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파랑새발달클리닉 대표는 “장애아동·청소년이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에서의 ‘경험’을 통해 꾸준히 발달하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재활”이라고 말했다. /대구=성이영 청년기자
“집에서도 재활하도록 ‘가활’을 알려드립니다”

[인터뷰] 김정희 파랑새발달클리닉 대표 “아동의 뇌와 행동 발달은 환경에 크게 의존해요. 그렇기 때문에 직접 생활하는 공간에서 함께 어울리는 사람과 학습하는 것이 아동 발달에 좋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의료기관 중심으로 재활이 이뤄지고 있어요. 덴마크나 호주처럼 가정이나 학교를 중심으로 장애아동의 재활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7일 대구 수성구 파랑새발달클리닉 상담실에서 만난 김정희(39) 대표는 “국내 많은 장애아동이 의료영역에만 국한된 재활을 하고 있다”며 “아동이 병원 밖에서도 일상의 활동을 스스로 수행할 수 있도록 맞춤형 재활 정보와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랑새발달클리닉은 장애아동과 청소년의 재활을 돕는 사회적기업이다. 2018년 설립돼 현재는 대구·안동·구미 등 인접 지역에서 온 장애아동 60여 명이 재활을 받고 있다. 현장에서는 맞춤형 재활 수업과 활동 증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또 가정이나 학교에서 쉽게 재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도록 관련 콘텐츠를 유튜브에도 제공하고 있다. -파랑새발달클리닉을 설립한 이유가 궁금하다. “대학병원에서 소아 물리치료사로 12년간 근무하면서 병원에서 대기만 하다가 재활의 골든타임을 놓친 아이들을 자주 봤다. 병원 내 전문 인력 부족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소아 재활이 병원이라는 공간에 한정돼 있는 것이 문제라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하면 가정에서도 재활이 이뤄질 수 있을까 고민하다 설립하게 됐다.”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나? “옷 입기 등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해 장애아동의 재활을 돕는 것이다. 아이에게 필요한 활동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해당 활동을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정보와 전략을 알려준다. 그 과정에서 핵심은

변의현 우시산 대표는 “바다와 해양생물을 구하는 일은 결국 미래 세대를 구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울산=김어진 청년기자
산업도시 울산서 나오는 폐플라스틱, 현장용 안전 제품이 되다

[인터뷰] 변의현 우시산 대표  “울산 앞바다는 조선시대에 고래의 바다, 그러니까 ‘경해(鯨海)’라고 불릴 정도로 고래가 많았어요. 그러다 해양오염으로 생태계가 무너지면서 지금은 개체 수가 크게 줄었죠. 인간이 버린 폐기물을 잘 활용하면 고래를 살릴 수도 있습니다.” 사회적기업 ‘우시산’은 울산에서 폐플라스틱 업사이클링 제품을 제작한다. 변의현(45) 우시산 대표는 “바다 생물들이 다시 울산 바다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찾은 울산 남구의 ‘울산박물관 뮤지엄샵’에는 우시산에서 만든 인형, 양말, 에코백, 재활용품 수거함 등 다양한 상품이 진열돼 있었다. 언뜻 보면 큰 특징이 없어 보이지만 모두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것이었다. 변 대표는 지역 상징물인 고래가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으로 인해 숨을 거둔 채 발견된 것을 보고 2019년 업사이클링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이어 “우시산은 ‘우리의 시작은 작았지만, 산처럼 큰 꿈을 꾸는 기업’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언젠가는 울산의 해양생태계를 이전과 같이 되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새로운 이름을 얻은 폐플라스틱 세계자연기금(WWF)이 지난해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해양생물의 88%가 플라스틱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 아래 있다. 플라스틱을 먹은 해양생물은 장기가 손상되거나 면역, 생식 능력이 감소한다. 몸속에 미세플라스틱이 남은 해양생물을 인간이 섭취하면 암 유발, 세포 사멸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변 대표는 “우시산의 구호는 ‘세이브 더 오션, 세이브 더 웨일, 세이브 더 칠드런’”이라며 “바다와 해양생물을 구하는 일은 자라나는 미래 세대를 구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우시산 제품마다 바다생물 캐릭터가 있다. “우시산에서는 환경오염으로 고통받는 해양생물들을

