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소셜캠퍼스온 2센터에서 만난 한혜련 이웃하다 대표는 "아직까지 보호자의 돌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사회시스템이 없다"며 "이웃하다는 이웃의 돌봄·돌행으로 보호자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장희원 쳥년기자
“병원동행, 가족 아닌 이웃도 괜찮아요”

[인터뷰] 한혜련 이웃하다 대표 “노인분들은 대부분 거동이 불편해서 혼자 병원에 방문하는 게 어려워요. 휠체어를 타시는 등 완전히 거동이 불가능한 경우엔 가정 방문이나 시설 입소라는 지원 제도 등을 이용할 수 있지만, 단순히 거동이 불편한 경우엔 이런 지원을 받지 못하죠. ‘이웃하다’는 이런 분들을 돕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스타트업 ‘이웃하다’는 외부 활동에 동행이 필요한 노인에게 이웃을 연결하는 돌봄·동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병원에 가는 것부터 주민센터에 가서 행정 업무를 보거나 관광·쇼핑까지 다양한 영역을 포괄한다. 처음 서비스를 도입한 2021년부터 현재까지 누적 이용자 수는 1700명에 달한다.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소셜캠퍼스온 2센터에서 만난 한혜련 이웃하다 대표는 “돌봄서비스로 이웃과 이웃이 묶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병원 동행인 서비스’와 무엇이 다른가? “서울, 인천 등 지자체에서 병원 동행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지자체 내에 거주해야 하고,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등 유사 서비스를 받고 있으면 안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조건을 찾다가 지쳐버리는 경우도 많다. 이웃하다는 첫 인증 후 자유롭게 매칭할 수 있기 때문에, 조건 등에서 자유로운 장점이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돌봄이나 동행이 필요한 사람들이 가까이 사는 이웃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병원 동행이 필요하지만, 동행인을 구하기 어려운 노인에게 지역을 기반으로 해 동행을 할 수 있는 이웃을 매칭해주는 방식이다. 실제 이용 사례 중에 평소 혼자 병원에 갈 경우 두 시간이 걸렸는데, 서비스를 이용하고 소요시간을 절반이나 줄일 수

차홍선 코너스톤티엔엠 대표는 “필리핀과 한국, 농촌과 도시를 연결해 서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기업의 미션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원진 청년기자
덜 익은 ‘그린바나나’로 필리핀 마을을 바꾸다

[인터뷰] 차홍선 코너스톤티엔엠 대표 착한 기업, 착한 소비, 착한 탄수화물. ‘착한’이라는 형용사가 유행이다. 문제에 대한 솔루션 제공하는 대상을 지칭할 때 주로 쓰인다. 예컨대 착한 소비는 상품을 만드는 생산자의 삶까지 생각하는 소비를, 착한 탄수화물은 천천히 소화되고 흡수돼 건강에 이로운 식품을 뜻한다. 소셜벤처 코너스톤티엔엠의 대체식품 브랜드인 ‘바나나아일랜드’는 착한 소비와 착한 탄수화물 섭취 두 가지를 가능하게 하는 상품을 만들었다. 바로 ‘그린바나나가루’다. 한국과 필리핀 각 국가의 사회문제도 동시에 해결한다. 바나나아일랜드를 만든 차홍선(33) 코너스톤티엔엠 대표는 필리핀에서 활동하는 국제개발협력가였다. 차 대표는 불안정한 농산물 거래가격으로 어려움을 겪는 필리핀 소농들에게 안정적인 삶을 보장하기 위해 바나나에 부가가치를 더한 그린바나나가루 생산을 시작했다. 원료 수급부터 유통, 생산까지 전 과정을 필리핀 농촌지역의 소농, 바나나협동조합과 함께 진행한다. 이렇게 생산한 그린바나나가루는 글루텐프리(Gluten-free) 식품으로 한국에서 판매된다. 당뇨나 다이어트 등으로 밀가루 대체식품을 찾는 사람들이 선호한다. 지난달 20일 서울 영등포구 소셜캠퍼스온 당산에서 차홍선 코너스톤티엔엠 대표를 만났다. -국제개발 분야에서 활동하다가 식품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있었던 필리핀 마운틴프로빈스 주의 파라셀리 지역 주민은 대부분 바나나를 키우는 소농이었어요. 문제는 도로 등 인프라가 부족하다 보니, 차량을 가진 유통업자에게 판매를 의존한다는 거였어요. 유통업자가 부르는 값에 바나나를 팔고 있었죠. 그래서 가격이 천차만별이었어요. 1kg에 14페소(약 328원)를 받다가 얼마 후에는 7페소(약 164원)에 팔더라고요. 농산물 가격이 일정하지 않으니까 월수입도 예측하기 어렵고, 소농의 삶도 불안정했어요. 가격 문제를 해결해서 소농들에게 안정적인 삶을 보장해줄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다가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만난 김정오 ‘문화를 만드는 곳 열터’ 대표는 “문화예술 부문에서 소외된 청년들이 지속적으로 예술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예진 청년기자
청년예술가를 무대로… ‘열터’에선 케이팝부터 전통음악까지 볼 수 있다

