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창엽 경기과기대 교수 “문화예술 분야도 연계고용으로 풀 수 있다면 장애인 직업연주자들에게 훨씬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

장창엽(사진·60) 경기과학기술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는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서 연구실장으로 20년간 근무하며 ‘장애인 고용’의 제도 전반을 연구해온 전문가다. ‘직접 고용’이 잘 이뤄지지 않는 중증·발달장애인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장애인이 일하는 회사와 거래하면 장애인 고용을 인정해주는 ‘연계고용부담금 감면제도(이하 연계고용제도)’를 연구·도입하기도 했다. 발달장애인이 단순 물품 생산직에 종사하는 것 외에, 문화예술에 종사하며 안정적인 ‘일자리’를 유지하도록 지원할 길은 없을까. 지난 10일, 장 교수를 만나 인터뷰했다. ―장애인의 문화예술을 통한 직업 재활이 늘어나고 있는데, 문화예술 해서는 ‘먹고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본의 발달장애인 시설 ‘셀프모리’라는 곳에서는 장애인 50명을 고용, 매년 1억엔의 매출을 올린다. 당사자들은 ‘세금’을 내는 것에 큰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국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때다. 고용할 일자리가 없다면, 이는 결국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복지 비용이다.” ―연계고용제도를 통해 풀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물품이나 화장실 청소 등의 단순 용역을 도급 줄 때에만 연계 고용으로 인정하는 게 아니라, 문화예술 분야도 연계 고용으로 풀 수 있다면 장애인 직업연주자들에게 훨씬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 가령 기업이 직원들의 인식 개선 차원에서 사내에 장애인 연주자들이 정기적으로 공연할 기회를 마련한다면, 그걸 ‘장애인 일자리 창출’로 인정해 부담금을 감면해주는 것이다. 직원 인식이 개선되고, 사내 장애인 친화적인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이 역시 긍정적인 일이 아니겠는가.”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나 고용노동부에서는 ‘직접 고용’을 더 강조하고 있다. “‘장애인 차별금지법’에 의하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사업주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없어질 수 있도록

좋은 사회공헌 모델 제시해 국가와 사회에 긍정적인 확산에 기여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유석쟁 전무 “예전 장례식장은 어둡고 침울한 분위기였죠. 그런데 모 병원에서 장례식장을 밝고 경건한 분위기로 만든 이후 모든 장례식장이 밝고 경건한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복지 사각을 지원하는 우리의 활동도 그렇게 확산되길 바랍니다.” 올해 초 부임한 유석쟁(사진·59)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전무의 말이다. 유 전무는 교보생명 계열사인 교보보험심사㈜ 대표이사를 지내는 등 27년간 보험업계에서 활동했고, 작년까지는 한양대 문화예술 CEO과정 주임교수를 지냈다. ―생보재단의 지원 사업이 갖는 강점과 약점이 있다면. “순수 공익재단이기 때문에 홍보·마케팅에 대한 고려 없이 복지 사각에 집중할 수 있다. 또한 자금이 안정적이라 영속적인 지원이 가능하다(생보업계는 2026년까지 총 1조5000억원 출연할 예정이다). 어린이집을 건립한 후 위탁운영까지 하는 게 좋은 예다. 반면 의사결정이 더딘 것은 약점이다. 개별 기업이 CEO의 판단으로 결정이 내려지는 반면, 우린 이사회의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상대적으로 긴급한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복지 사각 지원을 위해 적절한 대상과 현장을 찾는 게 중요하다. “희귀·난치 질환자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곳은 병원이고, 치매나 보육 관련해선 지자체가 가장 잘 안다. 우리는 66개 병원과 협약을 맺고, 각 지자체와 활발히 연계한다. 얼마 전에는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농약보관함 사업’ 협약을 맺었는데, 강원도는 자살률이 굉장히 높은 지역이다. YWCA나 생명의전화, 미술·연극치료협회 등 전문기관도 주요 파트너다. 이런 파트너십에 근거해 현장 수요에 대응한다.” ―재단의 지원 활동만으론 근본적인 변화가 쉽지 않다. 무엇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나. “우리가 경증 치매를 보살피면서, 국가에서도 이들을 지원할 필요를 느꼈다. 좋은 어린이집을

