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승훈의 공익마케팅-⑩]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

대학 시절, 친한 교수님께 믿음이 무엇인지 여쭈었다. 교수님은 주머니에서 100원 동전 하나를 꺼내서, 오른손에 쥐고 물으셨다. ‘내기 하나 할까? 동전은 어느 손에 있니? 네가 맞추면 내가 만 원을 주고, 틀리면 내게 만 원을 줘야 해’ 눈앞에서 보여주셨기에 의심의 여지 없이 오른손을 가리켰다. 교수님은 약속대로 만 원을 주셨다. ‘다시 한번 할까?’ 그런데, 이번에는 손을 허리 뒤로해서 동전을 어느 손에 쥐는지 보여주지 않았다. 다시 손을 앞으로 내밀더니 ‘이번에도 오른손에 동전을 쥐었어. 어느 손에 동전이 있는지 맞춰볼래? 똑같이 만 원 내기야.’ 어차피 만원을 벌었기에 주저 없이 오른손을 가리켰다. 교수님은 만원을 또 건네주셨다. 다시 손을 허리 뒤로 하고 동전을 쥔 후에 손을 앞으로 내밀고 세 번째 내기를 하셨다. ‘이번에도 오른손에 동전을 쥐었어. 어느 손에 있는지 맞춰볼래? 그런데, 이번에는 10만 원 내기야.’ 이번에는 쉽게 선택할 수 없었다. 맞추지 못하면 10만 원을 내놓아야 했고, 세 번 연속 오른손에 있을 리가 없었다. 이런 생각으로 주저하고 있는데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우리는 판단을 한다. 그 사람이 어떤 배경과 외모를 가졌는지, 평소에 어떤 말과 행동을 하는지, 직업이 무엇인지, 최근에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등을 생각한 후, 저 사람은 믿을만하다고 판단한다. 믿기로 판단한 후에도 끝까지 그 믿음을 점검한다. 예상과 달리 실수를 하거나, 기대했던 행동을 하지 않으면 믿음을 철회한다. 우리의 판단은 믿을만한가? 우리는 그 판단을 믿을 힘이 있는가? 몇 년 전, 홈쇼핑에서 ‘만능 걸레’를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멀게만 느껴졌던 기후변화 문제, 눈앞에

“제주도 용머리해안에 방문객 출입 통제 일수가 연간 200일이나 됩니다.” 지난 14~15일, 기후변화센터의 ‘기후변화 리더십아카데미 16기’ 회원들과 함께 제주도청을 방문했을 때 환경국장이 해준 말이다. 기후변화 때문에 몰디브 해안만 수몰 위기에 처해 있는 줄 알았는데, 제주도의 해수면 또한 상승 폭이 컸다. 조천호 국립기상과학원 원장은 “기후변화가 시리아 전쟁과 연관돼 있다”고 했다. 2010년 러시아 폭염 현상→심각한 가뭄 발생→우크라이나·러시아 등 밀 생산량 대폭 감소→밀 수출 중단→밀 가격 폭등→시리아 정치·경제 불안→IS 등장→유럽 난민 문제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실제로 기후변화는 농업과 밀접한 영향이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한반도 기후가 너무 따뜻해지면서 농사 재배 면적이 줄어드는데도 연속 4년째 풍년인데, 그동안 4년 연속 풍년은 한 번도 없었다”며 “쌀이 남아돌아 골머리를 앓는다”고 했다. 이번 지면의 기획 특집은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나서는 다양한 NGO와 시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멀게만 느껴졌던 기후변화 문제가 미세먼지를 만나, 태풍급 이슈로 부각했다. 지금까지 기후변화에 대해 우리 정부가 보인 암묵적 태도는 ‘선진국보다 앞장서 할 필요 있나’였다. 천연가스 세금이 석탄에 부과된 세금보다 1.6배 더 높다는 점만 봐도, 우리 정부의 우선순위를 알 수 있다. 초등학교 시절, 환경 그림을 그릴 때만 해도 생수를 사먹는다는 건 상상 속 이야기였는데 현실이 됐다. 공기를 사서 들이마셔야 한다는 것, 상상하고 싶지 않다.

