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와 구어의 공존, 무대 위에서 다양한 언어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정정윤 핸드스피크 대표 “연기나 춤에 재능 있는 농인들이 많지만 무대에 설 기회는 거의 없습니다. 초반에는 연습실을 구하기도 어려웠고, 무엇보다 이들의 재능을 발굴할 수 있는 창구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죠.” 농인 배우를 육성하고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사회적기업 ‘핸드스피크’의 정정윤 대표는 “농인과 청인이 동등하게 무대에 서려면 기획, 제작단계부터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수어(手語)가 제 1언어인 사람을 농인, 한국어가 제 1언어인 사람을 청인이라고 부른다. 핸드스피크는 2018년 설립 당시 농인 아티스트 3명으로 출발해 지금은 20명 넘는 단체로 성장했다. 농인 아티스트가 선보이는 연극, 뮤지컬, 수어랩·노래 등의 콘텐츠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즐길 수 있다. 2020년 무대에 오른 연극 ‘사라지는 사람들’은 농인 배우와 청인 배우의 대사가 공존하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브라이언임팩트에서 사회혁신 조직을 지원하는 ‘임팩트그라운드 2기’에 선발돼 3억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이들은 이번 지원으로 농인 예술가 50명을 육성하고 창작품 10개를 무대에 올리면서 농문화 맞춤형의 농예술 제작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지난달 7일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 대표는 “우리 아티스트들을 흔히 ‘농인 예술가’라고 부르지만 장애 구분 없이 그냥 예술가로 바라볼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핸드스피크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15년 전이다. 공연기획사에서 일할 때 춤을 사랑하는 농인 청소년 3명을 만났고, 이들의 담당자가 됐다. 정말 재능 있는 친구들인데 연습과 노력의 결과와는 다르게 무대에 설 기회가 없다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아티스트 김지연,

지난달 28일 경기 김포 고촌읍 그린 본사에서 만난 권기표 대표는 “중소규모 농가에 스마트팜을 제공해 농업 생산성과 효율성을 증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신호철 청년기자
스마트팜 설치하고, 농산품 판로 개척해 중소농가 돕는다

[인터뷰] 권기표 그린 대표 “최근 기후위기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스마트팜’(Smart farm)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스마트팜은 토양의 온도와 습도, 일조량 등 농산물 생산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을 도입해 척박한 외부 환경에도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중소농가에는 농업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지난달 28일 경기 김포 고촌읍 그린(griin) 본사에서 권기표(36) 대표를 만났다. 2016년 설립된 농업회사법인 그린은 수직재배시설과 양액재배시설을 개발해 중소규모 농가에 스마트팜을 제공하고 수확한 농산물의 판로 개척을 지원하는 스타트업이다. 지난 6월 그린은 프리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누적 투자액은 35억원을 달성했다. 엠와이소셜컴퍼니(MYSC)·코맥스벤처러스·하이트진로·더인벤셥랩 등이 그린에 투자했다. 권 대표는 “귀농·귀촌 인구가 늘면서 정부와 지자체는 다양한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영농 정착에 실패해 1~2년 만에 이탈하는 경우가 아직도 매우 많다”며 “복잡한 영농 정책에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 중소농가들에 최첨단 시설을 공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왜 중소규모 농가에 초점을 맞췄나? “그린을 처음 창업했을 때는 청년 농민으로서 의욕이 크게 앞섰다. 사업을 운영하면서 의욕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발생했고,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래서 중소규모 농가와 청년 농민들이 인력과 자본 확보 등에서 제도적·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에 그린을 통해 농가들의 자본·토지 규모에 맞춰 스마트팜을 설치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지원하고, 생육 기술과 정부 영농정착 제도 등에 관련한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그린의 스마트팜은 무엇이 특별한가?  “7건의 국내 특허를 받은 ‘타워형 수직재배시설’이 그린의 대표적인

지난 29일 성남시 중원구에서 조형범 모두의미용 대표를 만났다. /성남=서동훈 청년기자
“장애인도 편하게 누리는 ‘모두를 위한 미용실’을 만듭니다”

