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ESG] ①ESG를 향한 여정이 시작됐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 대한 정의는 매우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CSR은 기업이 사회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그리고 사회와의 관계를 고려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시대에 따라 사회가 기업에 갖는 기대가 다르고, 사회 속에서 기업이 책임으로 인지하는 것도 변화한다. CSR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기업과 사회와의 관계가 매우 역동적이며 지속적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기업의 유일한 사회적 책임이라고 했던 밀턴 프리드먼의 주장은 5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의미가 이전 같지는 않다. 기업이 환경과 사회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들에 대해 관리하는 것은 이미 기업 경영 활동의 당연한 고려사항이 됐다. 그리고 2015년 9월 전 세계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에 합의하면서, 기업들은 지속가능한 세상을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기업의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최근 들어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전 세계 많은 나라가 ESG 성과 공시와 관련된 법규들을 제정하고 있고, 회계법인들과 비즈니스 스쿨에서 ESG와 관련한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기업의 경영 활동을 통해 발생하는 부정적인 환경·사회적 영향을 줄이고 긍정적인 기여를 하는 것을 CSR이라고 한다면, ESG는 기업이 CSR로 관리해야 하는 영역을 일컫는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중심으로 투자자들과 많은 평가 기관들이 기업의 CSR 성과를 가늠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운용사인 ‘블랙락(Blackrock)’의 CEO 래리 핑크는 올해 벽두에 블랙락이 투자하는 기업의 CEO들에게 서한을 보내 ESG 성과 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알렸다. 그리고

최재호 현대차정몽구재단 사무총장
[최부장의 CSR 스토리] 신남방국가와 CSR 전략(上)

신남방국가는 아세안 10개국(6억 4000만명)과 인도(13억명)를 아우르는 인구 20억명 규모의 초대형 신흥시장이다. 인구 수로는 중국을 뛰어넘는다. 신남방국가의 평균 연령은 30세 정도로, 매우 젊고 역동적인 지역이다. 2030년까지 연평균 6%의 경제성장률이 기대되는 차세대 생산기지이자 소비시장으로서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정부는 2017년 11월 9일 열린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신남방정책을 공식 천명했다. 사람(People)·평화(Peace)·상생번영(Prosperity) 공동체를 이루자는 이른바 ‘3P’를 핵심으로 하는 개념으로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 수준을 높여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 4강국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이런 정부 정책에 부합해 코이카는 지난해 5월 코이카의 ODA 비전 발표에서 아세안 국가를 대상으로 ODA 규모를 매년 20% 이상 확대하고 국내외 파트너와의 연계·협업을 강화해 통합적, 효과적, 효율적 ODA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고등교육, 농촌개발, ICT, 도시개발, 교통 등 5개 분야를 집중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신남방국가는 지난 30년간 일본과 화교 자본의 영향력을 크게 받은 곳이었다. 한국은 신남방국가에 대한 지식과 인적 네트워크, 영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신남방국가의 특성과 사회문제, 그리고 이런 신남방 국가의 CSR 사례와 전략 대해 상·하편으로 나눠 소개하고자 한다. 신남방국가 중 인도네시아(2억 7000만명), 베트남(9600만명), 필리핀(1억1000만명), 태국(6700만명)은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다양성을 가지고 있는 동남아시아의 중견 국가다. 4개 국가의 인구는 5억 4000만명에 달하며 그 규모는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3위이다. 정치·역사적으로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와 일본의 식민지였고 베트남은 프랑스와 일본의 식민지였다. 필리핀은 스페인, 미국, 일본의 식민지였다. 오직 태국만 유일하게 식민지의 경험이 없다. 종교적으로도 인도네시아는 이슬람(87%), 베트남은 무교(81%), 필리핀은 가톨릭(81%),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월간 성수동] 영감들과의 휴식