[보니따의 지속가능한 세상만들기] 반짝이는 눈매를 위해 아이들이 사라진다면?

‘천연’하면 가장 먼저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아마도 ‘건강하다’는 느낌이 떠오를 겁니다. 최근 화학 물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먹고, 입고, 바르는 제품에도 천연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 나갔습니다. 화장품 업계에도 예외는 아닙니다. 허브, 과일, 꽃, 달팽이, 광물을 비롯한 각양각색의 재료들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쓰는 재료 중의 하나가 바로 마이카(Mica)라는 광물입니다.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여러분께서 지금 사용하고 있는 화장품의 성분표를 확인해 보면 쉽게 찾으실 수 있습니다. 마이카는 반짝거리는 성질이 있어서 아이섀도우, 립스틱과 같은 색조 화장품에 많이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마이카의 인기가 높아갈수록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늘어 난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아름다움을 만드는 마이카 광산의 아이들 “학교 끝나고 와서 일하는 거에요. 정말이에요.” 인도 북동쪽에는 자르칸트 주에 사는 12살 살림은 마이카 광산에서 일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하지만 담임 선생님의 이름을 묻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거짓말을 한 것이죠. 알고 보니 살림은 학교에 입학은 했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 매일 광산으로 출근하고 있었습니다. 인도의 비하르와 자르칸트 주는 전 세계 1/4의 마이카를 생산할 정도로 광산이 많습니다. 광산이 많으면 일자리도 많아서 주민들이 먹고 살기 충분할 텐데, 이 두 지역은 불행히도 그렇지 못합니다. 인도의 다른 지역보다 문맹률도 높고, 학교에 못 가는 아이들도 많을 정도로 가난합니다. 전 세계 화장품 산업은 날이 갈수록 커져 가지만, 인도에는 살림처럼 마이카 광산에서 일하는 아이들이 2만명이나 됩니다. 광산에서

[여문환의 비영리 현장 이야기-②] 장애인에게 경제교육을 한다고요?

우리 기관☞JA코리아 은 그동안 저소득 계층과 사회적 약자들에게 경제교육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지역아동센터, 농산어촌 마을 소재 학교, 분교, 보육원, 청소년 교도소, 북한 이탈 청소년, 베트남과 필리핀과 같은 다문화 가족의 어린이들 그리고 작년부터는 미혼모들에게도 실시하고 있다. 새로운 사회적 소외 계층의 청소년들을 접할 때마다 색다른 어려움을 접한다. 미혼모들은 사회적 편견을 제외하고라도,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예컨대 교육을 받을 동안 그들의 아이를 돌보아 줄 도우미가 절실했다.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여 하나둘씩 우리 프로그램을 마치고 사회 혹은 학교로 다시 돌아가는 그들을 볼 때 정말 가슴 벅차다. 2016년부터 장애인을 위한 경제교육을 시작했다. 그것도 지체장애인보다도 오히려 발달장애인 쪽이 훨씬 많았다. 어렵게 평가지표도 만들고 나도 직접 현장답사를 다녀왔다. 가기 전에는 여전히 의문이 있었다. “일상생활도 어려운데 경제교육이 잘 될까?” 시작이 반이라 벌써 한 학기가 지나고 평가회도 가졌다. 전국에서 20명 가까운 장애인 시설 및 기관에서 직접 교재를 가지고 8시간 이상을 직접 가르친 결과를 서로 논의하는 자리였다. 잘 진행되었던 점, 문제점들 그리고 개선점들을 논의하는 가운데 한 담당 선생님께서 그동안 어려운 점을 말씀하시면서 울음을 터뜨리셨다. 출발부터 어려우셨다고 하신다. 기관으로부터, 학부모로부터 매우 부정적 시선으로 따가운 눈총을 받으신 것이다. 하지만 한 번도 주위 집중을 하지 않았던 아이들이 서서히 변화했으며 돈, 상품, 은행, 마트 등 기초적 경제생활에 최소한의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어떤 친구들은 직접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재혁 교수의 CSR 전략-④] 우리 회사는 CSR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우리 회사는 CSR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조상들이 남긴 최초의 메시지는 무슨 내용일까. 인류 역사에 대한 통찰을 담아낸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Yuval Harari)에 따르면, 기원전 3400~3000년경 우르크의 행정문서가 적혀 있는 점토판에는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이름이 담겨있다. 점토판에 “쿠심이 37개월에 걸쳐 보리 2만9086자루를 받았다고 서명했다”는 내용이 명백히 담겨있는 것. 유발 하라리가 언급한 것처럼,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이름이 예언자나 시인, 위대한 정복자가 아니라 회계사의 것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통계·수치의 역사는 오늘날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국가의 재정부터 개인의 삶의 질까지 많은 것이 수치를 통해 표현되고있다. 심지어는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은반 위에서 펼치는 퍼포먼스의 감동까지, 소수점 두번째 자리까지 세밀하게 평가하는 기술 점수와 예술 점수의 합으로 수치화시키고 있다.  기업을 연구하는 학문 분야인 경영학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실증연구를 수행하는 경우에는 개념의 계량화 즉 조작적 정의가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종업원을 대상으로 직무만족도와 회사에 대한 충성도의 관계를 실증분석하기 위해서는, 설문조사나 2차 자료를 활용해 ‘직무만족도’, ‘회사에 대한 충성도’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수치로 바꾸어야 한다. 이렇듯 추상적인 개념을 수치로 측정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한다. 수치로 표현하기 어려운 개념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하나의 개념이 여러가지로 방법으로 측정될 수 있는 경우,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겪으면서 결국은 관련 연구 더 나아가서는 경영학이 점차 발전해 나가게 된다. 측정 및 평가 방법의 개선을 통해 더욱 정확한

