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공익 이슈 TOP TEN
2014년 공익 현장은 굵직굵직한 이슈로 시끌시끌했다. 국내에서는 송파 세 모녀 사건(2월)에 이어 세월호 참사(4월)가 벌어졌고, 아동 학대 특례법도 시행(9월)됐다. 해외에서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서아프리카를 강타(2월)했고, 아이스 버킷 챌린지 열풍(8월)이 페이스북을 통해 퍼져나갔다. 한편, 경기 침체 여파로 기업 사회공헌 예산은 줄었고, 협동조합·공유경제 등 대안적 형태의 경제 방식이 각광을 받았다. ‘더나은미래’는 연말을 맞아 전문가 10명과 지난 1년간 공익 현장 이슈를 짚어보고, 그 후속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1. ‘송파 세 모녀’ 사건으로떠오른 복지 사각 지대
“올해 초 ‘송파 세 모녀 사건’으로 복지 현장이 떠들썩했다. 지난 9일에는 이른바 ‘송파 세 모녀법’이라고 불리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긴급복지지원법·사회보장 수급권자 발굴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내년 7월부터 이 법안이 시행되면, 제도상 최소한의 조치는 마련된다. 하지만 제2의 ‘송파 세 모녀’가 나오지 않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 복지 담당 공무원들이 재량권을 발휘해 긴급 지원을 더 원활히 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 가장 본질적인 부분은 지역에서 실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기댈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촘촘하게 조성하는 것이다. 정부의 제도는 규격화되고 일률적이기 때문에 사각지대는 언제나 발생할 수 있다. 공동체·연대 의식 등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 2014년은 무상 급식·무상 보육 등 보편적 복지 확대에 대한 부담이 사회적으로 공론화되기도 했다. 복지의 ‘지속 가능성’ 이슈는 앞으로도 지속될 화두다.”
2. 세월호 모금 1300억원그 행방은?
“세월호 모금은 올 한 해 모금을 관통하는 큰 이슈다. 세월호 참사 성금으로 약 1250억원이 모였다. 사실 각종 단체·협회·관공서·기업들의 기부금 상당수가 이미 지난 4~5월 세월호 모금으로 흡수됐다. 이 여파로 현재 연말 모금 성적도 저조한 편이다. 공동모금회 온도탑의 온도가 연말까지 100℃를 달성하기가 상당히 버거워 보인다. 한편으로는 세월호 영향으로 경제가 얼어버린 영향도 있다. 그래도 개인 기부자들은 오히려 소폭 상승하고 있다. 어려울 때 십시일반하는 개인 기부자의 특성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세월호 성금 1300억원의 배분도 중요 포인트다. 대한적십자사와 전국재해구호협회로 모금된 120억원도 모금회를 중심으로 배분하려는 논의중에 있다. 정부의 배상·보상 문제가 해결되고 난 이후, 민간 차원에서 배분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내년 초나 중반기쯤, 배분위원회가 꾸려지고 배분 논의가 시작될 계획이다.”
3. 아동학대 특례법 시행
“아이 안전과 권리가 지켜지는 토대를 만든 2014년이었다. 지난해 제정된 아동 학대 특례법이 올해 시행됐고, 경찰과 법무부, 가정법원이 연대해서 일할 수 있는 공동 지침도 마련했다. 특례법 시행 이후 아동 학대 신고가 30%가량 증가했다. 신고 즉시 현장 출동 기동성은 좋아졌지만, 피해 아동에 대한 응급조치, 학대 행위자에 대한 임시 조치 등 세부적인 관리가 더 보완되어야 할 지점으로 보인다. 지자체에서 아동 학대 관련 예산을 분담하다, 국가 사무로 환원된 지점은 국가가 아이를 책임지는 첫 단추를 끼우게 된 것이다. 지난 2일, 내년 아동 학대 예방과 피해 아동 보호 예산은 당초 기재부 정부안인 169억원보다 83억원 늘어난 252억원(국비)으로 확정돼 국회에서 통과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요구한 593억원에는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내년도에는 아동보호기관 6곳이 추가 설치되어, 총 57곳에서 학대아동 보호 업무가 이뤄질 예정이다. 한 기관당 현장 조사·사례 관리·임상심리 전문가 등 전문 인력을 15명 배치하게 된다. 다만, 예산 속 인건비가 평균 수준보다 낮게 책정돼 전문 경력자가 활동하기 어려운 점이 안타깝다.”
