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밥값만 하자… 그렇게 버티다 보니 10년이네요”

[Cover Story] 1200만명 거쳐간 국내 최초 온라인 기부 플랫폼 10주년 맞은 ‘해피빈재단’ 권혁일 이사장 왜 공익은 불쌍해야 하나요? 우리도 자립할 수 있는데 “밥값 하려고 10년을 버텼네요. 그 밥값이 이렇게 크고, 길고, 힘들고, 괴로운지 모르고 시작했습니다.” 10주년을 맞은 ‘재단법인 해피빈’ 이야기를 들으러 권혁일(47) 이사장을 만났을 때 그는 ‘밥값’ ‘숙제’ 같은 이야기를 여러 번 했다. 권혁일 이사장은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함께 삼성SDS 사내 벤처에서 의기투합한 네이버 창업 멤버이자 검색 엔진 개발자 출신이다. ‘부끄럼 많다’는 그가 인터뷰에 등장하는 유일한 이유는 바로 해피빈 때문이다. 해피빈(happybean.naver.com)은 2005년 7월 네이버가 출시한 국내 최초의 온라인 기부 플랫폼이다. 당장 모금이 필요한 공익 단체가 사연을 올리면 기부자가 그 사연을 보고 기부하는 1세대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다. 해피빈을 통해 지난 10년간 온라인 기부를 경험한 사람이 1200만명이다. 전체 인구의 20%가 넘는다. 510억여원의 기부금이 모였고, 이는 5500여곳의 공익 단체에 기부됐다. 그는 “지난주에 해피빈 10주년 실적을 발표했는데, 이제 궤도에 오른 것 같아 다들 박수쳤다”며 “그날 전 직원이 회식했는데 2차를 쐈다”고 웃었다. 척박한 온라인 기부 문화와 싸워온 그의 10년 히스토리를 들어보았다. 인생 2막은 NGO에서 네이버 창업멤버로 시작, 2003년 직원 한 명과 함께 회사 내 사회공헌팀 만들어 ―검색 엔진을 개발한 공학도이자 창업 멤버였는데, 어떻게 네이버의 사회공헌을 담당하게 되었습니까. “네이버 창업 멤버로 6년을 보내고 당시 네이버재팬을 맡았어요. 지금보다 체중이 10㎏이나 덜 나갈 만큼 몸이 망가졌어요. 회사를 그만두고

[Cover Story] 빌게이츠재단은 백신 개발, 코카콜라는 유통… 기업과 NGO ‘전략적 同志’가 돼라

[Cover Story] 세이브더칠드런 글로벌 콘퍼런스서 본 기업 파트너십 혁신 현장 “빈곤·교육문제, 기업과 NGO 홀로 해결 불가능… 협업 점점 늘어날 것” “글로벌 기업의 사회공헌 흐름이 확 바뀌고 있다.” 국제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 최혜정(54) 마케팅본부장의 말이다. 그녀는 지난 6월 중순 영국 런던의 ‘글로벌 기업 파트너십 콘퍼런스(GCPC·Global Corporate Partnership Conference)’에 다녀온 이야기를 했다. 매년 열리는 이 콘퍼런스는 30개 회원국이 모여 최근 기업과 NGO가 어떻게 협업하는지 모델 사례를 공유하는, 세이브더칠드런 내부의 학습장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전 세계 120여개 사업장, 159개 이상의 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97년 역사의 NGO다. 기업들의 후원금만 1700억원(2014년)으로, 영국 내에서 모금액 기준 2위 단체다. 이 때문에 이 콘퍼런스는 글로벌 기업 사회공헌의 흐름, 세계 각국의 이슈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현장이다. 재작년에는 유니레버 부사장이 ‘공급망(value chain) 측면에서 원료 공급부터 생산, 판매 소비 전 과정에서 어떻게 CSR 활동이 전개되는지’를 발표했다고 한다. NGO가 여는 콘퍼런스에 글로벌 기업 부사장이 직접 나와 사례 발표를 하는 모습을 우리나라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하지만 글로벌 NGO에선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다고 한다. 6조원의 사회공헌 비용을 쓰고도, NGO로부터 “갑질하는 기업” “NGO가 사회공헌 하도급 업체냐”라며 비판받는 한국 기업의 ‘파트너십 문화’에 주는 시사점은 없을까(2014년 전경련 사회공헌백서 기준, 주요 기업은 2조8000억원, 기업재단은 3조2000억원을 사회공헌으로 썼다). 지난 2일 최혜정 본부장을 만났다. 이어 리타 지로티(Rita Girotti) 세이브더칠드런의 글로벌기업파트너십 그룹(GCPG·Global Corporate Partnership Group) 대표를 이메일 인터뷰했다. 이들을 통해 글로벌 기업