[김동훈의 인사이트 재팬⑤] 긴급구호를 위해 일본의 힘을 결집하다, 일본 인도적지원의 허브 ‘재팬플랫폼(JAPAN PLATFORM)’

이이다 노부시마 재팬플랫폼 사무국장 인터뷰   지난 3월 11일은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지 6년째 되는 날이었다. 동일본대지진은 진도 9.0의 강력한 지진으로 2만명에 달하는 희생자가 발생했던 대참사.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재민이 존재하며 복구재건사업도 여전히 진행중이다. 일본 내 여러 기관들이 여전히 동일본대지진의 상처를 돌보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 중 민간분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곳이 ‘재팬플랫폼(ジャパンプラットフォーム)’이다. 재팬플랫폼은 자연 재해로 인한 피해자나 난민을 돕는 일본 NGO들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긴급인도 지원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중간지원조직’이자 플랫폼 조직이다. 일본 정부와 기업, NGO가 파트너십을 맺고 협력하며, 2000년 출범 이후 국내외 40여곳에서 약 400억엔(약 4012억원)으로 1200개 정도의 인도지원활동을 펼쳤다.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재팬플랫폼은 3시간만에 출동을 결정했다. 센다이에 사무소를 즉시 개설하고 이와테현, 미야기현, 후쿠시마현에 대한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재팬플랫폼의 동일본대지진 이재민 지원사업은 계속되고 있는데, 그간 3700개 이상의 기업 및 단체 후원자 및  4만4000명 이상의 개인 기부자를 통해 700억원 이상을 모금했으며, 185개의 NGO를 지원해 391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동일본대지진 6년을 맞아 일본의 대표적인 민간재난대응기구인 재팬플랫폼의 이이다 노부히사(飯田 修久) 사무국장을 만나 재팬플랫폼 활동에 대해 물었다.   -‘재팬플랫폼’에 대한 소개 부탁 드립니다. “재팬플랫폼은 2000년 8월에 설립돼 올해로 16년이 된 기관입니다. 정부와 기업, NGO  세 주체가 협력하는 플랫폼으로, 정부의 자금과 민간기업과 개인들의 기부금을 모아서 일본의 국제NGO들이 자연재해 피해자들과 분쟁으로 인한 난민들을 돕는 활동들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주로 분쟁, 재난 등의 긴급상황이 일어났을 때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기부·사회공헌도 ‘진짜’ 잘해야 하는 시대