[인터뷰] 조형범 모두의미용 대표 “장애인을 위한 미용 서비스는 굉장히 적어요. 복지관이나 지자체에서 장애인 친화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원할 때 바로 자를 수 없고, 지역민을 대상으로 해서 해당 지역이 아닌 장애인은 이용할 수가 없어요. 장애인도 똑같이 머리를 예쁘게 꾸미고 싶은 건 같은데 환경이 그렇지 못한 거죠.” 조형범(40) 모두의미용 대표는 올해 1월 장애인 친화 미용실인 ‘모두의 미용실’을 열었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배리어프리 인테리어를 도입했고 저소음 미용기구를 사용한다. 지난 29일 경기 성남 중원구 모두의 미용실에서 만난 조형범 대표는 “장애인이 조건 없이 편안한 미용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놀이터 같은 미용실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장애인 친화 미용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장애인이 일반 미용실을 찾아가기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임대료 등 현실적인 문제로 일 층이 아닌 곳에 미용실이 많기도 하고, 설령 있더라도 문턱이 있어 휠체어 장애인의 이용이 어렵다. 또 의자가 움직이지 않거나 샴푸 시설로 가는 통로에 계단이 있는 등 시설 문제가 있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많은 사람이 있는 곳이나 시끄러운 소리 등 낯선 환경에서 이발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미용하기가 어렵다. 미용에 대한 욕구는 있는데 환경이 부족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애인 친화 미용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 -그동안 장애인을 위한 미용실이 없었는지? “민간에서 장애인 친화 미용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최초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장애인 친화 미용실이 있지만, 지역 장애인만 이용할 수 있고 짧게 단기간만 운영하거나 수요가

이현호 그루북 대표는 “청년들이 만든 문화예술 콘텐츠로 북구를 활성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송수경 청년기자
“꿈과 현실의 갈림길에 선 청년 예술가를 돕습니다”

[인터뷰] 이현호 그루북 협동조합 대표   “예술가로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요. 이 시기를 버티려면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해야 하죠. 쉽지 않은 문제예요. 그루북은 청년 예술가들이 맘껏 예술 활동을 하면서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지난달 16일 부산 북구 청년아트스테이션에서 만난 이현호(39) 그루북협동조합 대표는 “수많은 청년 예술가들이 적은 수익과 작업 환경 탓에 꿈을 포기하고 현실과 타협한다”라며 “부산 지역만이라도 청년들이 즐겁게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루북은 부산 북구의 청년 예술가가 꿈에 다가갈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지원한다. 전시회를 개최해 예술 활동을 경력으로 증명할 수 있도록 하고, 예술 분야 창업에도 도전할 수 있게 한다. 같은 고민을 가진 지역의 청년 예술가들이 교류할 기회를 마련해 예술 활동을 오래 지속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그루북을 설립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부산 해운대에서 30년 넘게 살다가 결혼하고서 북구에 정착했어요. 북구에 산 지 6년 정도 됐죠. 처음엔 로컬 콘텐츠 커뮤니티 디자인 회사를 운영했습니다. 주민, 북구청과 협업해 북구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했어요. 자연스럽게 지역 예술가들과 협업할 기회도 많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북구에서 청년 예술가가 겪는 어려움을 알게 됐어요. 이들을 돕고, 지속적으로 연대하기 위해 그루북을 만들었어요. 지난 2021년 임의단체로 출발한 그루북은 2022년 협동조합으로 도약하면서 미술 음악 무용 디자인 4개로 파트를 나눠 지원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떤 어려움인가요? “북구는 부산에서 인구가 네 번째로 많은 구지만 잠만 자는 지역으로 여겨져요. 베드타운이죠.

13일 서울에서 이민혁(서울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끌림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대표는 “단기적인 생활 개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동기부여와 자부심을 교류할 수 있는 끌림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이혜림 청년기자
“폐지 리어카로 광고하세요… 어르신 자립에 쓰입니다”

