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희망아] 겨울…집에서 쫒겨날 현우네 5형제

5형제가 라면 한 개 나눠먹고… 난방 안되는 집도 곧 비워야 “함께 지낼 곳만 있었으면…” 다섯 살 현우(가명)와 그 위로 일곱 살, 아홉 살, 열두 살, 열네 살인 현우의 형들은 올겨울을 위태롭게 맞이하고 있습니다. 일용직으로 홀로 다섯 형제를 거둬 오던 아버지 황씨(44)가 지인에게 부탁해 시골 빈집을 얻어 임시로 살아오고 있었는데, 최근 그 집을 비워달라는 요청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집을 떠나 있던 주인이 다시 돌아와 살 예정이어서, 현우네 가족은 이번 달 말까지 새 거처를 찾지 않으면 큰 어려움을 겪어야 합니다. “팔을 다쳐서 그나마 있던 일용직 일도 얻기 힘든 지금, 생계를 유지하는 것도 힘든데 갈 곳마저 없어질 상황입니다”라며 아버지 황씨는 막막한 심정을 털어놓았습니다. 현우네 가족은 정부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황씨의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황씨는 얼마 전 일을 하던 중 4m 사다리에서 떨어져 팔을 쓰지 못하게 돼 주업인 용접일을 하지 못하고, 현재 폐품 줍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현우네 5형제는 아버지가 일거리를 찾아 이틀이나 사흘씩 집을 비우면 형제들끼리 지내곤 합니다. 근처에 사는 할머니가 가끔 와서 형제들을 돌봐 주시지만, 할머니도 여든 살로 연세가 많으신 데다 삼촌 두 명이 투병 중이라 현우 형제들을 돌보는 일이 여의치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중학교 1학년인 첫째가 빨래도 하고 동생들 밥도 차려준다고 합니다. 형제들은 서로 할 일을 맡아 조금 큰 아이들은 자신보다 어린 동생들을 씻기고, 각각 청소 등의 집안일을 자신이

새로운 인생의 출발 ‘나눔’으로 시작해 뿌듯

‘결혼기부’ 실천한 주봉택·박윤희 부부 둘이 하나 되는 새로운 시작, 결혼을 앞둔 이들이라면 누구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결혼식을 꿈꾼다. 일생의 가장 소중한 날인 만큼 평생 기억에 남을 특별한 추억을 간직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주봉택(31), 박윤희(28)씨 부부는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일을 실천에 옮겼다. 결혼 자금 중 일부를 떼어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돕기로 결심한 것이다. “행복한 첫 출발을 내딛는 날, 우리 두 사람의 결혼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희망이 됐다는 생각에 너무 기뻤습니다. 작은 나눔으로 큰 행복을 얻었죠.” 예전부터 봉사와 나눔에 관심이 많았던 두 사람이다. 결혼 기부 아이디어도 해외 단기 봉사를 갔을 때 떠올렸다고 한다. 마실 물이 없어 목말라 죽어가는 아이들, 누런 흙탕물을 ‘생명수’로 여기는 주민들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이들이 마음껏 마실 수 있는 깨끗하고 맑은 물을 선물하고 싶었다. 이들 부부가 ‘우물’을 떠올린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지난 6월, 결혼 날짜가 잡히자마자 우물 후원을 위한 금액부터 따로 구별해뒀습니다. 저희가 기부한 금액으로 두 개의 우물을 후원할 수 있단 소식을 들었을 때, 둘이서 손잡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적은 금액이라 우물 한 개 파기도 모자라지 않을까 걱정했거든요.” 부부가 후원한 우물은 베트남에 설치될 예정이다. 바로 지난여름, 이들이 봉사하고 돌아온 지역이다. “베트남 바끄롱 지역 아이들에게 학용품을 전달하고 마을 운동회를 열어주고 왔습니다. 우물을 보고 기뻐하는 아이들 얼굴이 떠올라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작은 실천이 나눈 사람에게는 생애 최고의 날을, 나눔을 받는

