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하기 위해 만든다, 그게 바로 디자인

줄리아 카심 英왕립예술대학교 헬렌함린센터 수석연구원 노약자·장애인 위한 인클루시브 디자인 아이 건강 체크할 수 있게 검진기구 넣은 곰 인형과 스마트폰에 입바람 불면 폐건강 점검하는 앱 개발 “사람을 포용하는 디자인, 주류사회도 바꿀 수 있죠” “타자기가 만들어진 배경을 아세요? 세계 최초의 타자기는 1808년 이탈리아 발명가인 펠레그리노 투리가 장님이었던 그의 여자 친구를 위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그녀가 글을 쓰는 걸 돕기 위해서였죠. 디자인은 사회 내에서 어떠한 이유로든 소외된 사람을 다시 포용할 수 있는 힘이 있어요. 그러한 디자인이 다시 주류 사회를 혁신하기도 하죠.” 영국왕립예술대학교(RCA·Royal College of Art) 헬렌함린센터 수석연구원 줄리아 카심<사진>은 ‘인클루시브 디자인(Inclusive design)’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하던 2000년대 초부터 이 분야를 개척해 온 세계적인 인클루시브 디자이너다. 인클루시브 디자인을 기리는 세계적인 대회 ‘디자인 챌린지’ 프로그램을 만들어 세계 12개 국가에서 진행해왔다. 업적을 인정받아 2010년 세계 디자인에 영향을 끼친 인물을 선정하는 디자인 위크스(Design Week’s) 50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노령화사회와 연금에 관한 콘퍼런스로 내한한 줄리아 카심을 만나 인클루시브 디자인에 대해 물었다. ―아직 한국에서는 인클루시브 디자인이란 용어가 생소하다. 인클루시브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사람을 중심에 둔 디자인’이다. 노인이나 장애인같이 기존 주류 디자인에서 소외된 이들을 포용하는 디자인이다. 올해 7월, 영국 셰필드 할렘대학(Sheffield Hallam University)의 ‘보건 디자인’에서 디자인 챌린지(Design Challenge)를 개최했다. 이번 챌린지는 낭포성 섬유증(cystic fiber) 만성병을 앓는 환자들과 가족을 위한 디자인을 개발하는 것이 미션이었다. 팀 1에 속한 환자인 몰리 가족의 고민은

“영어 잘해야 글로벌 시민? 다른 사람에 대한 共感이 먼저”

국제교육 전문가 페르난도 라이머스 교수 하버드 학생들, 초등학교서 자신의 문화적 배경 설명해 아이들에게 공감 이끌어 내 내 아들도 그 프로그램 듣고 케냐 아이들에게 관심 가져 지식이나 언어적 기술보다 언론·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타인에 대한 이해 넓혀야 “영어 잘하고, 세상 돌아가는 것 아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얼굴색이나 사는 곳이 달라도 우리가 얼마나 같은지, 서로의 삶이 얼마나 얽혀 있는지 이해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죠.” 국제교육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인 페르난도 라이머스(Fernando Reimers·사진) 교수의 말이다. 페르난도 교수는 하버드대학 국제교육 정책 프로그램 원장이자 포드재단(Ford Foundation) 국제교육 전문가다.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시민교육 전문가회의(GCE)’에 참여하기 위해 방한한 페르난도 교수를 만났다. 이번 ‘글로벌 시민교육 전문가회의’는 유네스코(UNESCO)본부와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APCEIU), 외교부와 교육부의 주최하에 글로벌 시민교육 분야 국내외 전문가 및 유네스코 관계자 60여명이 참여한 회의로, 비공개로 진행됐다. ―한국에서는 ‘글로벌 교육’이라고 하면 반기문 UN 사무총장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이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어떤 가치를 가르치는 게 ‘글로벌 시민교육’인가. “하버드에는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약 200곳의 지역 공립초등학교에 가서 자신들의 문화나 사회적 배경을 얘기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2003년쯤 케냐에서 온 레쿠톤(Lekuton)이라는 학생도 2주 동안 세 번에 걸쳐, 마사이족인 자신이 자라면서 겪었던 일들을 전했다. 그 공립학교는 우연히 당시 여덟 살이었던 내 큰아들 토머스가 다니고 있었다. 이후 아들과 박물관에 간 적이 있는데, 당시만 해도 최첨단 신기술이었던 GPS 설비가 전시됐다. GPS에 대해 설명해줬을 때,

