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학의 협력은 더 나은 미래 위한 시대의 과제”

산학협력 재능기부 강연 “강의실에서 얘기를 들어보면 빨리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는 학생이 많아요. 하지만 기회는 얼굴에 기회라고 쓰고 다가오는 게 아니에요. 기회는 평범하게 생겼거든요.” 방송인 이윤석씨의 얘기 한마디 한마디에 청중들은 웃거나 고개를 끄덕였다. 대부분이 대학생인 청중을 향해 이윤석씨는 때론 선배처럼, 때론 선생님처럼 얘기했다. “모든 일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나중에 지나봤을 때 그게 기회라는 걸 알 수 있더라고요. 쉬운 방법이나 빠른 방법이 뭘까 찾는 학생들을 보면 좀 안타까워요. 우리 주위엔 많은 방법이 있어요. 그 방법들을 낭비하지 않고 하나하나 몰입하다 보면 그 안에 기회가 있어요.” 이윤석씨가 오늘의 청년들에게 준 ‘사회생활의 팁’은 “주어지는 모든 미션에 최선을 다하기, 팀워크를 챙기기,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중 선택해야 한다면 우선은 잘하는 일을 시작해보기”였다. 보통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가 이상과 꿈에 대한 얘기로 흐르는 데 반해 이윤석씨는 조금 더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했다. 개그맨으로 살아오고, 공부를 하고, 예술전문학교의 교수로 활동하며 몸으로 체험한 교훈들이었다. “목표가 없이 산다고 기성세대에게 욕을 먹는 청년들도 있잖아요. 하지만 처음부터 목표를 갖고 달려가서 성공하는 사람도 있지만 내 앞에 주어진 일들을 열심히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정표를 만나는 사람도 많아요. 그러니 나에게 꿈과 비전이 없다고 스스로를 자책하지 말자고요. 그건 평범한 거예요. 대신 자책할 시간에 좀더 노력을 해보자는 거죠.” 웃고 있는 청중을 향해 이윤석씨는 친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맺었다. “일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홈런타자도 중요하지만 팀에서 일정한 역할을

“새마을운동, 개도국에 전파… 스스로 일어날 의지 심는다”

성하은 제네바 국제협력사무소 대표 “지구촌 빈곤 문제 해결의 키워드는 ‘협력’입니다. 각기 다른 전문성을 가진 단체가 하나로 뭉칠 때 그 힘은 배가 됩니다.” 제한된 재화를 가지고 최대한의 원조효과성을 거두는 것, 전 세계 국제구호 NGO가 가진 공통된 비전일 것이다. 한국 국적의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는 UN과의 협력에서 그 해답을 모색하고 있다. 제네바 국제협력사무소 성하은<사진> 대표가 ‘국제협력’을 강조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성 대표는 UNHCR(유엔인권고등판무관), UNEP(유엔환경계획), UNDP(유엔개발계획) 등 UN 기구가 주최하는 회의에 참석해 새롭게 채택되는 국제조약을 모니터링하는 등 국제 동향을 파악한다. UN NGO 자문회의에 참석해 국제구호 NGO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는 것도 그의 역할이다. 그는 “이는 굿네이버스가 UN 공인기구로 인정받았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굿네이버스는 지난 1996년 국내 최초로 UN 경제사회이사회(ECOSOC)로부터 NGO 최상위 지위인 포괄적 협의지위를 부여받았다. 2009년 기준으로 UN에 등록된 3289개의 NGO 중에서 최고 지위를 가지고 있는 단체는 전체의 약 4%(141개)에 불과하다. 굿네이버스와 UN과의 협력이 긴밀해지면서 성 대표의 하루는 더욱 바빠졌다. 굿네이버스가 WFP(세계식량계획)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FFNV(Food-for-New-Village·식량 배분과 지역개발을 결합한 사업형태)의 사업실행 파트너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FFNV는 WFP의 식량 지원 및 안보 강화 사업에 지속가능개발사업 개념을 입힌 것으로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개발도상국에 전파하는 사업이다. 계기는 지난해 11월 개최된 WFP NGO 자문회의였다. “WFP 부사무총장의 초대로 자문회의에 참석하게 됐습니다. 그때 한국 정부와 WFP, 굿네이버스의 만남이 이뤄졌어요. 외교부는 WFP와 FFNV 관련 MOU를 체결하면서 ‘한국 NGO가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20년 만에 해외원조 360억원 구호단체로 우뚝