[Cover Story] 미래 미소(美小) 캠페인④ 난민 아이들의 아픔·긍정적 에너지 함께 담아

미래미소캠페인 지구IN 난민촌 아동사진치료&전시회 ‘지구IN’ 한국 청년 네명 방콕 난민촌 ‘매솟’ 찾아가 아이들에게 사진·그림 가르쳐 그림 속에는 성폭력 등 트라우마의 흔적 담겨 작품 속에는 성장·희망 표현도… “웬 미친놈이 학교 가는 사내애에게 / 황산을 끼얹었다 / 푸른 잎새 넘실거리는 보리밭에서 / 깜부기를 뽑을 때처럼 / 삶은 난감한 것이다.” 시인 이성복은 ‘삶은 난감한 것’이라고 했다. 그 시각 그 자리에 그 아이가 있었고 같은 시각 같은 곳에 미친놈이 황산을 들고 서 있었다. 원인은 있되 이유는 없고 가혹한 결과만 남아 있더라도 삶은 삶이니, 삶은 난감하다. 한 장의 사진을 보고 왠지 이 시를 떠올렸다. 사진 속의 아이는 노란 천을 뒤집어쓴 채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흑백 사진에 오일 파스텔로 색을 칠한 작품 속 아이의 얼굴엔 파스텔의 질감 속으로 파고든 긁힌 자국들이 선명하다. 파스텔은 코를 지웠다. 빨갛게 번진 입술을 살짝 벌린 아이의 입은 이제 막 말을 시작하려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을 끝내려는 것 같기도 하다. 아픔과 괴로움의 흔적이 엿보이지만 외부인은 그저 삶이란 난감한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방콕의 북서쪽, 버스를 타고 9시간을 가야 도달할 수 있는 ‘매솟’에서 만난 아이라고 했다. 매솟은 므이강을 사이에 두고 미얀마와 국경을 마주한 도시다. 미얀마 정부군의 탄압을 받은 소수민족 중 일부가 정부군의 공격을 피해 므이강을 넘어 매솟에 살림을 차렸다. 민족의 전통적인 가치관을 지키며 살아가고 타국에서 스스로를 보호하려다 보니 난민 커뮤니티가 생겼다. 그러나

미래 미소(美小) 캠페인③ “의료기술·교육체계 노하우 전수… 라오스 국민건강수준 향상되길 바래”

미래 미소(美小) 캠페인③ 이종욱-서울 프로젝트 한국전쟁 끝난 후 미네소타 프로젝트로 美 의료기술 원조 등 교육시스템 전수받아 이종욱-서울 프로젝트로 의료기술 발달하지 않은 국가에 기술 전달해 라오스 외 4개국 확대 계획 “자, 보세요. 제 눈이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볼 때와 느리게 움직이는 물체를 볼 때 각각 뇌파의 그래프 폭이 차이가 있죠?” 서울대 의대 김성준 교수가 얼굴에 신체표면전극을 여러 개 붙인 상태에서 눈을 크게 뜨고 설명을 했다. 웃음이 나올 법도 한 광경인데 참팽(Chanhpheng Pathena) 교수는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이다. “학생들과 실험을 할 때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눈을 움직이지 않아도 그래프에 진폭들이 조금씩 있는데요.” “일단 눈을 감은 상태에서 그래프를 보고 눈을 뜬 후의 그래프와 비교하면 시작점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참팽 교수가 모든 것을 이해한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처음 사용하는 기계의 사용법을 익히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두 사람 사이의 실습과 토론이 끝나고 참팽 교수에게 얼마나 이해했느냐고 물었다. 참팽 교수는 “반 정도”라고 답했고, “이제 책이나 이론적인 자료를 보고 매뉴얼을 제작하면서 더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팽 교수는 라오스의 국립의대(UHS)에서 생리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라오스의 보건의료 교육체계는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고 한다. “생리학 교수님들은 있지만 생리학으로 석사나 박사를 하신 분은 없고 의대를 나와서 도제식으로 공부하신 분들입니다. 기초학문이라 할 수 있는 생리학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 커리큘럼도 없고 강의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훈련 시스템도 없는 이유입니다.”