이환희 포인핸드 대표는 “유기동물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려면 ‘동물등록제도’가 자리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보민 청년기자
유기견을 다시 반려견으로… “편견 없는 입양문화 만듭니다”

[인터뷰] 이환희 포인핸드 대표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 우리 사회에서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기동물 입양을 장려하는 캠페인도 다양하게 진행됐다.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캠페인 문구는 동물권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구입하는 비율은 여전히 높고, 입양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식품축산부가 지난 2월 공개한 ‘2022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기로 했을 때 개인을 통해 분양하는 비율이 51.9%로 가장 많았다(유료 분양 포함). 펫샵 구매는 21.9%, 지자체 동물보호센터나 민간단체를 통해 유기견을 입양하는 경우는 10.4%였다. 지난달 24일 서울 마포구 포인핸드 입양문화센터에서 만난 이환희 포인핸드 대표는 “‘유기견은 키우기 어렵다’는 편견이 입양을 막는 가장 큰 장벽”이라고 말했다. 수의사인 이 대표는 10년 전 유기동물 입양 플랫폼 ‘포인핸드’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만들었다. 낮에는 수의사로, 밤에는 개발자로 시간을 보냈다. 지금까지 입양 보낸 동물은 10만마리. 이 대표는 플랫폼을 만들면서도 “상처 많은 유기동물이 새로운 가정에서 잘 적응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걱정을 했다고 했다. 현실은 달랐다. “지난 10년 동안 포인핸드를 운영하면서 제 편견도 많이 깨졌습니다. 사랑과 관심을 주면 아이들은 기대 이상으로 많이 변합니다.” 이 대표는 미디어에서 유기동물보호소의 열악한 환경을 집중적으로 조명한 것이 오히려 유기동물에 대한 편견을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방송에서 본 유기동물보호소를 떠올려보세요. 철창에 갇혀 두려워하는 모습, 털이 뒤엉킨 채 방치된 모습. 관리가 안 된 동물 모습이 보호소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됐습니다. 보호소는 더러운 곳이고 이곳에 있는 유기동물은

김보경 책공장더불어 대표. 동물 관련 도서를 전문으로 하는 1인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김민지 청년기자
“동물을 제대로 알면 어울려 살아갈 방법이 보입니다”

[인터뷰] 김보경 책공장더불어 대표 “동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꿈꿉니다. 동물과 우리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책을 펴내면서요.” 동물 전문 출판사인 ‘책공장더불어’의 김보경 대표는 기획부터 편집, 마케팅, 유통까지 혼자 도맡는 1인 출판사 운영자다. 반려동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던 시절인 2006년에 출판사를 설립하고 지금까지 동물 관련 책을 70여 권 출간했다. 반려인을 위한 실용서부터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을 뜻하는 ‘펫 로스’(Pet loss), 유기동물, 동물실험 등 다양한 주제를 아우른다. 최근에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23년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서 장애가 있는 개를 주제로 한 책을 제작할 예정이다.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카페에서 만난 김 대표는 “동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법 제정과 인식 변화가 필요한데, 그러려면 동물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 전문 1인 출판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출판사를 시작한 2000년대 초반은 국내에서 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던 시기다. 그런데 관련 지식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즈음 함께 살던 반려견이 나이가 들면서 퇴행성 관절염을 앓았다. 정보가 없으니까 “도대체 이게 뭐지?” 싶더라. 가족처럼 지내던 동물의 노화나 죽음을 처음 겪다 보니 심적으로 정말 힘들었다. 당장 내게 필요한 내용을 찾기 위해 외서를 많이 읽었다. 그러다 ‘나에게 필요하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어떤 책들을 냈나. “반려동물 실용서를 많이 냈다. 대표적으로 ‘펫 로스’에 관한 책이 있다. 강아지나 고양이와 행복하게 살다가 이별이 너무 힘들어서 더는 동물을 키우지