[Cover Story] 나무로 뚝딱뚝딱… 문화를 DIY

[Cover story] 木工, 문화가 되다 나만의 이야기를 담아… 名品이 된 폐목재 나무라는 자연친화적인 소재로 나만의 물건 만든다는 특별함 기업·학교 등에서 관심 증가 친환경가구 제작, 공원 조성 등 폐목재 이용한 사업·활동도 활발 ‘목공(木工)’ 열풍이 심상치 않다. 특별한 취미를 찾는 직장인, 제2의 인생을 바라는 시니어, 사회 혁신을 꿈꾸는 활동가, 노작교육(勞作敎育·신체활동을 통한 교육)의 가치를 깨달은 청소년까지 나무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IT 기기로 인해 일과 삶의 균형이 깨지고, 점점 빨라지는 트렌드에 지친 사람들은 요리나 목공 등 직접 시간을 들이고 땀 흘려 만들어야 하는 ‘슬로 워크’에 몰려가고 있다. 버려진 나무에 주목하는 기업, 목공을 통해 소통하는 공동체도 점점 는다. 유행을 넘어 문화가 되고 있는 목공 열풍 현장을 따라가봤다. 편집자 주 해발 128m 높이 나지막한 산. 서울 강서구 개화동에 자리 잡은 ‘개화산’에는 특별한 길이 하나 있다. 정상에 이르는 길 700m를 1.8m 폭으로 만든 ‘무장애 숲길’로, 지난해 7월 말 완공됐다. 반들반들하고 평평한 나뭇길은 고령자는 물론, 장애인 휠체어에도 자유로움을 허락한다. 서울의 자치구 중에서 장애인 인구가 둘째로 많고, 65세 이상 어르신이 넷째로 많은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보행 약자 친화형 산길이다. 목재 바닥 곳곳에 설치된 핸드레일이나,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판에도 약자를 위한 배려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 13일, 이곳에서 만난 정방선(60·강서구 방화동)씨는 전동 휠체어 위에 앉아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정씨는 하반신이 완전히 마비된 1급 지체장애인. 5년 전 앓았던 척수염의 여파다. 휠체어에 앉기