[Cover Story] 뉴트리라이트 축구교실 10년

‘아이들이 건강한 세상’ 10년···이젠 ‘재능키우기’에도 도전 “앞으로 20년은 좋은 사회 만들기에 앞장서겠습니다” 박세준 한국암웨이 대표 “4학년 때였어요. 싸움으로 근처에서 저를 당해낼 애가 없었는데, 옆 학교에서 누가 나를 이길 수 있다고 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당장 싸우러 갔죠. 그런데 거기에서 그 학교 축구부 선생님을 만났어요.” 제주유나이티드FC의 공격수 강수일(24) 선수는 그날 선생님 덕에 싸움을 못했고 대신 달리기 시합을 했다. 인생을 바꾼 달리기였다. “그러고는 얼마 후에 그 학교로 전학을 갔어요. 축구를 시작한 거죠.”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강수일 선수는 ‘싸움꾼’이었다. 얼굴을 보고 놀리는 아이들이 많았고, 그럴 때마다 여지없이 싸운 결과다. 상처 많은 자신의 아이 시절을 담담히 돌아볼 수 있게 된 강수일 선수는 웃으며 얘기했다. “제가 살아보니 다문화가정 아이로 자라거나 소외계층 아이로 자라면 소심해지고 위축되기 쉬운 것 같아요. 저도 그랬고 요즘 아이들도 그렇겠죠. 그런 아이들에게 꼭 운동을 권하고 싶어요. 운동을 하면서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고 아이들과 어울려 웃으면서 피해의식도 사라졌거든요.” 지난 10월 8일 강수일 선수는 ‘뉴트리라이트 축구교실과 함께 하는 지구촌 축구한마당’에서 뉴트리라이트 축구교실과 지구촌 국제학교 아이들을 위해 하루 선생님으로 나섰다. 아이들에게 드리블과 패스, 슛에 대해 가르치고 실습도 도왔다. 발 딛는 위치부터 시선까지 꼼꼼히 챙겨 지도하고 실습을 마친 아이들에게 잘했다고 칭찬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강수일 선수는 “지금은 작은 역할 밖에 못하지만 더 유명해지고 더 잘하는 선수가 되어서 더 많은 나눔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축구를

미래 미소(美小) 캠페인② “세계 곳곳 안 보이는 사람에게 빛 찾아 줘 새 기회주고 싶어”

미래 미소(美小) 캠페인② 김동해 비전케어 대표 해외서 1년에 20주 무료 안과진료 캠프 진행 지금까지 6만여명 치료해 8000여명이 시력 되찾아 작년 미국 법인 만들어 중남미·서부 아프리카도 지원 활성화 기대 “처음엔 병원문을 일주일만 닫아도 병원이 망할 것이라는 핀잔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요즘은 환자들이 우리의 활동을 돕고 봉사도 하겠다며 나서고 있습니다.” 신문에 병원 광고를 낼 바에는 파키스탄에서 진료봉사활동을 한 번 더하겠다며 웃는 명동성모안과의 김동해 원장<사진>은 전 세계를 상대로 활동하는 비영리단체 비전케어의 대표이기도 하다. 병원문을 얼마나 닫길래 주위에서 그런 걱정을 할까. 비전케어는 1년에 20주가량 해외에서 무료 안과진료 캠프를 진행한다. 김 대표는 그중 14주에서 16주 정도의 시간을 해외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보낸다. 24개국에서 102회에 걸쳐 무료 안과진료 캠프를 진행해서 6만여명이 안과 진료를 받았고 이 중 8000여명이 비전케어의 수술을 통해 시력을 되찾았다. 빈곤과 안과질환 사이에는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전 세계에 시각장애인이 2억9000만 명, 실명인구가 3900만 명 정도 있다. 김 대표는 “2억9천만명 중 80%가 예방과 치료가 가능한 시각장애인들이고 개발도상국가에 거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의 실명률 지도와 개발도상국의 지도를 포개면 두 지역이 겹칩니다. 하지만 안과예방과 실명 문제에 대해서는 국제적인 관심이 낮습니다.” 안과질병은 말라리아나 결핵, 에이즈(HIV AIDS)에 비해 관심이 낮다. 10년 넘게 현장을 봐온 김 대표는 이런 상황이 긍정적이지 않다고 진단한다.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일수 있지만 이 상황이 고착되면 개발도상국의 의료환경에 왜곡이 생길 수 있습니다. 결핵이나