굿네이버스 해외지부장 4인방 무작정 기술 전달보다 현지인 삶 존중하며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 지원금 예산 공개해 주민이 직접 투자 결정 “끊임없는 소통과 헌신본부의 지원과 신뢰 어우러져 가능했던 일” 굶주림 없는 세상,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설립된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가 해외원조를 시작한 지 벌써 20년이 됐다. 1992년 방글라데시를 시작으로 꾸준히 원조 국가를 확대한 굿네이버스는, 2011년 10월 현재 전 세계 25개 사업국에서 전문사회복지와 국제구호개발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한국인에 의해 한국에서 설립된 ‘토종’ NGO가 20년 만에 연간 약 3000만달러(360억원)에 달하는 해외원조가 가능해진 비결은 무엇일까. 국내와 해외를 오가며 빈곤 현장의 긴급구호를 책임지고 있는 4명의 국제본부 및 해외지부장을 만나봤다. 편집자 주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7년 넘게 재난 현장에서 동고동락했기 때문일까. 입을 열 때마다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전역에 걸친 생생한 현장 이야기가 그칠 줄 몰랐다. “에티오피아에서 보낸 4년은 현지인들에게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식사하고, 일하고, 뛰어다니면서 현지인의 특성과 문화를 이해하려 했죠. 해답은 그들 안에 있었습니다. 우리는 단지 거들 뿐이었죠.” 아프리카 권역본부장 장수영씨가 꼽은 굿네이버스의 원동력은 ‘섬김’이었다. 현지인의 삶을 존중하고 그들이 자립할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하자, 해당 국가와 굿네이버스가 시너지 효과를 내며 함께 성장하기 시작했다. 장 본부장이 에티오피아 땅을 밟은 2003년만 해도 상황은 열악했다. 주민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보겠다는 의지를 포기한 채, 국제단체들의 지원에 의존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굿네이버스 역시 해외원조에 있어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였다. 해외지원 규모도 작고, 파견

[날아라 희망아] “멋진 수영복 당당하게 입고 싶어요”

“멋진 수영복 당당하게 입고 싶어요” 정신지체 2급 엄마가 네살 때 끓는 주전자 던져… 당장 수술 안 받으면 성장 멈출 위기에 처해 14살 정우(가명)는 매일 밤 똑같은 꿈을 꾼다. 첫 장면은 항상 아빠와 함께다. 햇살에 반짝이는 모래사장 위를 아빠와 함께 걷는다. 멋진 수영복을 입고 푸른 바닷속으로 풍덩 뛰어들어 수영도 한다. 하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정우에게는 꿈과 다른 현실이 펼쳐진다. 하반신 전체를 파고든 깊은 화상 자국. 중1 또래 친구들보다 한뼘이나 작은 키. 정우는 ‘꿈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중얼거린다. 정우가 깊은 화상을 입게 된 건 10년 전이다. 2001년 6월, 정신지체 2급인 엄마는 당시 4살이던 정우에게 펄펄 끓는 주전자를 던졌다. 뜨겁게 달궈진 주전자는 정우의 허벅지 위로 떨어졌고, 끓는 물이 하반신 전체를 덮었다. 병원에 입원했지만 화상 치료는 마취도 할 수 없는 탓에, 4살 아이는 치료 때마다 정신을 잃었다. 병원 생활보다 더 끔찍했던 것은 엄마의 존재였다. 엄마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아들의 양팔과 한쪽 다리를 부러뜨렸다. 대퇴골(허벅지 속에 있는 뼈) 분쇄골절이었다. 어린이 성장에 커다란 역할을 담당하는 대퇴골이 부러지고 화상 자국이 갑옷처럼 피부를 조이면서 아이는 키가 더디 자라기 시작했다. 아이의 뼈가 부러지는 사건 이후로 엄마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아빠 역시 정신지체 2급 장애인으로, 아이를 홀로 키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우는 사고 이후 10년 동안 천안의 한 육아원에서 살고 있다. 간호조무사 선생님과 원장님의 따뜻한 도움으로 차츰 웃음을 찾아갔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정서불안