[인터뷰] 김정오 문화를만드는곳 열터 대표 지난달 29일 충남 태안 만리포 해수욕장은 찜통더위를 피하기 위해 바다를 찾은 피서객들로 붐볐다. 오후가 되자 빽빽한 피서객들 사이로 작은 공연장이 설치됐다. 무대에서는 해변을 배경으로 국악, 클래식, 대중음악 등 각양각색의 예술 공연이 펼쳐졌다. 준비된 좌석 100석은 순식간에 채워졌고, 지나가던 행인들도 멈춰 서 공연을 감상했다. 무대 위 청년 예술가들은 능숙하게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했고, 관객들은 이에 화답했다. 하나의 공연이 끝날 때마다 기립 박수와 앙코르가 끊이지 않았다. 몇몇 관객은 흥을 가라앉히지 못해 자리에서 춤을 추기도 했다.  이날 공연은 ‘평화를 만드는 청춘마이크 길굿’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다. 청춘마이크는 열정과 재능이 넘치는 청년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청년 예술가의 문화적 역량을 키우고 지역 주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는 게 목적이다. 청춘마이크는 ‘문화를만드는곳 열터’(이하 ‘열터’)가 주관한다. 열터는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펼치는 사회적기업으로, 2005년 화성시를 기반으로 설립됐다. 열터는 청춘마이크 외에도 ▲동네 카페·도서관·미술관 등 화성시 내 다양한 공간에서 3일간 문화예술 공연을 하는 ‘생생우리음악축제’ ▲청년 아티스트들의 버스킹 공연을 들으면서 걷는 ‘매향리아트런’ ▲아동 참여형 전통공연 ‘놀이왕사자’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한다. 올해는 19팀의 청년 아티스트가 전국 각지에서 평화를 주제로 거리공연을 펼친다. 장애인, 북한이탈주민, 다문화가정 청년 등 사회취약계층이 열터에서 활동하는 주요 아티스트들이다. 지난달 20일 경기 화성 봉담 문화의집에서 19년째 열터를 운영해온 김정오 대표(48)를 만났다. -열터의 설립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생 때부터 공연을 해왔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제가 공연자로서 무대에 서고

20일 대전 동구 대전대학교 사무실에서 나상훈 코코베리 대표가 딸기의 기는줄기를 소개하고 있다. /대전=정고은 청년기자
농가의 골칫거리 농산부산물, 화장품 원료로 변신

[인터뷰] 나상훈 코코베리 대표 대전대학교의 한 사무실에는 풀냄새가 가득하다. 식물 줄기와 잎 등 과일이나 채소를 수확하고 남은 농산부산물에서 풍기는 냄새다. 농가에서 수거한 농산부산물은 세척과 건조 과정을 거쳐 기능성 화장품으로 재탄생한다. 농가의 골칫거리였던 농산부산물을 화장품으로 바꾸는 스타트업 코코베리 사무실 풍경이다. 국립축산과학원에 따르면 매년 1000만~1500만t의 농산물이 처리가 곤란해 불법으로 소각되거나 버려지고 있다. 지난달 21일 대전대학교 사무실에서 만난 나상훈(31) 코코베리 대표는 “농산부산물은 먹진 못하지만, 과일이나 채소와 비슷한 수준의 양분을 가지고 있다”며 “농산부산물을 활용해 화장품을 만들면 농가의 고민도 덜고 환경도 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코베리는 농산부산물의 업사이클링을 통해 농산부산물 처리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2017년 설립된 코코베리는 딸기 농사 중 버려지는 식물의 줄기에서 항산화 성분을 추출해 스킨 제품을 만들었다. 2021년엔 해당 스킨을 3차까지 모두 완판할 만큼 상품성도 확보했다. 현재 코코베리의 매출은 설립 초기보다 40배 성장했다. -농산부산물에 주목한 이유가 있나? “함께 창업을 준비하던 친구 부모님이 딸기 농사를 지었다. 딸기 농사를 짓다 보면 잎, 줄기 등 농산부산물이 많이 발생하는데, 폐기하는 일이 만만찮았다. 직접 농가로 가보니 열매양에 비해 잎, 줄기 등 농산부산물의 양이 두배 이상 차이 날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결국 폐기물로 버리게 되는데 비용도 무시하지 못한다고 하더라. 과일 껍질에도 영양분이 있는 것처럼 줄기나 잎에도 사람에게 이로운 성분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국내에선 농산부산물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농민들에게 농산부산물은 큰 골칫거리다. 농산부산물 자체는 자연스럽게 부패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지만,