“몸은 아파도 연주를 통해 세상의 벽 허무는 그들”

카라카스 유스 오케스트라 지휘자 디트리히 파레데스 그의 손끝이 움직이자 파이프 오르간의 장엄한 음계를 타고 물결 치던 하모니가 화려하게 질주하기 시작한다. 지난 10월 25일 오후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 안을 싱그러운 활기로 가득 채운 카라카스 유스 오케스트라의 젊은 지휘자, 디트리히 파레데스(28)를 만났다. 남미 특유의 재치와 낭만이 흘러 넘쳤다. 인터뷰 내내 한 편의 시를 읊는 듯, 감성적인 언어로 답변을 이어갔다. 지난 6년간 함께한 카라카스 유스 오케스트라의 원동력을 이야기하는 순간도 그러했다. “카라카스 유스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영혼과 음악의 교감에서 완성됩니다. 연주자의 영혼은 곡에 담긴 빛과 어둠을 따라가면서 특별한 에너지를 만들어내죠.” 파레데스가 이 오케스트라와 인연을 맺게 된 건 마에스트로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를 사사하면서부터다. 엘 시스테마(El Sistema, 베네수엘라 저소득층 음악교육 시스템)를 통해 세계 최고 지휘자로 성장한 구스타보 두다멜로부터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저는 아이들에게 왜 음악을 하고, 왜 악기에 엄청난 열정을 쏟고, 왜 무대 위에서 연주를 해야 하는지 납득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는 음악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그래서 최고가 돼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죠.” 25일 무대는 생상스 교향곡 제3번 ‘오르간’과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0번으로 꾸몄다. 화려하고 명쾌한 생상스와 비극적인 쇼스타코비치, 상반된 느낌의 두 곡의 연주로 카라카스 오케스트라는 기립박수를 받았다. 특히 앙코르 무대가 인상적이었다. 단원들은 멜로디에 맞춰 악기를 빙글빙글 돌리거나, 자리에서 일어나 흥겹게 춤을 추며 연주를 이어갔다. 이뿐만 아니다. 이들은 앙코르 공연이 끝나자 베네수엘라 국기를 상징하는 노랑, 파랑, 빨간색 줄이 겹쳐진

“반짝이는 아이 눈빛, 음악이 되찾아줬죠”

하트하트재단과 함께하는 문화복지의 꿈 동균군과 어머니 성은희씨 발달장애 2급인 동균군 13살 때 플루트 시작 전국 콩쿠르·예술대회 등 참가한 대회마다 수상해 “음악으로 마음 열고 가족에게 용기 심어줘” “연주회 내내 제 신경은 온통 아이의 두 발에 쏠려 있었어요. 악보대로 정확하게 연주하고 있는지, 어떤 음색을 만들어내는지 귀 기울일 여유조차 없었죠. 다만 곡이 끝날 때까지 아이가 제자리를 지켜주기만 바랄 뿐이었어요. 걱정 반 근심 반으로 지켜본 첫 무대에서 저는 평생 잊지 못할 감동을 선물 받았습니다.” 평안했다. 그리고 따뜻했다. 아들 동균이의 첫 정기연주회를 떠올리는 성은희(47)씨의 미소가 그러했다. 등 뒤로 흘러나오는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그녀의 차분한 말씨와 어우러져 또 다른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플루트를 부는 동균이의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던 은희씨는 “작은 용기가 커다란 기적을 낳았다”며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장면들을 하나 둘 꺼내 보였다. “하트하트 오케스트라 1회 정기연주회 때였죠. 첫 무대라 긴장했을 텐데도 끝까지 집중해서 연주를 해내더라고요. 무대 위에서 의젓하게 박수받는 동균이 모습을 보면서 감사한 마음에 참 많이 울었어요. 동균이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성장해 있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찾아와도 그날의 감동을 기억하며 이겨낼 수 있겠다는 용기를 얻었어요.” 동균이는 어릴 때 발달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사람들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자기 외의 다른 존재에 대해 일절 관심을 갖지 않는 아이였다. 그러던 동균이가 플루트를 만나고 하트하트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면서 차츰 변화하기 시작했다. 13살 때였다. 바이올린, 첼로, 오보에, 클라리넷 등 진열대 위에

