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발전이 인류에 도움 되려면? “비영리 스타트업의 ‘기술 접근성’ 지원해야” 

[인터뷰] 니콜 던(Nicole Dunn) 패스트포워드(Fast Forward)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부사장 국내외에서 ‘비영리 스타트업(Nonprofit Startup)’이 사회문제 해결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비영리 스타트업은 기존의 비영리 단체와 달리 기술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접목해 사업을 전개하지만, 이윤 창출보다는 사회공헌을 목표로 한다. 이 분야를 선도하는 미국의 비영리 액셀러레이터 ‘패스트포워드(Fast Forward)’의 니콜 던 부사장을 지난 4일, 서울에서 만났다. 그는 아산나눔재단의 ‘아산 비영리스타트업 콘퍼런스 2024’ 연사로 방한했다.  ―패스트포워드는 어떤 조직인가. “패스트포워드는 미국에 본사를 둔 비영리 전문 액셀러레이터다. 2014년부터 AI와 기술을 활용해 인류를 위한 솔루션을 개발하는 비영리 단체를 지원하고 있다. 기술은 시간을 절약하고 서비스를 더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다. 비영리 단체들이 최신 기술을 접할 수 있어야 더 많은 취약계층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본다. 생성형 AI 등 첨단 기술은 비영리 단체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패스트포워드는 지난 11년간 100여 개의 비영리 스타트업에 총 4400만 달러(한화 약 613억)를 투자했다. 이들 스타트업은 약 1억 86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주요 지원 분야는 보건 27%, 교육 20%, 펜테크가 10%를 차지한다.  ―주요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핵심 프로그램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다. 매년 약 10개의 비영리 단체를 선정해 3개월간 집중 지원한다. 지원 내용은 자본(Capital), 네트워크(Connection), 공동체(Community), 콘텐츠(Content)로 이루어진다. 선정된 단체는 2만 5000 달러(한화 약 3500만원)의 자금 지원과 함께, 소셜 및 테크 분야의 리더들과의 네트워크 확장 기회를 제공받는다.”

“손님, ‘라떼 덜 달게요’는 적어서 주세요” 농인카페 사장 김애식씨 [우리 이웃 이야기]

[인터뷰] 김애식 카페125 사장 카페에 들어섰더니 직원은 여러 명인데, 말소리 하나 없이 조용했다.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얼마 안 가 뒤쪽에서 별안간 웃음소리가 터져 나와 깜짝 놀랐다. 뒤돌아보니 농인 직원들이 수어로 대화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조용한 카페 안에는 웃음소리만 울려 퍼졌다. 이곳은 경기도 하남에 위치한 농인카페, ‘카페125’다.  카페125의 사장 김애식(60)씨는 청인이다. 농인과의 인연이 궁금해 지난달 초, 카페를 찾았다. 김씨는 어릴 적 농인이었던 사촌 오빠와 자주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농인을 ‘식구’처럼 느꼈다고 한다. 김씨는 대학 시절 만난 농인 남편과 25살에 결혼했다. 이후 노량진 농인교회에서 근무하던 중, 커피를 좋아하던 농인 성도와 함께 카페 창업을 결심했다. “교회에 커피를 잘 만드는 농인 성도님이 계셨어요. 직접 볶은 커피를 맛보았는데 잊지 못할 맛이었습니다. ‘이건 팔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김씨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2019년 7월, 노량진 농인교회 1층에서 ‘카페125’를 열었다. ‘125’는 유일한 세계 공통 수어인 ‘사랑해’를 의미한다. ◇ 단골 취향 외운 농인 바리스타, 손님은 필담으로 요청 초기엔 소통 문제로 어려움이 많았다. 손님의 구체적인 요청을 농인 바리스타가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잦았다. 특히 코로나 시기 마스크 착용으로 입 모양을 읽을 수 없어 종이와 펜으로 주문을 받았다. 그럼 일부는 불편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박씨는 단골 손님의 취향을 외워 주문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손님들도 마스크를 벗고 말하거나, 종이에 정성껏 요청을 써주기 시작했다. “동작구청 직원이 찾아와 수어와 함께 배우는 바리스타 교육 과정을 열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2019년부터 세 차례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수어 소통법과 커피콩 구분법 등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사회복지사, 특수교육 교사 10여 명이 참여했습니다.” 2022년 2호점인 하남점 오픈 이후 노량진점에선 농인 바리스타들이 주로 근무하고 있다. 바리스타인 장염추(47)씨는 청인 손님들의 귓속말이나 한숨에 상처받은 적도 있지만, 지금은 소통이 훨씬 수월해졌다고