“CSR 인증에 집착할 필요 없어… 기업 스스로 사회 변화 이끌면 돼”

‘CSR 평가모델 적용 방법’ 컨퍼런스 현장에서 만난 조너선 행크스 ISO 26000 전문가 그룹 총괄 단장 “기업의 사회적 책임경영, 장기 전략에 반영하면 기업 경쟁력에도 도움돼” 포스코, 자체지표 만들어 업종별로 현황·역량 진단 LG는 체크리스트 통해 개선할 사항 스스로 점검 신한금융지주 ‘따뜻한 금융’ 환경경영기업에 금리 인하 “시켜서 억지로 하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은 기업에도, 사회에도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없습니다. 기업이 스스로 변해야죠. 장기적 경영 전략 안에 CSR이 자연스럽게 녹아들 때야만 기업의 경쟁력도 높아지고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지난 10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서울 중구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CSR 평가모델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란 주제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초청 연사로 한국을 찾은 조너선 행크스(46·사진) 교수는 20여년간 기업의 사회적 책임 경영이나 통합 보고서 관련 다양한 리서치 및 컨설팅, 강연 등을 진행해 온 CSR 전문가다. 사회적 책임에 관한 국제표준인 ISO 26000의 전문가 그룹의 총괄 단장으로, 5년에 걸쳐 ISO 26000 기준 개발 과정을 주도했다. 컨퍼런스 1부에서는 10여곳의 기업 CSR 담당자 실무진을 대상으로 조너선 행크스 ISO 26000 총괄 단장의 맞춤형 컨설팅 워크숍이 진행됐다. 각 기업 차원에서 어떻게 기업 경영 전략에 ISO 26000의 지침을 반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진단이 이어졌다. 조너선 단장은 “좋은 CSR 정책은 기업 내부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며 “기업 이해관계자와 장기 전략, 수익 구조 등을 잘 고려해 어떤 이슈가 가장 시급하게 다뤄져야 하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핑크리본, 미국선 이미 하나의 문화… 한국에도 널리 알리고 싶어요”

일반인 홍보대사 핑크제너레이션 “‘가슴’이라고 쓰여 있으니까 힐끔거리는 사람이 많았어요. 문구가 ‘아리따운 내 가슴 愛 333’이었는데, 야한 거라고 오해하시는 분도 계셨고요. 한 아주머니는 ‘젊은 아가씨가 뭘 이런 걸 들고 다니냐’고 하시더라고요. 기회다 싶어서 유방암 자가검진 1인 캠페인을 설명하며 자가검진에 대한 설명을 드렸어요. ‘전혀 몰랐다’면서 ‘기특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날 한 3시간 동안 스무 번도 넘게 ‘즉석 강의’를 했어요. 홍보대사 역할 톡톡히 했다니까요~.” 지난 7월 30일 오후, 지하철 3호선 충무로역에서부터 압구정 거리를 피켓을 든 한 대학생 소녀가 활보했다. 아모레퍼시픽의 핑크리본캠페인 일반인 홍보대사 ‘핑크제너레이션’ 4기로 활동하는 김경아(22·동국대 영어영문학과 2년·사진)씨다. 김씨는 16세 때부터 4년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 ‘핑크리본’ 유방암 캠페인을 처음 접한 것도 미국에서였다. ‘핑크리본’이 하나의 문화처럼 퍼져 있는 것을 보고 돌아온 이후, 한국에서도 널리 알릴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에 지원하게 됐다. 아모레퍼시픽과 한국유방건강재단은 2010년부터 한 해에 202명씩 일반인 홍보대사를 선발하고 있다. 더 많은 대중에게 유방 건강 의식 향상 캠페인을 알리기 위함이다. 지금까지 활동한 홍보대사만도 808명. 아모레퍼시픽의 ‘핑크리본캠페인’이 20주년을 맞는 2020년까지 2020명의 홍보대사를 탄생시킬 계획이다. “또래 대학생들에게 더 많이 알릴 것”이라며 김씨가 말을 이었다. “미국에선 핑크리본 관련 제품을 파는 가게도 많고 대형마트에도 따로 코너가 있어요. 수익금은 유방암 캠페인 등에 쓰이고요. 어렸을 때부터 교육도 많이 받아서 인식이 높아요. 우리나라에선 아직 ‘가슴 얘기’라며 쉬쉬하는 것 같아요. 유방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98%예요. 자가검진법 등을 주변에 널리 알리는 게