“6년간 받은 선물… 제 삶은 다시 일어섰습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6년이 만든 변화 지난 2008년 69조원이었던 복지 예산이 5년 만에 100조를 넘어섰다. 전체 정부 예산의 28.5%에 해당한다. 하지만 정부가 미처 돌보지 못하는 곳은 여전히 존재한다. OECD 회원국 중에서 10년째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출산율 문제나, 연평균 200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청소년 자살 문제, 복지 정책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희귀·난치성질환, 경증 치매 노인 분야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2007년 12월 설립된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주목한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18개 생명보험사가 사회공헌의 뜻을 한데 모은 만큼,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부분과 사회적 약자를 우선으로 지원해왔다. 지난 6년간 재단의 도움을 받아 삶이 바뀐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기업 사회공헌이 미치는 영향력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01. 학습용 보조기기로 근이양증 딛고 건국대 합격한 조연우 군 “다리 힘이 풀려 주저앉은 후 다시는 일어날 수 없었어요.” 조연우(23·건국대 정치외교학과)씨가 ‘근이양증’ 진단을 받은 건 초등학교 1학년 때. 근이양증은 몸의 근육이 점점 없어지는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조씨는 학교를 그만두고 집에만 틀어박혔다. 가까스로 움직일 수 있는 팔로 온종일 컴퓨터 게임을 했다. 이후 7년 동안 근육은 더 굳고, 호흡은 힘들어졌다. 척추도 휘었다. 허송세월의 마침표를 찍은 건 지난 2008년. “공부를 해야겠다”는 결심이 생기면서부터다. “재활 치료 중 같은 병을 가진 사람이 공부하는 걸 봤어요.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앉아 있기조차 힘들어 누워서 책을 봤고, 늘 누군가가 옆에 붙어 있어야 했다. 힘든 상황이 이어질 무렵 ‘한벗재단’을 만났다. 한벗재단은

사회적기업은 디자인 중요성 느끼고 디자이너는 또 다른 길 경험해 “모두 윈윈”

‘스프링’ 프로그램 도입한 디자인 회사 슬로워크 임의균 대표 1년 2번, 디자인 전공 대학생 선발해 비영리단체·사회적기업 활동 참여 ‘비영리단체와 디자이너, 모두 윈윈(win-win)할 순 없을까.’ 디자인 회사 ‘슬로워크’가 지난해부터 도입한 ‘스프링’ 프로그램의 아이디어다. 스프링은 슬로워크가 1년에 두 번, 디자인 전공 대학생을 선발하는 ‘예비 디자이너 인큐베이팅’ 프로젝트다. 선발된 학생들은 두 달 동안 슬로워크 인턴으로 활동하며 디자인 실무를 경험하고, 이후 두 달은 파견단체(비영리단체·사회적기업 등)의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4개월간 급여는 슬로워크가 부담한다. 조성도(사진 오른쪽·31) 슬로워크 디렉터는 “비영리단체·사회적기업엔 조직 내부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는 기회이고, 디자인 전공생들은 친환경·사회적 디자인이라는 ‘제3의 길’을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기 스프링 프로그램에 선발돼 ‘열린옷장'(잘 입지 않는 정장을 가진 사회 선배들과 면접용 정장이 필요한 청년 구직자들을 연결하는 공유기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던 이혜인(25)씨는 “사업 초기라 명함부터 소책자까지 다양한 디자인 작업을 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고, 김소령 열린옷장 공동대표는 “디자인적 사고를 바탕으로 사업을 기획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지금까지 6개 단체에 6명의 디자이너를 파견했고, 3기 ‘스프링’ 프로그램은 오는 6월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의 탄생은 10년이 넘는 비영리단체와의 파트너십에서 비롯됐다. 임의균(사진 왼쪽·38) 대표가 회사를 창업한 2002년, 첫 고객이 비영리단체였다. “아름다운재단에서 공익광고 CF를 만든다고 1500만원 정도 예산을 책정했어요. 사실 그 돈이면 40초짜리 영상물에 음원, 더빙작업만 하면 끝이에요. 거기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하니, 다른 스튜디오에서 퇴짜를 맞았나봐요. 제가 시민단체에서 디자인 작업도 했으니, 해줄 수 없겠냐고 찾아왔습니다.”(순수 회화를 전공했던