[날아라 희망아] 암 투병 중인 엄마와 민호

네식구 생활비 50만원이 전부… 암 3기 엄마 치료도 못하고 있어 “통증보다 세상에 홀로 남겨질 아이를 생각하는 게 더 고통스럽습니다.” 지난해 12월 김경희(가명)씨는 의사로부터 자궁암 2기말 판정을 받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워 치료를 받지 못해 현재는 3기로 진행된 상태다. 당장 방사선 치료와 항암제 치료가 시급히 필요하며 지금부터라도 치료를 시행할 경우 완치될 확률은 50%라고 한다. “처음 암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의사한테 거짓말하지 말라고 했어요. 제일 먼저 민호가 떠오르더라고요. 내가 이렇게 죽으면 아이는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으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바로 그 전해인 2009년 민호(8·가명)의 아버지가 간암으로 숨졌다. 민호의 친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있지만 이들 또한 연로해서 민호와 마찬가지로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었다. 더구나 할머니는 청각장애와 치매를 앓고 있으며, 올 7월에는 낙상으로 큰 수술을 해 기초생활수급자 의료 혜택을 받고도 100만원의 치료비가 더 필요한 형편이다. 민호네 가족의 거주지는 동네 빈집인데, 언제 비워줘야 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다. 지붕에서 물이 새고 벽이 허물어 갈라진 오래된 건물이지만, 지금 민호네 가족에게는 계속해서 머무를 수만 있다면 너무나도 감사하기만 한 보금자리다. 네 가족의 생활비는 기초생활수급비 50만원이 전부다. 어르신들의 병원비를 충당하고 네 가족의 먹거리를 장만하기에도 빠듯하다.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걸 민호도 아는지, 얼마 전 아이는 학교에서 가는 현장 체험 학습비 900원을 달라는 말을 하지 못하고, 편지로 그 내용을 써서 말없이 전달했다고 한다. 아이를 위해 너무나 살고 싶지만, 지금 경희 씨는 형편이 어려워 본인의 암 치료는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굿네이버스 부모교육② 쇼핑·여행 자주 다니며 공감대 형성… “허물없이 터 놓는 친구 같아”

“그랬구나, 그럴 수 있지” 캐묻기보다 믿고 기다려 한 박자씩 천천히 다가가 아이들과 함께 10년째 복지기관아동 후원하며 소통과 나눔 몸소 실천 소통을 의미하는 단어 ‘Communication(커뮤니케이션)’은 ‘나누다’란 뜻의 라틴어 ‘Communicare’가 그 어원입니다. 이는 단순히 정보를 교류하는 것 이상의 개념으로, 서로 마음을 나누고 공통된 무언가를 찾아 공유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음을 나누기 위해선 서로 눈높이를 맞춰야 합니다. 부모와 자녀 관계에서는 특히 더 그렇습니다. 대부분의 자녀가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본인의 미래를 설계해 나갑니다.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좌절하기도 합니다. 충분한 대화 없는 부모의 간섭과 강요는 자녀에게 커다란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부모의 기대 수준과 자녀 스스로 생각한 목표가 얼마나 일치하는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국제구호 단체 굿네이버스와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소통하는 부모가 꿈꾸는 아이를 만든다’는 주제로 ‘부모교육’ 시리즈 중 두 번째 순서를 준비했습니다. 한 박자 천천히 다가가세요. 소통의 장은 자연스레 마련됩니다. ‘공감’을 통해 자녀와 행복한 소통을 이룬 두 가정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새하얀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한 온기가 두 볼을 감쌌다. 집안 구석구석 봄 내음이 가득했다. 오른쪽 벽에는 빨간 튤립과 나비가, 왼쪽 벽에는 막 새싹이 돋은 듯 싱그러운 연초록색 언덕이 눈에 들어왔다. 네 식구의 손길이 닿은 곳마다 소소한 행복이 그려졌다. “원래 대문만 페인트칠할 계획이었는데, 벽 전체를 하얗게 만들고 말았어요. 하얀 도화지 위에 상상 속 풍경들을 마음껏 그렸죠.” 지난