“몸이 불편하기에 더 큰 열정… 지켜보는 이들도 많은 가르침 얻을 것”

박칼린 2014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총감독 “1만명이 모여도, 저마다 받아들이는 감동의 크기와 모양은 다를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엇이 됐든,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색다른 감동 하나는 가지고 돌아갈 수 있을 겁니다. 그것만으로 갑자기 전혀 새로운 삶을 살 수는 없겠죠. 하지만 뭔가를 ‘느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2014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개·폐회식을 진두지휘할 박칼린(46) 총감독의 말이다. 박 감독은 1995년 발표된 창작 뮤지컬 ‘명성황후’를 통해 대한민국 최초의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떠오른 이후, 지난 20년 가까이 70편이 넘는 뮤지컬 작품을 선보였으며, 각종 방송 프로그램과 광고 등에 출연하며 대중적인 인지도까지 확보한 인물이다. 박 감독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나 스스로 부끄럽지 않도록 내 시간과 열정을 투자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박칼린 감독은 장애인 스포츠가 문화·예술과 닮은 부분이 있다고 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볼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다. “장애인아시안게임에 지원하라고 부추기는 것도, 그들을 존중하고 이해하라는 말도 아니에요. 그냥 한번 관중으로 편하게 와서 느낌을 받아 가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로 인해 어떤 이는 단순히 정화되는 기분을 느낄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인생의 방향이 바뀔 수도 있겠죠. 아팠던 사람은 그들의 아픔을 공감할 수도 있고요. 얻어가는 것이 무엇이든, 누구나 그런 기회를 가져봤으면 하는 것이죠.” 박칼린 감독은 어린 시절을 미국에서 보내면서 “모든 사람은 피부색, 언어,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한 인간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으며 자랐다. 식당에 가도, 극장에 가도 장애인이 살아가는 데 조그만 불편도 느끼지 못할 정도의 편의시설을

[청년, 기업 사회공헌을 만나다] ⑦ 포스코 사회공헌실나영훈 차장

[더나은미래·위즈돔 공동 캠페인] “사회공헌은 줄타기예요, 사회와 기업 사이에 균형 잘 잡아야죠” 대기업 인적 관리 활용해 취약 계층과 새터민 채용 지속 가능한 일자리 만들어 사회공헌 담당 꿈꾼다면 CSR에 대한 동경보단 사회적 가치부터 이해해야 “여러분은 기업 사회공헌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나영훈 포스코 사회공헌실 사회공헌그룹 차장이 청중에게 질문을 던졌다. 한 대학생이 답했다. “기업이 소비자로부터 거둔 이윤의 일부를 사회에 돌려주는 것 아닌가요?” 나 차장이 입을 열었다. “전 일종의 ‘줄타기’라고 생각해요. 줄의 왼쪽으로 기울면 사회적 가치, 오른쪽으로 기울면 기업의 가치가 강해지는 것이죠. 그 사이에서 적절히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포스코는 동남아시아에 진출하면서 현지인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2011년부터 한국외국어대학교와 함께 다문화가정 자녀를 외국어 전문가로 키우는 10년짜리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다문화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남아 현지에도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이곳저곳에서 청중들의 고개가 끄덕였다. 9월 11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위즈돔이 주최하는 ‘청년, 기업 사회공헌을 만나다’의 일곱 번째 강연이 열렸다. 포스코의 사회공헌 이야기를 듣기 위해 23명의 대학생, 비영리단체 활동가,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들이 발걸음을 옮겼다. 강의를 시작할 무렵,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 중 한 명이 말을 꺼냈다. “회사 임직원들이 지역 봉사활동에 많이 참여하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듣고 싶습니다.” 나영훈 차장은 ‘꾸준함’을 언급했다. “기업의 사회공헌 문화는 단기간에 퍼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10년, 20년 동안 지속적으로 진행을 해야 나눔의 문화가 꽃핍니다.” 나 차장은 1988년부터 진행한 ‘자매마을 결연’이 포스코의 지역봉사 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책임있는 기업, 존경받는 리더] ⑥ “나누려는 마음 있으면 다 돼… 주저말고 나서야”