김태성 케어링 대표는 "커뮤니티 케어 공간이 어르신들에게 때로는 두 번째 집처럼, 때로는 '스타벅스'처럼 편하게 느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김태성 케어링 대표는 "커뮤니티케어 공간에서는 어르신들에게 의료, 식사, 운동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공간이 '제2의 집'처럼 편하게 느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인돌봄의 미래, 요양센터를 어르신 위한 ‘별다방’으로

[인터뷰] 김태성 케어링 대표 창업 3년만에 기업가치 1000억원을 돌파한 예비사회적기업이 있다. 이른바 ‘예비유니콘’에 등극한 요양서비스 전문기업 케어링이다. 요양보호사를 고용해 방문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규모 방문요양센터를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시킨 케이스다.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의 케어링 사무실에서 만난 김태성 대표는 “방문요양으로 출발해 지금은 어르신들이 직접 센터를 찾아와 서비스도 받을 수 있는 ‘통합재가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며 “요양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무채색 이미지에서 벗어나 피부와 네일 관리도 받을 수 있는 ‘케어링 커뮤니티케어'(이하 커뮤니티케어)라는 공간을 조성하려고 한다”고 했다. -커뮤니티케어가 구체적으로 뭔가요? “지역별로 있는 주간보호센터와 비슷합니다.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은 크게 요양보호사를 수요자에게 보내주는 ‘방문요양센터’, 기존 거동이 가능한 어르신들을 맞이하는 ‘주간보호센터’로 나뉩니다. 커뮤니티케어는 이 두 가지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겁니다. 대부분 지역의 센터들은 영세하기 때문에 각 분야 전문가를 꾸릴 여력이 없어요. 주간 보호만 해도 인력이 늘 부족하거든요. 케어링 커뮤니티케어는 기존의 주간보호센터들보다 대규모로 운영하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를 도전할 수 있습니다.” -요양서비스의 규모화로 얻는 장점이 또 있을까요.“기존의 주간보호센터를 연결해서 서비스 질을 상향평준화할 수 있습니다. 지역 곳곳을 살펴보면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센터는 많아요. 예를 들어 광주의 한 센터에서는 요양보호사들이 어르신들 피부 마사지랑 네일을 해드렸는데, 어르신들 반응이 무척 좋으셨어요. 굉장히 좋은 프로그램이지만 다른 지역으로 확장하긴 어렵잖아요. 요양서비스를 규모화하면 우수 케이스를 전국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의료 서비스도 필요할텐데요.  “커뮤니티케어는 지금까지 전국 10곳에 설치됐는데, 모두 인근 병원과 제휴를 맺어 어르신들의 건강 관리까지 맡고 있어요. 양질의 주간보호를

해양쓰레기 분포를 확인하기 위해 드론을 하늘에 띄워 촬영한 모습. /스카이나이츠 임세한
드론 띄우고 수중 촬영까지… 시민의 힘으로 ‘육해공’ 쓰레기 데이터 모은다