사회를 바꾼다는 것. 참 무겁고 거창한 일이다. 그러다 보니 ‘사회혁신’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업(業)으로 삼은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장작으로 삼아 불을 지펴 밝은 빛을 만드는 걸 너무 당연하게 여긴다. 가장 가까이에서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들이 내는 밝은 빛 아래에 감춰진 고독의 그림자를 느낄 때가 있었다. 혼자 고군분투하는 듯한 고립감, 노력해도 안될 것 같은 무력감,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여러 감정으로 지쳐가는 혁신가들에게 필요한 게 있다면 한 인간으로서 갖는 재충전의 시간일 것이다. ‘인스파이어드’는 매년 전국 각지에 있는 100명의 사회혁신가들을 제주로 초청해 2박 3일 동안 영감과 휴식의 시공간을 제공하는 행사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자신을 제물로 바친 사회혁신가들이 스스로를 한 사람의 인간으로 바라보고, 또 그런 서로 마주하며 연대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그 원동력이었다. 씨프로그램과 루트임팩트, 소풍, 씨닷이 함께하는 인스파이어드는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은 언컨퍼런스다. 언컨퍼런스란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연사가 청중에게 일방적으로 강연을 하는 기존의 콘퍼런스를 뒤집는다는 뜻의 단어다. 언컨퍼런스에서는 모두가 호스트이며 동시에 참가자다. 이 행사에서는 누구나 즉흥적으로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만들어낼 수 있다. 인스파이어드에서는 서로를 ‘영감(靈感)’이라고 지칭한다. 혁신가로서 지고 있던 짐을 모두 벗어 던지고 온전히 한 개인으로서, 그리고 하나의 영감으로서 서로를 마주하자는 약속이자 문화다. 2020년의 인스파이어드는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최초로 온라인으로 진행됐고, 카카오임팩트재단이 처음으로 합류했다. 온라인으로 열리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시작되자마자 우려는 저만치 날아가 버렸다. 온라인 회의

[사회혁신발언대] 바이든 당선과 한국의 그린 전환

지난 2014년 5월, 백악관이 주최한 회의에 D3(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가 초청받은 적이 있다.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열린 이 회의는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리카의 전력 접근성 확대를 목적으로 개최한 ‘Power Africa’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아프리카 지역에서 활동하는 클린에너지 창업가와 임팩트투자자들을 파트너로 초청한 자리였다. 당시 우리는 탄자니아, 케냐 등에서 태양광 파이낸싱 플랫폼을 운영하는 선펀더(Sunfunder)를 포함해 아프리카 지역에서 3개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었다. 회의에는 아프리카 지역 신재생에너지 회사들, 코슬라벤처스 등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 임팩트투자기관들이 참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초반 사회혁신 및 시민참여 사무국(Office of Social Innovation and Civic Participation)을 두고 사회문제 해결에 민관 협력을 이끌어 내고자 했다. 10억 달러 규모의 중소기업청 임팩트투자 예산을 만들었고, 퇴직연기금 운용에 있어 ESG 기준을 적용할 수 있게 관련 법을 정비했다. 또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에 참여하고, Power Africa 프로젝트 등 개발도상국 신재생에너지 보급에도 앞장설 수 있게 노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이후 오바마 대통령이 만든 사회혁신 및 시민참여 사무국을 폐지했다. 파리기후협약에서도 탈퇴하며 문명국가로서 리더십을 저버렸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이런 태도는 역설적으로 미국의 민간 투자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사회 책임 투자를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이 겹치면서 사회·환경 가치를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졌으며, ESG 펀드로의 자금 유입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미국의 올 상반기 ESG투자 펀드(재무적인 기준뿐 아니라 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하는 투자 방식) 자금 유입은 209억 달러로, 지난해 연간 유입 규모인 214억 달러에 근접했다. ESG 투자 분야로 자금이