“타인의 덕으로 사는 우리… 나눔은 꼭 갚아야 할 의무”

손봉호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 “동물들은 나누지 않습니다. 대신 축적도 하지 않죠. 그때그때 먹고 배부르면 버립니다. 그럼 다른 동물들이 먹죠. 그런데 인간은 화폐라는 걸 만들어내면서 축적을 하게 되었어요. 무한히 소유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인간에게 나눔이란 이런 소유에 대한 반작용이나 대안 혹은 보충으로 존재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나눈다는 것은 인간의 특권이고, 높은 가치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러니 나눔도 자기 수양이나 교육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죠.” 지난 18일 만난 나눔국민운동본부의 손봉호 대표는 목소리에 힘을 주지 않았다. 때때로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철학, 윤리학, 종교를 공부하고 한국 철학회 회장, 동덕여대 총장, 세종문화회관 이사장, 서울문화포럼 대표 등의 이력을 지나온 사람이라고 보이지 않을 정도로 평범하다. 마치 그가 타고 다니는 차량인 프라이드를 닮았다. 그러나 손 대표는 원로로서 목소리를 내야 하는 순간에 ‘자기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다. 최근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를 해체해야 한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었다. “모든 종교가 동의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인간의 가치가 돈, 명예, 권력욕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자비에 있다는 겁니다. 이걸 잃어버리면 종교가 아닙니다.” 손 대표에게 나눔이란 이런 신앙정신의 연장선에 있다. “신앙인으로서 내 이상은 사랑의 실천이고 가장 좋은 사랑은 가장 고통받는 사람의 고통을 줄여주는 것입니다. 과거엔 사람들의 고통과 행복이 자연에 의해 결정되었지만 현대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고통과 행복을 만들어냅니다. 사람이 사람을 아프게 하니까 덜 아프게 해야 하는 것도 사람이지요. 이것을 윤리의 문제로 볼 수도 있고, 좀 더 적극적으로

장애인이 극본 쓰고 연기하는 특별한 무대

호주 장애인극단 ‘백투백시어터’ 방한 지난 15일 오후 4시 서울역 KTX 승강장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떠나고 도착하는 기차들, 각자의 사연을 간직한 채 바쁜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끊임없이 세상의 이동을 설명하는 역사 안내 방송 사이로 스티브<사진>는 20여분의 시간을 그저 조용히 서 있다. 이 순간 스티브는 “내가 느끼고 감지했던 감정, 항상 알아왔던 감정”에 빠져들며 “나 자신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하고 있다고 속삭인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휴대폰을 타고 귓속으로 스며든다. “완전한 인간이 되는 게 나의 임무”라고. 스티브의 옆에는 그런 스티브가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지켜보고 있는 친구 게리가 있다. 스티브와 게리는 이 시간을 갖기 위해 3000달러가 넘는 거래를 거절한다. 돈을 얼마든 주겠다는 유혹과 거래를 거절하면 불행해질 것이라는 위협,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저주는 중요하지 않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 해외 초청작으로 호주에서 초청된 ‘작은 금속 물체(small metal objects)’의 두 주인공 스티브와 게리 역할을 맡은 사이먼 라허티씨와 소냐 테우벤씨는 지적 장애인이다. 그리고 ‘작은 금속 물체’를 공연한 백투백시어터(Back to Back Theatre)는 6명의 장애인 배우가 극본을 함께 쓰고 연기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백투백시어터의 앨리스 나쉬 대표는 “이 극에 스티브나 게리가 장애인이라는 표현은 어느 곳에도 없다”며 “사이먼과 소냐 역시 자기의 느낌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표현할 뿐 이들을 장애인으로 특별히 이해할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녀는 오히려 스티브와 게리가 집중하고 있는 삶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보길 권했다. “이 극의 극본은 우리 극단이 경제와 인간가치라는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