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일러스트레이터 ‘미긍주혜’, 희망을 그리다

뇌병변·시각장애 딛고 유명 일러스트레이터로 걸림돌을 디딤돌로···‘미긍주혜’의 희망 메시지   “뺨을 스치던 바람까지 생생해요. 그날 만난 친구는 제가 사라지는 꿈을 꿨다고 했어요. 집을 바로 앞에 두고 큰 길을 건너고 있었는데, 그 이후 기억이 사라졌어요.” 의상디자이너를 꿈꾸던 여대생이 25살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음주차량에 치여 8미터를 날았다. 의사는 살아날 확률이 5%라고 했다. 뇌사상태였다. 산소호흡기로 간신히 수명을 연장한 지 26일째 되던 날, 그녀는 깨어났다. 그리곤 뇌병변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엎친데 덮친격 뇌 손상으로 인한 시각장애도 나타났다. 모든 사물이 5도 기울어진 상태로 겹쳐보였다. “처음엔 입술만 꼬물꼬물 거렸대요. 엄마가 몇 살이냐고 물으니 ‘3살’이라고 답했대요. 목소리도, 지능도 전부 아기에 머물렀어요. 사람들이 절 보면서 울던 게 기억나요. 하루에 약을 한 주먹씩 다섯 번 먹었는데, 싫어도 열심히 삼켰어요. 아기는 세상을 ‘긍정’하잖아요. 약을 잘 먹으면 주변에서 박수치며 칭찬해주니 마냥 좋아서 웃었다네요. 여기저기 인공뼈와 철심을 박았어요. 수차례 수술을 받고 1년 반 후 퇴원했어요. 서서히 본래 나이의 지능으로 회복되고 나니, 현실이 참 끔찍했습니다.”     강주혜(37) 작가는 검은색 백팩에 가득 담은 작품들을 하나 둘 꺼내들었다. 볼펜으로 그린 일러스트 속엔 14년 전 사고 당일부터, 병원을 퇴원하던 날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온 그녀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내 눈에 보이는 세상”이라며 꺼내든 작품 속엔 두 개의 달이 있었다. 모든 상이 2개로 맺히는 그녀가 달을 보고 직접 그린 일러스트였다. 그림 옆엔 짧은 시가 적혀있었다.  강씨는 ‘미긍(美肯·아름다운 긍정)’이란 필명으로

[기부 그 후] 부족하고 서툴지만 발달장애인 스스로 가꾼 텃밭

-꿈더하기지원센터의 텃밭 가꾸기 프로젝트   “우리가 키운 배추로 김치를 담궜어요!” 지난해 12월 서울 영등포구 꿈더하기지원센터(이하 꿈더하기) 프로그램실에서는 아주 특별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발달장애 친구들이 직접 기른 무와 배추, 고추 등을 수확해 김장을 한 것이지요. 30여 명의 발달장애 친구들과 부모님 그리고 사회복지사 선생님과 지역 주민이 함께 김치를 만들었습니다. 같은 해 가을엔 영등포구청 앞마당에서 열리는 장터에 나가 수확한 농산물들을 내다 팔기도 했습니다. 그날 일일 장사꾼으로 변신한 김가희(19∙가명) 양은 어깨가 으쓱합니다. “우리가 키운 상추와 고추를 사 가는 사람이 있다니 정말 신기했어요. 앞으로도 직접 기른 채소를 시장에서 팔고 싶어요.”     ◇ 텃밭 가꾸기로 흥미 더하고 꿈은 쑥쑥   꿈더하기지원센터는 2013년 설립됐습니다. 이곳에는 발달장애, 지적장애, 경계성장애 등이 있는 친구들이 와서 사회화 교육, 심리 치유, 직업 훈련 등 다양한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경험합니다. 바리스타 및 제빵 교육을 받은 친구들이 만든 빵과 커피는 꿈더하기 베이커리와 카페에서 팔리지요. 지역민들 사이에선 맛이 아주 좋다고 소문이 났답니다. 지난해 여름, 봄에 심었던 씨앗이 싹을 틔었다. 새싹을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는 꿈더하기 친구들. ⓒ꿈더하기지원센터 그러던 어느 날, 채민정(46) 꿈더하기지원센터 센터장은 한 가지 아이디어를 냅니다. ‘직접 텃밭을 가꾸고 관리하면 친구들의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2015년 채 센터장은 사회복지사 선생님과 지역 주민으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을 모았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텃밭을 가꿔봅시다!” 2015년 텃밭 가꾸기 시행 첫 해에는 서울고용노동청 지원으로 농작물을 무사히 길러냈습니다. 친구들은 씨앗, 묘목 등을