[인터뷰] 이민혁 끌림 대표 하루 8시간, 거리의 폐지와 고물을 수거하는 사람들이 있다. 리어카에 가득 실은 폐지의 무게는 평균 150kg. 그렇게 폐지를 팔아 손에 쥐는 돈은 하루 평균 2만~3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 고된 일은 대부분 60세를 훌쩍 넘은 노인들이 맡고 있다. 소셜벤처 ‘끌림’은 폐지 수거 노인의 안전과 수익을 동시에 높이는 기업이다. 리어카 공차 무게를 절반으로 줄여 안전 사고를 예방하고, 리어카에 광고판을 부착해 수익을 돌려준다. 지난 2016년 대학 동아리로 출발해 소셜벤처로 전환한 이후 7년간 광고비 5억8000만원을 유치했다. 폐지 1만4980t을 모아야 얻을 수 있는 금액이다. 이민혁 대표는 “숫자로 계산되는 물질적인 효과만큼이나 어르신들의 정서적 건강까지 챙기는 무형의 가치를 창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무형의 가치라면 어떤 걸 뜻하나요? “리어카로 폐지를 수집하시는 어르신을 ‘끌리머’라고 부르는데요. 한 끌리머 어르신께서는 이런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어요. ‘리어카 끌면서 말상대가 많지 않았는데, 끌림 광고하면서부터 사람들이 나한테 광고에 대해 물어봐. 그럴 때 나도 이 사회를 살아가고 있구나, 소속감을 느껴. 끌림을 하면서 내 인생이 바뀌었어.’라고요. 광고 수익도 중요하지만, 끌리머들이 스스로 일에 대해서 자부심을 갖도록 하는 게 가장 큰 가치예요. 리어카를 끄는 것이 아니라 광고의 주체가 되는 것이니까요.” -끌림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대학에서 인액터스(Enactus)라는 동아리로 출발했습니다. 재활용 산업 전반에 대해 고민을 하던 중 고물상에 관심이 갔어요. 직접 가보고 인터뷰도 진행하다보니 폐지 수거 어르신들의 처우 개선이 시급해보였어요. 유통 구조를 단순화하고 어르신들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다가

자립준비청년 대상으로 금융 교육을 제공하는 사회적기업 위코노미의 이영웅(오른쪽) 대표와 장재덕 실장. /이정민 청년기자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금융 교육 이야기

[인터뷰] 위코노미 이영웅 대표, 장재덕 실장 사회적기업 ‘위코노미’는 미래 세대를 위한 금융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제 막 자산 관리를 시작한 청년과 자립을 준비하는 보호시설 청소년이 주요 대상이다. 특히 만18세가 넘어 보호시설을 나와 자립해야 하는 자립준비청년에게는 홀로서기를 시작할 때 자립정착금이 지급된다.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보통 800만~1000만원 수준이다. 다만 금융지식이 부족해 일찍 목돈을 탕진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일부 지자체에서는 분할 지원하기도 한다. 지난달 18일 서울 구로구의 위코노미 사무실에서 만난 이영웅 대표와 장재덕 실장은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금융 교육은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왜 금융 교육인가요. 이영웅=미래 세대의 성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요소 중 하나가 금융 교육입니다. 특히 자립준비청년들은 사회 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필수적인 금융 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요. 이를 테면 통장을 만들고, 적금이나 보험에 가입하고, 부동산 계약을 하는 방법에 대한 접근성이 많이 떨어지거든요. 깜빡하는 사이에 금전적인 손해를 보기도 하고, 시간도 낭비되는 사례가 많아요. -교육 인원은 얼마나 되나요. 장재덕=사례를 들어볼게요. ‘서울 영테크’ 사업으로 청년 1만명에게 1대1 재무상담, 5000명 정도 인원에게 금융 교육 실시 중입니다. 만 39세 미만 서울 거주 청년에게 2~3회 재무상담을 무료로 진행하기도 합니다. 자립준비청년에게는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용팁 위주로 알려줍니다. 대표적으로 부동산 전월세 임대차 계약서 작성 요령을 체크리스트로 만들어서 보급하고 있어요. 미래 세대들이 의도치 않게 손해보지 않도록 금융지식을 전하는 게 목표입니다. -자립준비청년에 관심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영웅=원래