책임 있는 기업, 존경받는 리더 <6> 세정그룹 박순호 회장 100만원에서 시작한 나눔 2008년엔 부산지역 최초로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해 나눔은 여유보다 마음… 몽골에서 지하수 팔 땐 외상으로 기계 사서 보내 앞으로 아프리카에도 물 공급 더 해주고 싶어 작년부턴 사회복지사에 賞 임직원들은 명절 때마다 이웃 찾아가 생필품 전달해 인터뷰를 위해 기다리는 동안, 회장실 밖으로 커다란 경상도 사투리가 들려왔다. 보고를 마치고 나오는 직원은 양팔 가득 자료를 끼고 있었다. 남성복’인디안’을 비롯해 여성복 ‘올리비아 로렌’, 영캐주얼 브랜드 ‘NII’ 등 10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패션 기업 세정그룹 박순호(67) 회장과 인터뷰할 시간은 딱 1시간. 본사가 부산에 있다 보니 서울지사에 올 때는 빽빽한 스케줄이 밀려 있다고 했다. “출근하자마자 아직 화장실도 못 갔습니다.” 첫인사로 악수를 청하는 그의 손은 거칠고 투박했다. 맨주먹으로 시작해 13개 계열사에 종업원 6000명, 연매출 1조원에 달하는 중견기업을 키워낸 40년 역사가 손에 담겨 있었다. 자연스레 사업 이야기가 시작됐다. “경남 함안의 시골에서 자랐는데, 모두가 어려웠던 시대를 지내며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부산의 한 지역 시장에서, 장사가 안 돼 문 닫은 건물 2층을 뜯어내고 공장을 차렸다. 74년에 창업한 이후 큰 위기가 세 번 있었다. 가장 어려웠을 때는 1988년 무렵, 재래시장의 도매상을 정리하고 대리점 체제로 유통방식을 바꿀 때였다. 2년 넘게 고민해서 내놓은 안이었으나, ‘재래시장에 물량이 없어서 못 파는데 무슨 짓이냐’ ‘너무 위험하다’고 다 반대했다. 연평균 30% 이상 성장하며 크게 성공했다.” 박

[Cover Story] 꿈으로 여는 메달 ② 수영선수 이인국군

[더나은미래-2014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공동캠페인] 마음의 문 닫았던 소년, 이젠 매일 세상을 향해 헤엄칩니다 자폐 치료하려 시작한 수영비장애인 대회 출전은 물론 세계장애인수영선수권서 아시아 신기록으로 은메달 사회성·생활습관도 좋아져 “심리 불안한 자폐 선수… 맞춤형 교육과 감독 필요” 커다란 현수막이 발길을 붙들었다. ‘2013 몬트리올 장애인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배영 100m 2위 이인국’. 이인국(17·안산 단원고2·사진)군은 이미 이곳의 자랑이었다.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올림픽 수영장’. 10여 개의 레인을 뒤져 찾아낸 이군은 이마에 빈 캔을 올려놓고 배영 연습 중이었다. 머리가 흔들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초·중·고교 수영선수들이 훈련받는 이곳에서 이군은 유일한 장애인(자폐성장애 2급) 선수다. 김정임(37·안산시 수영연맹) 코치는 “체격이 좋고 승부욕, 유연성, 부력이 뛰어나다”며 “비장애인 선수들과 비교해도 좋은 기록을 가지고 있는 기대주”라고 했다. 이군은 세상과 단절된 아이였다. 돌 무렵에도 입을 떼지 못했다. 원인을 처음 안 건 일곱 살 때였다. 병원에선 “자폐성 장애가 있다”고 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이군은 소풍을 가도, 운동회를 해도 혼자만 있었다. 다른 사람과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어머니 배숙희(49)씨는 “행여 아이의 사회성 회복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언어치료, 인지치료를 비롯해서 악기, 운동을 닥치는 대로 배우게 했다”며 “수영도 그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 무렵, 배씨는 아이 손을 이끌고 수영장을 찾았다. “물을 무서워하는 증상이 특히 심했어요. 세수도 제대로 못했고, 머리도 못 감았죠. 목욕이라도 시킬라치면 온 집안을 휘젓고 다녔어요. 씻길 때마다 집은 전쟁터가 됐죠.” 처음 한 달은 수영 선생님 품에 안겨 물에 동동 떠다니기만 했다.