디자인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YES!’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더 나은 디자인’을 말하다 [대담] 에치오 만치니 밀리노공대 명예교수-차강희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이사 사회문제 해결책으로 ‘디자인’이 떠오르고 있다. 환경을 고려하는 ‘지속가능한 디자인’이나 창의적인 전략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 씽킹’이라는 용어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지난 25일에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지속가능성 관련 국제 디자인상인 ‘서울디자인어워드’ 시상식이 열렸다. 올해로 5회를 맞은 서울디자인어워드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 프로젝트에 상을 수여한다. 이번 대회에는 지속가능성을 위한 디자인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밀라노공과대학의 에치오 만치니(Ezio Manzini) 명예교수(79)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지속가능한 디자인 분야에서 30년 이상 활동해 온 그는 사회혁신 디자인 국제 네트워크인 ‘DESIS(Design for Social Innovation and Sustainability)’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2016년에는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 입문서인 그의 저서 ‘모두가 디자인하는 시대’ 한국어판도 출간됐다. 서울디자인어워드를 주관하는 서울디자인재단은 지난달 차강희 홍익대학교 교수(62)를 신임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교수인 차 대표는 과거 LG전자 디자인연구소장으로 ‘초콜릿폰’, ‘프라다폰’ 개발을 주도하며 ‘슈퍼디자이너1호’로 선정된 인물이다. 차강희 교수는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공공 디자인 관점에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나은미래는 지난 25일, 엣지오 만지니와 최강희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이사를 만나 ‘지속가능성과 디자인’에 관해 물었다. ―글로벌과 한국의 ‘지속가능한 디자인’은 어느 단계에 와있다고 보나. 에치오 만치니=상황이 매우 복잡하고 분열되어 있어 딱 잘라 답변하기 어렵다. 지속가능한 디자인이나 사회변화를 위한 디자인 자체만 놓고 보면 30년 전과 비교해 훌륭한 사례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이번 서울디자인어워드에서 발표된 프로젝트만 봐도 ‘지속가능한 디자인’이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3분 걸었더니 보행 문제점 한눈에” 파리올림픽 선수 20명 사용한 ‘피츠인솔’