“뭘 그렇게 열심히 찾아요?” 서울 전역에 폭염 경보가 내려진 지난달 28일. 뜨거운 햇빛 아래서 하수구를 향해 연신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는 기자를 보고 한 시민이 말을 걸어왔다. 담배꽁초 개수를 세고 있다고 답하니 재차 질문이 날아왔다. “왜요?” 이날 기자는 해양쓰레기 데이터를 수집하는 시민과학 프로그램 ‘바다기사단’ 활동에 동행했다. 바다기사단은 비영리단체인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이하 ‘오션’)이 운영하는 시민참여형 프로그램으로 해양쓰레기 빅데이터를 구축하기 위해 마련됐다. 데이터 수집 범위는 공중, 수중, 해안, 도심 등 육해공을 아우른다. 도심에서 진행되는 데이터 수집은 하수구 주변에서 이뤄진다. 이날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역 인근에서 시작한 모니터링 활동으로 30분 만에 8개 구간에서 총 146개의 쓰레기 데이터를 모을 수 있었다. 전체의 약 66%는 담배꽁초였다. 홍선욱 오션 대표는 “하수구는 도시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관문이라 여기부터 점검하는 게 해양쓰레기를 줄이는 길”이라며 “시민들이 굳이 해안으로 장비를 갖춰 나가지 않아도 일상에서 데이터 수집에 동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의 힘으로 해양쓰레기 데이터 수집 최근 2주년을 맞은 바다기사단은 모니터링 공간에 따라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된다. ▲드론 카메라로 해양쓰레기 분포를 확인하는 ‘스카이나이츠’ ▲수중카메라로 수중 해양쓰레기 정보를 수집하는 ‘아쿠아나이츠’ ▲스마트폰으로 해안쓰레기를 촬영하는 ‘테라나이츠’ ▲도심의 쓰레기 정보를 수집하는 ‘어반나이츠’다. 각각의 목적은 조금씩 다르다. 스카이나이츠와 테라나이츠는 해양쓰레기의 양과 종류, 분포를 파악하는 게 핵심이다. 아쿠아나이츠는 바닷속 해양쓰레기로 인한 피해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진행된다. 어반나이츠의 경우 바닷가가 아닌 도심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로 배수구 주변 쓰레기의 실태와 원인을 찾아

정한석 예스어스 대표. /예스어스
‘못난이 농산물’로 지구를 살린다

[인터뷰] 정한석 예스어스(YES US) 대표 ‘못난이 농산물’은 농산물 표준규격에서 벗어난 등급 외 농산물을 가리킨다. 맛과 영양은 일반 농산물과 다르지 않지만 ‘못생겼다’는 이유로 팔리지 못한다. 모양, 색깔, 크기 등이 규격에 맞지 않아 버려지는 농산물은 국내 전체 생산량의 10~30% 정도다. 최대 5조원 규모의 농산물이 매년 도로 땅에 묻힌다. 멀쩡한 농산물이 그냥 버려지는 것도 아깝지만 버려진 농산물이 땅속에서 썩으면서 토양을 오염시키고 메탄 등 온실가스를 내뿜는다는 점도 문제다. 먹지 않는 채소와 과일을 생산하기 위해 토지·물·노동력이 낭비되고, 버려진 농산물이 환경을 오염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예스어스’는 못난이 농산물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쇼핑몰이다. 판로가 막힌 농산물은 대개 버려지거나, 모양을 따지지 않는 잼·주스 등의 가공공장으로 팔려간다. 예스어스는 농산물을 가공공장보다 20% 비싸게 구매한 뒤, 시세보다 20% 이상 저렴하게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방식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윈-윈’하는 구조를 만든다. 지난달 26일 정한석 예스어스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최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못난이 농산물을 판매하는 쇼핑몰이나 마트가 늘고 있습니다. 예스어스는 어떤 차별성이 있나요. “예스어스는 친환경 못난이 농산물뿐 아니라 ‘판로 잃은 농산물’도 판매합니다. 상품성이 떨어져 밭을 갈아엎어야 할 위기에 놓인 작물들을 농가로부터 공급받아 판매하고 있어요. 이때 농가의 수익을 일정 수준 보장해줍니다. 판매 수익이 수확에 들어가는 인건비보다 낮을 때 밭을 갈아엎는 일이 벌어지거든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기술이 어디에 적용되는지 궁금합니다. “MBTI(엠비티아이)에서 이름을 따온 ‘먹비티아이’ 테스트라는 게 있는데 여기에 인공지능 기술이 쓰입니다. 소비자의

