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삼키고 죽어간 새 앞에서 분노하십시오, 그리고 행동합시다”

환경 사진작가 ‘크리스 조던’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미드웨이(Midway) 섬에서 앨버트로스들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고 죽어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섬에 도착했을 때 어떤 장면을 보게 될지 예상은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섬에 도착해 배 속에 플라스틱이 가득 든 새끼 앨버트로스 수만 마리가 죽은 채로 바닥에 누워 있는 광경을 맞닥뜨렸을 땐. 마음의 준비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죠.” 4년에 걸쳐 미드웨이 섬에서 앨버트로스들의 생애를 카메라로 기록한 미국 사진작가 크리스 조던(56)은 2009년 처음 미드웨이 섬에 발을 디뎠던 때를 회상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크리스 조던: 아름다움 너머’전(展)이 열리는 서울 종로구 성곡미술관. 개막식을 하루 앞둔 지난 20일 전시회 참석차 한국을 찾은 작가를 만났다. 왼손 가운뎃손가락에서부터 손등을 가로질러 새겨진 앨버트로스 날개 모양 타투가 눈길을 끌었다. “2006년부터 미국의 대량소비문화로 인해 발생한 환경 문제를 고발하는 사진 작업을 해왔어요. 2008년에 환경운동가 친구와 함께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공부하던 중, 한 생물학 연구원으로부터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면 미드웨이 섬에 가서 죽은 앨버트로스의 배 속을 보라’는 말을 들었어요. 머릿속에서 ‘댕~’ 하고 종소리가 울리더군요.” 이듬해 미드웨이 섬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우선 눈 아래 펼쳐진 망망대해에 압도됐다. 그는 “이렇게 외딴 섬조차 플라스틱으로 오염됐다니 믿을 수 없었다”며 “몇 주밖에 안 된 새끼 앨버트로스 배 속에서 꺼낸 한 줌의 플라스틱 조각에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으로는 다 담을 수가 없었다.

[우리동네 혁신가들] ①공유부엌·공유주택·커뮤니티바까지…소셜벤처 ‘블랭크’

우리동네 혁신가들 신축빌라와 다세대주택이 모인 서울 동작구 상도동. 이곳 골목에 생기를 불어넣는 청년들이 있다. 소셜벤처 ‘블랭크’다. 블랭크는 2013년부터 상도동 내 유휴공간을 공유부엌·공유주택 등으로 탈바꿈시켜왔다. 주민들이 밥 또는 일을 매개로 모이는, 기존에 동네에서 볼 수 없던 공간들이다. 지난 10월에는 네번째 공간인 커뮤니티 바 ‘공집합’도 오픈했다. 동네 주민이 일주일에 하루 바텐더로 나서고, 동네 이야기를 담은 잡지와 굿즈도 판다. 블랭크의 김요한, 문승규(32) 공동대표를 공집합에서 만났다. “상도동은 몇십 년간 한 곳에서 살아온 동네 토박이가 많은 동네예요. 최근 5년 사이에 다세대주택, 도시형생활주택 등이 들어서면서 젊은 층의 유입도 늘고 있죠. 다양한 세대가 함께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문승규 대표) 대학원에서 건축을 전공하던 문승규 대표는 2012년 ‘서울 마을만들기 공모전’을 통해 상도동과 인연을 맺었다. 주민들과 함께 워크숍을 하고 동네에 공원이나 가로등을 세우는 아이디어로 금상을 받은 것. 이후 아이디어가 서울시 도시재생 사업인 ‘주거환경관리사업’으로 실현되면서는 사업 연구원으로 주민들을 만났다. 문 대표는 “연구원 시절 지역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일은 정작 느리게 진행되는 것을 보고 회의감을 느꼈다”며 “우리가 주체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예 상도동으로 이사를 와 공간을 열었다. 블랭크의 1호 공간인 ‘청춘플랫폼’이다. “서울시 사업 당시 사무실로 쓰면서 주민들과 밥을 먹던 공간이 사업이 끝나면서 비워져 있더라고요. 서로 반찬도 나눠 먹고 밥도 해먹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커뮤니티 부엌을 열게 됐어요.” 부엌이 갖춰진 청춘플랫폼에서 상도동 주민들은 ‘밥’을 먹으며 만났다.