[정경선의 최적화 인류] 고기가 사라진 미래

한국 맛집 탐방가들의 포스트에 언젠가부터 빈번하게 등장하는 식당들이 있다. 바로 ‘한우 오마카세’. 고급 스시집처럼 한우의 각종 특수 부위들을 다양한 양념과 곁들여 순서에 맞춰 서빙하는 초고급 고깃집이다. 저녁 한 끼에 수십만원을 호가하는데도 문전성시인 걸 보면 그야말로 현대판 주지육림(酒池肉林)이라 할 수 있겠다. 한우 오마카세는 일부의 이야기라 하더라도 한국인들이 고기를 좋아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고기 무한 리필 뷔페들이 호황이고, 아이돌이 곱창을 먹는 장면이 TV를 타면서 한때 전국 곱창집이 사람들로 붐볐다. 바야흐로 ‘고기테리언’ 전성시대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자료에 따르면, 95년 한국인은 1인당 평균 6.72㎏의 소고기와 14.75㎏의 돼지고기, 5.98㎏의 닭고기를 먹었는데, 23년 후인 2018년에는 평균 12.7㎏의 소고기와 27㎏의 돼지고기, 14.1㎏의 닭고기를 먹었다고 한다. 거의 두 배에 가깝게 증가한 수치다. 한국인들의 식성은 이미 바뀌었고 앞으로 더 많은 고기를 찾게 될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우리 몸과 마음을 살찌우는 고기 사랑이 큰 대가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축산업(사료 재배부터 육류 가공까지)의 탄소 배출은 전체 배출의 14.5%에 해당하며, 이는 에너지 섹터 다음으로 막대한 배출량이다. 지금도 남미에서는 소를 키우거나, 소를 먹이기 위한 목초지를 확보하기 위해 엄청난 면적의 밀림을 불태우고 있고 이는 기후온난화를 부추기고 있다. 어디 이뿐일까. 더 저렴한 가격에 고기를 먹기 위해서 도입한 공장식 축산은 동물 복지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효율화를 위해 고안한 밀집 사육장. 그로 인해 벌어지는 폐사를 막기 위해 남용되는 항생제는 치명적인 인수 공통 감염병의 우려를 낳는다.

김미진 위커넥트 대표
[모두의 칼럼] ‘인재상’ 대신 ‘조직상’을 생각하라

코로나19 장기화로 일하는 풍경이 크게 달라졌다. ‘정말 일이 될까?’ 하며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시작한 재택 근무도 어느덧 일상화되고, 감염과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일하는 시간과 장소를 구성원의 자율에 맡기거나 제도로 정착시킨 회사들이 하나둘 늘었다. 우리 회사도 거주지나 업무 성격에 따라 시행하던 단시간·재택 근무를 전격 도입했다. 구성원들은 “출퇴근에 드는 시간이 줄어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길 수 있고 업무 생산성과 삶의 질 모두 높아진 것 같다”며 만족했다. 그러나 이런 꽃놀이도 잠시, 여기저기서 아우성이 들려왔다. 내가 만난 한 소셜벤처 대표 A는 “처음에는 재택 근무가 직원들을 위한 혜택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면서 “같은 공간에서 일할 땐 소통도 편하고 속도도 빨랐는데 재택 근무를 시작하니 쉽지 않더라”며 초반의 고생을 털어놨다. 중간 지원 조직에서 이사로 근무하는 B는 “당연히 안전이 최우선이지만 집이 비좁거나 도저히 재택 근무를 할 수 없는 환경의 직원에게까지 재택 근무를 강제할 수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직원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대면 소통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와 노력을 요하는 비대면 소통에 피로감을 느끼고, 업무의 양은 같거나 되레 늘어났는데 맥락에 대한 이해나 상호작용 없이 진행된 업무 결과에 좌절해 번아웃을 경험하는 사람도 있었다. 코로나가 한창 극성일 때 입사한 어느 신입 직원은 동료들과 만나지 못하는 상태에서 일을 시작하다 보니 극도의 고립감과 피로감을 느꼈는지 한 달도 안 돼 퇴사했다는 이야기도 전해들었다. 특히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못 가는 아이를 돌보며 동시에 일해야 하는 워킹맘들에게선 ‘곡소리’가 들려왔다.