사회적기업 앨리롤하우스의 박희진 대표는 대구에서 500명이 넘는 학교밖청소년을 대상으로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김지효 청년기자
사회적기업 앨리롤하우스, ‘학교밖청소년’과 꿈을 굽다

[인터뷰] 박희진 앨리롤하우스 대표 “여기가 종착지라고 생각 안 해요.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청소년들에게 제과제빵 기술을 가르치고, 더 큰 세상으로 나갈 수 있게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생각이 성장의 원동력이기도 해요.” 지난달 13일, 대구 남구 행복플랫폼 1층 회의실에서 사회적기업 앨리롤하우스의 박희진(40) 대표가 말했다. 행복플랫폼은 지역의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민간단체와 연계 운영되는 공간으로 지역 커뮤니티 역할을 한다. 앨리롤하우스는 2021년 이곳에 입주했다. 앨리롤하우스는 고객맞춤형 케이크를 만드는 기업이다. 국내 최초로 레터링 케이크를 선보인 곳이기도 하다. 케이크를 구운 다음 그 위에 데코레이션 작업을 하는 타 업체와 달리 빵을 반죽하는 과정에서 그림과 사진을 삽입한다. 하루 200개가량의 맞춤제작 케이크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또 하나 특별한 점은 학교 밖 청소년과 위기청소년을 대상으로 베이킹 클래스와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엘리롤하우스를 거쳐 간 청소년은 500명이 넘는다. -학교 밖 청소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케이크를 만드는데 일손이 너무 부족해서 동생한테 도와달라고 요청했어요. 제 동생이 학교 밖 청소년이었거든요. ‘왜 철이 안 들까’하는 생각만 했었는데, 막상 일을 시켜보니까 곧잘 하는 거예요. 제과제빵 자격증은 없었지만, 일의 흐름을 파악하는 능력이 있더라고요. 그때 제 동생에 대해서 다시 보게 됐어요. 학교에 적응을 못 했을 뿐이라고. 어떤 사정으로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 했을까, 그때부터 관심이 생겼어요.” -사업을 하면서 청소년들을 챙기는 게 쉽진 않을 텐데요. “저희는 비수기와 성수기가 분명하게 나뉩니다. 그래서 비수기 때 제과제빵 기술을 청소년들에게

한상기 박사는 아프리카 각국에서 온 700여명의 농업인들을 훈련시켰다. 한 박사가 들고 있는 건 700여명의 이름과 소속 등 정보가 담긴 카드집. /김정호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아프리카 식량난 해결에 일생 바친 90세 과학자… “과거로 돌아가도 같은 선택”

[인터뷰] 한상기 식물유전육종학 박사 국내 1세대 식물유전유종학자아프리카 주식 ‘카사바’ 개량 식량난·기근 해결 노력에‘농민의 왕’ 칭호까지 얻어 은퇴한 아흔 살 과학자의 집에 들어서자 오래된 책 냄새가 났다. 화장실을 제외한 모든 방에는 서류철과 도서가 빽빽하게 쌓여있었다. 거실 중앙 소파와 책상에는 수십년은 된 듯한 문서와 여권이 놓여 있었다. 지팡이를 짚으며 마중 나온 한상기(90) 박사는 “오랜만에 손님이 왔다”며 웃었다. 한 박사는 국내 식물유전육종학자 1세대다. 서울대 농학과를 졸업하고 조교수로 있던 1971년 농과대학 교수직과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연구소 초빙 제안을 뿌리치고 돌연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 있는 국제열대농학연구소(IITA)로 향했다. 아프리카 전역이 기근에 허덕인다는 소식을 듣고 ‘식량난을 해결해야겠다’는 사명감을 느꼈다고 한다. 당시 나이 38세였다. 그는 23년간 아프리카에 머물며 IITA에서 아프리카인의 주식인 카사바·얌·고구마 등 구근작물과 식용바나나 등을 개량했다. 그가 개량한 카사바는 아프리카 41국에 보급됐고, 고구마 품종은 66국, 얌은 21국, 바나나는 8국에서 재배되고 있다. 특히 카사바 신품종은 지난 50년간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에 대한 저항성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출간된 자서전 ‘작물보다 귀한 유산이 어디 있겠는가’에는 아프리카 식량난 해결을 위해 일생을 바친 우여곡절이 담겼다. 한 박사는 나이지리아 이키레읍의 왕으로부터 ‘세리키 아그베’(농민의 왕)라는 칭호와 함께 추장으로 추대됐다. 1982년에는 영국 기네스 과학공로상과 대한민국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영국 왕실은 그를 생물학술원 명예회원으로 모셨고,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고문으로 임명했다. 작년에는 농촌진흥청에서 주관하는 ‘제2회 농업기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도 했다. 국내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그의 성과가 실렸다. 지난 10일 경기 수원에 있는 자택에서