[기고] 장애인 스포츠는 ‘박지성’ 같은 스타를 기다립니다

‘운동’이란 사전에 ‘장애’란 단어는 없어 ‘패럴림픽’ 참가 선수 열정적 경기모습에 관중도 열렬히 응원 국민적 관심으로 장애인 스타 키워야 공식 사진가 자격으로 참여한 지난 런던 패럴림픽을 비롯해 3번 패럴림픽에 참여하면서 얻은 것이 있다면, 세계 최고 선수들의 멋진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낸 것뿐 아니라, 그의 가족과 경기 심판, IPC(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 운영진, 자원봉사자들을 직접 만나서 장애인 스포츠에 대해 공감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시민사회와 언론, 정부 등의 열렬한 응원과 후원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경기장에서 느끼는 장애 선수들에 대한 환호의 순간이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 나도 선수가 되어 트랙과 레인을 마구 달리고 싶을 정도다. 운동에 장애라는 단어는 애초에 없다. 오직 자부심과 자신의 한계에 대한 도전과 극복만이 있을 뿐이다. 사이클 경기처럼 기구를 이용한 비장애인 경기가 있듯이, 휠체어를 탈 줄 알아야만 할 수 있는 장애인 경기도 있다. 휠체어 럭비나 휠체어 농구는 정말 재미있어서 경기가 끝날 때까지 한시도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시민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장애인 스포츠 재미에 푹 빠져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구경하러 왔지, 격려하러 오는 자리가 아니었다. 당연히 모든 경기장의 입장권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신기하게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라고 구분되는 단어의 차이를 경기장에서는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열렬한 응원 속 화려한 게임을 펼치는 선수들의 휠체어나 의족 등은 이 사진가의 눈에는 더 이상 장애의 상징이 아니었다. 오히려 멋진 패션으로만 보였다. 장애를 극복하며 건강한 삶을 사는 방법은

“장애인의 입이 되어주는 AAC 보조공학기기, 아시나요?”

정유선 조지메이슨대 특수교육학과 교수 사람들과 대화 어려움 있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기기 특수 타자기에 문장 입력 대화 상대에 전송하도록 해 음성으로 단어 읽어주는 무료 애플리케이션 개발도 “2004년 박사 학위를 받았을 때 인터뷰 요청이 많았는데, 그때는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특수교육을 전공하던 한 언니가 ‘너의 이야기가 단 한 사람에게 희망이 된다면 성공한 인생이다’고 하더라. 이제는 보조공학기기에 대해 많이 알리고 싶어 대중매체 인터뷰 요청에 가끔 응한다. 말이 불편하면 지능이 떨어진다는 사람들의 편견도 바꾸고 싶다.” 지난 8월 24일 자택에서 만난 정유선 조지메이슨대 특수교육학과 교수(43·사진)의 말이다. 그녀는 국내 뇌병변 여성 장애인 최초로 해외에서 특수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지난해 조지메이슨대 최고 교수에 선정됐다. 정 교수는 현재 보조공학기기라고 불리는 AAC(AAC·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를 연구하고 있다. ―AAC 보조공학기기란 무엇인가. “중증 신체장애인이나 정신지체장애인은 사람들과 대화할 때 어려움을 겪는다. 이들이 쉽게 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발된 보조공학기기를 AAC라고 한다. AAC의 종류는 간단한 제스처와 수화부터 컴퓨터를 활용한 보조공학기기까지 다양하다. 대표적인 AAC는 텔레타이프라이터(TTY·Teletypewriter)다. 청각장애인은 특수 제작된 타자기에 문장을 입력해 상대에게 전송한다. 상대방이 응답하면 그 내용이 타자기 상단 화면에 뜬다. 스티븐 호킹 박사가 사용하는 볼 근육과 눈동자의 움직임을 감지해 단어를 입력하는 장비도 AAC의 일종이다.” ―AAC 지원 현황은 어떤가. “미국은 1988년 국가가 장애인에게 보조공학기기 서비스 제공을 의무화하는 공학관련보조법(Technology-Related Assistance for Individuals with Disabilities Act)을 제정했다. 현재 유치원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AAC 기기를 무상으로 빌려주고 있다.