지난 19일 부산 금정구 하루하루움직임연구소 본사에서 정고운 대표가 무장애 헬스케어센터을 소개하고 있다. /강다현 청년기자
“장애인의 생활체육 장벽을 낮추면 일상이 건강해집니다”

[인터뷰] 정고운 하루하루움직임연구소 대표 “여가활동을 하고 싶어도 인프라가 없어 생활체육을 즐기지 못하는 장애인이 많아요.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장애인공공체육시설이 있지만, 한 번 가려면 3시간은 족히 걸리고, 이마저도 신청인이 많아 이용하려면 수 개월을 기다려야해요. 장애인도 웨이트 트레이닝같은 생활체육을 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기초 체력도 높일 수 있는데 운동을 못하니 외출도 못하고, 근력도 점차 약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정고운(37) 하루하루움직임연구소 대표는 “장애인의 일상 복귀를 돕기 위해선 생활체육 인프라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루하루움직임연구소는 2020년 설립된 국내 최초 배리어프리 헬스케어센터로 장애인·기저질환자·노인 등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헬스케어 서비스 ‘어댑핏’을 제공한다. 현재까지 온라인과 서울·부산에 위치한 오프라인 센터의 누적 고객은 5000명에 달한다. 지난 19일 부산 금정구 하루하루움직임연구소 본사에서 만난 정고운 대표는 “병원치료가 끝난 뒤에도 운동하지 않으면 심폐 능력과 근력이  저하된다”며 “어댑핏을 통해 재활치료와 생활체육 사이 공백을 최소화하고 체력과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맞춤 피트니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활체육에 집중한 이유가 궁금하다. “물리치료사로 일하며 퇴원하는 환자들에게 물어보면, 집에서 무슨 운동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답변을 가장 많이 받았다. 병원에서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가 매우 한정적이란 걸 깨닫고 13년 전부터 환자들에게 퇴원 후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운동 영상을 찍어서 보내주거나 관련 동영상을 추천하기도 했다. 5~6년이 지나고 보니 운동을 꾸준히 한 분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무엇보다 세상에 나와 다른 사람과 소통도 하고 활기찬 삶을 살고 있더라. 이때 생활체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함께 할

이재원 그린굿스 대표는 “양계산업은 소규모 농가가 빠르게 수입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지만, 진입장벽이 높았다”며 “그린굿스는 소농을 위한 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린굿스
그린굿스, 라오스 소농과 동반성장… 동남아 양계시장 독점 깬다

[인터뷰] 이재원 그린굿스 대표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이 한국 스타트업 ‘그린굿스’에 50만 달러(약 6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 그린굿스는 라오스 소규모 농가에 병아리를 제공하고, 농민들이 사육한 닭을 약속한 가격에 구매해 유통한다. 이른바 ‘양계 구독 서비스’로 소농의 빈곤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동남아 양계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동남아 닭고기 시장은 태국의 CP그룹이 독점하고 있다. CP그룹은 공장식 양계장에서 기른 닭을 대량 공급한다. 사육 환경은 좋지 않다. 더운 나라에서 밀집 사육을 하려면 항생제나 살충제 같은 화학 약품을 필수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현재 그린굿스는 라오스 전역에 약 40개 마을, 83개 농가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친환경, 무항생제 방식을 고수해 중국과 동남아의 프리미엄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지난 22일 사업 확장을 위해 라오스에 머물고 있는 이 대표를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으로 만났다. -양계 구독 서비스의 구조가 궁금하다. “소농들에게 품질이 보증된 병아리를 시장가 절반에 판다. 소농들은 양계장에서 병아리를 75일 동안 잘 키우면 된다. 그럼 그린굿스가 약속된 가격에 수매해서 프리미엄 브랜드에 납품한다. 키우는 과정도 지원한다. 닭에게 문제가 있으면 바로 채팅방에 사진을 찍어 올리면 된다. 그린굿스 소속 수의사가 진단하고 처방을 내린다. 75일 동안 정기검진도 2번 받을 수 있다. 휴경기에는 무료로 양계장 방역을 해준다. 사료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소농들이 양계업하기 어려운 환경인가. “그렇다. 우선 초기 자본이 많이 든다. 라오스 양계시장은 태국의 CP그룹이 독점하고 있는데, 대규모 밀집 사육을 해야 한다. 이 경우 최소 4만 달러(약 5300만원)의 투자금이 필요하다. 지역 유지