비영리단체의 아이디어와 도전정신 교육·복지·문화 ‘구멍’ 찾아 메운다

  기 소르망 파리정치학교 교수세계적 석학 ‘기 소르망’ 기부 문화 분석 책 펴내“한국 비영리 단체 다음 단계 도약하려면 투명성·책무성 높여야 비영리 영역의 기부금 어디 쓰이는지 대중에게 알리는 것은 언론의 역할” “복지국가와 시장 만능주의. 그 사이 사각지대에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여전히 많다. 비영리 단체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위험을 감수하는 도전정신’이야말로 해답을 제공할 수 있다.” 문화비평가이자 세계적 석학인 기 소르망(Guy Sorman) 파리정치학교 교수의 말이다. 그는 최근 미국의 기부 문화를 분석한 책 ‘세상을 바꾸는 착한 돈(원제: Le coeur americain)’을 출간했다. 2012년 6월부터 1년간 미국의 기부 문화를 직접 취재하여 집필한 책이다. 출판기념회를 위해 한국을 찾은 그를 지난 4일 저녁 프랑스 대사 관저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지금까지 철학, 정치, 경제 부문에 관련 책들을 집필해왔는데, 돌연 미국 기부 문화에 관한 책을 쓴 것이 생소하다. “책이 전 세계에서 출판됐는데, 하나같이 ‘놀랐다’는 반응이다(웃음). 과거에는 한 사회를 지탱하는 두 개의 큰 축이 국가와 시장이었다. 그런데 ‘국가냐, 시장이냐’ 하는 이분법적 논쟁은 더 이상 현실에 맞지 않다. 유럽식 복지국가 모델의 한계도, 자본주의 시장의 한계도 명확해졌다. 국가와 시장 사이의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는데, ‘제3섹터’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리라고 봤다. 미국은 ‘제3섹터’의 현주소와 가능성을 면밀히 볼 수 있는 곳이다.” -미국에선 ‘나눔 문화’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뉴욕 현대미술관 모마(MoMA)나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등은 기부에 의해 운영되고,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관리된다. 맨해튼 센트럴파크공원을 비롯해 미국 국립공원을 관리하는 것도 자원봉사자들이다. 미국인의 90%가

“10일 공청회… 사회적경제원 만들어 통합적인 정책 펼치도록 지원할 예정”

새누리당 사회적경제특위 유승민 위원장 인터뷰 올해 1월 새누리당은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사회적경제특별위원회’를 발족했다. 특별위원회(이하 특위)는 유승민(3선) 위원장을 포함해 의원 18명 , 자문위원 19명, 4개 분과로 구성됐다. 지난달에는 여야 정당과 시민사회, 사회적경제 전문가 등이 모여 ‘전국사회적경제매니페스토실천협의회’를 출범, 새누리당에서는 유승민 의원,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신계륜 의원이 상임대표를 맡았다. 3일 오전 사회적경제언론인포럼(대표 김현대) 초청으로 유승민(사진) 새누리당 의원을 만났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제정한다고 밝혔다. 현재 진척 상황은 어떤가. “오는 10일 공청회를 연다. 정부 부처가 참여하지 않고, 특위에서 초안을 만들었다. 기재부는 협동조합, 안행부는 마을 기업, 고용노동부는 사회적기업 등 부처 간 칸막이 문제가 지적되고 있어서다. 사회적경제기본법에서는 ‘사회적경제원’을 만들어 통합적인 정책을 펼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총리실이 주도할 것인지 기재부가 주도할 것인지, 아니면 독립 청을 만들지는 고민 중이다. 우선 ‘사회적경제’ 개념을 법에 명시했고, 공공 구매, 사회적금융 등 주요 내용도 포함했다. 설립 목적과는 달리 영리만 추구하고 있는 농·수·축협과 신협, 새마을금고도 기본법 적용 대상으로 고려 중이다.”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한 움직임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새누리당이 생각하는 ‘사회적경제’의 개념이 궁금하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모든 경제활동을 말한다. 사회적경제 조직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지만, ‘경제’를 무시해서는 도저히 성공할 수 없다. A라는 가게가 아무리 좋은 사회적 가치를 말하더라도 매출이 ‘0’이면 무슨 의미가 있나. 이는 새누리당이 추구하는 ‘시장경제’와 맞닿아 있고, 더 강력하게 ‘사회적경제’를 추구할 이유도 된다. 경제활동은 우리 삶의 일부분이지 특정 당의 전유물이 아니다.” ―사회적경제 가능성을 무엇으로 보나. “우리나라는 급격한 경제성장도

NGO 활동가부터 기업 CFO까지… 지금은 “주주 자본주의 뛰어넘는 대안 모델 꿈꿉니다”