STOP HUNGER 후원자주부 김주연씨

“받는 것보다 주는 기쁨, 이제야 깨달았죠” 봉사 앞장선 아버지 영향 3년간 1000만원 모아 캠페인에 기부하게 돼 “액수가 크고 작은 건 중요하지 않아요 돕고 싶다는 마음 생겼을 때 바로 실천” 더 알뜰해지고 더 따뜻해졌다. 나누는 기쁨을 알게 된 평범한 5년 차 주부 김주연(30)씨 가정의 이야기다. 얼마 전 주연씨 가족은 지난 3년간 모아 온 1000만원을 ‘STOP HUNGER(굶주림은 그만)’ 캠페인에 기부했다. ‘STOP HUNGER’는 국제 구호단체 기아대책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소망화장품이 ‘절대빈곤과 기아 퇴치’를 위해, 10월 31일까지 벌이는 식량 지원 캠페인을 말한다. 넉넉한 형편이 아님에도 선뜻 나눔에 동참하게 된 계기를 묻자 주연씨는 “오래전부터 나보다 더 어려운 지구촌 이웃을 돕고 싶었다”며 웃음을 보인다. “저희 네 식구 외에도 아버님, 어머님, 동서 내외가 함께 뜻을 모았습니다. 미리 금액을 정해두진 않았어요. ‘평소 절약해 모인 금액을 언젠가 뜻깊은 일에 쓰자’는 약속을 해왔거든요. 마침 1000만원이 모아졌을 때 ‘STOP HUNGER’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사실 주연씨 가족의 나눔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주연씨는 첫째 딸 해린(5)이가 태어난 지 1년째 되던 날, 돌잡이 비용 100만 원을 기아대책에 기부했다. 이는 아프리카 한 아동의 수술비로 쓰였다. 해린이의 생애 첫 번째 선물에 감동한 기아대책은 이를 모델로 ‘난생처음’ 후원 사업을 시작했고, 그 후로 많은 부모들이 첫 생일을 맞은 아이의 이름으로 ‘난생처음’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 주연씨는 “뜻깊은 나눔을 경험했기 때문인지 해린이가 클수록 마음이 더 예뻐지는 것 같다”며

내가 할 수 있는 봉사활동… 직접 현장 방문하면 알 수 있어요

복지기관 투어프로그램 “봉사를 해보고 싶다거나 장애인을 이해하고 싶다거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요즘 많아졌잖아요.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이런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봉사활동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었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도 조금씩 떠오르네요.” 정주현씨는 27년차 선생님이다. 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면서 동시에 상담선생님으로 활동하고 있다. 상담을 하다 보니 마음이 힘든 학생들을 많이 만났다. 주현씨는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통해 삶을 더 적극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봉사활동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실제 봉사가 필요한 현장은 어떤지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다. 그런 주현씨에게 지난 21일에 진행된 밀알복지재단의 국내사업장 투어프로그램은 현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투어프로그램은 ‘장애인의 생애주기에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 알아볼 수 있도록 운영되었다. 장애유아와 비장애유아 103명이 통합교육을 받고 있는 목련어린이집과 유치부, 초등부, 중학부, 고등부, 전공과에 195명의 장애학생이 다니고 있는 밀알학교에서는 장애학생의 자립과 기초적인 생활능력 향상, 특기 발견을 위한 교육이 진행되는 현장을 볼 수 있었다. 강남구의 직업재활센터에서는 장애인들이 자립을 위해 제작하고 판매하는 비누 작업장, 제빵 작업장을 돌아본 후 천연비누를 같이 만들어 보는 봉사활동을 통해 직업재활에 대해 이해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특히 참가자들의 시선을 끌었던 것은 소매유통과 장애인직업재활을 결합한 ‘굿윌스토어’였다. 기업이나 개인으로부터 중고품을 기증받아, 이를 장애인이 분류하고 수선하는 등의 상품화 작업을 거쳐 매장에서 판매한다. 기증을 통해 나눔의 문화를 형성하고 중고품 재활용으로 환경을 보호하고 장애인 고용과 교육을 통해 장애인 재활에 기여하는