지난달 13일 만난 안정록(오른쪽) 루트릭스 대표와 김유겸 이사. 안 대표는 “신뢰할 수 있는 수목 데이터를 수집, 활용해 더 많은 사람이 더 건강한 수목을 심고 가꿀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말했다. / 이주희 청년기자
드론 라이다로 수목 데이터 수집… 수목 시장 활성화에 기후위기 대응까지

[인터뷰] 루트릭스 안정록 대표, 김유겸 이사  “앞마당에 나무 한 그루를 심는다고 가정해 볼게요.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나무 가격이나 품질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어렵습니다. 수목 데이터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은 탓이 커요. 그러다보니 진입장벽도 높아지는 거죠. 수목 정보를 대량으로 수집하고 공개해 더 많은 사람이 쉽게 나무를 접할 수 있는 수목 거래 환경을 만들고 있어요.” 지난달 13일 만난 루트릭스의 안정록(32) 대표는 “지난 1년 동안 직원들과 전국을 돌며 나무 농가를 방문했다”고 말했다. 직접 나무의 규격, 높이를 입력하고 루트릭스만의 기술로 이미지를 촬영해 데이터베이스에 업로드했다. 기존에는 수목 공급자가 수기로 나무에 대한 정보를 일일이 기입해야 했다. 정보를 취합할 때 통일된 기준이 없다 보니 이렇게 모은 정보를 제대로 활용하기도 어려웠다. 루트릭스는 1만평 기준으로 평균 4.4일이 걸리던 수목 데이터 수집 기간을 무려 16분으로 단축했다. 수목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는 검색 필터를 활용해 빠르고 정확하게 원하는 조건의 나무를 찾을 수 있다. 루트릭스는 2021년 창업 이후 2개월 만에 퓨처플레이·소풍벤처스로부터 시드 투자를 받았다. 안정록 대표와 김유겸 이사(30)를 서울 강남구 루트릭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안 대표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궁극적으로 기후위기 해결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20대 시절 중장년층 문화로 여겨지는 조경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김유겸=조경은 사람과 자연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조경을 통해 도심에서도 자연공간을 향유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 조경에 대한 정보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대중에게 수목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해서 조경에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 원더스 인터내셔널 사무실에서 만난 이성범 대표가 ‘옐로펀트 커피’ 드립백을 들고 있다. 옐로펀트 커피는 라오스 북부 지역의 소규모 농가가 원더스 지원을 받아 생산한 아라비카 커피다. /김어진 청년기자
“개도국 사회혁신가 발굴해 농가 자립을 돕습니다”

[인터뷰] 이성범 원더스인터내셔널 대표 “국제개발협력에서 자선보다는 ‘자립’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우고 싶었어요. 동정심에서 유발된 자선은 개발도상국 현장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저는 실질적으로 ‘성과를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일반적인 해외원조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국제개발활동을 할 수 있는 비영리단체 ‘원더스인터내셔널’(이하 ‘원더스’)을 설립했죠. 2020년 설립 이후 라오스·캄보디아 등에서 현지 사회혁신가를 발굴·육성해 지역 특성에 맞는 사회적기업을 운영하고, 농부들이 자발적으로 농업 생산성을 증대할 수 있도록 농가를 지원합니다.”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 원더스인터내셔널 사무실에서 만난 이성범(46) 대표는 ‘옐로펀트 커피’ 드립백을 들고 있었다. 옐로펀트 커피는 라오스 북부 지역의 소규모 농가가 원더스 지원을 받아 생산한 아라비카 커피다. 이 대표는 “원더스는 라오스 3개 주의 8개 마을과 협력해 커피를 생산하고 있다”면서 “라오스 북부에 있는 루앙프라방에 설립된 사회적기업 ‘아롬디(Aromdee)’에서 옐로펀트 커피를 소비자들에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옐로펀트 커피가 담긴 머그잔을 사이에 두고 이 대표와 마주 앉았다. -커피 냄새가 향긋하니 좋네요. “그렇죠?(웃음) 옐로펀트 커피는 오직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서만 맛볼 수 있는 커피입니다. 원더스는 루앙프라방주의 고산마을 6곳에 신규 커피 묘목 5만주를 지원해 원두 생산량을 늘리고 있죠. 지난 2019년에는 루앙프라방 야시장 입구 광장에 핸드드립 전문 카페를 차리고 루앙프라방 청년들을 고용해 옐로펀트 커피를 판매 중입니다. 로컬 소비자와 관광객 모두에게 인기가 좋아요.”  -옐로펀트 커피 사업 말고도 원더스에서 진행 중인 다른 프로젝트들이 궁금한데요. “원더스의 주요 사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시장기반 지역사회 개발 사업 ▲현지 혁신 활동가 발굴·협력 사업