[인터뷰] 임팩트 투자회사 D3쥬빌리 이덕준 대표 임팩트 투자란 재무적 수익뿐만 아니라 사회·환경적 가치까지 따지는 투자 방식美 사회적자본시장 Socap 콘퍼런스 돈과 가치를 함께 고민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 놀라 이덕준(49·오른쪽 사진)씨는 80년대엔 빈민운동 활동가로, 90년대엔 외국계 투자은행에서, 2000년대엔 G마켓을 나스닥에 상장시킨 재무이사(CFO)로 활약한 인물이다. 이씨는 2011년 임팩트 투자기관 ‘D3쥬빌리’를 설립, 국내외 투자처를 발굴하고 있다.(임팩트 투자란 재무적 수익뿐만 아니라 사회·환경적 가치까지 따지는 투자방식이다). 다채로운 이력의 그가 ‘임팩트 투자’의 선봉장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이씨의 본격적인 사회생활은 NGO에서 시작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간사로 일하며 활동가의 꿈을 꿨지만 이내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것. 그는 한국신용평가정보에 취업, 기업을 분석하는 업무를 4년간 맡았다. 이후 영국 런던정경대학(LSE)으로 1년간 유학길을 떠났고, 영국계 자산운용사 슈로드, 시티은행, 크레딧스위스(CSFB) 등 외국계 투자은행에서 7년 반가량 일하며 자본주의의 첨단을 맛보았다. 이씨는 “투자은행에서 상무까지 올랐지만 평생 이 일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인생의 전환점은 2005년 당시 중소 규모 벤처였던 G마켓과의 만남을 통해 시작됐다. G마켓은 성장세였지만 아직 손실이 나고 있었다. 그는 “중소 상인이 비즈니스를 수월하게 풀어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사업 모델이 좋았다”면서 “특히 이익이 나기 전부터 ‘후원쇼핑’이란 서비스를 론칭, 고객이 해당 상품을 구입하면 일정 금액이 기부금으로 적립되는 모델을 만들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후원쇼핑은 판매자가 상품 등록 시 후원상품으로 설정하면 G마켓은 상품 전시 점수에 인센티브를 적용해 노출 우선권을

어릴적 받은 문화예술 교육 삶 어딘가서 나를 지탱해줘

특별 기고 김중만 사진작가 놀라운 일이다. 전시회에 한 번도 가본 적 없고, 사진을 해본 적도 없다던 열일곱 살 예솔이(가명)의 사진에서 작가들의 그것과 다름없는 집중과 공감이 보였다. 돛 줄을 단단히 잡고 있는 밧줄 묶음 사진. “내가 흔들릴 때마다 잡아주시던 어머니 모습이 떠올랐다”고 했다. 예솔이는 국가에서 학비를 보조받으며, 어머니와 단둘이 어렵게 사는 아이다. 사진을 통해 처음으로 자신의 두려움과 정면으로 마주 서고 스스로 상처를 털어낸 아이도 있었다. 중학교 3학년 민석이(가명)는 “친구가 어두운 골목길에서 불량배에게 폭행당해 심하게 다친 걸 본 후 절대 골목길로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며 “그 일 이후 말수가 줄었고 같은 반 친구들의 부당한 요구도 거절하지 못하게 됐다”고 했다. 민석이는 어두운 골목길을 달리는 트럭을 정면에서 찍었다. ‘조심해’라는 표제를 붙인 사진 작품이 탄생했다. 그리고 민석이는 자신을 잘 표현하는 밝고 평범한 아이로 다시 돌아왔다. 예솔이와 민석이 같은 아이들을 만나고 그 변화들을 접할 수 있었던 건,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두산그룹에서 지원한 사회공헌 프로그램 ‘시간여행자’에서였다. 지난 2년 동안 ‘시간여행자’ 자문위원 역할을 하면서, 작은 기적을 많이 목격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극을 받을 기회가 없던 아이들이 문화예술 교육을 통해 자신을 재발견하고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나 또한 ‘시간여행자’에 참여한 아이들과 비슷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중학교 3학년 때 나는 우리나라를 떠나 아프리카로 이주했다. 의사인 아버지는 빈민국 의료지원을 위해 아프리카행을 택했던 것이다. 정글이 우거지고 야생동물이 뛰어다니는 아프리카는 없었다. 나무 한

