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사진작가 ‘크리스 조던’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미드웨이(Midway) 섬에서 앨버트로스들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고 죽어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섬에 도착했을 때 어떤 장면을 보게 될지 예상은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섬에 도착해 배 속에 플라스틱이 가득 든 새끼 앨버트로스 수만 마리가 죽은 채로 바닥에 누워 있는 광경을 맞닥뜨렸을 땐. 마음의 준비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죠.” 4년에 걸쳐 미드웨이 섬에서 앨버트로스들의 생애를 카메라로 기록한 미국 사진작가 크리스 조던(56)은 2009년 처음 미드웨이 섬에 발을 디뎠던 때를 회상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크리스 조던: 아름다움 너머’전(展)이 열리는 서울 종로구 성곡미술관. 개막식을 하루 앞둔 지난 20일 전시회 참석차 한국을 찾은 작가를 만났다. 왼손 가운뎃손가락에서부터 손등을 가로질러 새겨진 앨버트로스 날개 모양 타투가 눈길을 끌었다. “2006년부터 미국의 대량소비문화로 인해 발생한 환경 문제를 고발하는 사진 작업을 해왔어요. 2008년에 환경운동가 친구와 함께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공부하던 중, 한 생물학 연구원으로부터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면 미드웨이 섬에 가서 죽은 앨버트로스의 배 속을 보라’는 말을 들었어요. 머릿속에서 ‘댕~’ 하고 종소리가 울리더군요.” 이듬해 미드웨이 섬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우선 눈 아래 펼쳐진 망망대해에 압도됐다. 그는 “이렇게 외딴 섬조차 플라스틱으로 오염됐다니 믿을 수 없었다”며 “몇 주밖에 안 된 새끼 앨버트로스 배 속에서 꺼낸 한 줌의 플라스틱 조각에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으로는 다 담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