김정희 파랑새발달클리닉 대표는 “장애아동·청소년이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에서의 ‘경험’을 통해 꾸준히 발달하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재활”이라고 말했다. /대구=성이영 청년기자
“집에서도 재활하도록 ‘가활’을 알려드립니다”

[인터뷰] 김정희 파랑새발달클리닉 대표 “아동의 뇌와 행동 발달은 환경에 크게 의존해요. 그렇기 때문에 직접 생활하는 공간에서 함께 어울리는 사람과 학습하는 것이 아동 발달에 좋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의료기관 중심으로 재활이 이뤄지고 있어요. 덴마크나 호주처럼 가정이나 학교를 중심으로 장애아동의 재활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7일 대구 수성구 파랑새발달클리닉 상담실에서 만난 김정희(39) 대표는 “국내 많은 장애아동이 의료영역에만 국한된 재활을 하고 있다”며 “아동이 병원 밖에서도 일상의 활동을 스스로 수행할 수 있도록 맞춤형 재활 정보와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랑새발달클리닉은 장애아동과 청소년의 재활을 돕는 사회적기업이다. 2018년 설립돼 현재는 대구·안동·구미 등 인접 지역에서 온 장애아동 60여 명이 재활을 받고 있다. 현장에서는 맞춤형 재활 수업과 활동 증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또 가정이나 학교에서 쉽게 재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도록 관련 콘텐츠를 유튜브에도 제공하고 있다. -파랑새발달클리닉을 설립한 이유가 궁금하다. “대학병원에서 소아 물리치료사로 12년간 근무하면서 병원에서 대기만 하다가 재활의 골든타임을 놓친 아이들을 자주 봤다. 병원 내 전문 인력 부족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소아 재활이 병원이라는 공간에 한정돼 있는 것이 문제라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하면 가정에서도 재활이 이뤄질 수 있을까 고민하다 설립하게 됐다.”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나? “옷 입기 등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해 장애아동의 재활을 돕는 것이다. 아이에게 필요한 활동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해당 활동을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정보와 전략을 알려준다. 그 과정에서 핵심은

변의현 우시산 대표는 “바다와 해양생물을 구하는 일은 결국 미래 세대를 구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울산=김어진 청년기자
산업도시 울산서 나오는 폐플라스틱, 현장용 안전 제품이 되다

[인터뷰] 변의현 우시산 대표  “울산 앞바다는 조선시대에 고래의 바다, 그러니까 ‘경해(鯨海)’라고 불릴 정도로 고래가 많았어요. 그러다 해양오염으로 생태계가 무너지면서 지금은 개체 수가 크게 줄었죠. 인간이 버린 폐기물을 잘 활용하면 고래를 살릴 수도 있습니다.” 사회적기업 ‘우시산’은 울산에서 폐플라스틱 업사이클링 제품을 제작한다. 변의현(45) 우시산 대표는 “바다 생물들이 다시 울산 바다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찾은 울산 남구의 ‘울산박물관 뮤지엄샵’에는 우시산에서 만든 인형, 양말, 에코백, 재활용품 수거함 등 다양한 상품이 진열돼 있었다. 언뜻 보면 큰 특징이 없어 보이지만 모두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것이었다. 변 대표는 지역 상징물인 고래가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으로 인해 숨을 거둔 채 발견된 것을 보고 2019년 업사이클링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이어 “우시산은 ‘우리의 시작은 작았지만, 산처럼 큰 꿈을 꾸는 기업’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언젠가는 울산의 해양생태계를 이전과 같이 되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새로운 이름을 얻은 폐플라스틱 세계자연기금(WWF)이 지난해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해양생물의 88%가 플라스틱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 아래 있다. 플라스틱을 먹은 해양생물은 장기가 손상되거나 면역, 생식 능력이 감소한다. 몸속에 미세플라스틱이 남은 해양생물을 인간이 섭취하면 암 유발, 세포 사멸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변 대표는 “우시산의 구호는 ‘세이브 더 오션, 세이브 더 웨일, 세이브 더 칠드런’”이라며 “바다와 해양생물을 구하는 일은 자라나는 미래 세대를 구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우시산 제품마다 바다생물 캐릭터가 있다. “우시산에서는 환경오염으로 고통받는 해양생물들을