[Cover Story] 반려동물 1000만 시대, 유기동물 보호소를 가다

“가족이 되고 싶어요” 주인 못찾거나 입양 안되면 안락사 한 해 유기동물 처리비용 100억원’유기견’ 편견에 입양도 꺼려 정부 지자체 보호소 90%가 위탁운영 전문성 떨어지는 사설보호소 난립 대규모 애견 번식장 90%가 무허가…싸게 분양받고 버리는 악순환 이어져 반려동물 인구 1000만명 시대다. 국민 5명 중 1명은 동물과 함께 산다. 동물보호법이 제정된 지 올해로 24년째요, ‘반려동물등록제’가 전면 시행된 지 3년째다. 국내에도 반려동물 복지가 정책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한 해 8만 마리 이상 동물이 유기된다. 유기동물 입양과 안락사 등으로만 한해 100억원 이상이 든다. 전국 유기동물 보호소 368개는 제 역할을 못한다는 평가다. 일부 사설 유기동물 보호소(private animal shelter)는 법적 테두리 밖에서 불법 밀거래를 하기도 한다. ‘더나은미래’는 전국의 유기동물 보호소 4곳을 현장 르포 취재해 유기동물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여느 개들과는 조금 달랐다. 짖지도 반기지도 않았다. 진한 밤색 털에 하얀 콧잔등이 도드라졌던 ‘차돌이'(도사견·4년 추정)는 기운 없는 모습으로 견사(犬舍) 주변만 어슬렁거렸다. 왼쪽 허벅지 뒷부분엔 수술 흔적이 남아있다. “두 달 전 전라도 지역의 한 시(市)보호소에서 데려왔어요.” 이영숙 동물학대방지연합회 양주쉼터 소장이 말을 이었다. “다리에 종양도 있고, ‘심장사상충’도 있었지만 치료의 손길은 전혀 없었죠. 내버려뒀으면 안락사를 당했을 거예요.” 동물학대방지연합회는 유기동물을 구조·보호하고 입양으로 연결하는 비영리 민간단체다. 1999년 처음 설립됐고, 2003년 경기도 양주에 터를 잡았다. 현재는 ‘차돌이’와 같은 동물 140마리를 보호하고 있다. 지난 1일 오후에 찾은 이곳은 울타리 설치가 한창이었다. “새 식구를 맞이할

[Cover Story]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 사상가, 짐 콜린스 인터뷰

[비영리 분야 위대한 조직, 5가지 특징은…] 1… 미션에 부합하는 ‘성과’ 찾기 2… 자발적으로 따르게 하는 리더십 3… 적합한 사람 찾는 걸 최우선 4… 지속 가능한 ‘자원’을 개발 5… 브랜드 구축해 팬층 넓혀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 사상가로 꼽히는 짐 콜린스(Jim Collins)와의 인터뷰에는 무려 2개월 반이 걸렸다. 수차례의 이메일과 전화통화 끝에 지난 7일, 그와의 스카이프 인터뷰가 이뤄졌다. 그를 꼭 인터뷰하고 싶었던 건 책 ‘비영리 분야를 위한 좋은 조직을 넘어 위대한 조직으로(Good to Great and the Social Sector)’가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됐기 때문이다. 2005년 미국에서 출간된 지 10년 만에야 번역된 셈이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비영리 영역 전문가들 사이에서 커다란 화제가 됐다. ‘경영의 구루’가 비영리 조직을 연구한 건 왜였을까. ―영리 기업에 대한 연구와 책으로 이름난 경영 석학이 비영리 조직에 대한 책을 냈던 게 생소하다. “2001년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를 출간하고 나서 많은 독자로부터 피드백을 받았다. 그중 3분의 1 가까이가 비영리에 종사하는 이들이더라. 굉장히 놀랐다. 들어오는 질문들도 비슷했다. ‘비즈니스 모델과는 다른 비영리 단체의 위대함은 어떻게 정의 내려야 하나’, ‘(비영리 단체같이) 권력이 분산되어 있는 경우에 리더십은 어때야 하나’, ‘기업에서는 재정적으로 이윤을 내면 또 다른 자본이 들어와 동력이 생기는데, 비영리의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하나’ 같은 식이었다. 위대한 비영리 조직엔 어떤 원칙들이 있고 기업에 적용되는 원칙과는 어떻게 다를까 하는 호기심에서 연구가 시작됐다. 이 책은 그