“임팩트 투자로 ‘제2의 파타고니아’를 육성합니다”

[인터뷰] 파타고니아의 임팩트 투자 펀드 ‘틴쉐드벤처스’의 필 그레이브스 총괄 디렉터 칠레 바다에서 건져 올린 폐그물로 스케이트보드를 제작하는 ‘부레오’, 대초원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버펄로 방목업을 하는 ‘와일드아이디어버펄로’, 슈퍼마켓에서 팔고 남은 식품으로 액체비료를 생산하는 ‘캘리포니아세이프소일’, 대형 빌보드 광고를 재활용해 가방을 만드는 ‘레어폼’…. 틴쉐드벤처스(Tin Shed Ventures, 이하 TSV)가 투자한 벤처기업들이다. TSV는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가 설립한 임팩트 투자 펀드다.  2013년 CEO로 취임한 로즈 마카리오는 환경 문제를 해결할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신생 벤처에 투자하기 위해 2000만 달러(약 223억원) 규모의 ‘20밀리언달러앤드체인지’ 펀드를 조성했다. 이 펀드가 3년만에 소진되자 파타고니아가 기금 제한을 없애고 새로 만든 것이 TSV다.   두 펀드로 파타고니아는 지난해까지 벤처기업 14곳에 7500만 달러(약 838억원)를 투자했다. 지난 11일 파타고니아 행사 참석차 방한한 필 그레이브스 TSV 총괄 디렉터는 “비즈니스로 환경 위기에 대응하려는 ‘제2의 파타고니아’를 여럿 만들어내는 게 TSV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제2의 파타고니아 육성해 환경 보호 비즈니스 생태계 키운다 “TSV는 ‘지구를 보호하기 위한 비즈니스’를 실천하는 기업들을 발굴해 그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파트너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금뿐 아니라 파타고니아의 기술·상품 개발 노하우, 사업 네트워크 등을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파타고니아가 임팩트 투자를 하는 이유는 미래의 협업 파트너가 될 ‘제2의 파타고니아’를 키우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 생태계를 확장하려는 포부를 안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투자를 결정할 때 ‘사회적·환경적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췄는가’를 가장 면밀하게 살핍니다. TSV는 사회적 가치를 10, 경제적 가치를 90만큼 창출하는 기업보다 사회적 가치를 90, 경제적

“기부, 별것 아냐… 나처럼 평범한 사람도 세상 바꿀 수 있다오”

순탄치 않은 인생이었다. 정봉호(71)씨는 30대의 젊은 나이에 병으로 아내를 잃고 홀로 어린 두 자식을 키웠다. 가진 건 튼튼한 몸뚱이 하나밖에 없었기에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건설 현장에서 2년간 건물을 지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사무용품 제조회사, 출판사 세일즈맨, 운전기사, 기관차 선로 조차(操車) 관리인 등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일흔 살이 넘어서야 치열함이 가고 편안함이 찾아왔다. 자식들은 제 앞가림을 할 정도로 잘 자라줬고, 부유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여유도 생겼다. 그제야 주변을 돌아볼 마음이 생겼다.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고민 끝에 그는 국제구호단체인 국경없는의사회를 찾아가 ‘유산기부’를 약속했다. 전 재산인 서울 노원구의 아파트 한 채와 예금 등을 자신이 세상을 떠날 때 국경없는의사회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한국 국경없는의사회의 첫 유산기부자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약속을 확실히 하기 위해 변호사 사무실에서 유언 공증까지 받았다. 최근에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돕는 데 4000만원을 내놓기도 했다.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정씨를 지난 11일 만났다. 이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한 지도 벌써 10년이 됐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아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돈 버는 일만 생각했어요. 시간이 흐르고 아이들이 장성하니, 아내 생각이 많이 났어요.” 지난해 여름, 우연히 국경없는의사회를 알게 된 정씨는 병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가 떠올랐다고 했다.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곧바로 단체에 전화를 걸어 유산기부를 약속했다. 자식들도 아버지의 결정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애들한테 말했더니 ‘아버지가

“작은 조직들 연대하면 큰일 가능… 정책·제도·기업 육성·복지 등 다양한 고민 나눌 것”