4. 경기 영향, 기업 사회공헌 예산 첫 감소
“국내에서 기업 사회공헌이 본격화된 지 10년 남짓 지났다. 2004~ 2006년에는 연간 100억씩 10년 동안 1000억 규모 재단을 운영하겠다든지, 지역에 문화예술회관을 짓는다든지 등 대형 출연이 잇따랐다. 이는 지금까지 사회공헌 예산 증가의 주요 요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난 3일 전경련 발표에 따르면, 기업들의 재단 출연금이 감소하는 추세다. 경제 불황으로 기업의 영업이익이 감소되고 있는 부분도 간과할 수 없다. 이와 더불어 올해는 5~10년가량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기업 사회공헌 프로그램도 늘면서, 기존 사업을 재평가하려는 요구가 돋보였던 한 해이기도 했다. 특히 성과에 대한 관심이 많이 늘었다. 예를 들면, 교육 사회공헌 사업에 ‘몇 명이 참여했다’는 결과물(output)보다, ‘학생들의 삶에 실제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 성과(outcome)를 궁금해하는 기업이 많아졌다. 임직원 봉사 활동의 경우, 봉사 시간·참여율 등 양적으로는 더 이상 증가할 상황이 아니다. 이전에는 기업 차원에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다면, 최근에는 자율에 맡기는 기업이 늘고 있다. 수치상으로는 봉사 시간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강제 동원 방식이 아닌 자발적인 봉사자 위주로 프로그램이 돌아간다는 점은 봉사의 질이 높아진다는 기대도 할 수 있다.”
5. 청년창업, 생태계 조성하고 해외로…
“올해는 창업 생태계 인프라가 좀 더 확충된 시기였다. 작년만 해도 민간 차원의 창업 지원 공간은 디캠프가 유일했으나, 2014년에는 마루180,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드림엔터 등의 공간이 문을 열었다. 성장사다리펀드(중소·벤처업계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민간이 합동으로 조성한 펀드, 내년까지 6조원 규모) 2년 차를 맞이하면서, 스타트업 생태계 자금도 풍부해졌고, 글로벌 창업 연계도 본격화됐다. 지난달에는 전 세계 45개국의 스타트업 축제인 ‘스타트업 네이션스 서밋 2014’가 서울에서 열리기도 했다. 특히 내년에는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이 훨씬 더 활발해질 것이며 글로벌 창업 인프라나 생태계도 많이 확충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더 어려워지는 경제 환경 속에서 대기업, 스타트업 모두 똑같이 힘든 시기를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대기업에 비해 몸이 가볍고, 좋은 사람들이 함께한다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가능성 또한 클 것이다.”
6. 공포의 에볼라 바이러스
“올해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에볼라 발병의 규모는 지난 20년간 에볼라 피해자를 다 합한 것보다 훨씬 크며, 전례가 없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2014년 발생한 에볼라 감염자는 약 1만8500명, 보고된 사망자는 약 6900명이다. 이전에는 인구 이동이 드문 외진 지역에서 발병되어 통제가 가능했지만, 현재 발병 국가들은 교통이 발달됐고 국내외 이동이 잦은 지역이라 초반에 넓게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국경없는의사회 국제본부에서 2014~2015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대응 활동을 위해 책정한 예산은 1억1300만유로(약 1548억원)며, 지금까지 7300만유로(약 1006억원)의 에볼라 지정 후원금이 모였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재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치료센터 6곳을 운영 중이며 추가로 치료센터를 열기 위해 준비 중이다. 국제 구호 활동가 300여명, 현지 직원 3070명이 국경없는의사회 소속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 몇 달 동안 국제사회의 지원이 들어오기 시작했으나,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와 규모에 비해 대응 속도가 느리며, 주로 재정 지원과 에볼라 치료 시설을 짓는 데 지원이 집중되고 있어서, 실제로 격리 치료 시설을 운영하고 환자를 돌보고 대중 보건교육 등을 할 전문 인력이 심각하게 부족하다. 사회적 낙인은 여전히 큰 문제다. 장기적으로는 피해 나라의 붕괴된 보건의료 시스템을 복구하고 강화하기 위한 지원 또한 필요하다.”