한수정 아름다운커피 대표이사
[모두의 칼럼] 기후변화 저감시키는 ‘유통의 힘’

지난 9월 24일,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이 ‘기후서약 응원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4억 5000개의 취급제품 중, 생산과정이 기후변화 저감에 기여하는 제품들을 선별해 온라인상에서 아마존의 특별 배지를 부여했다. 온라인 쇼퍼들은 이 배지를 식별함으로써 환경과 미래를 위한 소비에 보다 쉽게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고 아마존은 밝혔다. 아마존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은 갑작스런 이벤트가 아니다. 2019년 그들은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선언’을 통해 “파리협약보다 10년 먼저 탄소 순배출 제로를 달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기후서약(Climate Pledge)에 가장 먼저 서명한 뒤 ▲숲 재–조림을 위한 1억 달러 투자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발전소 프로젝트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전기배송차량 10만대 구입 등 거대 기업다운 광폭 행보를 선보였다. 아마존은 이번 응원 프로그램 론칭을 위해 시중에서 통용되던 수백 개의 인증마크를 재평가해 환경적으로 기후변화 저감에 효과가 있다고 증명된 19개의 마크를 최종 선정했다. 이 마크들은 생물다양성 지원, 유기농법 시행, 공정한 가격과 노동인권 보호, 유해 화학물질사용 최소화, 탄소배출 저감, 재생에너지 사용 등을 보증한다. 이중 눈에 띄는 것은 아마존이 자체적으로 개발해 선보인 ‘콤팩트 바이 디자인(Compact by Design)’ 인증이다. 일반 유통 매대에서 필요한 화려하고 눈에 띄는 비규격 포장을 지양하고, 가급적이면 단순한 육면체 포장, 내용물 포장 시 빈 곳 최소화, 내용물을 최대로 담을 수 있는 포장 등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아마존의 두 가지 관점이 보인다. 하나는 기후변화를 이유로 자사의 물류비용을 최대한 낮추려는 의도이다. 실리도 챙기면서 이런 명분을 등에 업는 것은

김민석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업본부장
[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컬렉티브 임팩트’라는 약속과 현실

올해 한국사회에서 공공, 기업, 시민사회를 통틀어 가장 자주 언급된 단어는 무엇일까. 아마도 ‘사회적 가치’라는 단어일 것이다. 지난 2018년 3월 정부는 ‘정부혁신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사회적 가치 중심의 정부’, ‘참여와 협력’, ‘신뢰받는 정부’를 세 가지 전략으로 선정했다. 이후 참여와 협력을 기반으로 사회적 가치 확산을 추진하는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민간기업은 어떨까? 삼성전자는 올해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경제적 성과와 함께 글로벌 기업시민으로서 환경적·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더욱 힘쓸 것”이라는 대표이사의 말을 실었고, SK그룹은 더블바텀라인(DBL)을 제시하며,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모두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사회적 가치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진정한 가치창출을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컬렉티브 임팩트’라는 용어가 눈길을 끈다. 컬렉티브 임팩트는 2011년 카니아와 크레이머(Kania & Kramer)가 스탠포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에 언급하면서 유명해진 용어다. 물론, 이전에도 사회문제에 대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함께 ‘공동 대응(Coordinated Community Response)’해야 한다는 주장은 많이 있었다. ‘공동 대응’은 어느 한 조직이나 기관이 혼자서 복잡한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데, 단순히 공동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통의 의제를 개발하고 실행하는 과정으로서 ‘컬렉티브 임팩트’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컬렉티브 임팩트’는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다음의 다섯 가지 필수 요건이 있다. ▲공통된의제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 ▲상호 보완 활동 ▲중추적 지원 조직 ▲공유 측정 시스템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효과적인 컬렉티브 임팩트를 창출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유지민(거꾸로캠퍼스 재학생)
[모두의 칼럼] 휠체어 탄 패셔니스타를 꿈꾸다