[청년, 기업 사회공헌을 만나다] ⑥ “우리끼리 말고 기업끼리 뭉쳤더니, 나눔의 힘 더 커졌죠”

더나은미래·위즈돔 공동 캠페인 청년, 기업 사회공헌을 만나다 ⑥ KT CSV 기획팀 이정우 팀장 4000개 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 교육 위해 25개 기업 손 맞잡아 임직원 ‘IT 서포터즈’ 은퇴자·시장 상인에 스마트 기기 사용법 교육 “공신, 임팩트스퀘어 등 소셜벤처들과 파트너로 일하는 이유는 이들의 ‘경쟁력’때문입니다. 글로벌 사회공헌을 고민하는데, 공신이 인도네시아로 진출해 멘토링 사업을 시작하고 있더라고요. ‘교육격차 해소’는 kt가 관심을 가지는 사회문제라 협업을 하게 된 것이죠.” 대기업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회적기업=도와줘야 하는 기업’ 공식과는 사뭇 달랐다. 지난달 28일 저녁, 더나은미래와 위즈돔이 주최한 ‘청년, 기업 사회공헌을 만나다’의 여섯 번째 행사 현장에서 이정우 팀장을 만나 kt의 사회공헌 이모저모를 들어봤다. ―kt 사회공헌의 철학은 무엇인가. “진정성과 지속 가능성이다. 먼저 어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 단, 같은 뜻을 가진 다른 기업들과도 협업할 수 있는 ‘개방성’을 담보해야 한다. kt만 돋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지속 가능성은 kt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과 관련 있다. 기업의 핵심 역량이 발현되어야 오래갈 수 있다.” ―’협업’이 중요 키워드인 것 같은데, 구체적인 예를 들어본다면. “전국 지역아동센터가 무려 4000개다. kt가 주력하는 사회공헌 대상이 ‘아동·청소년’이라 하더라도 이걸 어떻게 혼자 하겠나. 협력할 수 있는 기업을 찾았다. 하나투어, 세브란스병원 등 25개 기업이 연합해 ‘드림투게더’란 기업 사회공헌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매일유업이 우유를 제공하면, 캐논코리아는 사진 교육을 진행하는 식이다. 지난해 5월에는 경기도 양평의 한 폐교를 리모델링해 ‘새싹꿈터’를 열고 매주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교육캠프가 이어지고 있다.”

[책임있는 기업, 존경받는 리더] ⑤ “이건음악회 23년째… 사회공헌 오래 하려면 좋아하는 분야 선택하길”

책임 있는 기업, 존경받는 리더 <5>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문화소외지역 주민 위해 매년 여는 클래식 음악회 솔로몬 군도서 벌채할 땐 허가받기 전 재단 세우고 주민 교육 사업부터 벌여 ‘돈 벌면 나누겠다’ 말고 분명한 목표 정한 뒤 직접 관심갖고 공헌해야 목재회사와 문화예술.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다. 이건산업 박영주(72) 회장을 말하려면 이 두 가지를 빼놓을 수 없다. 이건산업은 1990년부터 인천에 위치한 회사 공장에서 ‘이건음악회’를 시작, 지역사회를 위한 문화예술 사회공헌을 23년째 해오고 있다. 오랜 역사 앞에서 ‘그 돈으로 어려운 아이를 돕지 웬 클래식 무대냐’는 비아냥은 사라지고, 이건산업엔 ‘문화예술 사회공헌의 선구자’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1972년 회사를 창업한 지 벌써 41년째인데, 당시 어떤 비전을 품었나. “창업 때부터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욕심은 없었다. 나는 놀기 좋아하고 취미도 많다. 다만 남들이 안 하는 전문 분야를 개척하고 싶었다. 그 일을 통해 사람들의 삶이 좀 더 나아진다는 보람도 있지 않은가.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고생스러운 기업 운영을 계속하지 못했을 것이다. 1960년에 군 제대 이후 몇 달 동안 일급 노동자들과 함께 합판공장에서 나무를 깎았다. 그 경험을 통해 ‘기업이 돈만 벌어서는 안 되고, 사람들을 위해 베풀어야겠다’는 생각을 평생 머릿속에 갖게 됐다. 우리 회사가 그동안 노사 분쟁이 한 번도 없었는데, 경영에도 진정성이 중요한 것 같다. 단기적인 봉합만으로는 안 된다. 기업을 한다는 건 몇 십 년 직원들과 같이 사는 것이다. 거짓말을 할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