소셜벤처들의 연대 ‘임팩트얼라이언스’ 조직한 김재현·허재형 대표 동맹과 연합을 의미하는 ‘얼라이언스(Alliance)’가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자도생(各自圖生)하던 국내 소셜벤처들도 처음으로 연대를 선언했다. 이달 공식 출범한 ‘임팩트얼라이언스(Impact Alliance)’는 국내 최초의 소셜벤처 협의체다. 루트임팩트, 크레비스파트너스, 에스오피오오엔지(SOPOONG), 임팩트스퀘어, 마리몬드, 베어베터, 위누, 위커넥트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업계의 대표 주자들이 지난해 11월 준비위원회를 꾸려 밑그림을 완성했다. 지난 22일 ‘주동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만남의 장소는 소셜벤처 밸리라 불리는 서울 성수동. 준비위원장인 허재형(37) 루트임팩트 대표와 정책위원장인 김재현(37) 크레비스파트너스 대표는 “준비위원회가 꾸려진 건 2개월밖에 안 됐지만, 논의가 시작된 건 2년 정도 됐다”면서 “성수동 CEO 4인방의 친목 모임에서 임팩트얼라이언스의 싹이 텄다”고 말했다.  ◇작은 조직들의 연대, 임직원 복지 개선하고 생태계도 키울 수 있어     –성수동 CEO 4인방은 누구인가. 허재형: “우리 두 사람과 한상엽 에스오피오오엔지 대표,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이렇게 네 사람이다. 2017년부터 넷이 수시로 모임을 가졌다. 특별한 어젠다 없이 2~3주에 한 번씩 만나 근황도 묻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넷 다 소셜벤처 투자나 인큐베이팅, 컨설팅 등을 하고 있어서 잘 통했다. 업계의 문제점과 고민을 공유하며 소셜벤처들의 연대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주로 어떤 고민을 나눴나. 김재현: “국내에 소셜벤처가 등장한 게 2005년 소셜벤처대회가 열리면서다. 역사가 14년이 됐다. 하지만 우리가 모임을 시작한 2017년 초반까지도 소셜벤처를 위한 정책이라는 게 거의 없었다. 공공의 지원 없이 각자 노력하면서 만들어온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동물에 해가 되지 않는 방식 찾아… 더 ‘비건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죠”

‘아무튼, 비건’ 책 펴낸 김한민 작가 라쿤 털이 달린 구스다운 패딩 점퍼를 보면 마음이 아프고, 치맥 파티가 장례식처럼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 동물에서 얻은 것은 먹지도, 입지도, 바르지도 않는 ‘비건(Vegan)’이다. 비건들은 고기는 물론 해산물·유제품·달걀도 금하는 완전 채식을 고수한다. 가죽·모피·양모 등 동물성 섬유로 만든 의류, 동물 실험을 거치거나 동물에서 채취한 성분이 첨가된 화장품은 사지 않는다. 동물의 권리를 존중하고 보호하기 위해서다. 비건의 일상은 고난의 연속이다. 밖에서 밥 한 끼 먹으려면 채식 메뉴를 찾아 헤매고, 옷 한 벌 살 때도 소재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작가 겸 번역가 김한민(40)씨가 최근 펴낸 책 ‘아무튼, 비건’에는 이들의 일상이 적나라하게 소개된다. 김씨는 “비건으로 살면서 느낀 바가 많았다”면서 “비건 문화에 동참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경험에서 우러난 지식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씨가 비건이 되기로 결심한 건 2010년 구제역 파동 때 돼지 생매장 작업을 했던 어느 공무원의 글을 읽고 나서다. “살기 위해 땅을 파고 밖으로 나오려는 돼지를 다시 삽으로 내리쳐 묻었던 잔혹한 현장을 알게 된 이상 더는 돼지고기를 입에 댈 수 없었어요. 그때부터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동물 학대와 착취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고, 비건으로 살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건강도 좋아졌다. 신선한 채소 중심으로 식사를 하다 보니 군살이 빠지면서 몸이 가벼워졌다. 자잘한 병치레도 없어졌다. “건강도 건강이지만 무엇보다 편해진 건 ‘마음’이죠. 동물과 지구를 위해 무언가 실천하고 있다는 보람, 추구하는 가치와 일상이 일치되면서 오는 평온함으로 마음이 깨끗해지는 느낌이랄까요.

