의 배출량을 넘어서는 양이다. 이에 지난 1월 아디다스, 퓨마, 에이치앤앰(H&M)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 대표를 비롯한 38명의 패션업계 종사자들이 독일의 본에 모여 지속 가능한 패션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파리 기후 협약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약속했다. 소비자들도 ‘윤리적 패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난 9월 19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윤리적 패션을 주제로 한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서울디자인재단이 주최하고 지속가능 윤리적 패션허브(SEF)가 주관한 ‘2018 지속가능 윤리적 패션 포럼’의 프로그램 일부로 진행된 이날 토크 콘서트의 주제는 ‘어떻게 입을 것인가’.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박세진 패션칼럼니스트, 장윤수·홍석우 복싴남녀(패션 팟캐스트) 진행자, 정욱재 노리플라이(인디밴드) 기타리스트 등이 무대에 올랐다. ◇“환경과 공생하는 인간 ‘호모 심비우스’가 되라” 정욱재의 노래로 토크 콘서트의 막이 올랐다. 정욱재는 2009년부터 ‘튠’이란 이름으로 활동하며 음악으로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음악가. 자작곡 ‘만국기’ ‘고려인’ ‘끝없이 소비하라’ 등 세 곡을 불러

“소셜투자, 평범한 사람들도 할 수 있어요”

소셜투자 계모임 ‘디모스’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투자하는 것을 ‘소셜투자(사회적 투자·social investing)’라 한다. 임팩트투자사나 대기업 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소셜투자를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새로운 움직임이 시작됐다. 소셜투자 계모임 ‘해보는 사람들, 디모스’ 이야기다. 디모스는 지난 2016년 11월, 민주적이고 일상적인 집회를 고민하던 <해보지, 뭐> 프로젝트에서 만난 열두명이 만나 꾸렸다. 각자가 투자하고 싶은 소셜 프로젝트와 기업, 공간 등에 투자하는 모임이다. 디모스의 정기모임이 열린 지난 9월 15일, 구성원 6명(성산, 행크, A, 콩, 원더지, 혬)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공유오피스 ‘로프’에서 만났다.  디모스는 한 사람당 5만원씩 6개월간 계를 부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에 투자한다. 투자처는 ‘만장일치’로 결정하며, 어느 의견도 소외되지 않도록 개방적으로 듣고 공감한다. 서로 의견이 다르면 조율하되, 반대 의견은 반드시 대안과 함께 제시해야 한다. 환경단체 활동가, 마케팅 담당자, 웹툰플랫폼 서비스기획자, 소셜벤처 투자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구성원들이 3개월간 논의를 거쳐 정한 규칙이다. 멤버 ‘성산’은 “첫 모임 때 구성원 모두가 규칙을 새로 만들자는 공감이 있었다”며 “기존의 시스템을 신뢰할 수 없어 포스트잇을 사용해 대화하는 등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속도가 느린 만장일치 방식에도 여태껏 갈등은 없었다고. 멤버 ‘행크’는 “구성원간 신뢰가 있었고 ‘무조건 해야 한다’며 힘을 쏟지도 않았다”면서 “내 생각과 반대여도 선한 방향으로 가고 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투자처는 다섯 가지 원칙에 따라 선정한다. ▲소수성 고려 ▲새로운 시도 ▲성 평등 ▲가치관과 지향점 ▲일상의 시도 등이 고려사항이다. 구성원들이 다섯 가지 원칙에

“일상 속 공정무역 문화, 우리가 만듭니다”

서울혁신파크 입주 기업, 국내 공정무역 문화 확산에 박차 최근 국내에서도 공정무역으로 유통되는 커피와 초콜릿을 흔히 볼 수 있다. 공정무역은 저개발국가 생산자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 생산자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상품을 구입하는 것을 말한다. 이른바 ‘착한 소비’다. 서울 은평구에 있는 서울혁신파크에는 국내 공정무역 문화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힘쓰는 단체들이 모여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값비싼 가격 탓에 확산 속도가 더딘 공정무역 제품의 매력을 알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이하 아공네)는 지난 2012년 소비자와 시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설립된 사회적기업이다. 아공네는 커피·계피·캐슈넛 등을 생산하는 베트남, 필리핀 농부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이들의 자립을 지원한다. 제품의 생산부터 소비자에게 닿기까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전달해 제품 고유의 콘텐츠를 부각시킨 점이 특징이다. 특히 각종 첨가물을 넣어 보존기간을 늘리기보다 공급 사슬을 최대한 짧게 만들어 제품 추적이 가능하다. 하청과 재하청 구조로 이루어진 글로벌 대기업의 공급 사슬과 정반대 구조다. “베트남의 공정무역 계피는 험준한 산악지대에서 생산됩니다. 생산자 대부분은 80~90대 할머니들이 대부분이죠. 그동안 할머니들은 고산에서 수확한 계피나무 껍질을 짊어지고 비포장도로를 걸어 내려와야했는데, 공정무역을 시작하면서 오토바이가 다닐 수 있는 길을 닦을 수 있었습니다. 이동 시간이 확 줄어들어 생산성은 더 높아졌죠.” 아공네에서 생산자파트너십을 담당하는 이승희(35) 팀장은 공정무역이 가진 ‘변화의 힘’을 강조했다. 일반적인 무역에서는 중간상인들이 마진을 남기기 위해 제품 가격을 어떻게든 낮춰보려 하지만, 공정무역은 이윤을 제1목적으로 삼지 않기 때문에 제품의 최저 가격과 노동자의 임금을 보장한다. 덕분에 생산자들의 근무환경은 개선되고, 품질과 사후관리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 소비자들이 공정무역 가치를 확인할 수

‘종이타월’ 없는 화장실?…북유럽 핀란드의 자원 절약 비법

최근 일회용 컵 등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규제 정책이 시행되면서 자원낭비와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텀블러 사용하기, 손수건 사용하기 등을 실천하며 쉽게 버리고 낭비하던 일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해외는 어떨까. 북유럽 국가 핀란드는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나라다. 우리나라 국민이 1년간 사용하는 비닐봉지 양이 420개인데, 핀란드는 그 100분의 1인 4개를 사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일상 속에서 자원을 아끼며 살아가는 핀란드인들의 절약 비법 세 가지를 소개한다.   #공중화장실 다회용 리넨 타월 사용 ‘한 장이면 충분합니다. 자원 절약에 동참해 주세요!’  한국의 공중화장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구다. 자원을 아끼자는 요청이지만 지키는 이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종이타월의 대안으로 핸드드라이어가 설치된 곳도 많다. 하지만 물기를 말리는 시간이 걸리는 데다 최근 254종의 세균이 발견됐다는 등의 보도가 잇따르면서는 일부러 종이타월을 찾는 이가 늘었다. 손의 물기만 훔치고 곧장 쓰레기통으로 버려지는 종이타월이 하루에도 수천만장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공식적인 통계는 없다. 국회에서만 하루 2만장 이상의 종이타월이 소비된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적도 있다. 반면 핀란드의 공중화장실에서는 일회용 종이타월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리넨 소재의 타월 기계가 설치되어 있다. 타월의 끝 부분을 쭉 잡아당겨 손을 닦은 뒤 놓으면, 기계가 회전해 사용한 만큼의 타월이 기계 안으로 말려 들어간다. 사용된 부분은 기계 내부에서 자동으로 살균된다. 핀란드에서 유학한 기자의 경험에 따르면, 화장실을 방문했을 때 열 번에 아홉 번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