후배 남편은 책도 펴낸 셰프다. 나누고 싶다는 뜻을 품더니, 기어이 동료 셰프 20명을 모았나 보다. 나에게 SOS를 청했다. “두 달에 한 번 정도 직접 요리 재료를 사들고 가서 보육원 아이들 맛있는 걸 해먹이고 싶은데, 어떻게 연락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봉사할 보육원 찾기에 나섰다. 수도권인지 지역인지, 보육원 아이들 규모는 몇 명인지, 해당 보육원이 열정이 있는지…. 여기저기 묻고 부탁해서 다행히 연결시켜줬는데, ‘더나은미래’ 편집장으로 지닌 네트워크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일반 개인이 알아보기엔 참 힘든 구조라고 생각됐다. 지난주에 만난 한 기업 홍보 책임자는 자선 콘서트 때문에 겪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회장님은 자선 콘서트를 많이, 자주 열어서 나눔을 이어가고 싶어 하는데, 표가 안 팔려 실무자들이 온갖 고생을 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렇게 고생스레 모은 기부금을 받은 단체는 홍보조차 도와주지 않고 기부금 사용에 대한 피드백도 아예 없다고 했다. 밖에서 보면 기부나 사회공헌은 참 멋진 일이다. 하지만 내부를 잘 들여다보면, 드러내놓고 말 못 할 사연이 참 많다. 기업 사회공헌 기금 중 일부가 준조세요, 민원 해결형 후원이라는 걸 모르는 이가 없다. 비영리 혹은 복지기관에선 기부금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관료화로 인해, 실제 원하는 진짜 임팩트를 내기 힘든 경우도 많다. 이렇다 보니 눈먼 돈이 여기저기 굴러다닌다. 지금까지는 ‘목적이 좋으니, 과정에서 약간 부족함이 있어도 참아주자’는 온정주의가 컸다. 최순실 사태는 이 분위기를 바꿀 것 같다. 기업마다 기부금 집행 과정의 절차적 투명성을 챙기려 노력한다. 사업의

[김종걸 교수의 미래혁신과 민주주의-②] 촛불혁명 10법 구상

비정상의 일상화  누계 1500만개의 촛불이 전국의 광장을 밝힌 이유는 단지 보수정치에 염증을 느껴서도 개헌을 원해서도 아니었다. 정권의 파렴치하고 몰상식한 행위에 대한 저항이었으며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질타였다. 단언컨대 박근혜 정부는 너무나 무능했다. 경제가 특히 그렇다. 취임 후 발표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는 4% 잠재성장률, 70% 고용률,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의 초석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실패했다. 국가부채는 2008년 300조원에서 지금은 600조원을 넘어섰다. 민영화로 팔려나간 국가재산까지 포함하면 엄청난 자금을 투여했다. 그런데도 경제는 여전히 그 모양이었다. 정책의 중심이었던 창조경제는 정권 내내 애매했으며, 노동개혁과 규제완화를 통한 일자리 확대논리도 설득력이 거의 없었다. 정작 개혁되어야 할 것은 그대로 온존되거나 더욱 강고해졌다. 재벌경제는 변화할 조짐조차 없었으며 오히려 권력과의 유착을 통해 더욱 공고해졌다. 그 엄청난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1년 뒤 메르스 사태 때도 위기대처능력의 부재는 똑같았다. 전염력이 낮다고 했으나 4차 감염은 현실화됐고 온 국민은 불안에 떨었다. 교육부는 휴교를 말하고 복지부는 등교를 말했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민관합동종합대응팀, 범정부메르스대책지원본부, 즉각대응팀 등 컨트롤타워는 어지럽게 난립했다. 누가 결정하고 책임지는지 오리무중이었으며, 당연히 신속한 결정은 불가능했다. 그 지경이 되도록 대통령은 느지막이 나타나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확실하게 발동시켰던 에너지는 바로 증오의 에너지였다. 그들은 국민을 개혁의 동반자로 생각하지 않았다. 문화예술계의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국민을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구분시켰다. 해묵은 진영논리로 모든 경제사회적 논쟁들을 가두어버린 것이다. 최장집 교수는 다른 나라에서는 탈냉전이 사회경제적 문제를 둘러싼 합리적인 대안들 간의 경쟁구도를