[희망 허브] [기업, 철학이 바뀐다] ③ 환경·지역과 상생… 세계 100개국 뻗어나간 힘

기업, 철학이 바뀐다 티라윗 리따본 태국 더블에이 부회장 산에서 나무 베지 않도록 논 옆 자투리땅에 나무 심어 연간 670만t 이산화탄소 감축 가공하고 남은 폐기물들 최대한 재활용해 원료 활용 지역 농가도 살려 일석이조 친환경적 상생 가능한 모델 한국에도 널리 알리고 싶어 최근 탄소세 도입을 두고 환경부와 자동차 업계의 날 선 공방이 있었다. 탄소세 제도는 탄소배출량이 많은 차에 부담금을 부과하고 배출량이 적으면 보조금을 주는 제도인데, 재계에선 “우리 실정에 안 맞는 지나친 규제”라는 반응이다. 이런 상황에서 친환경을 규제가 아닌, 기회로 여긴 철학을 가진 기업이 있어 눈길을 끈다. 복사용지로 유명한 태국의 ‘더블에이(DoubleA)’ 이야기다. 티라윗 리따본(57·Thirawit Leetavorn) 부회장에게 그 특별한 철학을 들어봤다. 티라윗 리따본 부회장은 유니레버, 시그램 등 다국적 기업에서 근무하며 신시장 개척을 담당했던 마케팅 전문가로, 지난 2005년 더블에이에 합류했다. ―복사용지를 만들려면 당연히 산림목을 벨 것으로 예상하는데, 산에 있는 나무를 베지 않는다는 게 사실인가. “제지회사에서 핵심이 되는 것은 종이의 원재료인 나무다. 우리는 태국의 특수한 환경에 주목했다. 태국은 세계 최대의 쌀 생산국으로, 전체 인구의 40%가 농업에 종사한다. 대부분 영세하다. 전통적으로 태국 농가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농지를 물려주는데, 이 과정에서 유실이 생기며 토지 규모가 점점 작아진다. 세대가 거듭될수록 가난해지는 거다. 우리는 산이 아니라, 논과 논 사이 자투리땅에서 키우는 나무 ‘칸나(KHAN-NA)'(유칼립투스 수종) 모델을 도입했다. 산의 나무를 베지 않으면서, 지역 농가도 살릴 수도 있는 방법이다. 농촌 주민들과 협의를 통해 작은

친환경 장난감에서 빈곤층 생계업으로… 커피 점토 부엉이의 꿈

커피점토 회사 ‘커피큐브’ 대표 임병걸 커피 만들고 남은 찌꺼기 식품첨가물 등 넣어 점토로 부엉이 공예품 ‘씨울’ 제작 화학제품·방부제 없는 점토 아토피 아이도 만질 수 있어 유치원·초등학교에 납품 지역자활센터와 연계해 재활용 전문가도 배출 예정 ‘수많은 카페에서 매일 배출되는 커피 찌꺼기는 어디로 갈까?’ 2008년 여름, 강남의 한 카페 앞을 지나던 임병걸(36·사진)씨. 그는 20㎏ 포대에 가득 담긴 ‘커피 찌꺼기’를 보고 궁금증이 생겼다. 한 해 생활 쓰레기로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는 27만t,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9만2000t이 넘는 수준이다. 임씨는 이날부터 커피 찌꺼기와 동거를 시작했다. 퇴근 후엔 인근 카페에서 커피 찌꺼기를 수거해 방 안에서 말렸고, 주말엔 제약회사 연구실 한쪽을 빌려 말린 찌꺼기 재활용 실험을 했다. 밤 10시만 되면, 쓰레기를 집으로 가져온다고 가족에게 핀잔을 듣는 것도 일쑤였다. 화학공학을 전공한 임씨는 3년간의 연구 끝에 커피 찌꺼기에 식품첨가물 13종과 물을 넣고 말려 뭉친 커피 점토를 만드는 데 성공, 2011년엔 커피 점토 분말 국내외 특허도 취득했다. 2012년엔 서울시 사회적경제 아이디어 대회에서 최우수 수상작으로 뽑히면서 사회적 가치까지 인정받았다. 지난해 6월에는 8년간 근무했던 대기업 영업직을 그만두고 ‘커피큐브’를 창업, 커피 찌꺼기에 인생을 걸었다. “커피 큐브(커피 찌꺼기로 만든 네모 조각)는 찰흙이나 지점토, 비누 대신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학교 미술 시간에 조각용으로 쓰고 버리는 비누가 1년에 10만 개 이상이라고 해요. 칼로 깎다 보면 위험하기도 하고, 잘못해서 먹을 수도 있잖아요. 커피 큐브는 사포나 줄로 모양을 간단히 만들