국내 첫 블록체인 기반 기부 플랫폼을 설립한 이수정 체리 대표는 "기부 투명성의 부담을 블록체인 기술로 상당 부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신호철 청년기자
기부자 56%가 MZ세대… 기부에 블록체인을 접목하다

[인터뷰] 이수정 체리 대표 “영국 자선지원재단(CAF)이 발표하는 ‘세계기부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민국은 119개국 중 88위에 자리했습니다. 2011년 한국은 57위에 있었는데, 약 10년 만에 31계단 떨어진 셈이죠. 동정심만으로는 민간 기부를 활성화할 수 없습니다. 기부자를 움직일 수 있는 뭔가가 필요하죠. 이에 기부자가 즐겁게 기부할 수 있는 플랫폼 ‘체리’를 만들었습니다.” 국내 최초의 블록체인 기부 플랫폼 ‘체리’를 설립한 이수정(59) 대표를 지난달 14일 만났다. 체리는 핀테크·블록체인 분야 IT전문기술기업인 ‘이포넷’으로부터 지난 1월 분사했다. ‘마이크로트래킹’이라는 기능을 통해 기부금 사용을 추적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마치 택배 발송 조회처럼 기부금이 언제 기부단체와 수혜자에게 전달됐는지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기능은 지난해 국제표준화기구(ISO)에 등재되기도 했다. 체리는 굿네이버스·사회복지공동모금회·유니세프한국위원회 등 362개 단체와 1700여건 이상의 기부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누적 후원 횟수는 약 20만건. 하루 평균 7890명이 체리를 이용한다. 지난 2019년 첫발을 뗀 지 햇수로 5년 만에 누적 기부금액 94억원을 달성하며 100억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왜 블록체인이었나. “대부분의 기부단체는 기부금 사용 내용 등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그런데 그 중 하나가 기부금을 부정하게 사용한 것이 드러나면 모든 기부단체의 투명성이 오명을 쓰게 된다. 그걸 기술로 해결하고 싶었다. 보통 기부단체들은 투명성을 입증하기 위해 따로 비용을 들여야 한다. 그 부담을 블록체인이라는 기술로 덜어주고 싶었다.” -대중이 블록체인 기술 기반 기부를 생소하게 느끼지는 않았나. “블록체인 기부라는 걸 들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비트코인 아닌가요?”라고 오해하더라. 그래서 가볍고 즐거운 이미지로 시민의 일상에 다가가려

이은애 씨즈 이사장은 “정책 홍보를 활발히 한다고 고립·은둔 청년의 정책 이용이 많아지지는 않는다”며 “해결책의 범위를 넓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보민 청년기자(청세담14기)
‘두더지 땅굴’에서는 은둔청년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합니다