그들 스스로 원하는 것을 하게 하라

영국 장애인 문화예술교육을 배우다 장애인실태조사(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19.2%의 장애인만이 문화생활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장애인 문화활동 실태 및 욕구조사(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도 문화 및 여가 활용 내용의 76%가 TV시청이었으며, 문화예술교육 경험률은 2.3%에 불과했다. 장애인의 문화예술 접근성과 질적 내용은 여전히 낮은 상태다. 이에 예술이 가져올 수 있는 사회 변화에 주목하며 문화예술 교육을 발달시켜 온 영국의 장애인 문화예술 교육 단체를 방문해 우리의 현재와 비교해 보았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지적 장애인 특화 단체인 맨캡은 직접 운영하고 있는 대학에 예술학과를 가지고 있으며 예술 교육을 위한 산하 단체인 아트 스파이더를 통해 장애인 청소년 대상 랩, 펑크록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대상과 장르를 세분화해 예술교육을 진행하고 있었다. 아트 스파이더의 런던 지부 매니저 거스 가사이드씨는 “보조자가 추측하거나 대신 결정하지 않고 지적 장애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주체적으로 결정해 실행에 옮기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3년간 예술 교육 활동을 함께한 테이트 리버풀이 프로젝트 후에도 젊은 지적 장애인의 고용을 통해 프로그램을 지속하도록 한 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바를 보여주는 사례다”라며 주류 기관, 단체, 예술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전문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참여를 넘어 사회 활동까지의 연결을 강조했다. 내년에 30주년을 맞는 브라이튼 지역에 위치한 카로셀은 신체·시각·청각 장애인을 도와주거나 복합 장애인을 보조하는 역할로 출발했으나 현재는 지적 장애인들이 주축이 되어 이끌어가는 단체로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이 단체 마크 리처드슨씨 또한 교육 과정에서 장애인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도록 하는 창의적이고

[날아라 희망아] “의사 돼서 아빠 병 고쳐줄 거예요”

식물인간 아버지와 함께 사는 12살 소년 재훈이 2007년 12월 18일. 당시 8살 소년 재훈(가명)이에게 잊지 못할 사건이 발생했다. 건강했던 아빠가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뇌병변 1급 장애 판정을 받게 된 것. 평소 재훈이를 끔찍이 아꼈던 아빠는 병원에 누워 꼼짝할 수 없는 ‘식물인간’이 됐다. 심장마비로 뇌에 오랫동안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결국 뇌병변 1급 장애 판정을 받게 된 것이다. 그날 이후 재훈이네 가족의 시간은 아빠와 함께 멈춰버렸다. 재훈이네 가족은 엄마 없이 아빠, 할머니 이렇게 두 명뿐이다. 엄마는 이혼 후 연락이 끊겼고, 재훈이는 아빠와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비록 엄마의 빈자리가 있긴 했지만, 세 식구는 서로 의지하며 오순도순 지내왔다. 그러나 아빠의 심장 마비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갑작스러운 그날의 사고로 할머니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아빠의 병간호에 매달리게 됐고, 정부보조금은 아빠의 병원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정부보조금이 유일한 수입원인데, 아빠의 요양병원 입원비로 매달 지출되는 90만원을 빼면, 세 끼를 제대로 챙겨 먹을 여유도 없다. 운동을 좋아하는 재훈이는 검도학원을 다니고 싶지만, 학원비는 꿈도 꿀 수 없게 됐다. 동사무소에서 연결해 준 아파트 지하 방이 재훈이와 할머니를 지켜줄 유일한 보금자리다. 할머니는 아버지 병간호를 위해 거의 매일 병원에서 시간을 보낸다. 부모의 손길이 한창 필요한 나이의 손자와 병원에 누워있는 아들을 돌봐야 하는 재훈이 할머니의 어깨는 늘 무겁다. 할머니는 “아무리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부모가 못다 준 사랑을 재훈이에게 주겠다”고 오늘도 다짐한다.