사람은 누구나 멋 부리고 싶은 욕구가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계절별로 옷을 사서 예쁘게 옷을 입고 싶지만, 내 몸과 휠체어 때문에 불가능할 때가 많다. 휠체어를 타기 때문에 입고 싶어도 입기 어려운 옷을 세 가지 꼽자면 롱스커트, 청바지, 니트류다. 첫 번째 롱스커트. 지체장애인인 나는 치마를 입기 곤란하다. 하반신 마비 때문에 다리가 쉽게 차가워지고, 손상을 입어도 알아차리기 어렵다. 게다가 롱스커트는 휠체어 바퀴에 걸리고 바닥에 쓸린다. 이런 이유로 여름에만 아주 가끔 치마를 입는다. 두 번째는 청바지다. 청바지처럼 신축성이 없고 몸에 딱 붙는 옷, 특히 하의는 스스로 입고 벗기가 너무 어렵다. 집에서는 바닥에 누울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가능하지만, 밖에서 화장실에 갔다가 바지를 올려야 하는 경우에는 팔로 몸무게를 지탱하며 바지까지 끌어올리긴 거의 불가능하다. 외출할 때 도와줄 친구나 어른이 없는 날에는 청바지를 입지 않는다. 꼭 입고 싶을 때는 허리 부분이 고무줄로 된 청바지를 입는다. 마지막으로 니트류. 요즘에는 전동휠체어를 이용하기 때문에 그나마 괜찮지만, 수동으로 바퀴를 밀 때 니트류의 옷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소매가 모두 더러워지고 해지기 때문이다. 니트를 포함해 겨울옷 대부분이 휠체어를 이용하는 내게는 불편하다. 두꺼운 옷 때문에 몸이 무거워지는 것도 싫고, 휠체어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 앉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지탱하는 게 힘들다. 옷의 종류뿐 아니라 사이즈를 고를 때도 문제가 있다. 어릴 때부터 휠체어를 타서 상체와 하체의 비율이 달라 상체는 성인 코너, 하체는 키즈 코너에서 골라야 한다. 미리 입어보는

[진실의 방] 장혜영만 저주를 피했다

‘행운의 편지’라는 게 유행한 적이 있다.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편지다. 받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실제로는 행운이 아니라 저주에 가까운 내용이다. 편지를 그대로 베껴 쓴 뒤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면 행운이 찾아오지만, 그러지 않으면 엄청난 불행이 닥칠 것이라는 경고이자 협박이다. 국정감사 기간, 국회로 행운의 편지가 배달됐다. 발신인은 청소년들. 수신인은 제21대 국회의원들이었다. 영국이 시작점으로 표기된 ‘원조’ 행운의 편지와 달리, 이번 편지의 출발지는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모국인 ‘스웨덴’으로 설정돼 있다. 내용은 이렇다. “이 편지는 스웨덴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따라 지구를 8바퀴 돌았으며, 35일 안에 당신 곁을 반드시 떠나야 합니다. 당신은 그 기간 안에 편지 말미에 적힌 지시를 충실히 따라야만 기후위기가 가져올 저주를 피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기후행동이라는 단체가 기획한 ‘행운의 편지 캠페인’이다. 국민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도록 노력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기후위기에 너무 무관심하다는 게 편지의 주된 내용이다. 저주를 피할 방법은 두 가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임기 내에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 건지 피켓에 적어 사진으로 찍어 보내고, 받은 편지를 주변 의원 3명에게 전달해야 한다.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미래 유권자인 청소년들의 불안과 절박함을 모른 척한 대가로 다선(多選)의 꿈을 이루지 못할 것이며, 의원직에서 내려온 뒤에는 ‘기후 역적’으로 역사 교과서에 남겨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청소년들은 이 행운의 편지를 국회의원 15명에게 보냈다. 기후위기와 관련 있는 산업통상위·환경노동위·기획재정위 소속 의원들과 각