[인터뷰] 채경훈 알키메이커 대표 “이 정도면 운동이 시급한데요? 서 있을 때 좌우 발 압력 분포도의 차이가 10% 정도 나요. 왼쪽에 압력의 중심이 더 쏠려 있어요. 골반이 틀어져 있거나, 다리 길이가 다를 수 있어요. 걸을 때 발뒤꿈치 수치를 보면, 뒤꿈치 힘이 안쪽으로 많이 쏠리네요. 발목 부상 확률이 높죠. 신발 중에 뒤가 단단한 걸 신으셔야 해요. 발목을 잡아주는 신발이요.” 기자가 파란색 매트 위에서 한 3분 걸었나. 몸의 앞뒤 좌우 균형부터 보행 패턴으로 인한 부상 가능성까지, 순식간에 30여 개의 측정 결과가 나왔다. 이를 바탕으로 뒤꿈치 안쪽을 단단하게 설계하고, 발목 부상을 예방할 ‘패드’를 깊게 넣은 인솔(insole·깔창)을 제작해야 한다는 제안까지 받았다.  ◇ 걷거나 뛰는 ‘동적 데이터’로 ‘맞춤 깔창’ 제작  이는 (주)알키메이커의 브랜드인 ‘피츠인솔’의 ‘부상 예측 보행 분석 서비스’로 측정된 데이터다. 피츠인솔을 이용하면, 걷거나 뛸 때 발바닥의 압력 크기와 압력이 이동하는 방향 등을 측정해 개별 맞춤 깔창을 제작할 수 있다. 지난 2017년 9월 설립된 알키메이커는 채경훈 대표가 LG이노텍과 LG전자 등에서 10여 년 동안 근무하다 퇴사 후 “하고 싶은 거 하자”며 시작한 사업이다. 회사 재직 시절, 3D프린팅 응용제품을 공동으로 개발한 벨기에 기업 ‘머티리얼라이즈’와의 인연이 창업 아이템이 됐다. 해당 기업과 2017년 계약을 맺고, 부상예측 보행 분석 기술과 기기를 구매했다.  기존 깔창이 정적인 상태에서 발 형태를 측정한다면, 피츠인솔은 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작된다. 측정 기기에는 1만2000개의 센서가 탑재돼 1000분의 5초 단위로 보행패턴을 분석할 수 있다. 걷거나 뛸 때 발바닥 위치별 압력과 힘의 크기 분포, 압력의 이동 경로 등 33가지의 측정 결과가 나온다.  이렇게 측정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보행 패턴을 정상치로 바꾸는 깔창을 제작한다. 3D프린팅 기법으로 인솔을 제작할 때, 위치마다 다섯 단계로 탄력성을 조절할 수 있는데, 압력이 과하게 많이 들어가는 곳은 단단하게 만들어서 체중이 실리는 것을 막는 방식이다. 예로, ‘오다리’를 가진 이들은 대부분 압력의 이동 방향이 바깥쪽으로 향하는데, 이를 안으로 향할 수 있게 하는 바깥쪽 깔창을 더 단단하게 제작하는 것이다. 현재 25개의 병·의원에 피츠인솔의 보행 분석 시스템이 보급됐으며, 1만 건 이상의 보행 분석 데이터가 쌓였다. 또 5000여 명의 고객이 피츠인솔을 사용 중이고, 이 중 40%가 기존 고객의 ‘추천’을 받아 사용자로 입문했다. 주 소비자 중 22%가 운동선수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SBS 예능프로그램 ‘골때녀’ 출신인 오범석 감독과 표승주 배구선수 등이 SNS를 통해 먼저 연락이 온 게 시작이었다. 이후 입소문이 퍼지면서 펜싱, 역도, 피겨스케이팅, 배구 등 다양한 종목의 선수들이 피츠인솔을 사용 중이다. 이번 파리올림픽 국가대표로 출전한 펜싱 오상욱, 도경동 선수, 유도 안바울 선수, 배드민턴 서승재, 채유정 선수 등 20여 명의 선수도 피츠인솔 사용자다. ◇ “보행 분석 데이터로 시각장애인 부상·노인 질환 예방이 목표”  채 대표는 최근 인솔 제작을 넘어 “보행 분석 데이터를 활용해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꿈도 생겼다. 최근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맞춤 인솔 제작을 준비 중이다. 이는 지난 2022년 지인의 요청으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서울시립노원시각장애인복지관 등 네 기관과 협업해 시각장애인 50여 명의 보행 패턴을 측정했던 게 계기가 됐다. 이때 시각장애인 대다수가 앞이 보이지 않아 종종걸음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채 대표는 “일반인이 걸을 때 뒤꿈치가 바닥에 닿아있는 시간 분포도 평균이 60% 정도인데, 시각장애인은 평균이 80%였다”며 “이렇게 보행할 경우 발목 부상과 허리 통증 등을 유발하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급형 인솔 개발을 계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보급형 인솔은 현 인솔 가격(45만원)의 절반까지 낮출 예정이다. 3D프린팅 기술이 아닌