고령사회, AI·VR 기술로 치매를 진단한다

[인터뷰] 이현준 세븐포인트원 대표 2022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약 902만명이다. 전체 인구의 17.5%에 해당하는 숫자다. 2025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인성 질환 중 하나인 치매 환자 수도 늘고 있다. 2020년 65세 이상 치매 환자 수는 약 84만명. 2024년에는 100만명, 2050년에는 3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성북구에 위치한 세븐포인트원은 디지털 기술로 치매를 진단하고 대응하는 기업이다. 가상현실(VR) 기기를 통해 어르신들의 추억 속의 풍경을 보여주면서 행복감을 증진하는 회상요법 ‘센텐츠(SENTENTS)’와 AI를 이용해 1분 만에 치매를 진단하는 ‘알츠윈(AlzWIN)’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시키고 있다. 지난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로 열린 ‘제36회 정보문화의 달’ 기념식에서는 AI 기술을 토대로 디지털 포용 사회 구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지난달 20일 이현준 세븐포인트원 대표를 만났다. ―치매라는 이슈에 관심을 갖고 회사까지 설립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처음부터 치매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원래는 VR 기술로 콘텐츠를 제작해보고 싶었죠. 우연히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됐는데 한 어르신이 스무살 이후로 고향에 한번도 내려가지 못했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가지고 있던 VR 기기로 고향의 모습을 보여드렸습니다. 굉장히 조잡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좋아하셨죠. 이후에 그 어르신이 옛날에 살던 동네나 아드님에 관한 이야기를 하시며 활력을 되찾으셨다는 소식을 듣게 됐어요. 가슴이 뭉클했죠. 그게 이 일을 시작한 계기가 됐어요.” ―VR 고글을 쓴 어르신들의 모습, 상상이

로리 무크 애리조나주립대학교(ASU) 공공서비스대학 지역사회개발학부 부교수 겸 ‘비영리 및 필란트로피를 위한 로드스타 센터(Lodestar Center for Philanthropy and Nonprofit)’ 연구원. /본인 제공
“비영리 조직에는 ‘사회적 회계’가 필요하다”

[인터뷰] 로리 무크 애리조나주립대 지역사회개발학부 부교수 자원봉사활동을 경제적, 화폐적 가치로 환산하는 것에 대한 논란은 오랜 시간 이어졌다. 환산 가능 여부를 떠나 선의가 바탕인 봉사활동을 ‘돈’으로 계산할 수 있느냐는 인식 때문이었다. 다만 최근에는 기업뿐 아니라 비영리단체, 협동조합의 임팩트를 정량화하는 시도가 늘면서 자원봉사의 경제적 가치를 측정하는 것에도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로리 무크 애리조나주립대학교(ASU) 공공서비스대학 지역사회개발학부 부교수는 지난달 17일 ‘위대한 도전, 사회적 회계’ 개정판을 발간하고, 자원봉사자들의 무급노동을 화폐로 환산해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사회적 회계’를 제시했다. 사회적 회계는 지난 2002년 발간된 초판에서도 등장한 개념으로, 사회적경제조직의 봉사활동, 사회적 사명 수행과 관련한 파급 효과를 회계보고서에 포함하는 것을 말한다. 사회적 회계는 20년 전부터 미국과 캐나다의 여러 사회적경제조직에 도입됐고, 그 사이 책의 공동 저자인 잭 쿼터 토론토대 온타리오 교육연구소 교수, 베티 제인 리치먼드 캐나다 요크대 교육대학 교수는 세상을 떠났다. 현재 무크 교수는 ‘비영리 및 필란트로피를 위한 로드스타 센터(Lodestar Center for Philanthropy and Nonprofit)’ 연구원으로 사회적 회계에 대한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이번 개정판 발간을 맞아 지난 20일 무크 교수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무크 교수와의 일문일답. -한국에는 ‘사회적 회계’가 익숙치 않다. 구체적으로 정의해달라. “사회적 회계란 한 조직이 이해관계자와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즉 재무적 성과와 함께 사회·환경적 성과를 고려한다는 개념으로, 기존의 회계 모델에서 더 확장된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여기에는 사회적경제조직 구성원들의 참여도 포함된다.” -사회적 회계를 비영리 조직에 적용하면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소셜캠퍼스온 2센터에서 만난 한혜련 이웃하다 대표는 "아직까지 보호자의 돌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사회시스템이 없다"며 "이웃하다는 이웃의 돌봄·돌행으로 보호자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장희원 쳥년기자
“병원동행, 가족 아닌 이웃도 괜찮아요”