[Cover Story] 탈북자의 진짜 ‘홀로서기’ 저희가 힘껏 돕겠습니다

탈북 청년, 최초로 사회혁신기업을 만들다 탈북자 사회혁신기업 ‘요벨’ 박요셉 대표   박요셉(33)씨는 탈북 청년이다. 열여덟 살의 나이에 고향인 함경북도를 떠나 스물세 살에야 남한 땅에 첫발을 디뎠다. 5년여 동안 혈혈단신으로 중국을 떠돌며 양치기, 호텔 매니저, 공사판 노동자 등 어지간한 일을 다 겪었다. 20대 청년이 생각하기에 ‘남쪽 동네’에 정착하는 건 크게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같은 문화권이고, 같은 언어를 쓰는 나라인데 뭐가 힘들까 싶었다. “아니었어요. 막상 와보니 너무 힘들었어요. 외래어가 많이 섞여 말이 안 통해요. 정서적으로나 경제적으로도 전혀 다른 문화였어요. 마음의 상처도 크고, 가족도 그리웠어요.” 상상하지도 못한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다. 탈북민을 보는 시선이었다. 얼마나 배고팠는지, 얼마나 가난했는지, 국경은 어떻게 넘었는지, 죽을 뻔한 고비는 없었는지…. 어딜 가나 23년 인생, 가장 끔찍한 순간의 기억들만 후벼 파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불쌍한 사람’으로 쳐다보는 연민의 눈빛들도 불편했다. “5년 가까이 유학생들이랑만 소통하고 지냈어요. 대학에서도 외국인 친구들 하고만 어울리고, 교회도 외국인 교회로 다니고요. 영어는 입도 뻥긋 못하고 A. B. C 배워나갈 때였는데, 외국 친구들이랑은 사전 찾아 단어 하나만 보여줘도 서로 말이 통해 낄낄거렸어요. 그 안에선 저를 ‘탈북자’가 아닌 그냥 제 자신으로 봐주더라고요. 어릴 적 놀던 얘기, 소소한 일상, 보고 싶은 가족들 얘기 같은 걸 하면서요. 한국 사회 내에서 제 나름의 ‘제3의 공간’을 만든 거죠. 안 그랬으면 자존감이 많이 꺾였을 텐데, 다행이었죠.” ◇그가 남한 땅에서 살아남은 법 남한 땅을 밟은 지

[Cover story] 고양이 역장 ‘다행이’ 이야기

이렇게 사랑하다 보면 놀라운 기적이 일어납니다 다행이 오른쪽 앞발 다친 상태로 구조돼 재래 품종에 장애까지 있어 입양 가기 정말 어려웠는데… 김 역장이 선뜻 받아줘 김행균 역장 선로 위 아이 구하고 다리 잃어… 보육원 아이들 태우고 해돋이 보러가는 희망열차 운영, 대합실에 나눔의 쌀독도 만들어 고양이와 역장님 SNS 통해 이야기 퍼져나가자… 주말이면 다행이 찾는 팬들로 북적 훈훈한 ‘러브스토리’에 고양이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도, 사회문제도 조금씩 변화하길 기대합니다” 유기 동물을 입양하려는 분들께… 제가 말씀 드릴 수 있는 건, 다행이를 키우며 조그만 행복을 얻었다는 겁니다. 다행이와 놀다보면 안 좋은 일도 금방 잊게 되고, 한번이라도 더 웃을 수 있어요 “안녕하세요! 역곡역장 다행이입니다.” 지하철 1호선, 하루 6만5000여명이 드나드는 경기도 부천 역곡역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고양이 역장 ‘다행이’가 있다. 역무실 출입구는 다행이 캐릭터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고, 역장실 입구에도 다행이 그림이 붙어있다. 부역장 책상 옆의 난로 위는 요새 다행이가 가장 즐겨 찾는 집무 공간이다. 주 업무는 10시간 이상 수면, 팬들이 선물한 간식 먹기, 사회복무요원 형들에게 재롱떨기. 하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일은 김행균(54) 역장의 옆을 지키는 일이다. 2003년 영등포역 선로에서 어린아이를 구하고 왼쪽 다리와 오른쪽 발등을 잃은 김 역장은 “이 개구쟁이 때문에 정신이 없다”면서도 책상 위로 펄쩍 뛰어오른 다행이를 익숙하게 쓰다듬었다. 이제 2년 차에 접어든 ‘고양이 집사’의 노련함이 엿보이는 모습이었다. ◇그 고양이, 다행이 2014년 1월 천안의 한 동네