[아무튼 로컬] ‘휘뚜루마뚜루’ 살다보면…

민족사관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 다트머스 대학과 영국 옥스퍼드 대학원에서 역사학을 공부하고 돌아온 전범선(28)씨는 요즘 강원도에서 동물의 생명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공간을 만들겠다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누구나 부러워할 엘리트 코스를 걸어오던 전씨는 5년 전 한국에 돌아와 잘나가는 직장을 마다하고 의식성 짙은 노래를 지어 부르는 ‘양반들’이라는 밴드를 만들더니, ‘두루미’라는 문화 기획사를 창업해 독립 출판을 하고, 문 닫기 직전인 인문사회과학 서점 ‘풀무질’을 맡아 운영하고, 채식주의자가 되어 비건 스타일의 사찰 음식점을 차리고, 이젠 동물의 생명권 보호를 주창하는 ‘동물해방물결’에 참여해 새로운 활동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전씨는 자신의 삶을 ‘휘뚜루마뚜루(마음 가는 대로 이것저것 하는 모양) 방식’이라고 표현한다. “안정됐지만 (정신적으로) 불안한 삶보다는 (경제적으로) 불안하되 행복한 삶이 더 낫다”는 것이 이유다. 이를 두고 좌충우돌 청년의 방황으로 보는 이도 있겠지만 그가 지금까지 해 온 일을 보면 하나같이 당장 돈은 안 되더라도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런 그의 모습은 지역에 자리 잡은 밀레니얼 창업자들의 특성을 한눈에 보여주는 자화상과도 같다. 기성세대 눈에는 요즘 젊은 사람들이 자기 잇속만 챙기고 공동체 문제에는 도통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현장에서 만나는 젊은 창업자들에게선 전혀 다른 모습이 보인다. 로컬에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창업을 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사회적 가치와 공익적 활동에 관심이 많고 거기에서 자기의 미래를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밀레니얼 세대가 갑자기 이타심에 충만해서 이러는 것은 물론 아니다. 산업화 시대의 끝자락에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월간 성수동] 임팩트 투자에 ‘마법 모자’가 필요할 때

얼마 전 ‘로컬 브루어리(지역 양조장)’에 대한 투자 건으로 구성원 간에 진지한 토론이 있었다. 한쪽에서는 술은 웰빙을 해치기 때문에 임팩트 투자 대상은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다. 반대쪽은 전통주와 같이 지역 문화나 지역 공동체적 측면이 강조되는 경우에는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논리로 맞섰다. 쉬이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논의는 ‘건강 디저트’로 이어졌다. 더 건강하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디저트 제품이라면 사회적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디저트는 영양 등 생존의 필수재도, 식량 문제와 연결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투자 우선순위에서는 떨어진다는 주장이 충돌했다. 임팩트 투자사 내부에서는 종종 사회적 가치 판단을 둘러싸고 열띤 논쟁이 펼쳐진다. 환경, 장애, 의료, 교육, 여성 분야의 경우 사회적 가치에 대한 논의가 쉽게 끝나는 편이다. 하지만 모호한 지점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영역도 많다.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해야 ‘이것은 사회적 가치고, 이것은 아니다’라는 판단을 할 수 있을까.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에는 ‘마법의 분류 모자(sorting hat)’가 등장한다. 학생의 머리에 모자를 씌우면 기질과 성격을 읽어 특성에 맞는 기숙사를 배정해주는 마법 모자다. 투자 결정 건으로 토론이 격렬해지다 보면 우리에게도 그런 마법 모자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임팩트 투자계에 분류 모자 같은 역할을 하는 기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 임팩트 투자 기관은 지난 2015년 UN에서 선정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사회적 가치의 판단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투자 결정 과정에서 재무적 요소와 더불어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고려하는 ESG 역시 널리 활용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