[인터뷰] 이은애 씨즈 이사장 “두더지는 땅속에서 혼자 살지 않아요. 다른 두더지들이 머무는 공간과 땅굴로 연결돼 있죠. 집에서 은둔하는 청년들을 보고 두더지가 떠올랐어요. 집에 웅크린 청년들이 사회와 조금씩 소통하면서 밖으로 나오게 돕고 싶었습니다.” 서울시의 지난 1월 발표에 따르면 만19~30세 고립·은둔(이하 고립 청년) 청년은 전국에 61만명으로 추정된다. 사단법인 씨즈는 이들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 ‘두더지 땅굴’을 운영한다. 고립 청년들이 다른 청년들과 건강하게 교류하는 연습을 하는 공간이다. ‘땅속에서 생활하는 두더지의 모습이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땅굴에서 두더지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온라인에서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마친 청년들을 위한 곳도 있다. 오프라인 모임공간 ‘두더집’이다. ‘점심밥 모임’, ‘동아리’ 등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두더집은 지난 5월까지 1000명 정도가 이용했다. 지난달 12일 서울 은평구에 있는 두더집을 찾았다. 이날도 2명의 청년이 거실에서 서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세련된 사무실이 아닌 마당이 딸린 다세대 주택인 이곳에서 청년들은 “외가 같은 편안함을 느낀다”고 했다. 두더집의 외할머니라는 이은애(57) 씨즈 이사장이 취재진을 맞았다. 집에서 닿을 수 있는 소통 창구 ‘온라인’ 씨즈는 청년세대 사회혁신가 육성을 목표로 2010년 설립됐다. 그러나 팬데믹 상황에서 청년들이 겪는 경제적 불안 등을 목격하며 그간의 사회혁신 전략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2021년부터는 서울시 청년허브를 위탁 운영하며 467명의 청년을 상담했다. 그러다 사회에서 완전히 소외된 채로 살아가는 고립 청년들을 발견했다. 이후 고립·은둔 문제에 집중하는 다른 단체들과의 회의를 통해 지난해 8월 고립 청년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이원숙(56)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만났다. 이 지휘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음악과 예술로 하나가 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어진 청년기자(청세담14기)
“음악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하나되는 세상 만듭니다”

[인터뷰] 이원숙 뷰티플마인드 지휘자 “자, 박자를 맞추면서! 하나, 둘, 셋….”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만난 이원숙(56) 뷰티플마인드 지휘자가 지휘봉을 휘둘렀다. 현악기(바이올린·비올러·첼로)와 관악기(플루트·오보에·트럼펫), 클래식 기타 소리가 조화로운 화음을 이뤘다. 오는 9월 ‘뷰티플마인드와 함께하는 가을 음악회’를 앞둔 터라 연습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뷰티플마인드는 지난 2010년 외교부 산하 문화외교자선단체로 창단한 오케스트라다. 시각장애 학생 8명, 발달장애 학생 25명, 비장애 저소득층 학생 10명으로 구성됐다. 국내 최초 장애·비장애 통합 오케스트라로, 장애인과 취약계층 학생을 전문 연주자로 양성해 국내외 대사관, NGO와 함께 음악회를 개최한다. 지금까지 총 77개국 112개 지역에서 435회의 공연을 열었다. 현재 뷰티플마인드 소속 학생 43명, 교사 40명이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다. 이원숙 지휘자는 뷰티플마인드 창단 이래로 13년간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다. 그는 “10~30세, 천재부터 노력파까지 다양한 뮤지션들이 앙상블을 맞춰 나간다”며 “시작은 조촐했지만 지금은 졸업생만 150명이 넘는 대가족”이라고 말했다. 이어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의 핵심 가치는 장애인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바라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케스트라 창단 멤버에 합류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장애 학생들은 시혜의 대상이 아닌 주체적인 존재라는 인식이 퍼지길 바랐어요. 장애가 있다고 무대에 오르지 말란 법 없죠. 실제로 단원들은 자신이 배운 악기로 무대에서 연주를 마치고 박수받을 때 큰 자신감을 얻어요. 그래서 장애·비장애 구분 없이 잠재력이 있는 아동을 전문 음악인으로 양성하는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단원은 어떤 과정을 거쳐 선발하나요? “매년 두 차례 신입생을 모집해요. 7~8세 아동을 위주로 선발합니다. 어린 나이부터 배워야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