빈 공간은 ‘화물차 주차장’으로, 시니어에겐 ‘일자리’를

[인터뷰] 서대규 빅모빌리티 대표 한국의 화물차 기사들은 하루 중 14시간을 운전대에서 보낸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2022년 조합원 190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 달 평균 24일 출근해 339시간을 일한다. 이는 한국 노동자 평균(173.8시간)의 2배에 달한다. 물류 전문가들에 따르면, 화물차주들은 14시간 일하고도 바로 귀가하지 못하는데 주요 원인은 화물자동차 대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차고지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제21조에 따르면, 오전 00시부터 4시 사이 1시간 이상 주차는 해당 운송사업자의 차고지, 공영차고지 등에 해당하는 시설 및 장소에서만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운영 중인 화물차 공영차고지는 39곳, 주차 면수는 9665대에 불과하다. 국내에 등록된 영업용 화물차 총 52만5303대의 1.8%에 해당되는 주차면만 확보된 것이다(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실·국토교통부 자료).  부족한 차고지 문제는 불의의 사고로도 이어진다. 올해 4월에도 배달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20대 청년이 11.5t 화물차를 들이받아 목숨을 잃었다. 이유는 인근 아파트 진입로에 불법주차된 화물차 때문이었다. 같은 달 이천시에서도 1t 트럭 운전자 30대 한 남성이 왕복 2차선 도로변에 주차돼 있던 14t 화물차를 들이받아 숨진 바 있다. 서울시·경기도 자료에 따르면 차고지 위반 밤샘주차 차량을 들이받고 숨진 사람은 한 해 평균 200명 선으로 추산된다. 민간에서 제공하는 민영 주차장, 주유소 등에도 화물차 주차가 가능하지만, 월 50만원에 달하는 비싼 주차비와 정보 검색 어려움, 순번 대기 등의 이유로 주차가 어려운 실정이다.  ◇ 화물차 주차장 1호점 여니, 1주일 만에 ‘만차’  이러한 문제에 대안을 제시하는 기업이 나타났다. 서대규 대표가 지난해 4월 설립한 (주)빅모빌리티다. 빅모빌리티는 상용차(商用車) 전용 주차장을 운영하며, 검색 플랫폼인 ‘트럭헬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상용차 운전자들은 트럭헬퍼를 통해 월 평균 25만원 정도의 비용을 내고, 고정 주차장을 확보할 수 있다. 앱에서는 주차 가능한 공간을 안내하고, 차고지 증명 대행 서비스 등도 제공한다. 서 대표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舊 한국타이어)에서 14년 동안 근무하다, 지난 2022년 1월 신사업기획팀에서 지금의 트럭헬퍼 사업을 기획했다. 그는 “무엇보다 자녀들에게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창업 계기를 밝혔다. 회사 측과의 협의 끝에 상용차 시장, 그중에서도 주차 문제 해결에 뛰어들기로 했다. 맨땅에 헤딩이었다. 사업 초기 자금부터 마련해야 했다. 우선, 2022년 5월에 창업진흥원 예비창업패키지에 지원해서 6000만원을 받았다. 그 자금으로 트럭헬퍼 홈페이지와 홍보 동영상 등을 제작했다. 이후엔 40여 곳의 땅을 직접 찾아다닌 끝에, 지난해 1월에 용인시 처인구에 1호점을 열었다. 80평 규모로, 한 대형 식당의 주차장 일부였다.  소비자들의 요구도 살폈다. 실제 화물차주들의 주차 어려움을 체감하기 위해 약 10명의 화물차주 영업용 차량에 함께 탑승하고 하루 일과를 쫓아다니기도 했다. “화물차주분들이 식사는 어떻게 하시는지, 기름은 어떻게 넣으시는지, 일과 후에 주차는 어떻게 하시는지 다 따라다녔죠.”  이 과정에서 홍보를 위한 ‘꿀팁’도 얻었는데, “밤 12시에서 새벽 4시 사이에 화물차에 전단지 꽂아놓으면 직방일 것”이라는 화물차주의 조언이었다. 조언대로 며칠 동안 전단지 꽂는 일에 매진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1호점이 1주일 만에 만차가 된 것이다.  ◇ 시니어 특화 일자리로 가맹사업 확대 예정… 도전은 계속된다 지난해 4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로부터 독립해 본격 사업에 뛰어들었다.