인공지능 기반 한글교육 앱으로 교육 격차 해소합니다

한글교육 앱 ‘소중한글’ 만든 홍창기 H2K 대표 인터뷰  학습부진과 언어지연을 겪는 아이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사람들이 있다. 소셜벤처 H2K(에이치투케이)는 아이들이 손쉽게 한글을 익힐 수 있도록 돕는 교육용 애플리케이션(앱) ‘소중한글’을 개발, 국내 아동의 교육격차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 H2K는 ‘Happiness to Kids’의 줄임말로, 아이들에게 행복을 전한다는 뜻이다.   최근 서울 서초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홍창기(35) H2K 대표는 “기술로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며 웃었다. 지난 2016년 카이스트(KAIST)에서 전산학 박사과정을 밟던 그는 같은 학교에서 인공지능으로 박사과정 중이던 김우현(33)씨와 의기투합해 새로운 일을 꾸미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배운 공학적 지식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선 것. “언어재활사로 일하던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뜻밖에 좋은 아이템을 발견했어요. 언어치료 교육비가 1년에 500여만원에 달하지만, 교육 효과는 별로라는 얘길 들은 거죠. 아동이 치료실 밖에서도 효율적으로 언어를 배울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두 사람은 관련 시장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그러던 중 언어발달 지연과 학습부진을 겪는 아동의 숫자가 꽤 많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홍 대표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통계를 보니 한글을 못 떼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동이 전체의 20%인 54만명(2015년 기준)에 달했다”면서 “특히 저소득층, 다문화 아동의 경우 학교 수업 말고는 한글을 접할 기회가 부족해 문제가 있어 보였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초등학교 입학 전 한글을 손쉽게 익힐 수 있는 교육용 앱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이듬해인 2017년 6월, 소셜벤처 H2K를 창업하고 앱 개발에 착수했다. 임팩트투자사 소풍(Sopoong)의 시드 투자를 마중물로, 현장의 특수학교 및 초등학교 교사, 언어재활사, 학부모 등을 만났다. “현장에

“30여 국에 ‘브릭’ 기부…창의적 놀이 문화 전파하죠”

[인터뷰] 프리야 베리 소호 임팩트 재단 이사장  “21세기에 갖춰야 할 능력으로 4C를 꼽습니다. 창의력(Creativity), 비판적 사고력(Critical thinking), 소통 능력(Communication), 협업 능력(Collaboration)이죠. 이 4C를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일까요? 바로 ‘놀이(Play)’입니다.” 프리야 베리(Priya Bery·43) 소호 임팩트(Soho Impact) 재단 이사장은 “창의적인 놀이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을 체인지 메이커로 키워내는 것이 소호 임팩트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소호 임팩트는 국내 게임회사 넥슨 창업자 김정주 NXC 대표가 글로벌 사회공헌 활동을 전문화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설립한 비영리재단이다. 미국과 한국은 물론 네팔·몽골·방글라데시 등 놀이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의 아이들에게 ‘브릭(블록 장난감)’을 기부하는 활동을 한다. 국내 파트너 기관들과 놀이 관련 프로젝트를 논의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베리 이사장을 지난 6일 만났다. 소호 임팩트가 올해 전 세계 30여 개국에 기부한 브릭 수는 670만여 개에 달한다. “왜 하필 브릭이냐고요? 브릭은 누구나 쉽게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에요. 가르쳐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직관적으로 브릭을 가지고서 이것저것 만들어냅니다.” 베리 이사장은 세계경제단체연합(GBC)의 에이즈 퇴치 팀과 미국 버진(Virgin) 그룹이 세운 버진 유나이트 재단을 거쳐 저개발국가에 신발을 기부하는 사회적기업 ‘탐스(TOMS)’에서 부사장을 지냈다. 현재는 소호 임팩트 재단 이사장으로서 더 많은 어린이가 ‘브릭 놀이’를 통해 창의력을 맘껏 펼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STEAM 교육으로 유명한 미국의 ‘투빗서커스(Twobitcircus) 재단’은 현지 학교 130여 곳에 브릭 놀이를 활용한 STEAM 교육 커리큘럼을 제공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이매지네이션닷오알지(imagination.org)’는 아이들이 브릭과 종이상자를 이용해 아케이드 게임기(오락실용