[기부 그 후]엄마 아빠가 없다는 현실을 감당할 수 있겠죠?

현수(가명·5세)는 손님이 떠난 모텔 방 안에서 발견됐습니다. 태어난 지 일주일도 안 된 갓난아기였습니다. 남겨진 것은 메모 한 장. 졸지에 고아가 된 현수는 아동복지시설 구세군서울후생원으로 보내졌습니다. 뒤늦게 찾아낸 부모는 한국 국적도 없는 중국인. 그들은 언젠가 아이를 데리러 오겠다는 말과 함께, 또다시 연락이 끊겼습니다. 현수는 말 배우는 속도가 더뎠습니다. 다섯 살이 될 때까지 혀 짧은 발음을 내기도 했죠. 부모와 일대일로 주고받는 애정 욕구가 충분히 채워지지 않아서일까요. 발달 검사 결과, 현수는 또래보다 언어발달이 늦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아이들은 세상과는 다른 출발점에 섭니다.   ◇ 부모와의 이른 헤어짐… 애정이 모자라는 아이들   현재 후생원에 머무는 아이들은 총 75명. 그 중 약 20명이 현수처럼 부모와 헤어지거나 *베이비박스에서 발견된 유기아동들입니다. 아이들은 늘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합니다. 선생님에게 서로 안아달라 떼를 쓰거나, 또래 친구를 깨물고 괴롭히기도 하지요. “엄마 가지 마요”하며 퇴근하는 선생님을 붙잡고 한참 우는 일도 부지기수입니다. 후생원에서는 선생님 한 명이 현수 같은 아이 다섯을 돌봅니다. 아이들 모두에게 필요한 만큼의 사랑을 주지 못하는 선생님들도 마음이 아픕니다. “애정을 가지고 보살피는데, 아이한테는 부족할 거예요.” 애정 결핍과 정서적 불안정을 겪는 아이들은 언어 발달이 늦거나 지능발달 면에서 뒤쳐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아이들의 아픈 마음을 보듬고, 언어 발달도 돌봐줄 치료가 필요했습니다. 지난해 11월, 후생원은 아이들의 꾸준한 언어치료와 주기적인 나들이를 지원하기 위한 해피빈 모금함을 개설했습니다. 750명에 달하는 네티즌과 웰라이프 직원들의 따뜻한 손길로, 3주

[기부 그 후] 꼬부랑 할머니의 생애 첫번째 졸업식을 응원해주세요  

  “내 자식들 배 안 곯게 하려고 별별일을 다 해봤제. 넘들 다 가는 핵꾜도 한번 못 다녀보고…” 우리 어르신들의 인생사는 한 편의 영화같습니다. 일제 시대, 한국 전쟁, 보릿 고개 등 근현대사를 온 몸으로 살아낸 어르신들의 고단한 삶 자체가 역사지요. 어르신들은 고생만 하고 살았어도, “그래도 살아 있으니까 이렇게 좋은 세상도 보는 것 아니겠냐”고 합니다. 하지만 한평생 열심히 일해온 어르신들에게도 풀지 못한 한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바로 ‘못 배운 한’, ‘학교 문턱도 못 넘어 본 한’이지요. 그래서 지난해 12월 30일 전남 전남 영광군 묘량면 여민동락 공동체 노인복지센터(이하 여민동락 노인복지센터)에서는 어르신들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어르신들에게 빛나는 졸업장과 꽃다발을 안겨 드리는 일을 말입니다. 이날 학사모와 졸업가운을 처음 입어 본 어르신들은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졸업의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 “그대의 삶이 곧 교훈,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지난해 여민동락 노인복지센터는 노인성질환 등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모아 케어하는 주간보호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어르신들은 센터에서 한글 쓰기 등 교육도 받고 그림 그리기와 같은 취미 활동 시간도 가집니다. 일종의 ‘노인 학교’이지요. 센터에 오시는 어르신들 대부분이 평생 학교 문턱을 넘어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민동락 노인복지센터는 1년 동안의 활동을 마무리하고 어르신들에게 평생 기억에 남는 추억을 만들어 드리기 위해 졸업식을 열기로 했습니다.  “비록 정식 졸업장은 아니지만 학사모를 쓰고 졸업장을 받는 그 자체만으로 어르신들이 기뻐하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이민희 여민동락 노인복지센터 사회복지사·43)  