[인터뷰] 한혜련 이웃하다 대표 “노인분들은 대부분 거동이 불편해서 혼자 병원에 방문하는 게 어려워요. 휠체어를 타시는 등 완전히 거동이 불가능한 경우엔 가정 방문이나 시설 입소라는 지원 제도 등을 이용할 수 있지만, 단순히 거동이 불편한 경우엔 이런 지원을 받지 못하죠. ‘이웃하다’는 이런 분들을 돕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스타트업 ‘이웃하다’는 외부 활동에 동행이 필요한 노인에게 이웃을 연결하는 돌봄·동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병원에 가는 것부터 주민센터에 가서 행정 업무를 보거나 관광·쇼핑까지 다양한 영역을 포괄한다. 처음 서비스를 도입한 2021년부터 현재까지 누적 이용자 수는 1700명에 달한다.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소셜캠퍼스온 2센터에서 만난 한혜련 이웃하다 대표는 “돌봄서비스로 이웃과 이웃이 묶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병원 동행인 서비스’와 무엇이 다른가? “서울, 인천 등 지자체에서 병원 동행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지자체 내에 거주해야 하고,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등 유사 서비스를 받고 있으면 안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조건을 찾다가 지쳐버리는 경우도 많다. 이웃하다는 첫 인증 후 자유롭게 매칭할 수 있기 때문에, 조건 등에서 자유로운 장점이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돌봄이나 동행이 필요한 사람들이 가까이 사는 이웃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병원 동행이 필요하지만, 동행인을 구하기 어려운 노인에게 지역을 기반으로 해 동행을 할 수 있는 이웃을 매칭해주는 방식이다. 실제 이용 사례 중에 평소 혼자 병원에 갈 경우 두 시간이 걸렸는데, 서비스를 이용하고 소요시간을 절반이나 줄일 수

차홍선 코너스톤티엔엠 대표는 “필리핀과 한국, 농촌과 도시를 연결해 서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기업의 미션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원진 청년기자
덜 익은 ‘그린바나나’로 필리핀 마을을 바꾸다

[인터뷰] 차홍선 코너스톤티엔엠 대표 착한 기업, 착한 소비, 착한 탄수화물. ‘착한’이라는 형용사가 유행이다. 문제에 대한 솔루션 제공하는 대상을 지칭할 때 주로 쓰인다. 예컨대 착한 소비는 상품을 만드는 생산자의 삶까지 생각하는 소비를, 착한 탄수화물은 천천히 소화되고 흡수돼 건강에 이로운 식품을 뜻한다. 소셜벤처 코너스톤티엔엠의 대체식품 브랜드인 ‘바나나아일랜드’는 착한 소비와 착한 탄수화물 섭취 두 가지를 가능하게 하는 상품을 만들었다. 바로 ‘그린바나나가루’다. 한국과 필리핀 각 국가의 사회문제도 동시에 해결한다. 바나나아일랜드를 만든 차홍선(33) 코너스톤티엔엠 대표는 필리핀에서 활동하는 국제개발협력가였다. 차 대표는 불안정한 농산물 거래가격으로 어려움을 겪는 필리핀 소농들에게 안정적인 삶을 보장하기 위해 바나나에 부가가치를 더한 그린바나나가루 생산을 시작했다. 원료 수급부터 유통, 생산까지 전 과정을 필리핀 농촌지역의 소농, 바나나협동조합과 함께 진행한다. 이렇게 생산한 그린바나나가루는 글루텐프리(Gluten-free) 식품으로 한국에서 판매된다. 당뇨나 다이어트 등으로 밀가루 대체식품을 찾는 사람들이 선호한다. 지난달 20일 서울 영등포구 소셜캠퍼스온 당산에서 차홍선 코너스톤티엔엠 대표를 만났다. -국제개발 분야에서 활동하다가 식품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있었던 필리핀 마운틴프로빈스 주의 파라셀리 지역 주민은 대부분 바나나를 키우는 소농이었어요. 문제는 도로 등 인프라가 부족하다 보니, 차량을 가진 유통업자에게 판매를 의존한다는 거였어요. 유통업자가 부르는 값에 바나나를 팔고 있었죠. 그래서 가격이 천차만별이었어요. 1kg에 14페소(약 328원)를 받다가 얼마 후에는 7페소(약 164원)에 팔더라고요. 농산물 가격이 일정하지 않으니까 월수입도 예측하기 어렵고, 소농의 삶도 불안정했어요. 가격 문제를 해결해서 소농들에게 안정적인 삶을 보장해줄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다가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만난 김정오 ‘문화를 만드는 곳 열터’ 대표는 “문화예술 부문에서 소외된 청년들이 지속적으로 예술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예진 청년기자
청년예술가를 무대로… ‘열터’에선 케이팝부터 전통음악까지 볼 수 있다