진흙 캐러 매일 4시간 걷는 소녀 그 길에서 의사 되는 꿈꾼다

배우 최송현의 르완다 봉사기_ 마호로를 만나다 “친구와 함께 걷고 있어요.” 손을 잡고 걸으며 어디에 가느냐고 물었더니 아이는 신비로운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우리의 첫 만남. 아이의 이름은 키냐르완다어로 ‘평화’를 뜻하는 단어 ‘마호로’라고 했다. 굿네이버스와 함께 떠나게 된 르완다. 떠나기 전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그 이름을 생소해했다. 오로지 미디어를 통해서 보아 온 아프리카 대륙. 그 안에 대한민국 면적 4분의 1 크기의 작은 나라. 1994년 민족 간의 내전으로 수백만의 피와 눈물이 서린 땅에서 나는 내 마음을 뛰게 하는 소녀를 만났다. 마호로 가족은 삼대째 토기를 만들고 있다. 마호로는 물레도 없이 돌 받침대를 손으로 돌리며 금세 하나를 완성했다. 토기를 만들기에 적합한 진흙을 캐기 위해 아이는 왕복 네 시간을 걸었다. 열한 살 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50㎝ 이상의 긴 칼과 마대를 한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내 손을 꼭 쥐었다. 마호로는 평소에 자주 부르는 노래를 들려주었다. 마호로가 불러주는 노래를 들으며,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감동과 먹먹함이 동시에 차올랐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귀하게 기억하고 싶은 욕심에 아이에게 부탁해서 휴대 전화기에 노래를 녹음했다. 마호로는 목적지에 도착하자 전문가처럼 눈을 빛내며 좋은 진흙을 찾아 이곳저곳을 관찰했다. 열한 살 아이가 들어갔다 다시 빠져나오기엔 다소 깊어 보이는 흙구덩이에도 마호로는 용감하게 뛰어들어서 가지고 온 긴 칼로 토질을 살폈다. 이런 경험이 처음인 내가 도울 수 있는 것은 땅으로부터 분리된 흙들을 마대에 담아 넣는 것뿐이었다.

“빠른 의료 성장 이룬 한국에 더 많은 의료 지원 기대합니다”

말라리아·결핵·에이즈 3대 질병 예방·치료 위해 글로벌펀드 출범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 10년 새 200만명 줄어 “향후 지속적 싸움 위해 의료 취약계층의 권리보호부터 시작해야” “2001년도에 전 세계에서 HIV/AIDS(에이즈), 결핵, 말라리아로 600만명이 사망했습니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런 현실을 비상사태로 인식했습니다.”지난 8월 25일 만났던 글로벌펀드(The Global Fund)의 크리스토프 벤(Christoph Benn·사진) 대외협력국장은 글로벌펀드의 설립이 늦출 수 없는 문제였다고 회고했다. “글로벌펀드가 설립되기 전부터 세계 각국의 의사들과 환자들이 3대 질병에 걸린 환자들의 삶에 대한 권리와 의료 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주장했습니다. 이런 시민사회의 운동이 정치인에게도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당시 UN의 사무총장이었던 코피 아난도 이 문제를 주시했습니다. 그후 2000년에 오키나와에서 열렸던 G8 정상회담에서 3대 질병 문제가 정식 의제로 채택되었습니다.” 이렇게 시민사회, 환자, 정부, UN의 관심 속에 2002년 출범한 글로벌펀드는 지난 10년간 40여 개국 정부와 민간단체로부터 220억달러를 모금해 3대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투자해왔다. “그 결과 10년 사이에 3대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400만명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획기적인 변화였습니다.” 획기적인 변화의 원동력은 “개별 비영리단체들의 프로그램 수준을 뛰어넘는 국가 수준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에 있었다. “말라리아에 걸린 환자를 치료해서 돌려보내면 몇 달 후 다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돌아오곤 합니다. 우리는 한 국가에서 가족당 모기장이 두 개는 있어야 말라리아 예방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에이즈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진단을 받을 수 있어야 에이즈에 대한 예방과 치료가 가능하죠. 결국 아시아와 아프리카, 태평양 지역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