[Cover Story] 산을 정복한 남자, 산속에서 나눔을 외치다

최태욱 기자, 네팔 ‘엄홍길휴먼스쿨’ 동행 취재 7년전 “산과 나누며 살겠다” 재단 출범 에베레스트 산자락 해발 4060m에 첫 학교 이후 11개 설립… 신세계·롯데 등 후원 “이제 교사 트레이닝 등도 진행할 계획” 에베레스트부터 로체샤르까지 등반 후 그 산자락에 16개의 학교 짓겠다 다짐 “빵·옷 아닌 교육을 주고 싶었다” ‘DMZ평화통일대장정’ 장학금 기부도 해발 8500m 절벽. 정상은 100m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숨 쉴 힘조차 없었죠. 해는 벌써 떨어졌는데, 더 오를 수도 내려갈 수도 없었어요. ‘나도 여기서 끝이구나’ 싶었죠.” 지난 2000년 봄, 히말라야 산맥의 ‘칸첸중가(Kanchenjunga·8586m)’ 정상에 도전했던 엄홍길(53·엄홍길휴먼재단 상임이사) 산악대장의 회상이다. 그날 엄 대장은 로프에만 의지한 채 영하 30도가 넘는 절벽에 밤새 매달려 있었다. 북한산 백운대(850m)만 올라가도 몇 시간만 있으면 저체온증이 온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날은 8500m 상공에 바람 한 점이 없었다. 비행기가 오가는 고도가 ‘무풍지대’라니…. 엄 대장은 새 아침 여명에 힘입어 다시 정상으로 향했다. “나중에 베이스캠프에서 찍은 영상을 보니, 마치 ‘우주여행’하는 사람처럼 슬로 모션으로 꾸물거리며 기어올랐더라고요. 8000m를 일명 ‘신들의 영역’이라고 해요. 그 아래까지는 인간의 능력으로 가능하지만, 그 이상은 산의 기운이 끌어당겨 줘야 하죠. 그래서 빌고 또 빌었어요. ‘제발 나를 허락해 달라. 그러면 나도 산을 위해 헌신하며 살겠다’고 말이죠.” 세계에서 셋째로 높은 데다 워낙 오지(奧地)라 산악인들조차 꺼린다는 산, 이미 앞선 두 번의 도전에서 동료 2명을 잃으며 실패했던 마의 고지 ‘칸첸중가’는 그렇게 엄홍길 대장에게 정상을 내줬다. 엄

[Cover Story] 다사다난했던 2014 돌아보며… 다함께 행복한 세상을 꿈꿉니다

2014 공익 이슈 TOP TEN 2014년 공익 현장은 굵직굵직한 이슈로 시끌시끌했다. 국내에서는 송파 세 모녀 사건(2월)에 이어 세월호 참사(4월)가 벌어졌고, 아동 학대 특례법도 시행(9월)됐다. 해외에서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서아프리카를 강타(2월)했고, 아이스 버킷 챌린지 열풍(8월)이 페이스북을 통해 퍼져나갔다. 한편, 경기 침체 여파로 기업 사회공헌 예산은 줄었고, 협동조합·공유경제 등 대안적 형태의 경제 방식이 각광을 받았다. ‘더나은미래’는 연말을 맞아 전문가 10명과 지난 1년간 공익 현장 이슈를 짚어보고, 그 후속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1. ‘송파 세 모녀’ 사건으로떠오른 복지 사각 지대 “올해 초 ‘송파 세 모녀 사건’으로 복지 현장이 떠들썩했다. 지난 9일에는 이른바 ‘송파 세 모녀법’이라고 불리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긴급복지지원법·사회보장 수급권자 발굴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내년 7월부터 이 법안이 시행되면, 제도상 최소한의 조치는 마련된다. 하지만 제2의 ‘송파 세 모녀’가 나오지 않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 복지 담당 공무원들이 재량권을 발휘해 긴급 지원을 더 원활히 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 가장 본질적인 부분은 지역에서 실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기댈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촘촘하게 조성하는 것이다. 정부의 제도는 규격화되고 일률적이기 때문에 사각지대는 언제나 발생할 수 있다. 공동체·연대 의식 등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 2014년은 무상 급식·무상 보육 등 보편적 복지 확대에 대한 부담이 사회적으로 공론화되기도 했다. 복지의 ‘지속 가능성’ 이슈는 앞으로도 지속될 화두다.” 2. 세월호 모금 1300억원그 행방은? “세월호 모금은 올 한 해 모금을 관통하는 큰 이슈다. 세월호 참사 성금으로 약