“고령화, 새로운 비즈니스와 투자 기회 될 수 있어”

[대담] HGI 남보현 대표·트리플라잇 이은화 대표 시니어 1000만 명 시대에 들어섰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가 1000만 62명으로 전체 주민등록인구(5126만 9012명)의 19.51%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빠르면 올해 연말,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초고령사회란 65세 이상 인구가 총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인 사회를 말한다.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임팩트 투자사 에이치지이니셔티브(이하 HGI)와 임팩트 전략·측정 전문 솔루션 기업 트리플라잇은 최근 ‘투자사를 위한 사회문제와 산업 분석 : 고령화’ 리포트를 발간하며, 초고령사회가 야기할 실버산업의 변화가 새로운 비즈니스와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지속가능한 투자 전략을 통해 고령화 문제 해결의 임팩트를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달 23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에서 이번 리포트 발간을 기획하고 발간한 HGI 남보현 대표와 트리플라잇의 이은화 대표를 만나 ‘투자사 관점에서 바라본 고령사회의 해법’을 물었다. ―투자사를 위한 사회문제 심층 분석 리포트를 발간한 계기와 첫 번째 주제로 ‘고령화’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남보현=사회문제의 불확실성과 변화는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첫 번째 주제를 고민하다가 사회이슈와 자본시장의 기회가 맞물릴 수 있는 영역이 ‘인구구조의 변화’라고 생각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는 고령 인구의 급격한 변화부터 심층적으로 분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은화=기후 위기 못지않게 한국의 인구구조 변화, 그중에서도 고령화에 대해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남 대표가 고령화와 관련된 사회문제를 분석해

런던디자인어워드에서 주목한 국내 디자인, 보행 보조기구에 ‘온기’를 더하다

[인터뷰] 조성환 유니체스트 대표 지난달, 국내 디자인 기업 유니체스트가 목발, 보행기 등에 설치하는 온열필름 손잡이 모듈로 ‘2024 런던디자인어워드(London Design Awards)’에서 골드상을 수상했다. 런던디자인어워드는 제품, 그래픽, 건축 등 약 10개 분야의 전 세계 디자이너와 기업이 참여하는 국제대회다. 분야별 올해의 디자인, 플래티넘 위너, 골드 위너, 실버 위너 등 4개 상을 수여한다. 매년 전 세계에서 약 2000점이 출품되는데, 한국 기업이 이 중 제품 디자인 분야 2등을 차지한 것이다. 어떤 고민으로 이 제품을 개발한 것일까. 지난 4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유니체스트 사무실에서 “수익만을 쫓는 것이 아니라, 가치 있고 의미 있는 디자인을 전하고 싶다”는 조성환(39) 대표를 만나 제품 개발 스토리를 물었다. 조 대표는 이날 디자인한 모듈을 직접 가져와 소개했다. 모듈은 텔레비전 리모컨보다도 작은 크기였다. 기자가 모듈을 잡아보니 한 손에 쏙 들어왔다. 흡사 바나나를 쥔 것처럼 오동통한 외형은 한 손에 편안하게 감겼다. 손잡이 전면부 위와 아래에 하나씩 설치된 둥그런 버튼이 눈에 띄었다. 조 대표는 “버튼이 모듈의 핵심으로 윗면은 온열 기능, 아랫면은 조명 기능이다”라며 “보행 보조기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추운 날씨에 느낀 불편함을 해결하고, 야간 보행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유니체스트가 해당 모듈 개발을 시작한 건 지난해 초다. 애견용품 판매 업체인 한케어의 한정석 대표가 강아지 리드줄에 온열과 조명 기능을 장착한 제품을 개발하자고 한 것이 계기였다. 소아마비 장애가 있던 한 대표는 “비슷한 기능을 넣은 보행 보조기기 손잡이 모듈도