7. 모금 핫 키워드, 아이스버킷챌린지
“2014년 아이스버킷챌린지 열풍이 반가웠다. 한국협회가 창립된 지 13년이 지났지만, 연간 모금액이 몇천만원에 불과해 미국·일본 협회에 비해 재정 상황도 열악했다. 아이스버킷챌린지가 시작된 이후 4개월 동안 7억원이 넘는 기부금이 모였고, 총 1만1458명이 참여했다. 1000억이 넘는 미국 기부액에 비해 적은 액수지만, 루게릭병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루게릭병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사람이 매일 1만명이 넘는다. 루게릭병은 인구 10만명당 대략 2~3명이 발병하고, 현재 한국에는 약 2500여명이 투병 중이다. 지적 능력은 그대로지만 몸속 운동신경세포가 사라지면서 결국 호흡 마비로 사망하게 된다. 환우들 사이에서는 이번 열풍을 계기로 맞춤 복지 정책이 나오거나 중요한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을까 기대도 있다. 12월에도 기업·개인 기부금이 잇따르고 있다. 아이스버킷챌린지로 모금된 금액은 루게릭병 환자들의 의료비 지원, 인공호흡기를 착용한 환자들의 소모용품 지원, 경구용 특수영양식 등 기존 지원 프로그램에 사용될 예정이다.”
8. CSR, CSV 용어 혼란 가중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CSV(Creating Shared Value·공유 가치 창출) 용어를 두고 논란이 많은 한 해였다. CSV는 CSR의 실천 방안 중 하나이므로 발전된 개념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CSR과 CSV를 동일선상에 둘 수 없을만큼 CSR은 무게감이 크기 때문이다.‘우리 회사는 CSR에서 더 나아가 CSV를 추구한다’는 말은 사회적 책임에 소홀할 수 있다는 의미로 오해받을 수 있다. CSV는 사회적 가치와 경영적 가치를 동시에 만드는 방안이지만, 그렇다고 CSV가 전혀 새로운 방안은 아니다. 다만 CSV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 경영에 기여할 수 있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비용’이 아니라는 사실을 환기시켜 줬으며, 더불어 CSR 수행에 대한 거부감을 낮췄다. CSV를 CSR을 좀 더 친숙하고 명쾌하게 받아들이는 활동 방안 중의 하나라고 이해했으면 한다.”
9. 협동조합 약진 두드러진 2014년
“협동조합의 약진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 이제 협동조합이 3000개 이상 만들어지면서, ‘설립’이 아닌 ‘초기 운영’에 대한 관심으로 전환됐다. 이는 올해 초,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 움직임에도 영향을 미쳤다. 6·4 지방선거에서도 200여명의 지자체장과 국회의원들이 ‘사회적경제 매니페스토 협약식’에 참여했다. 전북사회경제연대회의부터 전남과 경북에 협동조합연합회가 만들어지는 등 시·도별로 함께 연대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성남 복정고, 구로 영림중, 서울 독산고 등에 협동조합형 매점이 들어서면서, 학교 협동조합과 같은 업종별 활동도 시작됐다. 지난 11월에 열린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에서도 ‘서울시 학교협동조합 활성화 방안 포럼’이 열리는 등 관심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하지만 아직 활성화된 협동조합의 비율이 낮고, 문턱 높은 금융 지원 등 협동조합 활동이 영리기업보다 어려운 점은 아쉽다.”
10. 우버 등 공유 경제 급부상
“지금까지 대안 모델 정도로만 인식되던 공유 경제가 기존 산업을 순식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본격적으로 인식된 2014년이었다. 우버(Uber)와 에어비앤비(Airbnb) 같은 글로벌 기업의 공세가 한몫했다. 이와 함께 기존 산업의 급격한 와해와 종사자들의 보호, 조세, 보험, 소비자 보호, 안전 등의 규제 이슈들이 심각하게 고려되기 시작했다. 우버와 택시 산업의 갈등이 전 세계적으로 퍼진 게 대표적이다. 이 문제들은 기존 법률 체계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거나, 산업구조가 재편되는 등의 방법으로 해결될 것이다. 최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에서는 개별 가옥을 여행객 등에게 단기간 임대하는 경우, 임대인이 거주 가옥 여부, 임대 기간 등에 따라 홈셰어링(home sharing), 베드앤브렉퍼스트(bed and breakfast), 쇼트스테이(short stays) 등으로 나눠 제도를 만들기 시작했다. 홈셰어링의 가치와 장점을 살리면서 기존 산업 및 규제 시스템과의 조화를 끌어내기 위한 시도 중 하나다. 중요한 것은 기존 질서의 맹목적인 보호가 아니라 혁신성과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적절한 선택과 조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특별취재팀=정유진·최태욱·김경하·주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