[Cover Story] 한푼 두푼 모인 기부금 12조… 이들의 손을 거쳐 여행을 떠납니다

Cover Story 내가 낸 기부금, 어떻게 쓰일까 우리나라의 한 해 기부금 총액은 11조8400억원에 달한다(통계청, 국내나눔실태2013). 국내총생산의 0.9%다. 개인이 7조원, 법인이 4조원가량을 기부한다. 이 기부금은 국내 곳곳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비영리단체, 복지기관, 종교기관 등으로 들어갔다 다시 나온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궁금해한다. ‘과연 내 기부금은 어떻게 쓰일까. 내 기부금이 사회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되었을까. 내 기부금을 운영하는 단체는 정말 돈을 잘 쓰고 있을까.’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더나은미래는 ‘기부금의 여행’을 책임지는 8인을 만났다. 단순히 돈을 전달하는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가장 적절한 곳에 효율적으로 돈이 전달되도록 하는, 이른바 ‘기부 코디네이터’들이다. 이들은 월급 없이 일하는 자원봉사자가 아니라, 매우 정교한 기획·전략·실행을 해야 하는 비영리 전문가들이다. 1 단계 기부자들과 소통하는모금팀 “처음엔 대한민국 1000대 기업 리스트를 뽑아서 일일이 전화를 돌렸습니다. 당시엔 ‘메이크어위시재단’이 어떤 곳인지 모르겠다며 퇴짜 맞기 일쑤였습니다.” 난치병 아이들의 소원을 이뤄주는 비영리단체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홍영표 대외협력팀 대리는 기부자를 만나야 하는 모금의 최전선에서 일한다. 모금팀은 영리기업으로 따지면 ‘영업팀’에 해당한다. 하지만 돈을 버는 목적이 영리기업과 다르다. 내가 잘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돕기 위해서 돈을 번다. 단체를 알려야 하기 때문에 이들은 방송과 신문, ARS, 인터넷, SNS, 길거리 모금 등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 기부자와 소통한다. 홍영표 대리는 “‘배 곯는 아이도 많은데 사치스럽게 무슨 소원이냐’는 인식이 많아 초창기에는 모금하기 참 어려웠다”며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르는 아이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되도록