[인터뷰] 김정오 문화를만드는곳 열터 대표 지난달 29일 충남 태안 만리포 해수욕장은 찜통더위를 피하기 위해 바다를 찾은 피서객들로 붐볐다. 오후가 되자 빽빽한 피서객들 사이로 작은 공연장이 설치됐다. 무대에서는 해변을 배경으로 국악, 클래식, 대중음악 등 각양각색의 예술 공연이 펼쳐졌다. 준비된 좌석 100석은 순식간에 채워졌고, 지나가던 행인들도 멈춰 서 공연을 감상했다. 무대 위 청년 예술가들은 능숙하게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했고, 관객들은 이에 화답했다. 하나의 공연이 끝날 때마다 기립 박수와 앙코르가 끊이지 않았다. 몇몇 관객은 흥을 가라앉히지 못해 자리에서 춤을 추기도 했다.  이날 공연은 ‘평화를 만드는 청춘마이크 길굿’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다. 청춘마이크는 열정과 재능이 넘치는 청년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청년 예술가의 문화적 역량을 키우고 지역 주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는 게 목적이다. 청춘마이크는 ‘문화를만드는곳 열터’(이하 ‘열터’)가 주관한다. 열터는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펼치는 사회적기업으로, 2005년 화성시를 기반으로 설립됐다. 열터는 청춘마이크 외에도 ▲동네 카페·도서관·미술관 등 화성시 내 다양한 공간에서 3일간 문화예술 공연을 하는 ‘생생우리음악축제’ ▲청년 아티스트들의 버스킹 공연을 들으면서 걷는 ‘매향리아트런’ ▲아동 참여형 전통공연 ‘놀이왕사자’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한다. 올해는 19팀의 청년 아티스트가 전국 각지에서 평화를 주제로 거리공연을 펼친다. 장애인, 북한이탈주민, 다문화가정 청년 등 사회취약계층이 열터에서 활동하는 주요 아티스트들이다. 지난달 20일 경기 화성 봉담 문화의집에서 19년째 열터를 운영해온 김정오 대표(48)를 만났다. -열터의 설립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생 때부터 공연을 해왔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제가 공연자로서 무대에 서고

20일 대전 동구 대전대학교 사무실에서 나상훈 코코베리 대표가 딸기의 기는줄기를 소개하고 있다. /대전=정고은 청년기자
농가의 골칫거리 농산부산물, 화장품 원료로 변신

[인터뷰] 나상훈 코코베리 대표 대전대학교의 한 사무실에는 풀냄새가 가득하다. 식물 줄기와 잎 등 과일이나 채소를 수확하고 남은 농산부산물에서 풍기는 냄새다. 농가에서 수거한 농산부산물은 세척과 건조 과정을 거쳐 기능성 화장품으로 재탄생한다. 농가의 골칫거리였던 농산부산물을 화장품으로 바꾸는 스타트업 코코베리 사무실 풍경이다. 국립축산과학원에 따르면 매년 1000만~1500만t의 농산물이 처리가 곤란해 불법으로 소각되거나 버려지고 있다. 지난달 21일 대전대학교 사무실에서 만난 나상훈(31) 코코베리 대표는 “농산부산물은 먹진 못하지만, 과일이나 채소와 비슷한 수준의 양분을 가지고 있다”며 “농산부산물을 활용해 화장품을 만들면 농가의 고민도 덜고 환경도 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코베리는 농산부산물의 업사이클링을 통해 농산부산물 처리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2017년 설립된 코코베리는 딸기 농사 중 버려지는 식물의 줄기에서 항산화 성분을 추출해 스킨 제품을 만들었다. 2021년엔 해당 스킨을 3차까지 모두 완판할 만큼 상품성도 확보했다. 현재 코코베리의 매출은 설립 초기보다 40배 성장했다. -농산부산물에 주목한 이유가 있나? “함께 창업을 준비하던 친구 부모님이 딸기 농사를 지었다. 딸기 농사를 짓다 보면 잎, 줄기 등 농산부산물이 많이 발생하는데, 폐기하는 일이 만만찮았다. 직접 농가로 가보니 열매양에 비해 잎, 줄기 등 농산부산물의 양이 두배 이상 차이 날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결국 폐기물로 버리게 되는데 비용도 무시하지 못한다고 하더라. 과일 껍질에도 영양분이 있는 것처럼 줄기나 잎에도 사람에게 이로운 성분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국내에선 농산부산물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농민들에게 농산부산물은 큰 골칫거리다. 농산부산물 자체는 자연스럽게 부패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