이환희 포인핸드 대표는 “유기동물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려면 ‘동물등록제도’가 자리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보민 청년기자
유기견을 다시 반려견으로… “편견 없는 입양문화 만듭니다”

[인터뷰] 이환희 포인핸드 대표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 우리 사회에서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기동물 입양을 장려하는 캠페인도 다양하게 진행됐다.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캠페인 문구는 동물권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구입하는 비율은 여전히 높고, 입양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식품축산부가 지난 2월 공개한 ‘2022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기로 했을 때 개인을 통해 분양하는 비율이 51.9%로 가장 많았다(유료 분양 포함). 펫샵 구매는 21.9%, 지자체 동물보호센터나 민간단체를 통해 유기견을 입양하는 경우는 10.4%였다. 지난달 24일 서울 마포구 포인핸드 입양문화센터에서 만난 이환희 포인핸드 대표는 “‘유기견은 키우기 어렵다’는 편견이 입양을 막는 가장 큰 장벽”이라고 말했다. 수의사인 이 대표는 10년 전 유기동물 입양 플랫폼 ‘포인핸드’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만들었다. 낮에는 수의사로, 밤에는 개발자로 시간을 보냈다. 지금까지 입양 보낸 동물은 10만마리. 이 대표는 플랫폼을 만들면서도 “상처 많은 유기동물이 새로운 가정에서 잘 적응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걱정을 했다고 했다. 현실은 달랐다. “지난 10년 동안 포인핸드를 운영하면서 제 편견도 많이 깨졌습니다. 사랑과 관심을 주면 아이들은 기대 이상으로 많이 변합니다.” 이 대표는 미디어에서 유기동물보호소의 열악한 환경을 집중적으로 조명한 것이 오히려 유기동물에 대한 편견을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방송에서 본 유기동물보호소를 떠올려보세요. 철창에 갇혀 두려워하는 모습, 털이 뒤엉킨 채 방치된 모습. 관리가 안 된 동물 모습이 보호소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됐습니다. 보호소는 더러운 곳이고 이곳에 있는 유기동물은

김보경 책공장더불어 대표. 동물 관련 도서를 전문으로 하는 1인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김민지 청년기자
“동물을 제대로 알면 어울려 살아갈 방법이 보입니다”

[인터뷰] 김보경 책공장더불어 대표 “동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꿈꿉니다. 동물과 우리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책을 펴내면서요.” 동물 전문 출판사인 ‘책공장더불어’의 김보경 대표는 기획부터 편집, 마케팅, 유통까지 혼자 도맡는 1인 출판사 운영자다. 반려동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던 시절인 2006년에 출판사를 설립하고 지금까지 동물 관련 책을 70여 권 출간했다. 반려인을 위한 실용서부터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을 뜻하는 ‘펫 로스’(Pet loss), 유기동물, 동물실험 등 다양한 주제를 아우른다. 최근에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23년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서 장애가 있는 개를 주제로 한 책을 제작할 예정이다.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카페에서 만난 김 대표는 “동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법 제정과 인식 변화가 필요한데, 그러려면 동물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 전문 1인 출판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출판사를 시작한 2000년대 초반은 국내에서 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던 시기다. 그런데 관련 지식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즈음 함께 살던 반려견이 나이가 들면서 퇴행성 관절염을 앓았다. 정보가 없으니까 “도대체 이게 뭐지?” 싶더라. 가족처럼 지내던 동물의 노화나 죽음을 처음 겪다 보니 심적으로 정말 힘들었다. 당장 내게 필요한 내용을 찾기 위해 외서를 많이 읽었다. 그러다 ‘나에게 필요하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어떤 책들을 냈나. “반려동물 실용서를 많이 냈다. 대표적으로 ‘펫 로스’에 관한 책이 있다. 강아지나 고양이와 행복하게 살다가 이별이 너무 힘들어서 더는 동물을 키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