루스 샤피로 캡스 대표가 DGI 2024 발표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아름다운재단
“정부와 공익단체는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효율적 방법을 모색하는 파트너”

[인터뷰] 루스 샤피로 캡스(CAPS) 대표 수학시험의 주관식 문제는 답을 틀려도 풀이 과정이 맞으면 부분 점수를 받는다. 결과만큼 결과를 끌어낸 과정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기부도 마찬가지다. 매년 한국의 기부 순위가 발표되고 기부가 저조하다는 말들이 오가지만, 정작 그 이유는 알쏭달쏭하다. 아시아 필란트로피 소사이어티 센터(Center for Asian Philanthropy and Society, 이하 캡스)가 기부 환경에 대한 연구 과정에서 ‘왜’에 집중하며, 기부 통계 이면의 ‘맥락’을 짚어내는 이유다. 범위도 아시아로 좁혔다.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서구 사회와는 기부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캡스는 2018년부터 공익활동평가지수인 Doing Good Index(이하 DGI)를 통해 아시아의 기부 여건을 분석하고 있다. 어떤 아시아 국가가 기부를 비롯한 공익 활동을 하기 얼마나 좋은지, 인프라와 제도가 부족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캡스의 루스 샤피로(Ruth A. Shapiro) 대표는 아시아 내 주요 기업인들의 모임인 ‘아시아 비즈니스 위원회’에서 10여 년간 사무총장을 역임한 인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전문가다. ‘기업은 왜 더 많이 기부하지 않는가’라는 고민은 아시아의 전반적인 기부 환경에 대한 연구까지 이어졌다. 낮은 신뢰 문제를 해결해야, 더 많은 민간의 자산이 투입될 수 있다고 봤다. 지난달 28일,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는 용산구 아메리칸디플로머시하우스에서 세미나를 열고 캡스의 2024년도 DGI 결과를 공유했다. 이번이 네 번째 조사 결과 발표다. 세미나 참석차 한국을 찾은 샤피로 대표에게 현시점에 진단하는 한국 기부 환경과 미래에 대해 물었다. 꾸준한 사회적 기업의 성장, 여전히 답답한 규제 샤피로 대표는 2017년, 2018년 더나은미래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사회적

생후 4개월에 장애인이 된 아들과 함께 보낸 30년, “행복을 찾았습니다” [우리 이웃 이야기]

[인터뷰] 책 ‘어느 날 갑자기 내 아이가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박현경 저자 12살에 엄마를 잃었다. 삐걱거리던 청소년기를 지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했다. 선물처럼 첫 아이가 찾아왔을 땐 암울했던 과거는 모두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화창했던 봄은 잠시뿐이었다. 아이가 생후 4개월이 된 어느 날, 초점을 잃고, 팔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된 것이다. 박현경(58)씨와 큰아들 신우창(30)씨의 이야기다. 박씨의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같던 시간도 30년이 지났다. 이젠 웬만한 건 ‘그럴 수 있지’ 한다. 무뎌진 걸까. 아니다. 박씨는 행복을 찾는 법을 배웠다. “늘 행복할 수는 없지만, 매일 행복한 순간은 있다. 행복에 초점을 맞추니 무탈한 하루마다 다행이고 감사한 순간이 공기처럼 넘친다.” (책 ‘어느 날 갑자기 내 아이가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中) 최근 출판된 책 ‘어느 날 갑자기 내 아이가 장애인이 되었습니다’에는 박씨의 굴곡진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난달 24일, 박씨를 그가 근무하는 서초심리상담센터에서 만났다. 목젖이 보이도록 까르르 웃던 아이가 하루아침에 나무토막처럼 변한 1994년 6월 16일. 예방 접종 다음 날이었다. 박씨는 아직도 그날이 생생하다. 아이가 우유 먹을 시간이 지났는데도 울지 않았다. 안아보니 팔다리가 솜처럼 축 늘어진 채 눈동자는 초점 없이 가운데로 몰렸다. 연체동물처럼 변해버린 아이를 안고 병원으로 달렸다. 검사 결과, 저산소증으로 뇌 손상을 입고 시력마저 전혀 없는 상태였다. 주변에선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거라고들 했다. 하지만 7년여 동안 대학병원 간호사로 근무했었던 박씨는 직감했다. 아이의 완전한 회복은 어려울