채찍 대신 훈장을… 이젠 공익법인 숨통 틔워줘야

지난 20일, 문광부는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 허가를 취소했다. 지난해 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지고 두 재단의 실체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공익법인에 관한 논의도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여야 정당에서 ‘공익법인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익법인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최근에는 ‘비영리법인 관리 개선 방안’을 담은 연구 보고서도 나왔다. 지난 20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한국NPO공동회의와 공동으로 ’40년 규제 공익법인,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라는 주제로 심층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연구 보고서에서 공익법인 연구를 진행한 교수진(김진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박태규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손원익 딜로이트안진 R&D센터 원장, 이상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과 함께 양호승 월드비전 회장, 이일하 굿네이버스 이사장, 이제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가나다순)이 참석했다. ◇비영리법인 사회적 역할 활성화해야 사회=공익법인법이 제정된 지 40년이 넘었다. 현행 법제가 공익법인의 역할이나 사회 변화를 담아내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지만 지향점은 조금씩 다른 듯하다. 공익법인을 둘러싼 현행 법제도의 문제는 무엇인가. 손원익=시민들은 공익법인 투명성에 대한 불신이 높다. 미르·K스포츠재단이 불신을 더 키웠다. 두 재단의 경우 권력이 개입한 것이 문제지 공익법인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현 제도에서는 설립이나 공익성 검증이 각각의 부처에서 이뤄지다 보니 담당 공무원의 이해에 좌우되기도 하고, 통일성이 없다. 사후 관리도 제대로 되기 어려운 구조다. ‘회색지대’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개편이 필요하다. 박태규=개편이 ‘어떻게’ 되느냐가 문제다. 비영리 영역의 역할과 중요성을 강조할 때가 됐다. 일본 정부는 한신 대지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을

[기부 그 후] 낯선 언어, 문화 속에 있는 중도입국청소년들의 고민

태어나 한평생 살던 곳을 떠나,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나라에서 살아가야 한다면 어떨까요? 모든 것이 낯설고 막막하지 않을까요? 한국에도 그런 친구들이 있습니다. 외국에서 태어나 자라다가 부모를 따라 한국으로 들어온 ‘중도입국 청소년’입니다.   ◇ 중도입국청소년을 아시나요?  중도입국청소년은 부모의 재혼 또는 취업으로 한국에 오게 된 미성년 자녀들을 말합니다. 국제 결혼 자녀나 이주노동자 가정의 자녀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태어난 나라에서 어느 정도 성장한 뒤 한국에 들어 온 아이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한국말이 서투르다보니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국내 교육을 못따라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불안정한 환경은 중도입국청소년들을 정서적으로도 취약하게 만듭니다. 부모를 따라 온 아이들은 아빠나 엄마가 한국에서 자리를 잡을 때까지 2~3년간 친척집을 전전합니다. 그러다보니 심리적으로 위축되기도 하고 방어적인 성격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한국에 들어온 후에도 적응하긴 쉽지 않습니다. 관광 비자를 받은 아이들은 3개월에 한 번씩 본국에 다녀와야 하고, 낯선 한국인 계부나 이복형제들 때문에 가정내에서 정을 붙이기 힘들어 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 불안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삶 꿈꾸는 아이들 그래서 대부분의 중도입국청소년들은 ‘국적 취득(귀화)’을 준비합니다. 한국 국적을 얻으면 국내에서 대학을 가거나 정식 취업을 하는 등 보다 안정된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국적을 취득하려면 법무부 주관의 귀화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합니다. 시험은 한국어 능력, 대한민국의 역사와 풍습, 애국가 등 국민으로서의 기본적인 소양을 평가하는데, 통과하기가 만만치 않은 편입니다. 이에 국제구호개발기관인 사단법인 글로벌비전은 인천 중도입국청소년들의 한국어 공부와 국적 취득을 위한 공부 전반을 돕고