[Cover Story] 변화를 꿈꾸고 사람을 사랑하고 세계를 받아들여라

세계 최대 비영리 벤처캐피털 ‘어큐먼’ 재클린 노보그라츠 개인·기업 기부금 사회적기업에 재투자 800만달러 종잣돈에서 9000만달러 성장 투자한 82곳서 만든 일자리만 6만개 인도 구급차·아프리카 모기장 등 투자 “사회적 영향력·기업가 보고 투자한다” 1987년, 일등석 비행기를 타고 전 세계 곳곳을 돌던 스물다섯 살의 국제은행가는 잘나가던 뉴욕 월스트리트 직장을 뒤로한 채 아프리카로 향했다. ‘세상을 바꾸겠노라’는 원대한 꿈을 품고서. 첫발을 내디딘 지 20여년이 흐른 2011년,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Forbes)는 그녀의 이야기로 표지를 메웠다. ‘세상을 바꾸는 혁신가’라는 이름으로. 세계 곳곳에서 소외된 이들을 위해 세상을 바꾸는 기업들에 투자하는, 비영리 임팩트 투자기관 ‘어큐먼(Acumen)’의 설립자이자 베스트셀러 ‘블루스웨터’의 저자, 재클린 노보그라츠(Jacqueline Novogratz) 이야기다. 어큐먼은 2001년 창립 이후 지금까지 개인·기업·재단 등으로부터 돈을 기부받아 사회적기업에 재투자해오며, “자선 대신 투자야말로 개발도상국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이야기한다. ‘글로벌 펠로 프로그램(Global Fellows Program)’을 통해 전 세계 곳곳의 사회적기업가를 선발·교육해온 어큐먼은 최근 우리나라와도 협력을 시작했다. 아산나눔재단을 통해 선발된 한국인 참가자는 어큐먼의 ‘글로벌 펠로 프로그램’ 선발을 위한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된다. 아직 글로벌 펠로로 선발된 한국인은 한명도 없었다. ‘더나은미래’는 국내 언론과 좀체 인터뷰를 한 적이 없는, 재클린 노보그라츠를 이메일 인터뷰했다. ―자선단체가 아닌, 사회적기업에 투자하는 기관을 생각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었는가. “현지에 가보니, 전통적인 자선이나 원조로는 빈곤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게 분명했다. 돈이나 물건을 주고 마는 건 자생력을 키울 수도 없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았다. 기존 자선단체

[Cover Story] 홍보·인사총무? 전략기획? 대표 직속?… 한국 CEO는 오늘도 고민 중입니다

[Cover Story] 국내 시가총액 100대 기업 CEO,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설문조사 CEO 직속 CSR부서 설치한 기업 20.8%… 홍보·대외협력팀 소속 32% CSR 방향 범위 CEO가 직접 정해… 회사 정책에 반영하는 곳도 62% 주요 이해관계자로 ‘고객’ 가장 많이 꼽아… 시민단체·정부·언론매체는 하위권 국내 대기업 CEO들의 상당수가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부서를 대표 직속으로 두고, CSR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밝혀졌다. 회사의 전략과 정책에 CSR을 반영하거나, CSR의 방향과 범위를 직접 결정하는 CEO 숫자도 작년보다 많아졌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고려대 기업경영연구원(원장 문형구)과 공동으로 국내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 CEO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외비(對外秘)라며 답변을 회피한 곳을 제외한 응답 기업(53곳)의 20.8%(11곳)가 CSR 관련 부서를 CEO 직속으로 두고 있었다. 삼성생명은 지속가능경영센터를, 네이버는 파트너센터(CSR·상생)를 CEO 직속 조직으로 운영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CJ는 대표 직속으로 CSV팀(경영실)을, 이마트는 경영총괄 대표이사 직속 CSR팀을 두고 있었다. CEO 직속 CSR 임원협의체를 두고, CSR 전담팀을 운영하는 곳도 있었다. LG전자는 대표 직속 지속가능경영위원회와 지속가능경영임원협의체 산하에 CSR팀을 두고 있고, 신한금융지주는 그룹 사회공헌위원회와 지주회사 임원회의 산하에 사회공헌팀을 운영하고 있었다. CSR의 비중을 홍보나 대외협력 쪽에 두는 CEO가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CSR 부서 조직도 분석 결과, 홍보·대외협력 파트에서 CSR 업무를 보는 기업이 32%(17곳)로 가장 많았고, 관리·지원·인사 파트는 24.5%(13곳), 전략 기획실 산하에 CSR팀을 둔 기업은 17%(9곳)로 뒤를 이었다. 그 밖에 CSR전담팀 없이 경영기획실과 홍보마케팅팀에서 관련 업무를 함께 담당하는 기업도 2곳(3.8%) 있었다. 문형구 고려대 경영학과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