“왜 사람들은 기부단체를 믿지 못할까?”

[인터뷰] 책 ‘기부불신’ 이보인 저자 “믿을 만한 기부 단체가 있긴 해?” 흔히 들리는 볼멘소리다. 작년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기부를 한 적이 있는 사람의 비중은 23.7%로 10년 전(34.6%)보다 10%p나 줄었다. 기부 불신은 기부하지 않는 이유 3위(10.9%)를 차지했다. 연말 구세군 모금함 소식에도, 사랑의열매 사랑의 온도탑이 100도를 달성했다는 뉴스에도 냉소와 비아냥이 섞인 댓글을 찾는 것은 어렵진 않다. 한국 사회의 만연한 기부 불신을 파헤친 사람이 있다. 지난달 24일 발간된 책 ‘기부불신’의 이보인 저자는 한국 기부문화의 현실을 보여주며, 왜 기부단체를 믿지 못하는지 조목조목 이야기한다. 대형 기부단체 7곳(사회복지공동모금회, 월드비전, 초록우산, 굿네이버스 인터내셔날,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세이브더칠드런, 사회복지법인 굿네이버스)의 국세청 공익법인 공시자료와 홈페이지를 ‘기부자’의 시선에서 꼬박 3년간 분석하고, 뜯어봤다. 이보인 저자는 SK텔레콤에서 SK행복나눔재단 ‘행복도시락’ 업무를 담당하며 비영리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하버드 케네디 스쿨을 거쳐 넥슨에서 ‘넥슨컴퓨터박물관’과 넥슨재단 설립을 주도하고, 다시 행복나눔재단으로 돌아왔다. 현재 행복나눔재단의 전략기획팀 본부장으로, ‘100% 기부금 전달’에 초점을 맞춘 ‘곧장기부’ 플랫폼을 실험하고 있다. ◇ 기부단체를 믿지 못하는 사람들 -책 제목과 표지가 강렬하다. ‘기부불신’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기업에서 사회공헌 업무를 하다가 비영리로 오면서 지인들로부터 기부단체에 대한 불신이 담긴 숱한 이야기를 들었다. 비영리 생태계를 잘 몰라서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기부 불신 때문에 기부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체감한 거다. 나도 궁금했다. 기부 불신으로 기부금이 줄어들면 결국 피해는 소외계층에게 향한다. 원인을 진단하면, 해결책도 나올

국내 최초 ‘다중투입방식’ 수거로봇 출시…“올바른 재활용 문화 확산 기대”