[기부 그 후] 빗물이 마실 물로 바뀌는 기적

필리핀 힐루퉁안 섬에서는 물이 아주 귀합니다. 건기에는 비가 아주 조금 내리고, 우기에 모인 빗물은 금세 오염이 돼 먹을 수 없습니다. 지하수도 이용할 수 없습니다. 산호초로 이루어진 힐루퉁안 섬은 빗물이 고이지 않고 땅으로 스며드는데다 땅을 파도 짜디짠 바닷물만 나오기 때문입니다. 1500여 명의 주민들은 물이 부족할 때면 10페소짜리(약 220원) 수돗물을 사기 위해 한 시간 동안 배를 타고 육지로 나가야 합니다. 물을 구하는 것은 대부분 어린아이들의 몫입니다. 아이들은 6~7살이 되면 일하러 간 부모님을 대신해 약 20kg이나 되는 무거운 물통을 두 개씩 들고 나섭니다. 물을 구하러 가느라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도 많습니다. 이것도 경제 사정이 좋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힐루퉁안의 각 가정의 한 달 수입은 약 2000페소(4만4000원). 건기가 되면 물 값은 4~5배 정도 오르기 때문에 가정 형편이 어려운 집은 양동이나 그릇에 빗물을 받아 사용합니다. 그런데 그릇에 모인 빗물은 쉽게 오염됩니다.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이 이끼가 끼어있거나 벌레가 있는 오염된 물을 마시고 수인성 질병, 감염 등으로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최재봉(41) 전국재해구호협회 희망브릿지 과장은 지난해 초 필리핀 협력 업체 직원을 통해 이 ‘비극’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소식을 접하자마자 필리핀으로 날아갔지요. 힐루퉁안 섬을 직접 가 본 최 과장은 섬의 비극적 상황에 매우 가슴이 아팠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힐루퉁안 섬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지난해 전국재해구호협회에서 빗물 저장 시설을 섬에 설치하기로 한 것이죠. 토질 환경을 진단해보니 우물을

[기부 그 후] 콩 한쪽, 닭 한 마리가 일으킨 아프간 여성들의 삶

  저는 두 딸과 아들 하나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남편은 일찍 세상을 떠났습니다. 가족의 생계를 혼자 책임지는 하루하루의 삶이 고통의 연속입니다. 저는 아프가니스탄 카불(Kabul)주의 콸리 슘자이(Qaly Shumlzai) 마을에 살고 있어요. 우리 마을엔 저와 같은 여성들이 200명이 넘습니다. 마당에서 키우는 암탉 몇 마리가 유일한 생계원입니다. 닭을 살 돈조차 없는 이웃들에 비해선 그나마 나은 편이죠. 하지만 아침마다 알 수확량이 넉넉하진 않습니다. 닭을 어떻게 길러야 하는지, 꾸준히 알을 낳게 하려면 뭐가 필요한지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죠. 배고픔보다 더 힘든건 아프간의 문화적 관습입니다. 아프간 여성들은 집 밖으로 자유롭게 나갈 수 없습니다. 대부분 남편의 허락 없인 혼자 일을 하거나 회사에 다니는 등 경제활동을 할 수도 없죠. 생계를 위해서는 오로지 남편이나 아들에게 의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남편마저 잃은 과부들은 아이들과 함께 거리를 전전하며 구걸을 해서 먹고 삽니다.    우리도 비슷합니다. 우리 가족의 생계는 오로지 어린 아들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한창 학교 다닐 나이인데도 아들은 매일 거리에 나가 돈을 벌었죠. 온 가족이 아들의 수입에 의존했습니다. 저도 밖에 나가 일을 하고 싶었지만, 여성인 제게 허락된 일자리는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절망 그 자체였죠.  시골인 우리 마을에서는 많은 산모들이 아이를 낳다 목숨을 잃기도 합니다. 고기나 달걀처럼 단백질이 든 음식을 먹지 못해 다들 영양결핍 상태이기 때문이죠. 특히 닭고기나 달걀은 그림의 떡입니다. 닭을 키울 수는 있어요. 하지만 닭을 살 돈도, 닭을 키울 수 있는