[날아라 희망아] 흙탕물 마시고·썩은 쌀 먹고 “굶어 죽지 않는 게 소원이에요”

필리핀 11살 소년 존 폴 공사장으로 대형 트럭 한 대가 들어왔다. 뿌연 모래 바람이 일었다. 황량한 채석장 구석엔 나무 조각과 고철로 지은 집 한 채가 위태롭게 서 있다. 집 안으로 들어서자, 고작 한 평 남짓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11세 소년 존 폴(John Paul·사진)과 그의 가족이 사는 집이다. 필리핀의 수도 ‘메트로 마닐라’에 불어 닥친 태풍으로 모든 것을 잃고, 쫓기듯 이곳에 온 지 벌써 2년이다. 도심 빈민으로 골치를 앓던 정부는 살림살이를 모두 잃은 사람들을 이곳 산이시드로 로드리게스 리잘(San Isidro, Rodriguez, Rizal) 지역으로 강제 이주시켰다. 존의 가족은 인근 채석장 한편에 집을 지었다. 극심한 가슴 통증으로 누워 있는 의붓아버지(60)와 뇌 낭종 제거 수술 이후 심각한 두통을 앓고있는 어머니를 대신해 존이 가장 노릇을 한다. 아침 일찍부터 존은 부산했다. 땔감을 구하고 장작을 팼다. 채석장 한가운데 있는 우물에서 물을 길어 와 밥을 했다. 폐타이어로 만들어진 우물 안을 들여다보니 누런 흙탕물이다. “이 물을 어떻게 먹느냐” 난감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 가족에게는 그나마 유일한 ‘생명수’다. “굶어 죽지 않는 게 유일한 소원”이라는 엄마는 “이 물이라도 있어 다행”이라고 눈물을 훔쳤다. 해가 땅 위로 내려앉을 무렵 존이 집 한편에서 쌀을 들고 나왔다. 사정을 딱하게 여긴 마을 주민이 가져다준 쌀이라고 했다. 형편이 비슷한 이웃이 가져온 쌀에는 벌레가 득실거렸다. “그 가족도 어려운데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흙탕물로 쌀을 씻어가며 가족을 위한 식사를 준비하던 존이 말했다. 이렇게

“상상력 풍부하고 순수한 아이들… 도전 멈추지 마세요”

‘토토의… ‘ 멘토로 나선 감독 곽재용·배우 정일우 감독 곽재용 “좋은 영화·나쁜 영화 가리지 말고 끊임없이 영화를 찍어보세요” 배우 정일우 “연기는 또 다른 내 모습 찾아줬죠” 8월 26일, 상영회 당일, 깜짝 손님이 등장했다. 바로 ‘2011 토토의 작업실’ 특별 멘토로 참석한 곽재용 감독과 배우 정일우였다. 학생들의 작품을 지켜본 둘은 이어진 시상식에서 시상자로 나서 학생들을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와 ‘클래식’으로 한류 열풍을 주도한 곽 감독과 ‘거침없이 하이킥’, ’49일’ 등으로 중국 내 수많은 팬을 보유한 정일우. 이들이 영화감독·영화배우의 꿈을 가진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상영회 전후 두 사람을 만났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밝은 마음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즐거움을 준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린 시절 저도 이런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럼 더 훌륭한 감독이 되지 않았을까요?” 어린 시절, 손카메라 하나 달랑 들고 산과 강을 벗 삼아 영화를 찍던 곽재용 감독은 ‘2011 토토의 작업실’에서 정식 교육을 받고 상영회를 가진 학생들이 못내 부러운 모양이다. 10개 작품의 감상평을 빼곡하게 적은 곽 감독의 수첩 속엔 아이들을 향한 애정이 묻어났다. “10조 ‘사랑과 우정 사이’란 작품 속에서 중국 청년들의 순수한 감성을 발견했습니다. 우정과 사랑, 그 속에서 갈등하는 두 명의 주인공은 제 로맨틱 영화에도 활용하고 싶은 소재였어요.” 정일우 역시 학생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상상력에 깜짝 놀랐다. “저는 9조 ‘회상’이란 작품이 인상 깊었어요.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는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