[여문환의 비영리 현장 이야기-①] 비정부 국제회의에서 살아남는 10가지 방법

국제 비영리기관에서 일하다 보니 이러 저러한 이유로 국제회의에 참석하게 된다. 민간외교 차원에서 이러한 국제행사는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외국인들이 우리를 통하여 한국과 한국문화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을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회의는 회의 주제에 대한 정보 교환 및 지식 습득이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인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식사 시간이나 쉬는 시간이면 한국의 여러 가지 소소한 일상생활에 대한 질문이 쏟아진다.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이 엄청 인기가 있다는 이야기에서 왜 그렇게 북한이 포를 쏘아대느냐는 남북관계에 대한 문제 그리고 일본은 왜 반성하지 않느냐는 민감한 질문까지 그 폭이 매우 넓고 다양하다. 이렇게 짧은 만남 속에서 관계 형성을 하고 우정을 쌓기란 쉽지 않지만, 타문화에 대한 태도는 점검할 필요가 있다. 우선 우리는 두 가지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첫째는 우리 것과 우리 문화만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점이다. 둘째는 타문화를 무시하지는 않나 하는 것이다. 특히 이 문제는 서구중심주의가 우리 안에 내재화되어 부지불식간에 중심국의 입장에 서는 우를 범하게 된다. 그렇다면 실제로 국제회의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워보자. 첫째는 유머 감각이다. 영어 혹은 외국어도 잘 못하는데, 어떻게 다른 나라말로 남을 웃길 수 있을까? 하지만 한국말로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이 영어로도 남을 웃게 한다. 시차로 생기는 피곤함을 가실 수 있게 하는 유머 한방이 필요하다. 둘째, 국제회의를 준비하고 주관하는 기관 혹은 단체의 사소한 것을 먼저 도와주는 것이다. 100명 이상이 참여하는 국제회의 챙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부

[보니따의 지속가능한 세상만들기] 비글은 왜 샴푸를 싫어할까?

외출을 하기 전 무엇을 하시나요? 혹시 샴푸로 머리를 감고, 세안 후 스킨 로션, 햇볕을 차단하기 위한 선크림을 바르지는 않나요? 여기에 더해 피부의 잡티를 가려줄 비비 크림과 파우더, 인상을 또렷하게 해줄 눈 화장과 얼굴에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립스틱을 바를 겁니다. 이렇게 우리의 피부는 하루 종일 화학 제품의 자극을 받습니다. 이런 이류로 제품을 고를 때, ‘눈에 자극 없습니다’, ‘민감성 피부에도 좋습니다’, ‘먹어도 될 만큼 안전합니다’라는 문구에 절로 눈길이 향합니다. 화장품이 눈에 들어가도 문제가 없는지, 피부 트러블을 일으키지는 않는지, 먹어도 탈이 나지 않는지. 회사들은 어떻게 알고 이런 말을 하는 걸까요? 우리의 안전을 위해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영화보다 더 끔찍한 현실, 앞을 보지 못하는 실험용 비글 “우리는 P&G의 모든 제품을 구매하지 않겠습니다. 그 동안 구매했던 모든 제품도 폐기할 것이며,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멈추지 않겠습니다.” P&G 제품인 샴푸 ‘해드 앤 숄더’와 함께 한쪽 눈이 실로 꿰매진 비글의 처참한 모습이 담긴 캠페인이 인터넷 사이트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과학 기술이 발달한 오늘 날에도 동물들은 끊임없이 실험대에 올라갑니다. 바로 제품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서 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동물은 성품이 온화하고 인내심이 강한 비글입니다. 인간의 몸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알기 위해 비글의 머리와 얼굴에 샴푸를 뿌립니다. 이런 실험은 두 눈이 멀 때까지 지속 됩니다. 실험이 끝나면 남은 생은 편안하게 살 수

[이재혁 교수의 CSR 전략-③] 우리 회사의 CSR은 전략적인가?