얼어붙은 ‘모금 시장’ 비영리단체 조직 개편 속내는?

비영리단체는 조직 개편 중    최근 밀알복지재단은 조직 개편과 함께 외부 전문가를 영입했다. 공중파 PD 출신 홍보 전문가가 미디어홍보부를, CJ오쇼핑에서 스카우트된 마케팅 전문가가 온라인마케팅부를 이끌게 된다. TV, 신문, 라디오 등 매체별 홍보 전략을 모금과 결합해 시너지를 내기 위함이다. 온라인 모금을 강화하기 위해 온라인마케팅부로 기존 팀을 격상한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모금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접어들면서 새로운 모금 전략을 고민하는 비영리단체들의 조직 개편이 줄을 잇고 있다. 굿네이버스는 1월부터 두 달에 걸쳐 조직 개편을 진행 중이다. 모금과 홍보 기능을 결합한 것이 큰 특징. 기존 홍보실이 나눔마케팅본부와 회원실로 쪼개져 각 기능을 보강했다. 후원자를 위한 소식지, 연간 보고서를 발간하던 콘텐츠기획팀은 회원실로, 미디어·PR 등 커뮤니케이션팀이 모금과 마케팅을 결합한 전략을 위해 나눔마케팅본부로 흡수 통합된 것. 대신 온라인 홍보는 강화됐다. 마케팅팀 온라인 전략 담당 파트가 온라인팀으로 격상돼, SNS 등 온라인 홍보를 단독으로 실행하게 된다. 대중 모금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고액 모금에서 해답을 찾는 단체도 많다. 기아대책은 고액 모금을 전담하는 ‘메이저 기프트(Major gift)’팀을 본부(메이저 기프트 본부)로 격상시켰다. 2014년 기아대책은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필란트로피 클럽(Philanthropy Club)’을 발족, 2년 반 만에 42명이 가입했다.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임수진 기아대책 홍보팀장은 “고액 모금뿐만 아니라 지역별로 모금 전략을 연계·통합하고, 교회 모금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국내 최초 어린이재활병원을 건립한 푸르메재단 역시 고액 후원자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2014년 12월 1억원