“딱딱한 학교를 벗어나 진짜 ‘내 삶’ 고민해요”

서울시 고교자유학년제 모델 ‘오디세이학교’를 가다 자유로운 도전과 탐색,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학교가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고교자유학년제’ 모델 오디세이학교(교장 조중기) 이야기다. 고교자유학년제는 ‘갭이어(Gap year·학업을 잠시 중단하고 봉사, 여행, 직업체험 등으로 진로를 탐색하는 것)’모델의 일종으로, 고등학생이 1년간 민간 대안학교의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교육과정 속에서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제도다. 대안학교는 자체 노하우를 활용해 학생을 가르치고, 교육청은 재정 및 학력인정 등 행정을 지원하는 민관협력모델이다. 지난 2014년 교육청 시범운영으로 개교한 오디세이학교는 지난 3월 각종학교(정규학교와 유사한 학교로 인정하는 제도) 등록을 통해 정식학교로 전환했다. 지난 8월 서울 종로구 오디세이학교 본부에서 정병오 교무부장을 만나 오디세이학교의 이야기를 들었다. 오디세이학교는 덴마크의 자유학교인 ‘에프터스콜레(Efterskole·중학교 졸업 후 1년간 인생을 설계하는 덴마크의 학교)’를 본떴다. 학교의 설립 준비부터 함께한 정병오 교무부장이 지난 2011년 덴마크에서 직접 에프터스콜레를 체험하고 돌아와 벤치마킹했다. 공교육 현장에서 25년 이상 근무했던 정 교무부장은 “한국 교육의 길이 안 보여 공교육 천국인 덴마크를 찾았는데 에프터스콜레를 보고 영감을 받았다”며 “이 모델만큼은 국내에 바로 도입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후 2014년 서울시교육청 내부에 ‘한국형 에프터스콜레’를 만들기 위한 오디세이 설립TF팀이 만들어졌고 같은 해 학교가 문을 열었다. 그는 “공교육과 대안교육의 틀을 넘어 새로운 교육모델을 만들기 위해 민관이 마음을 열고 보조를 맞춘 결과”라고 말했다. “에프터스콜레는 여유를 주는 학교인데, 수동적으로 살아온 우리 아이들은 여유를 줘도 그냥 게임만 해요. 아이들이 기존 교육의 틀을 깰 수 있도록 계속 질문을 던지고, 서로

평범한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는 방법 ‘전자 민주주의’

[인터뷰] 글로벌 전자 청원 기업 ‘Change.org’의 이지민 팀장 멀게만 느껴졌던 ‘전자 민주주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하루에도 수십 건의 청원이 쏟아진다. 이중 청와대가 직접 답변할 수 있는 조건이 되는 20만명의 서명을 받은 청원은 모두 51개. 특히 청소년 범죄와 관련하여 소년법 개정을 요구한 청원은 두 차례에 걸쳐 각각 조국 수석과 김상곤 前 사회부총리가 답변하면서 형사 미성년자를 14세에서 13세로 낮추겠다는 발의로 이어지게 했다. 2007년 미국에서 시작한 글로벌 전자 청원 사회적기업 ‘Change.org’도 전자 민주주의 시대를 이끌고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전자 청원을 받고 청원 대상자(정책담당자)에게 전달한다. 현재 196개국의 시민 약 2억4000만명이 Change.org를 이용하고 있다. Change.org의 홈페이지에 지난 한 달 동안 6만5000여 개의 청원서가 게시됐고, 매일 10~12개의 청원이 성공하고 있다. Change.org의 목표는 ‘모든 사람이 언제 어디서든 자신이 원하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 지난 9월 18일 인터넷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Change.org의 사용자 안전 및 성공팀(User Safety Team & Success) 이지민(32) 안전 팀장에게 전자 청원이 어떤 방식으로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사회 변화는 자신의 문제를 공유하는 것에서 시작 ─Change.org에 대해 소개해 달라. “Change.org는 세계에서 가장 큰 전자청원 플랫폼으로, 시간과 공간에 상관없이 누구나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곳이다. 개인의 문제를 공유해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제공한다. 누구나 우리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다른 사람이 올린 청원을 보고 지지하거나 청원을 올릴 수

공정무역으로 들여온 르완다 커피, ‘쏘 머치(so much) 마싯써요!”