[인터뷰] 박승권 잎스 대표 네모난 투입구에 크고 작은 투명 페트병 20여개를 우르르 쏟아 버렸다. 한 2초 흘렀을까. ‘꽈드득’ 씹는 소리가 들렸다. 기기를 열어 보니 수거함에는 구멍이 뚫려 압축된 투명 페트병들이 놓여있었다. 지난달 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는 페트병을 넣으면 재활용 가능 여부를 선별하는 빨간색 인공지능(AI) 로봇이 설치됐다. 로봇은 투명 페트병만을 구별해 압착하고 나머지는 반환한다. 로봇공학 스타트업인 잎스가 2년 간의 개발 끝에 선보인 국내 최초 다중투입방식 수거로봇 ‘모이지(Mo-EZ)’다. 잎스는 SSG과 함께 분리배출에 참여하는 관람객을 위해 추첨을 통해 경기 중 선수가 실제 사용한 ‘친필 사인 리사이클 배트’ 등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지난달 28일 경기장을 찾은 관람객 A씨는 “SNS 이벤트를 보고 왔는데 환경적으로도 기여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경기장 인근에 버려져 있는 쓰레기를 주워왔다는 초등학생 관중도 있었다. B군은 “떨어진 쓰레기에 음식물이 묻어 있어서 씻어서 가져왔다”고 했다. 실제로 이벤트를 시작한 지난달 24일부터 일 평균 약 500개의 페트병이 수집됐다. 심지어 우천으로 시작 직전에 경기가 취소됐던 지난달 26일에도 페트병 400여개가 모였다. 15배 빨라진 선별 속도…인구밀집 지역에 적합 잎스를 설립한 박승권(43) 대표는 수원대에서 화학공학과를 졸업했고 아주대에서 환경공학 석사학위를 받은 공학도다. 졸업 후 전공을 살린 진로를 고민하다 2019년 8월, ‘지구 대기를 정화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공기질 모니터링 시스템 ‘잎스온(EAPS ON)’을 개발해 출시했다. “사실 창업하고 얼마되지 않아 코로나19로 위기가 왔어요. 지인으로부터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예비 사회적 기업 사업화 프로그램’에 대해 들었어요. 아이템을 실제 사업으로

기부금 6억에서 370억… 20년 여정 마치고 한국가이드스타 사무총장으로

[인터뷰] 박두준 한국가이드스타 사무총장 박두준 아이들과미래재단 상임이사(60)가 ‘기업 사회공헌을 전문으로 하는 사회복지’ 영역에서의 20년 여정을 마치고, 오는 6월 1일 한국가이드스타 사무총장으로 복귀한다. 그는 2008년에 출범한 공익법인 평가 기관 한국가이드스타의 설립 멤버로 2018년까지 사무총장을 겸직했다. 아이들과미래재단은 2000년 3월 벤처기업가들이 뜻을 모아 설립한 사회복지법인이다. 한국종합기술금융(현 KTB투자증권)을 주축으로 옥션, 다음커뮤니케이션, 버추얼텍 등 25개 벤처기업이 출연한 56억원의 기금이 씨앗이 됐다.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시작과 달리 벤처붐이 꺼지며 위기가 왔다. 초창기 합류했던 멤버들은 각자 살 길을 찾아 떠났다. 2004년 우여곡절 끝에 그는 ‘아이들과미래’ 사무국장이 됐다. 사람도 없고, 돈도 없었다. 직원 4명에 사업비는 거의 바닥나 있던 상태, 그는 아이들과미래재단의 구원투수였다. 당시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며 ‘기업 사회공헌’을 전문영역으로 선택하고, 하나씩 실마리를 풀어나갔다. 삼성증권의 청소년 경제 교육 사업을 시작으로, 아동과 청소년을 지원하는 기업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했다. 미국의 기업 사회공헌 매뉴얼을 번역해 발간하기도 했다. 그가 ‘아이들과미래’에 입사한지 올해로 20년, 2004년 6억 남짓했던 기부금은 지난해 370억으로 늘었다. 올해 아이들과미래재단의 기부금 약정금액은 약 500억원. 역대 최고를 기록했던 지난해보다 100억 이상 많은 금액이다. 소위 잘나가는 조직에서 새로운 도전을 선택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상임이사 퇴임식을 열흘 가량 앞둔 지난 8일,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한결 홀가분해보였다. 그는 한국가이드스타 사무총장으로의 복귀를 앞두고 “국내 기업 재단을 활성화하는 것이 마지막 과제”라며 포부를 밝혔다. 한국에서는 기업 재단의 역할에 대해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금까지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