비영리 투명성 평가, 이대로 괜찮은가

한국가이드스타 투명성 평가… 별점 공개 이후 6人 ‘긴급 좌담회’                                                                                   vs.   지난 22일 한국가이드스타가 공익법인의 ‘별점’ 결과를 발표하자, 비영리 내부에서 찬반 논란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가이드스타는 국세청에 의무 공시한 공익법인 중 평가가 가능한 2553곳의 ‘정보 공개 투명성 및 재무 안정성’ 별점을 매기고, 이 중 만점(별 5개) 기관만을 공개했다. 162곳이 만점을 받았다.  투명성 평가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 단계 나아간 시도”라는 시각에서 “너무 성급했다”는 비판까지 다양하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비영리 투명성 평가,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개최했다. 박란희 편집장의 사회로 열린 좌담회에는 강철희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희정 한국NPO공동회의 사무국장, 박태규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여수동 삼일회계법인 이사, 정무성 숭실사이버대 총장, 최호윤 삼화회계법인 이사(가나다순) 등이 참석, 2시간 남짓 열띤 토론을 펼쳤다. ◇가이드스타 평가 첫 시도, ‘긍정적 vs. 성급해’ 사회=가이드스타의 비영리 공익법인 별점 평가 결과가 공개됐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투명성 평가인데, 이를 어떻게 보고 있나. 박태규=정부가 아닌 민간단체가 민간단체를 평가함으로써 자정 작용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이번 평가는 평가기관이나 공익법인을 위한 게 아니라, 한국 사회와 기부자를 위한 것이다. 공익법인은 면세 혜택을 받기 때문에 모든 납세자에게 투명한 정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낙하산 의혹’ 코이카 이사장, 내부 반발 심한 무리한 사업만 강행했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난 14일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전 직원이 참여한 의견 수렴 공청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선 “김인식 이사장을 포함한 경영진의 무책임한 의사 결정 및 무능한 조직 경영으로 인해 조직 내 혼란과 직원 고통을 초래한 것에 대해 공개 사과하라”는 요구가 터져 나왔다.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 기소)씨의 이권 개입 의혹까지 불거진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내부가 어수선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발단은 지난달 말 김 이사장이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밀어붙인 게 계기였다. 김 이사장은 “구글코리아같이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은 요즘 대부분 ‘오픈 스페이스’로 운영된다”며 “코이카는 사무 공간 단절로 인해 소통 문화가 없어 변화가 필요하다”며 이유를 밝혔다. 책정된 예산은 6억4000만원. 공사의 주요 골자는 ▲파티션을 없애고 ▲벽을 유리벽으로 교체하며 ▲직원 한 명당 차지하는 공간을 줄이겠다는 것. 하지만 직원 반발이 잇따랐다. 직원들은 ‘불통의 핵심이 파티션이 아니다’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결정하라’는 내용의 포스트잇과 대자보를 연이어 붙였고, 내부 익명 게시판에도 반대 글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인테리어 개편안을 공지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지난달 26일부터 내부 사무실 철거가 강행됐고, 직원들이 근무하는 와중에 벽과 천장까지 뜯는 작업이 진행됐다. 코이카 내부 관계자는 “먼지 날림과 소음이 심해 경영관리팀에서 직원들에게 마스크까지 나눠주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코이카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개발 원조에 관심도, 전문성도 없는 이사장이 취임했던 것이 갈등의 시작”이라며 “지난 9개월간 말도 안 되는 사업 및 행정 개편을 밀어붙이면서 갈등을 빚다 이번에 폭발한 것”이라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생협VS공정위…생협법 개정안 두고 시끄러운 내막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생협법 개정안, 시끄러운 내막  아이쿱생협은 23만 조합원에게 공제 사업을 할 수 있을까?    “6년 넘게 기다렸는데 뒤통수 맞은 격이에요.” (A 생협 관계자)  지난 7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입법예고한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이하 생협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공제사업을 할 수 있는 주체를 ‘생협전국연합회’에 국한하겠다는 것입니다. 공제사업이란 조합원이 불의의 사고를 당하거나 손해를 당했을 때 공제조합, 노동조합, 협동조합 등이 각 조합원으로부터 받은 출자금을 자본으로 공제금을 지급하는 사업을 말합니다. 일종의 보험업과 비슷하지만, 조합원만이 가입자이고 공제 금액에 소정의 한도가 있는 것이 차이입니다.  사실 아이쿱생협, 한살림 등 생협연합회들은 오래 전부터 조합원의 사고시 도움을 줄 수 있는 공제사업의 필요성을 주장해왔습니다. 이에 어렵게 2010년 생협법이 개정되면서 ‘생협 연합회도 공정위의 인가를 받으면 공제사업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반영(생협법 제4절 제54조 3항)됐습니다. 하지만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공정위가 6년 넘게 구체적인 시행령(인가 기준 및 감독 규정 등)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현장에선 발목이 묶여있었죠. 지난해 정무위 국감에서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위의 행보에 대해 지적하자, 그제서야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금년 말까지 (시행 규정 등을 마련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공정위는 지난 7일 뒤늦게 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개정안에는 금융위와 협의해 공제사업 감독 기준을 마련하고, 내부 감사위원회를 설치해야하는 등 구체적인 인가 기준 및 감독 규정도 포함됐습니다. 그런데 현장은 더 뿔이 났습니다. “공정위의 생협법 개정안 입법예고는 사실상 공제 사업 거부”라고 강한