쌉싸래한 첫맛 뒤로 부드러운 신맛이 퍼졌다. 고소함을 얹은 은근한 달콤함도 느껴졌다. “르완다 커피는 ‘달콤한 감귤(sweet mandarin)’ 맛이 나는 게 특징이에요.” 커피를 내려준 르완다 청년 조시아스(36)가 설명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베스틴(31)이 서툰 한국어로 한마디 거든다. “르완다 커피, 쏘 머치(so much) 마싯써요!” 지난 달 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8 서울카페쇼’의 아름다운커피 부스에서 만난 조시아스와 베스틴은 “르완다 커피는 이웃나라 케냐, 에티오피아 못지않게 맛과 품질이 우수한데도 해외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두 사람이 장장 19시간 비행기를 타고 르완다에서 한국까지 온 이유도 르완다 커피를 알리기 위해서다. 커피 농가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르완다 커피 시장의 문제점을 지켜봐 온 조시아스와, 여성 커피농부들의 권익을 향상하기 위해 커피 산업에 뛰어든 베스틴은 현재 아름다운커피와 함께 르완다 커피농부들이 공정무역으로 정당하게 수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들에게 르완다 커피 이야기를 들어봤다.  ◇쌉싸래한 맛 : 커피농사 풍년에도 농부들은 빚쟁이 되는 씁쓸한 현실 “보통 커피는 1년에 한 번 수확합니다. 문제는 수확한 커피 생두를 유통업체에 팔면 유통업체는 생두를 가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감안해 최소 6개월 후에나 대금을 지급한다는 거죠. 농부들은 커피 열매를 팔아도 바로 돈을 받지 못하니 다음 농사를 준비할 수도 없고 생계도 어려워집니다. 하는 수없이 유통업체로부터 커피 농사에 필요한 자금을 아주 높은 금리에 대출 받는 경우가 많아요. 악순환입니다.” 조시아스가 어두운 표정으로 르완다 커피농장의 현실을 설명했다. 대학원에서 공공보건을 전공하고 13년 동안 보건 분야에서 일하던 그가 커피 산업에

“젊은 국악인들이 우뚝 설 수 있도록 응원하겠습니다”

[인터뷰] 국악음반 제작하는 소셜벤처 ‘레이블소설’의 설현주 대표 국악인의 99%는 평생 자기 이름으로 된 음반 한 장 내지 못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간한 ‘2015 예술인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악인들의 평균 예술 활동 수입은 1163만원. 응답자의 29.1%는 ‘개인 수입 중 예술활동 수입이 전혀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설현주(33) 레이블소설(小雪) 대표는 ‘돈 안 되는’ 국악계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6월 국악을 전문으로 다루는 기획사를 설립, 음반 제작과 공연 기획으로 젊은 국악인들을 지원하고 있다. ◇4개월 만에 국악음반 22장…제작·녹음 비용 외엔 모두 무료 “젊은 국악인들이 마주한 현실은 암울합니다. 단순히 우리 전통음악을 보존하고 계승하는 역할을 넘어 국악인 스스로 자립해야 합니다. 국악계 내부에서도 정부 기금에만 의존해 공연하는 지금의 상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요.” 설현주 대표도 국악인이다. 대학 3학년 때 서울국악관현악단에 들어가 타악 수석을 수료한 뒤, 2007년부터는 국내 최초의 민간국악단 ‘락음 국악단’의 창단 멤버로 활약했다. 이후 10년간 휴일도 없이 공연하며 단무장까지 역임하다가 올해 초 악단을 떠났다. 그는 “국악이 대중에게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레이블 사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요즘에는 음악을 멜론이나 벅스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듣잖아요. 국악도 그래야죠. 멜론에도 국악 차트가 있어요. 음원이 적을 뿐이죠. 음반 작업을 통해 국악이 대중과 가까워질 수 있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제 갓 5개월. 레이블소설은 지난 6월14일 첫 음반 발매를 시작으로 설립 130일 만에 무려 22장의 앨범을 제작했다. 한 해 프로모션 일정도 벌써 꽉 찼다. 설 대표는 “매주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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