복지정책 많아도… 이웃 관심 없이는 사회문제 안 풀리죠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불우가정 어머니 만나보니 너도나도 쌀만 보내줘서 쥐가 꼬이니 쥐덫 달라 말해 수혜자에… 사회복지 업무도 건수보다 얼마나 많은 변화 생겼는지 가장 먼저 평가대상 삼아야 “사건만 터지면 반복하는 복지 사각지대 일제조사 대신, 평상시에 지역사회 복지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그물망을 촘촘히 엮어야 한다.” 많은 전문가는 그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우리아이 희망네트워크’를 꼽는다. 삼성·사회복지공동모금회·㈔함께만드는세상이 공동으로 시행한 이 프로그램은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아동 사례 관리사업이 특징이다. 공급자 입장에서 단기간에 양적인 통계를 보여주는 지원이 아니라, 사회복지 이용자를 중심으로 민간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방임 아동을 위해 저녁 식탁에 밥숟가락 하나를 더 얹은 화상 장애 아주머니, 나 홀로 아동을 위해 이웃들이 발벗고 나선 구룡포 마을의 어른들…. 이들이 민간 네트워크의 주축을 이뤘다. 안타깝게도 2005년부터 6년간 이어지던 이 프로그램은 삼성 지정기탁사업이 끝나면서, 2011년 종료됐다. 당시 운영위원장을 맡았던 노혜련(57·사진)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조사 결과 사업이 종료되고 나서 시간이 지날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그들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얻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노 교수를 만나 최근 송파 세 모녀 사건 해결을 위한 조언을 들어봤다. ―최근 ‘세 모녀 자살’ 사건을 계기로 ‘복지 사각을 발굴하겠다’는 민·관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2011년 공원 삼남매 사건 당시, 3주 만에 2만3000명을 찾아냈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한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이게 해결이라고 할 수 있나. 정책, 제도, 사업이 아무리 많아도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지역사회 자체가 건강하게

[기고] 슈퍼 영웅될 첫걸음… 29일 저녁 8시 30분, 불을 꺼주세요

2013년 전 세계 154개국 7000개 이상의 도시에서 이뤄진 지구촌 전등 끄기(Earth Hour) 캠페인이 올해도 시행된다. 늦게까지 손님을 맞이하는 곳도 많고 새벽에도 불야성을 이루는 한국에서 이 캠페인을 시도하는 것이란 어찌 보면 도전에 가깝다. 보통 일찍 어둠에 잠기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볼 때 밤에 소등을 시도하는 게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많은 도시가 밤늦게 살아 있는 것만큼이나 역동적이면서도 적극적으로 이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환경부·교육과학기술부·문화체육관광부·안전행정부·농림수산식품부·법무부·통일부·기획재정부·외교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기상청·대검찰청·관세청·중소기업청·문화재청·해양경찰청·식품의약안전청·수도권대기환경청·방위산업청·농촌진흥청·경찰청 등 정부기관과 전국의 초·중·고·대학교를 포함하여 16개 시·도의 7만5063개 공공기관 건물과 270여만 가구 주택, 그리고 네이버 해피빈·교보생명·삼성화재·삼성엔지니어링·스타벅스커피 코리아·한국코카콜라·필립스전자·매일유업 상하목장 등 6500여 개 국내외 기업 및 민간 건물이 1시간 동안 전등 스위치를 내리는 데 동참해 주었다. 유엔환경계획(UNEP) 한국위원회·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유엔아동기금(UNICEF) 한국위원회·유엔과국제활동정보센터(ICUNIA)·그린피스(GREENPEACE) 서울사무소·그린크로스(Green Cross) 코리아·에코피스리더십센터(EPLC)·그린스타트·더나은세상 등 여러 유엔기관 및 국제단체와 비정부기구(NGO)도 좋은 뜻에 기꺼이 함께해 주었다. 더욱이 지난해에는 이 캠페인에 동참하기 위해 전국에서 2000여 명의 초·중·고 학생이 서울로 모였다. 올해 지구를 위한 1시간 어스아워(Earth Hour)는 3월 29일이다. 전 세계가 그날 저녁 8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1시간은 전등을 끄자고 약속한 날이다. 2시간, 3시간을 더 끄고 있어도 좋다. 작업, 안전 등의 이유로 부분만 소등하거나 5분 만이라도 소등에 참여하는 기관들도 있다.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개인이든 기업이든 단체든 각각 자기가 생각하는 만큼, 할 수 있는 만큼 참여하면 된다. 개인이 행동할 때 사회가 생각하고 그런 움직임들이 모여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의 주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