우리 회사의 CSR은 전략적인가?    스포츠경기가 끝나면 그 결과에 따라 ‘전략의 승리’ 혹은 ‘전략의 부재’라는 평가가 뒤따르는 경우가 많다. 전략이라는 용어는 스포츠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 전반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예를 들어 근대화 시기의 국가 정책(국가발전을 위해 특정 산업에 전략적 집중투자), 개인의 생활(전략적 대학 입시 및 취업 준비), 기업의 경영활동(산업융합화에 대비한 다른 업종 기업들간의 전략적 제휴)까지 광범위한 분야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말하는 ‘전략’이란 무엇일까. 많은 이들이 ‘이기는 방법’을 떠올린다. 이는 오답은 아니지만 만족스런 답변도 아니다. 전략이란 ‘목표를 달성하려는 수단’을 말한다. 따라서 전략을 이기는 방법으로만 국한시키면 안된다. 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대내외적 경영환경에 따라 이기는 것 외에도 다양한 목표를 설정할 수 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도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전략에 대한 이 단순한 정의에는 크게 두 가지의 중요한 시사점이 포함돼있다. 첫째, 전략을 이해할 때 그 방점을 수단에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전략은 수립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전략이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달성했는지, 실행 이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둘째, 전략은 무언가를 달성하고자 하는 수단인데, 이는 해당 기업이 설정한 목표를 말한다. 따라서 여러 기업들이 동일한 목표를 설정하더라도 내외부 경영환경에 따라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수단, 즉 전략은 기업별로 다양하게 수립되고 실행될 수밖에 없다. 이제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적책임)로 국한시켜 생각해보자. ‘우리 회사의 CSR이 전략적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으려면, 해당 기업이 CSR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가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장기기증과 건강보험, 밥벌이의 관료화

얼마 전, 장기기증과 관련된 속 터지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나라 장기기증 서약자는 123만명. 성인 인구의 2.5%다(미국은 48%, 영국은 35% 정도로 높다). 장기기증 수치만 올라가도 우리나라 건강보험재정 1조2000억원이 줄어든다고 했다. 왜 그럴까. 건강보험재정 지출 2순위는 만성신부전증인데, 가장 좋은 치료법은 신장이식이다. 한데 장기 이식이 활성화 안 돼서 이렇게 어마어마한 돈이 건강보험 재정에서 쓰이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편에선 정부가 장기기증 서약자 비율을 높이기 위해 매년 5억원가량의 예산을 쓴다. 20년 넘게 반복된 패턴이다. 예산 5억원을 쓰는 방법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민간단체에 보조금 식으로 쪼개서 나눠주는 방식이다. 어림잡아 20조원을 쓰고도 문제 해결에 실패한 것이다. 이런 사례를 접할 때면 퇴근해 괜히 남편에게 화풀이를 한다. 공무원인 남편을 몰아붙이며, “정부는 규제만 하지 말고, 문제해결에 집중하면 안 되냐”는 식이다. ‘옵트 아웃(opt-out)’ 방식이라도 시도해볼 순 없었을까. 운전면허증을 발급할 때 ‘장기기증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주고, 거기에 체크하도록 해 체크하지 않으면 장기기증에 동의하는 형태 말이다. 아마 누군가는 이런 의견을 냈을 지도 모르고, 시도했다가 좌절했을지도 모른다. 뭔가를 해보려 하다 잘못되면 된통 책임지는 게 공무원 일상이다 보니, 어느새 정부는 ‘효율’보다 ‘공정’만 우선시하는 공룡이 됐는지도 모른다. 신년 들어 임팩트 투자, 소셜벤처 등 사회문제를 좀 더 효율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집단을 많이 만나다 보니, 더더욱 속이 상한다. 400조원 정부 예산 중 0.1%만이라도 과감하게 ‘미친 듯한’ 도전에 쓰이면 안 될까. 해결해야 할 목표만 주고, 그 목표가 이뤄질 때까지 등 어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